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7
17화. 야생의 몬스터 (2)
체육관 관장의 이름은 윤지석.
태권도 무도단증이 있는 무도 전문가로,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리를 다쳐 제대한 후,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윤지석과 체육관 상담실 간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쓸데없는 신변잡기를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진짜 오실 줄은 몰랐네요. 직업이 헌터셔서 차림이 그러셨구나.”
“거지 같았습니까?”
“하하하. 참, 삼각김밥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네.”
끝까지 거지 같았다는 걸 부정하지 않은 윤지석은 커피를 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태권도장을 눈으로 구경하며 물었다.
“그런데 왜 건물에 전부 임대가 붙어 있습니까? 안에서 보니까 별문제 없어 보이는데.”
“그게… 사정이 좀 깁니다. 위에 학원을 들였는데 얼마 전에 다 빠져나갔거든요. 참, 이 건물이 제 겁니다.”
“건물주셨어요?”
“하하, 네.”
나 역시 윤지석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건물주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건물주지만 세입자가 없어서 한 푼이라도 아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 건물은 협회와도 가깝고, 내 집이랑도 가까운 곳이라 길드 사무소를 들이기 제격이었다.
그러나 학원이 갑자기 빠져나간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윤지석이 타준 믹스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며 넌지시 떠봤다.
“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별일은 아니고요. 그분들이랑 제가 사이가 좀… 그랬습니다.”
“건물주랑 세입자로서요?”
윤지석은 갑자기 열불이 나는지 뜨거운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맥주처럼 들이키고서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심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제가 건물주지만요, 억울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진짜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자요.”
“뭔 일입니까? 여기 태권도장도 수강생이 없어 보이는데.”
“그게요, 그 사람들 참 못됐다 싶은 게, 이 건물에 귀신 있다는 소문 퍼트려서 월세를 떨어트렸어요. 여기 밑에 귀신도 때려잡는 석호 태권도가 있는데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저런….”
아무래도 세입자들 입장에선 이 사람 좋아 보이는 관장이 만만해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이 건물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않나?
“뭐…. 그러다가 그 학원 사람들도 똑같이 되돌려 받았지만요. 학원생 하나가 진짜로 실종되고, 그 학생 친구들도 몇 명 더 실종됐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학원도 망했습니다.”
윤지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저도 같이 망했죠. 그 이후로 동네 사람들한테 소문이 다 퍼져서 지금 건물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랬군요.”
나는 윤지석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아까 본 게시글에서 언급한 실종된 학생 중 하나가 윤지석이 말한 학생임이 틀림없었다.
‘그건 귀신이 아니라 몬스터 짓이겠지.’
그렇다는 건 이 건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태권도장을 보면 내벽도 깔끔하고 곰팡이 핀 곳도 없다. 화장실도 잘 갖춰진 것 같고.
오면서 보니까 계단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지 깔끔했다.
“곧 좋은 사람이 올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물론 내 얘기다. 신라 고등학교 몬스터 사태를 해결하고 한번 제대로 둘러볼 생각이었다.
잠깐 위층이라도 구경하고 올까 고민하던 중,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내가 기다리던 메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신라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댓글로는 헌터인지 아닌지 신뢰할 수 없어서 실제로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아직 학생인지라 어른과 단둘이 만나는 건 꺼려집니다.
정말 제 얘기를 들어주실 헌터라면 신라 고등학교 앞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학교 근처에 석호 태권도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 관장님이 제 보호자로서 참석한 자리에서 대화했으면 합니다.
혹시 커뮤니티의 익명성이 악용당할까 봐 걱정되어 그러니 양해를 구합니다.」
마침 내가 있는 석호 태권도를 말하다니, 윤지석이랑 이 익명의 학생이 아는 사람이었나.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기막힌 우연이지만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나는 윤지석에게 방금 받은 메일을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 주변에 이런 메일을 보낼만한 학생 아십니까?”
윤지석은 내가 건넨 핸드폰을 잡고 심각한 얼굴로 메일을 읽고 나서는 내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물었다.
“음…. 헌터님이 여기 근처에 계셨던 것도 이것 때문입니까? 경찰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건 보긴 했는데, 헌터까지 나설 일인가 해서 말입니다.”
태도를 보니 짐작 가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녀석이 누군지 캐내기 위해 적당히 정황을 설명했다.
“네.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몬스터가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말이니 관장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여기 적힌 커뮤니티 글이라는 건….”
“이겁니다.”
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윤지석에게 보여줬다.
윤지석은 무언가 알아차렸는지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거 준성이네요. 저랑 친한 동생입니다. 가끔 체육관도 놀러 오고요. 전교 1등이라는 걸 보니 준성이 그 녀석이 확실합니다. 얼마 전에 이 문제로 저한테 상담도 했고요.”
“알겠습니다. 준성 학생한테 체육관에 헌터 왔다고 연락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 예. 지금 전화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진짜로 전교 1등일 줄은 몰랐는데, 공부하느라 바쁠 놈이 용케 시간을 냈다 싶다.
나는 윤지석이 편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상담실 밖으로 나왔다.
‘준성…. 분명 헌터 중에 준성이라는 녀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구였지?’
몬스터의 이름은 기억해도 사람의 이름은 잘 외우지 않아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뭐,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만약 중요한 녀석이었다면 얼굴 봤을 때 누군지 기억이 날 것이다.
그렇게 잠시 후, 준성이란 학생이 찾아왔다.
***
신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진준성.
고등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모의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전부 1등을 휩쓴 우등생.
심지어 어릴 때부터 19살의 나이까지 한결같이 들어온 소리가 바로 ‘천재’.
누군가 천재는 고독하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진준성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타고나길 소심해서 사람한테 다가가는 게 서툴렀고, 조금 친해졌다 해도 공부를 해야 해서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었다.
중학교 때는 늘 혼자인 게 콤플렉스였지만, 고3쯤 되니 조금은 의연해진 상태다.
대학 가면 해결되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기도 했다.
그런 진준성의 최근 고민은 학교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반 학생들이 실종됐는데 그걸 조용히 묻고 가겠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애들이 없어진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예 없는 일로 만들려는 건지 담임은 입을 싹 닫고 아무 일도 없는 척하고 있다.
진준성은 그런 담임 선생의 얼굴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저게 사람이야?’
담임은 진준성에게 경찰이 알아서 할 일이니 같은 반이든 말든, 그냥 자기 할 일이나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준성은 담임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럴 거면 학교에 왜 다녀? 그냥 인터넷으로 화상 수업 하고 각자 공부하지. 교과서에서 지겹게 관용의 태도로 사회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하면 뭐 해, 선생이라는 작자가 저런 태도인데.’
친하지 않다고, 그 애들이 태도가 불량했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니다.
동급생으로서 미성년자 실종 사건을 걱정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만 이후에 새롭게 벌어질 납치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준성은 같은 반 애들에게 실종 사건에 대해 말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냉랭했다.
“나보고 어쩌라고? 왜 나한테 와서 지랄인데.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알아서 하든가.”
선생이 그 모양이라서 애들도 이 모양인 걸까.
진준성은 몇 번 더 시도해봤지만, 전부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다들 진준성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들의 눈앞에 닥친 수능이라는 거대한 벽이 다른 걸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진준성은 지친 마음을 토로하듯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댓글에 달린 어른의 손길은 조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지석이 형네 체육관에 온 거지…? 헌터라서 다른 건가.’
삼각김밥의 인연을 알 리 없는 진준성은 윤지석의 연락을 받고 의아해했다.
자신이 메일을 보내고 3분도 지나지 않아서 윤지석한테 헌터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한 번도 헌터를 만나본 적 없던 진준성은 헌터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긴장한 마음으로 석호 태권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저 사람인가…? 뭔가 생각했던 이미지는 아니네.’
안에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멀끔해 보이는 남자가 윤지석과 함께 있었다.
남자는 진준성이 머뭇거리는 걸 보고는 먼저 나서서 악수를 청해왔다.
“용기 내서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 헌터 이유영이라고 합니다.”
그는 볼펜으로 그린 듯한 미소를 지었는데, 정말 형식적으로 웃어준다는 느낌이라 미묘했다.
진준성 또래의 나이대가 민감하게 감지하는 겉치레였다.
어려 보이는 얼굴이긴 했지만, 역시 어른인 모양이다. 진준성은 남자가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고서 꾸벅 인사했다.
“진준성이라고 합니다. 신라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준성은 자신이 말하는 도중 남자의 표정이 조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 놀랐던 것 같은데, 진 씨가 흔하지 않은 성이라서 그랬던 걸까?
갑자기 남자가 악수하던 손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아까보다 훨씬 호의적인 태도였다.
“잘 부탁해요. 우선 들어가서 앉을까요?”
그는 옆에 있던 윤지석을 제치고 진준성을 이끌고서 상담실에 들어가 간이 소파에 앉혔다.
그에게 이끌려 가던 진준성은 그가 혼잣말하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준성이가 설마 그 진준성일 줄은 몰랐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뒤따라온 윤지석까지 자리에 앉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준성 학생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기사를 검색해도 하나도 안 나오던데.”
“아…. 그건 교장 선생님이 기사 못 나가게 막았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냐면….”
진준성은 차근차근 자기가 알고 있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 진준성의 반에 있던 학생 한 명이 결석했다. 학교에서 불량한 태도로 유명했기 때문에 애들도 선생님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다음 날, 그 애의 친구도 결석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자, 또 한 명이 결석했다.
그쯤 되니 애들도 수군대기 시작했다. 혹시 전염병이라도 걸린 거 아니냐, 가출팸 들어간 거 아니냐, 조폭이랑 엮인 건 아니냐. 여러 추측이 돌았지만, 담임 선생님은 신경 끄고 수능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핀잔을 줬다.
하는 수 없이 진준성은 혼자서 이 실종 사건에 대해 조사해보기 시작했다.
영민한 진준성의 머리는 처음 결석한 학생을 중심으로, 관련된 아이들이 한 명씩 사라지고 있다는 추측에 금방 도달했다.
신라 고등학교에서는 진준성의 학급에 있던 세 명이 전부였으나, 실종된 여학생의 남자친구였던 근처 학교 학생도 사라졌고, 그의 절친으로 유명하던 옆 동네 고등학교의 학생도 사라졌었다. 총 5명이 사라진 셈이었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학생들이 가출팸에 들어갔을 것이라 생각해서 수사를 게을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준성의 생각은 달랐다. 그 애들은 전날까지 너무 멀쩡하게 학교에 왔고, 무언가를 관두려던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이유영 헌터의 표정은 딱히 변화가 없었다. 전부 예상했다는 듯한 태도였다.
진준성은 딱히 믿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애들이 만들어낸 괴담도 얘기해줬다.
학교가 원래 공동묘지였어서 교장이 부정 타는 걸 막으려고 그림 한 점을 지하 창고에 걸어뒀는데, 누가 그걸 훔쳐 가서 이후 애들이 잡혀가게 됐다는 얘기였다.
소문을 떠들던 애들 중에는 귀신처럼 반쯤 투명한 상태의 실종자를 봤었다는 애들도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진준성의 얘기를 듣고만 있던 헌터가 그 괴담 얘기를 듣고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거네.”
“네…?”
“아, 별거 아닙니다. 뭔가 떠올라서요. 그보다 준성 학생, 혹시 체육복 같은 거 있습니까?”
진준성은 가방에 들어 있는 체육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가 진준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깐 잠입하게 빌려주세요.”
“네? 제 체육복을요?”
“사복을 입고 학교를 돌아다니면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 좀 작기야 하겠지만, 잠깐 입을 거니까 괜찮습니다.”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걸까?
멋대로 괜찮다고 하는 남자가 당황스러웠지만, 하도 뻔뻔하게 부탁하는 탓에 진준성은 가방을 뒤적였다.
헌터라고 해서 믿었는데 사실은 이상한 사람인 걸까?
진준성이 고민 끝에 체육복을 건네주자, 남자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준성 학생도 준비하세요. 지금부터 학교 들어가서 몬스터 잡을 겁니다.”
“모, 몬스터요?”
“네. 잡혀간 학생들 아직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늦으면 죽어요.”
하도 담담하게 말하는 탓에 장난인 것 같지도 않았고, 사실인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처음으로 손 내밀어준 사람의 말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남자는 잠자코 듣고 있던 윤지석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윤지석 씨는 만약 제가 오늘이 지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이 번호로 전화 걸어 보세요. 이유영이라는 헌터가 몬스터를 잡겠다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안 나온다. 아마 죽은 것 같다고 하면 급하게 뛰어올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번호 주인은 누굽니까?”
“헌터 협회 팀장입니다.”
“혀… 협회 팀장이요?! 아니, 그보다 준성이보다는 제가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모, 몬스터라는 게 사실이면요.”
여태 막힘없이 말하던 이유영 헌터였지만, 그 순간은 잠시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꺼낸 말은 진준성도 윤지석도 당황스럽게 만드는 말이었다.
“제 생각에는 준성 학생이 헌터가 될 사람인 것 같아서요. 이번 기회에 각성할지도 모르죠.”
말이 안 되는 얘기였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그 어떤 때보다 확고했다.
남자는 진준성과 윤지석이 어떤 반응이든 간에 신경 쓰지 않으며 상담실의 문을 열었다.
“갑시다, 준성 학생. 걱정 마세요. 제가 옆에 있으면 절대로 안 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