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에덴 멸망 파티 (5)
이미 공략한 몬스터를 소환하는 능력은 오류의 능력 중 하나다.
오류가 만들어낸 세 개의 알에서 태어난 몬스터들은, 오류의 능력마저 갖고 있는 듯했다.
요한은 내게 한국의 헌터들이 에덴의 헌터들과 함께 SS급 몬스터와 싸우고 있다고 말해줬다.
김신욱은 악마의 미궁 던전 공략에 참여하기도 했고, 구지상도 있다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녀석들 입장에선 이미 공략을 완료한 몬스터들의 등장에 혼란스럽겠지만, 소환된 몬스터들은 기존의 몬스터들보다 약한 편이다.
못 이길 상대는 아니었다.
문제는 사빈이었다.
미카엘은 요한에게 사빈은 포기하고 카린을 숨기는 데 전념하라고 지시했다.
사빈은 죽을 때까지 싸울 만큼 멍청한 놈이 아니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빈의 판단 미스이기 때문에 자업자득이라는 게 미카엘의 의견이었다.
멋대로 구는 놈을 위해 사려분별 못하고 휘둘릴 수는 없다. 지금 해야 하는 건 눈앞의 적부터 쓰러트리는 것이다.
전부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심장에 한기가 도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카엘은 인류애가 한 톨도 없는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녀석은 내게 말했다.
“저 녀석을 쓰러트리는 데 전념해라. 그게 사빈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다.”
“알고 있습니다.”
이 비정한 새끼야, 라는 말은 목울대 너머로 욱여넣었다.
이 녀석을 설득하는 것보다 몬스터를 해치우는 게 더 빠르다.
그의 말대로 몬스터를 최대한 빨리 쓰러트리는 게 사빈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슬슬 메인 스킬 쓰시죠. 더는 가릴 것 없는 상황이잖습니까.”
“그러지.”
미카엘은 내게 다시 한번 스킬을 걸었다.
녀석의 눈은 보라색으로 빛났고, 손에선 붉은빛이 뻗어 나왔다.
녀석의 서브 스킬 ‘지배’와, 이전에 세계수에서 내게 사용했던 녀석의 메인 스킬 ‘강화’.
두 스킬이 한꺼번에 내게 발동되었다.
‘강화’에 걸리며, 붉은빛이 내 전신에 휘감겼다.
동시에 심장의 펌프질이 빨라지며 피가 끓어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온몸의 생체 반응이 비상식적으로 가속화된다. 힘이 넘쳐흘렀고, 피부 껍질이 단단해졌으며, 근육이 탄력적으로 부풀었다.
종합 능력치가 상승한 것이다.
머릿속에선 강제로 가능성 스킬의 정보를 나열되며, 그 스킬들로 할 수 있는 몇만 가지의 전술이 떠올랐다.
스킬에 강화를 더했을 때의 위력을 순식간에 계산한다.
스킬과 스킬을 연계했을 때의 효과를 대조한다. 그렇게 내린 결론에 또다시 가설을 더한다.
어떻게 해야 최강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밀려 들어오는 비인도적인 전술들을 뇌가 멋대로 시뮬레이션하며 구역질이 올라왔다.
엑셀을 부술 듯이 밟고 달리는 전차에 탄 기분이었다.
죽임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미카엘은 내 가능성을 생각하며 웃었고, 나도 웃어야 했다.
나는 여전히 톱날을 갈고 있는 떨어진 샛별을 가볍게 들어, 휘몰아치는 태풍을 향해 걸어갔다.
녀석은 여전히 날뛰면서 쓰레기장의 쓰레기들을 모조리 분쇄하고 있었다.
다가가기 어려웠고, 나는 녀석을 멈추기 위해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쓰레기장의 바닥에서 거대한 목단 나무들이 솟아올랐다.
여러 그루의 나무들은 단단하고 질긴 가지를 엮어, 일제히 태풍을 묶어두기 위해 가지를 휘둘렀다.
휘몰아치는 태풍 거침없이 뻗어나간 목단의 줄기는 폭력적으로 몬스터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손쉽게 줄기를 끊어내고 잘라냈으나, 목단의 줄기 역시 끊임없이 줄기를 뻗어냈다.
우드득!
위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자마자, 나는 더 크고 굵은 뿌리를 가진 목단의 나무를 뻗어 올렸다.
세계수처럼 쉽게 베어낼 수 없는 굵고 단단한 나무가 이 쓰레기장의 중앙을 뚫고 솟아올랐다.
자라나는 기둥에선 꽃이 피듯, 여러 갈래의 나뭇가지가 뻗어 나왔다.
나뭇가지는 일제히 전진해 몬스터를 휘감았다.
몬스터가 뜯어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자라난 새 가지가 녀석을 덮치고 옭아맸다.
『이런 무엄한…!』
나는 녀석을 묶어두는 데 성공하자마자, 새로운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내게서 피어오른 붉은 아지랑이가 기세를 키워 화염처럼 타올랐다.
열풍이 폭발적으로 터지며, 일대에 자라난 나무들은 순식간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몬스터가 묶인 나무에도 불이 붙으며 몬스터는 화형에 당하듯이 불에 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열풍을 조종해 뜨거운 바람으로 내 몸을 떠밀었다. 마치 바람을 타고 가듯이, 극한까지 가벼워진 몸이 순식간에 몬스터의 앞까지 도달했다.
나는 곧장 몬스터의 심장에 떨어진 샛별을 박아 넣었다.
푹!
녀석의 심장에서 다시 한번 빛이 퍼져 나와 종잇장을 뿜어냈다.
떨어진 샛별이 톱날을 갈며, 탐욕스럽게 내 일기장을 흡수했다.
몬스터는 심장이 꿰뚫리고 불타고 있음에도 시허연 눈을 빛냈다.
『감히… 내 앞에서 바람을 쓰는 것이냐.』
녀석의 중얼거림과 함께, 열풍이 녀석에게 먹히듯 빨려 들어갔다.
바람은 녀석의 일부이며 녀석이 바람 그 자체임을 과시하듯, 녀석은 불타는 채로 모든 열풍을 삼켰다.
휘이익!
이 이상 열풍을 쓰는 건 무의미하다.
나는 곧장 열풍을 멈추고, 다른 스킬을 발동했다.
연달아 세 개의 스킬을 사용하려니 숨이 찼으나, ‘지배’는 내가 숨을 쉬는 시간조차 용납해주지 않았다.
낙뢰가 발동되며 번개가 내려치듯 내 몸에서 전기가 폭발했고, 혈류를 타고 전기가 흘렀다. 금색 전격이 피부 위로 방출되며, 나는 닿기만 해도 강하게 감전될 전기 그 자체가 되었다.
나는 한 손으로는 검을, 다른 한 손으로는 몬스터의 안면을 움켜쥐어 전격을 뿜어냈다.
파지지지지직!!!
순식간에 금빛 전기에 먹힌 몬스터가 시커멓게 타며 움찔거렸다.
검은 연기가 매캐하게 퍼졌고, 몬스터는 잠시 정신을 잃은 듯했다.
그러나 내 눈, 코, 입, 귀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보다 등급이 높은 몬스터에게서 얻은 스킬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신체에 부작용이 생긴다.
미카엘의 강화가 더해진 채로 낙뢰를 사용했더니 온몸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니, 미카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떨어진 샛별로 몬스터의 살을 베어낼수록, 이 검이 일기장을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나는 미카엘에 의해 강화된 능력치와 한층 강화된 괴력 스킬로, 몬스터의 심장에 박힌 검을 위로 베어 올렸다.
떨어진 샛별은 톱날을 갈아 몬스터의 몸통을 절단하며, 뿜어져 나오는 일기장을 더욱 빠르게 흡수했다.
이대로라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그때, 몬스터가 눈을 감으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형제야… 더는 안 되겠다. 이놈들은 놀이로 끝낼 수 있는 놈들이 아니다.』
나는 순간, 미카엘의 지배와는 전혀 무관하게 몬스터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떨어진 샛별은 일기장을 먹고 싶어서 난리법석이었지만, 나는 검의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면 몬스터에게 먹혔을 것이다.
몬스터는 익숙하고 섬뜩한 위협을 풍기고 있었다.
아마 현 인류 중에서 나만이 감지할 수 있는 위협, 오류의 기운이었다.
몬스터는 차가운 바람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녀석이 찬바람이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형체가 바람으로 변질되는 중이었다.
냉기가 서린 바람은 한 점으로 향했는데, 점점 뭉치기 시작하더니 시리게 빛나는 흰 구슬이 되었다.
『자, 놀이 시간은 끝이다!』
구슬에서 태풍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구슬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경계심이 돋아났다.
쓰레기장에선 무거운 바람이 불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미카엘은 지배 스킬로, 내가 저 구슬을 공격해 몬스터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어딘가 내키지 않았지만, 이대로 물러나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손가락 하나를 뻗어 그 구슬을 노리며, 낙뢰를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직!
그러나 구슬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여 낙뢰를 피해버렸다.
낙뢰는 바닥에 꽂혀 쓰레기를 태울 뿐이었다.
그때, 어느샌가 눈앞에 등장한 구슬이 내게 말했다.
『자비를 베풀어주마. 이유영, 얌전히 몬스터가 되면 시험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딴 개소리를 자꾸….”
나는 말하던 중, 내 귀뺨을 치고 들어오는 무언가에 의해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몇 번을 뒹굴어 벽에 처박히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무언가에 얼굴을, 복부를, 이어서 어디라고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연속적인 타격을 맞고 피를 울컥 쏟아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정신을 차리는 것보다 처맞고 나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어느샌가 미카엘의 지배가 끊겼고, 강화 스킬이 내 방어력에 집중되었으나, 나를 몰아세우는 공격의 위력도 점점 거세졌다.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거인의 주먹처럼 거대한 주먹의 형상이 내 눈에 인식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나를 짓뭉개고 있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시야가 흐릿해졌고, 다시 한번 큰 공격이 나를 향해오는 게 보였다.
아마 이번 공격은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쿵!!!
순식간에 몸의 반은 부서진 듯했다.
나는 바닥에 처박혀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몬스터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난 건지, 알 수 없다.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뇌가 강제적으로 의식을 꺼버리려 하고 있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그때, 다시 한번 심장이 빠르게 운동하는 게 느껴졌다.
생명의 의지가 억지로 불타오르며 세포 하나하나를, 생명 활동을 강하게 활성화시켰다.
나는 이를 악물고 꺼져가는 의식을 붙들며 눈알을 올려 들었다.
미카엘이 또다시 내게 강화 스킬을 걸고 있는 게 보였다.
절대로 죽을 수 없도록 생명의 의지에 강화를 걸어,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기억이 혼동된다.
회귀 전의 끔찍한 기억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 끔찍한 기억들에 먹히지 않기 위해, 이대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
.
문득 미카엘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녀석이 향하는 곳을 보니, 흐릿하게 태풍의 옆에 누군가 있는 게 보였다.
그는 구슬이 된 태풍을 손에 쥐었다.
태풍과 그가 대화하는 게 먹먹하게 들려왔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지.』
『형제여, 저 둘은 놀잇감이 아니다.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질 것 같단 말이다.』
『아냐, 네가 머리를 쓰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낯선 자의 손에는 곤죽이 된 사빈이 맥없이 들려 있었다.
나는 사빈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나를 회복하기에도 바쁜 생명의 의지는 사빈에게 발동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퍽!!
미카엘이 낯선 자의 안면을 후려치며 순식간에 사빈을 강탈해왔다.
미카엘은 사빈을 내가 있는 방향으로 던졌고, 던져진 사빈은 맥없이 내 앞에 풀썩 엎어졌다.
사빈은 아직 살아 있었다.
위태롭지만, 분명히 숨을 쉬고 있었다.
도저히 팔을 다시 올릴 힘이 없어서, 몸을 질질 끌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나는 사빈의 꺾여 비틀린 어깨에 힘겹게 내 머리를 떨어트렸다. 이마가 녀석의 어깨에 닿았고, 이를 악물고 모든 기력을 쥐어 짜내 사빈에게 생명의 의지를 발동시켰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다행히 스킬이 발동되었지만, 의식이 더욱 흐릿해졌다.
시야가 울렁거렸고, 머리도 맛이 간 건지 눈앞에 환각이 보였다.
하필 환각으로 화신을 본다는 게 이상했지만, 내 앞에서 일렁거리던 화신은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해냈군요, 최후의 인류! 나머지는 시스템이 도와줄게요!』
뇌가 멋대로 긍정 회로를 돌리는 걸까?
하필 화신으로 긍정 회로를 돌리는 게 이상했지만, 나는 녀석의 말이 현실이기를 바라며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미카엘을 바라봤다.
눈을 무겁게 깜빡이자, 미카엘의 앞에 블랙홀처럼 생겨난 검은 장막이 나타나 있는 게 보였다.
저건 분명, 던전의 게이트였다.
게이트는 낯선 자를 빨아들이기 시작했고, 그는 발밑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 사라지며 도망치려 했다.
그럼에도 게이트는 끈덕지게 녀석을 빨아드리려 했고, 녀석은 그 게이트 안으로 흰 구슬을 던져넣었다.
게이트가 흰 구슬을 삼키는 사이, 낯선 자는 푸른 빛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