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맞춤형 강화 훈련 (1)
생명의 의지는 나를 끊임없이 되살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사인 건 아니다.
죽을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내가 ‘최후의 인류’가 된 이유는, 죽어갈 때 나를 살려대는 놈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귀 전, 나는 미카엘의 ‘강화’ 스킬로 인해 끊임없이 살아났다.
뼈가 조각나고, 내장이 흐르고, 살이 문드러져도, 미카엘이 강화 스킬을 걸면 나는 살아나고 말았다.
죽어야 할 순간에도 나는 살아남았다.
몇백 명의 동료들이 목숨을 잃어도, 나는 시체 속에서 눈을 떠야 했다.
몬스터의 공격에 머리가 잘려 눈을 감아도, 새로운 머리로 다시 눈을 떠야 했다.
모든 것을 잃고 인류가 전멸하던 순간에도, 나는 눈을 떠야 했다.
삶이 저주처럼 이어졌다.
미카엘은 어떠한 순간에도 내가 죽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놈은 알고 있던 것이다.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고, 내가 살아남는다면 인류가 보존된다는 것을.
그렇게 가장 생존 확률이 높은 인간을 살아남게 하는 것이 인류 멸망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녀석은 알고 있었다.
계속해서 살아나야 했던 순간들은 자주 악몽으로 재현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또다시 그 끔찍한 순간을 꿈속에서 다시 겪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비명을 지르며, 이렇게 고통스러울 바에야 죽겠다고 소리쳤지만, 미카엘은 어김없이 내게 강화 스킬을 걸었다.
생명의 의지는 내 몸을 다시 복구했고 삶을 억지로 연명시켰다.
“헉…!”
나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눈을 떴다.
식은땀에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자, 방금까지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누워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내가 미츠하를 때려눕혔던 에덴의 치료실이었다.
나는 침상에 누워있었고, 내 옆에는 쓰러져 있는 요한과 그의 옆에서 색종이를 접고 있는 카린이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알림창이 떠 있었다.
[ 경고! ]『SS급 이상의 몬스터가 나타날 예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게이트가 생성됐고, 그 게이트가 ‘침입자’를 빨아들이려 했으나 실패했었다. 대신 구슬이 된 ‘태풍’이 게이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경고창이 뜬 걸 보면, 시스템이 태풍을 던전에 가두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그때 조용히 색종이를 접고 있던 카린이 말했다.
“당신이 정신을 잃은 뒤로 사흘이 지났어요.”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찾아보니, 박살이 나서 퍼즐처럼 조각난 핸드폰이 만져졌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처맞았는데 핸드폰이 무사할 리 없었다.
카린은 내가 핸드폰 조각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보며 말했다.
“핸드폰은 작동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의 에덴은 전파가 잡히지 않아요. 통신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요한 씨께서 에덴을 폐쇄시켜 그 무엇도 접근할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상태로 만드셨어요.”
창밖을 보자, 보여야 할 풍경은 보이지 않고 높이를 알 수 없는 굳건한 벽이 보였다.
요한이 에덴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벽 안에 가둬버린 듯했다.
그런데 정작 요한은 지금 내 옆에 누워있는 상황이다. 요한은 병을 앓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요한 씨는 어떻게 된 겁니까?”
“에덴 힐러의 소견으로, 무언가에 의해 끊임없이 정신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해요. 다행히 의식을 잃지 않고 맞서 싸우고 계시지만, 힐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하셨어요.”
카린의 말대로, 요한에게 생명의 의지를 발동해봤지만 대상자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상태이상에 걸린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류의 공격을 할 수 있는 몬스터는 내 정신세계에 침입해왔던 ‘침입자’ 밖에 없다.
요한은 녀석의 공격에 당했음에도 이렇게 에덴을 보호하고 카린을 지켜낸 듯했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요한이 정신 공격에 싸워서 스스로 이겨내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카린 역시 그저 요한이 일어나길 바라며,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린은 접고 있던 색종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빈 씨도 요한 씨와 같은 공격에 당하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카린은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접 보시는 게 좋겠어요. 당신의 동료분들과 함께 계시니, 괜찮으시다면 안내해드릴게요.”
사빈은 나보다도 더 큰 데미지를 입었다. 아무리 힐러의 치료를 받아 몸을 회복했다고 해도, 정신적 데미지가 커서 아직 누워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내 동료들이랑 같이 있다는 거지?
“혹시 제 길드원들이 뭔 짓 했습니까?”
“아뇨. 길드원 두 분께선 소환된 몬스터를 물리치고 에덴의 부상자들을 옮기는 것까지 도우셨어요. 그 업적을 높이 사서, 미카엘 길드장님이… 지금의 상황을 만드셨죠.”
무슨 상황이길래 카린이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눈으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카린을 따라 병실을 나왔다.
그런데 병실을 나오자, 흰 정장을 입은 에덴의 헌터가 나를 향해 급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카린과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는 다급하게 숨을 가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이유영 헌터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저는 미카엘 길드장님이 보내셔서 온 에덴의 간부 중 한 명입니다.”
악수를 청해 와서 일단 손을 잡았지만, 떨떠름했다.
방금까지 악몽을 꿔서 그런지 미카엘이 보내서 왔다는 것부터 꺼림칙했다.
나는 악수하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급해 보이는데, 무슨 일입니까?”
“큰일은 아닙니다만, 길드장님께서 이유영 헌터님과 함께 내일 점심을 함께하시길 원하십니다. 내일 12시에 모시러 가겠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놈과 내가 나란히 앉아서 밥 먹을 사이는 결단코 아니었다. 상상만 해도 속이 메슥거렸다.
게다가 왜 오늘도 아니고 내일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싫다고 하려던 때, 옆에 있던 카린이 말했다.
“미카엘 길드장님께선, 현재 에덴에 벌어진 몬스터의 습격으로부터 비롯된 국가적 비상 상황에 대처하고 계세요. 바쁘신 와중에도 유영 씨와 함께 식사하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그냥 그놈의 업보다. 점심시간마저 낭비하지 않고 써먹으려고 그러는 거겠지.
하지만 카린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에덴의 간부는 화색이 되어 내일 모시러 오겠다고 인사하고서 되돌아갔다.
아마 내가 거절했다면 저 간부가 미카엘한테 깨졌을 것이다.
달갑진 않았지만, 고작 밥이나 먹는 것인데 뭐 크게 문제가 있을까 싶었다.
간부가 가고 난 뒤, 카린은 나를 스파링 그라운드로 데려갔다.
왜 이런 곳에 오는 건가 했는데, 중앙의 경기장에서 누군가 전투를 하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브라질의 만성 스파이 마르코와, 김신욱이 대련 중이었다.
황당하게도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뭔….”
그때 관계자석에 앉아있던 구지상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런데 구지상의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사빈이 내게 뛰어오는 게 보였다.
눈을 씻고 봐도 사빈이었다. 방금 전까지 카린이 요한과 같은 정신 공격에 당했다고 말한 사빈이었다.
사빈은 어째서인지 굉장히 건강해 보였다.
녀석은 내 코앞까지 뛰어와 어깨를 잡고 흔들며, 다급하게 말했다.
“얘, 너 괜찮은 거지?! 괜찮으면 얼른 미카엘한테 좀 가보면 안 돼? 나 진짜 미칠 것 같아!”
그 한 마디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 특유의 말투는 분명 나쟈였다.
잘 보니 관계자석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듯한 나쟈가 보였다.
나쟈가 스킬을 써서 사빈의 몸에 들어간 모양이다.
평소에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는 사빈의 얼굴로 저런 말을 들으니,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나쟈 씨는 왜 사빈 씨의 몸에 들어간 겁니까…?”
“나라고 이런 볼품없는 남자 몸에 들어가고 싶은 줄 아니? 미카엘이랑 이 남자가 시킨 거야!”
“왜 그런 짓을….”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카린을 바라보니, 카린도 이 상황을 가라앉은 눈으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
구지상은 사빈인지 나쟈인지를 진정시키며 내게 말했다.
“그보다 이유영 씨, 몸은 괜찮으신 거죠?”
“괜찮습니다. 그보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구지상은 답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잠시 경기장 위에서 싸우고 있던 김신욱과 마르코를 보던 구지상은, 천천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구지상과 나쟈, 김신욱과 마르코는 지금 미카엘의 명령으로 ‘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카엘은 에덴의 지하 쓰레기장에 게이트가 열린 뒤, 상황을 수습하며 빠르게 공략대를 구성했다.
요한이 에덴을 완전히 폐쇄시킨 후 정신 공격으로 쓰러진 탓에,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다. 때문에 외부의 도움 없이 길드 안에 남아있는 헌터들만으로 던전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그 ‘태풍’을 상대하기에 남아있는 헌터들의 전투력은 부족했다.
그래서 미카엘은 전투 준비 기간을 가지며, 발전 가능성이 있는 헌터들을 추려서 강화 훈련을 진행시키겠다고 선포했다.
이 네 명은 그중에서도 가장 발전해야만 하는 헌터들로, 특별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훈련 방식이 말이 안 된다고 구지상은 호소했다.
미카엘은 서로 싸워서 깨달음을 얻으라며, 스파링 그라운드에 넷을 보냈다고 한다.
에덴의 힐러가 네 사람을 감독하며 부상을 입을 때마다 치유해줬고,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대련해야 했다.
오늘로 벌써 이 스파르타 훈련이 시작된 지 이틀째라고 한다.
잠시 김신욱과 마르코의 싸움을 지켜보니, 두 사람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전투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누구 하나가 다치면 에덴의 힐러가 즉각 치유해줬고, 힘내서 더 싸우라고 떠밀었다.
참 미카엘다운 비인도적인 방법이었다.
나쟈는 사빈의 얼굴을 막 쓰면서 히스테릭하게 말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내가 왜 에덴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유영, 네가 미카엘한테 말 좀 해줘…!”
“죄송하지만 제가 말해봤자 미카엘 길드장은 안 들을 겁니다. …그래서 나쟈 씨는 왜 사빈 씨 몸에 들어가 있는 겁니까?”
“그래, 그럼 이 사빈이라는 애라도 설득해볼래? 자, 이것 좀 봐.”
순간 사빈의 눈이 풀리며 맥없이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무력하게 넘어지던 사빈을 구지상이 받아줬고, 사빈은 무력하게 구지상에게 안겼다.
조금 전까지 내게 히스테릭하게 소리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힘겨워 보였다.
구지상은 그런 사빈을 조심스럽게 눕히며 말했다.
“사빈 씨는 아직 정신 공격에 당해서 일어나질 못하고 계세요. 그런데 나쟈 씨의 스킬로 억지로 깨어있으려고 하시더라고요.”
나는 사빈에게 생명의 의지를 발동시켰지만, 또 대상자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돌아올 뿐이었다.
자기 몸으로 돌아온 나쟈는 팔짱을 끼고 누워있는 사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유영, 네가 좀 누워있기나 하라고 설득해봐. 환자가 대체 뭐 하는 짓이야?”
하지만 사빈이 내 말을 들을 리 없다. 아마 사빈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카린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내 옆에 얌전히 서 있던 카린을 쳐다봤지만, 카린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카린을 위해 미카엘한테도 반항한 사빈이 카린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 녀석을 설득할 방법은 없었다.
가능하면 나쟈가 사빈의 몸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의 대책이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김신욱이 마르코와 대련하고 있다면, 구지상은 나쟈와 대련할 것이다.
그런데 이 건물 안에서 구지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전투력을 가진 헌터는 사빈 정도밖에 없다.
그러니 미카엘은 나쟈를 이용해 사빈과 구지상을 전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구지상과 나쟈 역시 내심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훈련에서 작정하고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사빈 씨를 대체할 헌터가 없다는 걸 사빈도, 미카엘 길드장도 알고 있어서 무리하는 걸 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반항하든가 따르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그걸 누가 몰라? 난 얘 몸뚱아리가 조금만 이상해져도 바로 버릴 거니까, 네가 미카엘한테도 말 좀 해줘. 몬스터한테 두 번이나 질 수는 없으니까 협력해주는 것뿐인데 날 무료 봉사자로 본다니까?”
나쟈의 말대로, 첫 번째 전투에서 에덴은 패배했다.
에덴의 두 간부가 치료할 수 없는 정신 공격에 당해버렸고, 길드는 쑥대밭이 되었음에도 태풍을 물리치지 못했다.
설상가상 적 하나는 놓쳤으며 난공불락의 ‘에덴’이라는 상징성에도 금이 가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싸울 기회를 얻었으며, 더 강해질 시간을 벌었다.
“얘기해두겠습니다.”
나쟈는 더 할 말이 없는 듯 투덜대며 자리로 돌아갔고, 구지상은 사빈을 업고서 내게 더 쉬라고 당부한 뒤 나쟈를 따라갔다.
카린은 걱정스럽게 사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내가 깨어날 때도 옆에 있었던 애다.
아마 요한이 쓰러지고, 내가 쓰러지고, 사빈도 쓰러지고, 그런데 사빈은 저렇게 무리하는 걸 모두 지켜만 봤을 것이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카린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던전 다녀온 뒤에 요한 씨랑 사빈 씨도 꼭 무사히 되돌려서 다 같이 파티합시다. 그때까지 카린 양은 몸 상하지 않게 걱정은 적당히 하고, 응원해주세요.”
카린은 묵묵히 엮인 새끼 손가락을 보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가 다시 붉어졌고, 나는 잠시 카린을 안아줬다. 카린은 안긴 채로 눈물을 참는 듯했다.
이번에도 질 수는 없다.
이 상황을 바라만 봐야 하는 이들이 눈물을 참는 일을, 더는 만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