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맞춤형 강화 훈련 (2)
다음 날, 나는 나를 데리러 온 에덴 간부와 함께 에덴의 간부들이 식사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음식이 이미 차려져 있었고, 미카엘도 앉아있었다.
에덴 간부는 내게 의자를 빼준 뒤, 미카엘에게 인사하고 식당을 나갔다.
나는 내 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쳐다봤다.
빵과 토마토 수프, 훈제 연어가 올라간 샐러드, 잘 구워진 티본 스테이크와 물 한 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미카엘은 맞은편에 앉아서 날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벌써부터 체할 것 같아서 물을 마셨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미카엘은 분명 내가 쓰러진 동안 생명의 의지에 ‘강화’ 스킬을 걸었고, 몬스터 두 마리와 혼자 싸우러 갔다.
그럼 나보다 더 다쳐야 정상일 텐데, 눈앞의 녀석에겐 상처 하나 없었다.
하여튼 괴물이 따로 없다. 나는 마시던 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왜 부르신 겁니까? 한가롭게 밥이나 먹자고 부른 건 아닐 테고.”
미카엘은 내 말에 답하지 않으며 자기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천천히 나이프로 썰었다.
나는 눈앞에 있던 빵을 뜯어 먹으며 그런 녀석을 쳐다봤다.
녀석은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8분. 네가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예?”
“네 동료들이 훈련하고 있는 건 봤을 테니, 다음은 네 차례라는 것 정도는 예측했겠지. 8분 뒤부터 훈련을 시작하겠다. 먹어두는 게 좋을 거야, 며칠은 굶게 될 테니까.”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미카엘은 식사하기 시작했고 나는 잠시 식당에 걸려 있던 시계를 쳐다봤다.
미카엘은 결코 장난을 칠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나는 며칠이나 굶게 될 것이다.
나는 생존 본능으로 눈앞에 있는 것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8분이 흐른 뒤, 나는 차려진 음식을 다 먹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미카엘은 이미 식사를 끝낸 상황이었다.
녀석은 테이블에 올려진 흰 천으로 식기를 닦으며 천천히 말했다.
“넌 쓸만한 무기였다, 인정하지. 허나 너무 약해. 깨져도 다시 붙으니 깨지게 내버려 두는 게 바로 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붙었을 때 더 튼튼해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
“….”
“자신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조차 모르며,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해치는 걸 두려워해서 스스로 날을 무디게 만들지. 지금부터 네 문제를 교정해서 너의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녀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꽂혔다. 물을 마시는데도 체할 것 같았다.
나쟈가 미카엘을 만나면 사빈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녀석은 식사 후에 날 훈련시킨다고 했고, 적어도 내 가능성 스킬을 어떻게 끌어올린다는 건지는 물어봐야 한다.
나는 물잔을 내려놓으며 눈치를 보다가 물었다.
“뭘 어떻게….”
미카엘은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내 물음에 답했다.
순식간에 시야가 암전됐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익숙한 검은 방에 앉아있었다.
이전에 세계수 앞에서 당했던 것처럼, 녀석의 서브 스킬 속에 갇히고 만 것이다.
눈앞에는 미카엘이 서 있었다.
녀석은 섬뜩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곳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시험해 봤더니 내 정신력으로 3주는 버틸 수 있더군. 실제로는 고작 1분밖에 흐르지 않아.”
“설마 절 3주나 가두려는 겁니까? 미쳤어요?”
“훈련할 에너지는 충분해, 그런 식단이었다.”
순간 미카엘의 눈이 보라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놈은 멋대로 내게 지배 스킬을 걸었고, 나는 즉각 탈출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끔찍한 훈련이 시작됐다.
***
.
.
.
그 방에 갇힌 지 열흘이 지났다.
나는 먹지도, 마시지도, 쉬지도 못한 채 미카엘에게 혹사당했다.
녀석은 며칠 동안 나를 패며 공격을 피하는 훈련을 시켰다.
나는 F급 헌터였던 시절부터 방어계 헌터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남의 공격을 대신 받는 게 익숙하다.
생명의 의지는 금방 몸을 복구하니, 고통만 참으면 남을 지킬 수 있다. 방어계 헌터였으니 당연히 그렇게 싸워야 했다.
그런데 녀석은 내가 몸을 다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으니, 두려워하게 해주겠다며 다짜고짜 패기 시작했다.
나는 죽지 않으려면 도망 다니거나 막아야 했다.
끔찍한 시간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 녀석의 공격을 회피하게 되자, 놈은 다음으로 가능성 스킬을 사용하게 했다.
가능성 스킬은 세 개 이상 연달아 사용하면 몸에 무리가 온다.
그러나 녀석은 그 한계를 넘어서라며, 계속해서 가능성 스킬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코피가 흐르고 피눈물이 떨어져도, 미카엘은 생명의 의지에 강화를 걸어 치유력을 높이고 내가 계속 스킬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 끔찍한 시간에서 버티는 방법은 흐르고 있는 시간을 세는 것밖에 없었다.
864,000까지 셌을 때, 그러니까 열흘이나 지나고 나서야 미카엘은 나를 그 방에서 내보내 줬다.
정신을 차렸을 땐 미카엘과 밥을 먹던 식당에 되돌아와 있었다.
눈앞에는 열흘 전에 먹었을 음식이 담긴, 빈 그릇이 있었다.
음식을 담고 있던 그릇은 따뜻했고, 마시던 물잔의 물은 조금도 마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계는 이제 막 분침을 째깍 움직였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속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정신과 신체의 시간이 일치하지 않아서, 놀이기구를 타고 온 것처럼 어지러웠다.
몸이 현실에서 벗어나 붕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먹었던 것을 전부 토해냈다.
그런데도 미카엘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내일 점심도 같이하지.”
녀석은 그대로 아무렇지 않게 식당을 나가버렸다.
반면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의자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 녀석과 매일 이런 훈련을 해야 한다.
이건 고문이다. 이대로 가면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시간을 견딘 덕에, 가능성 스킬을 더 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숙련도도 미약하게 올라 있었다.
다시 태풍과 싸우기 전까지 더 강해지려면, 솔직히 악마와 계약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견뎌야 했다.
‘구지상이랑 김신욱도 싫은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있는데, 길드장인 내가 꼴사납게 굴 수도 없고.’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잠시 식당 바닥에 몸을 눕혔다.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열흘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하고 혹사당하며 정신적 피로가 쌓였더니, 실제로는 1분밖에 안 지났어도 몸이 엄청 무거웠다.
눈꺼풀이 내려가고 잠이 쏟아졌다.
어차피 누가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아서 잠깐 눈을 감았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질 것 같던 때.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에 속닥거렸다.
『이유영은 노숙을 좋아하는군요.』
나는 소름이 끼쳐서 번쩍 눈을 떴다.
내 앞에는 더는 몸이 흐릿하지 않은 화신이 있었다.
화신은 벌떡 일어난 날 보며 킥킥대고 웃더니, 공중을 한 바퀴 날면서 말했다.
『최후의 노숙자 이걸 좀 보라구요, 드디어 시스템이 화신의 복구를 끝냈어요! 굉장하지 않나요?』
“누구보고 최후의 노숙자라는 거야? 그보다 너 언제 돌아왔어?”
『후후, 바로 지금 복구를 끝내고 왔죠. 이유영이 음식을 섭취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화신은 자신의 몸을 마구 뽐냈다.
꼬리를 살랑거리고 작은 팔을 들어 근육을 자랑하는 포즈를 취했다.
머리에 있던 하트가 분홍색으로 빛났고, 뭐, 건강해 보이긴 했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잘됐네. 앞으로는 다치지 마.”
『후후, 후후후…!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유영은 화신과 시스템을 걱정하는군요? 의외로 감성적인 면이 있네요!』
“사람 열받게 하는 건 시스템에 원래 있는 기능이냐?”
화신은 꼬리를 살랑거리며 내 얼굴을 쳤다.
확실히 시스템에 사람을 열받게 하는 기능이 있는 모양이다.
하필 몸에 힘이 없어서 녀석을 쫓아낼 수도 없었다.
화신은 열받게 하려고 작정한 건지 내 얼굴 위에 앉으며 말했다.
『아무튼, 시스템은 아직 ‘침입자’와 대치 중이에요. 어떻게든 포획해서 던전 안에 넣기 위해 열심히 사냥 중이죠!』
“그러고 보니 네가 태풍을 던전 안에 넣은 거지? 정신을 잃기 전에 널 봤던 것 같은데.”
『기억하는군요! 시스템은 태풍이 태어날 때 침입자가 나타날 것을 예측했어요. 던전에 가두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침입자는 태풍을 던전 안에 밀어 넣고 도망가 버리더군요.』
화신은 얼떨결에 잡은 태풍이라도 던전에 붙들어 두기 위해 시스템이 고생했다며, 내 얼굴 위에 앉은 채로 꼬리를 살랑거렸다.
어쨌든 시스템이 태풍을 던전 안에 묶어둔 덕에, 헌터들도 녀석과 싸움을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
게다가 시스템이 계속 침입자와 대치하고 있다면, 침입자가 다시 습격해 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다음 습격에선 녀석도 태풍처럼 던전 안에 갇힐 테니 말이다.
“태풍과 그 침입자를 물리쳐도 비슷한 게 한 마리 더 있는 거지? 오류가 만든 알이 세 개였다고 했으니까.”
『그렇죠, 그 세 마리가 힘을 합치면 인류는 또다시 큰 재앙에 빠지고 말 거예요. 그것만큼은 막기 위해 시스템도 고군분투 중인 거죠.』
미카엘과 내가 힘을 합쳐도 태풍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게다가 침입자의 공격에 사빈과 요한은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이다.
세계 1위 길드라고 불리는 에덴이 이렇게까지 당해버렸다.
만약 여기에 한 마리가 더 태어난다면, 회귀 전의 재앙이 다시 벌어지고 말 것이다.
긴장감 때문인지 슬슬 몸에 힘이 돌아오기 시작해서,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화신은 공중에 떠올라 나를 앞발로 척 가리키며, 비장하게 말했다.
『이유영, 마지막 알이 부화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유영은 반드시 태풍을 처리해 그 세 몬스터가 힘을 합칠 수 없도록 저지해야만 해요!』
“그래, 그러라고 떨어진 샛별도 업데이트해 준거잖아. 그러고 보니 떨어진 샛별은 갑자기 뭘 감지해서 업데이트된 거야?”
『후후, 그건 말이죠. ….』
화신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당황한 얼굴로 입꼬리만 움찔거리는 걸 봐선, 답이 안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녀석을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모르는 일이야?”
『시스템이 모르는 일은 없다구요? 하지만 간혹… 몇몇 아이템들은 시스템도 이해할 수 없는 자동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때가 있어요. 이번에 ‘떨어진 샛별’ 역시 이유영의 일기장을 감지하며 스스로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그 이유는… 미스테리에 남아있죠.』
그래서 시스템이 띄우는 안내창의 글자도 깨져 있었던 모양이다.
딱히 화신이 날 위해서 해 준 일은 아니었고, 그저 떨어진 샛별이 기특한 무기였던 것이다.
“왜 갑자기 검이 일기장을 흡수하게 된 건지도 모르는 거지?”
『’떨어진 샛별’은 사용자에 따라 개화하는 특성이 천차만별인 특수 아이템이에요. 보통 이런 아이템들은 사용자에게 ‘충성적’인 성향을 보이죠. 이번 업그레이드 역시 이유영에게 그 일기장이 필요하다는 걸 감지해서 스스로 진화했을 거예요.』
회귀 전 사용했을 땐 떨어진 샛별에 이런 기능은 없었다.
화신의 말대로, 내가 일기장을 되찾으려는 걸 알고 떨어진 샛별이 스스로 진화했던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진 샛별을 소환했다. 이 기특한 무기를 당장이라도 정성스럽게 닦아줘야 할 것 같았다.
잠시 앉아서 떨어진 샛별을 닦는 동안, 나는 화신과 이야기를 나눴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부터 회귀 전의 세상이나, 앞으로의 세상에 관한 얘기, 오류에 대한 것 등 정보를 교환하며 그간 하지 못했던 대화를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녀석은 회귀 전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다.
지금의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녀석이다.
내겐 없어져선 안 되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
그렇게 9일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미카엘과 매일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거의 세 달 가까이 그놈의 서브 스킬에 갇혀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 결과 나의 가능성 스킬에 변화가 생겼다.
– 분류: 메인 스킬
– 숙련도: 40%
「시전자의 염원을 이룰 가능성이 발견되면 발동합니다.」
….
현실로는 9일의 시간, 실제로는 세 달의 시간이 흘러, 가능성 스킬이 10%나 성장했다.
몬스터와의 전투도 없이 이 정도로 성장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혹독한 시간을 보냈지만, 스킬이 성장하며 새로운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이 가능성 스킬을 드디어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