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태풍 (1)
미카엘의 지휘에 따라 태풍 던전 공략대가 결성되었다.
러시아 헌터들과 터키, 핀란드 헌터들, 브라질과 한국 헌터들이 에덴을 도와 참전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미카엘을 설득해 간신히 사빈을 공략대에서 빼내는 데 성공했다.
미카엘은 사빈 역시 공략대에 넣으려 했으나, 나는 지금 상태의 사빈의 무력함, 나약함, 쓸모없음을 강조해 간신히 미카엘을 설득해냈다.
사빈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에덴 길드에 남는 편이 낫다.
그렇게 카린, 사빈, 요한, 그리고 그들을 지킬 몇몇 간부들과 최소한의 병력이 에덴에 남게 되었다.
결성된 공략대는 내일 출전을 위해 밤늦게까지 작전 회의를 진행했다.
후발대는 없다. 모든 것은 선발대가 해결해야 하며, 반드시 공략에 성공해 에덴을 ‘에덴’으로 굳건히 지켜야 한다.
미카엘 길드장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빡빡한 훈련을 해온 헌터들에게 마지막 휴식을 허용했다.
나는 길드원들과 함께 한국 숙소로 돌아왔다.
셋 다 끔찍한 훈련을 해오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숙소에 오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운 김신욱이 말했다.
“아, 진짜 한국 가고 싶어.”
“저도요….”
구지상도 근처에 엎어지며 중얼거렸다.
나도 소파 위에 누웠다. 에덴에 온 지 현실 시간으로 3주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고, 나는 미카엘의 스킬로 인해 석 달 넘게 미카엘과 있어야 했다.
진심으로 이유 길드가 그리웠다.
그때 누워있던 김신욱이 고개만 들어 올리며 내게 말했다.
“야, 길드장. 너 길드 사람들한테 살아있다고 연락했어?”
“전파가 안 터져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어. 핸드폰도 부서졌고.”
“그럼 걔네는 우리 여기서 뒤진 줄 알겠네.”
김신욱은 핸드폰을 꺼내 이것저것 터치해 댔지만, 역시 전파가 안 터지는 듯 포기하고 집어넣었다.
요 며칠간 우리는 무인도에 떨어진 것처럼 외부와 연락이 불가능했다.
인터넷도 안되어서 외부 소식을 접할 방법도 없었다.
하도 궁금해서 미카엘한테 물어봤더니, 미국 측과 에덴 간부들의 공통 의견으로 현재 언론은 통제되고 있다고 한다.
밖에서도 에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미카엘마저 웜홀을 열어 미국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러 갔던 걸 생각하면, 해결책은 없어 보였다.
어쩌면 던전을 공략하고 나와도 여전히 에덴에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에덴이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요한이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는 수밖에 없다.
뭐, 그래도 이유 길드 사람들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고주연은 우리가 알아서 돌아오길 기다리며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신윤현과 윤지석도 다 큰 어른인데 침착하게 기다릴 것 같고.
진준성은 많이 걱정하겠지만, 다행히 녀석한테 부협회장을 붙여뒀다. 부협회장이라면 진준성이 쓸데없는 걱정에 시달리는 걸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김신욱을 데리고 왔으니, 부산 길드에선 상당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게다가 구원 길드, 현 본 길드의 헌터들 역시 구지상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을 게 눈에 선했다.
수호 길드 사람들도 심란해할 것 같고. 야생의 몬스터 팀이나, 천혜 길드도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듯했다.
태풍을 공략하고 사빈과 요한이 원래대로 되돌아오게 만든 다음, 카린과 파티를 열면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넉 달 가까이 에덴에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오랫동안 한국 사람들을 못 만난 기분이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마침 김신욱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말문을 열었다.
“제발 한국 음식 좀 먹고 싶다. 이유영이 허구한 날 먹던 국밥까지 그리울 지경이다.”
“저도요… 이유영 씨가 매일 드시던 짜장면마저 그리워요.”
내가 맨날 국밥이랑 짜장면만 먹었나?
생각해 보니 아침에는 국밥, 점심에는 짜장면, 저녁에는 국밥을 먹었다.
물론 허구한 날 길드에 붙어 있던 우리 셋은 대체로 밥을 같이 먹었기 때문에, 나랑 같은 걸 먹어야 했다. 내가 돈을 내기 때문이다.
신윤현이 오고 나서야 우리는 다양한 걸 먹기 시작했다.
먹는 얘기를 하다 보니 신윤현이 끓여준 된장찌개와 쌀밥이 그리웠다.
뭐든 좋으니, 스테이크와 토마토 수프를 제외한 다른 걸 먹고 싶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한국 돌아가면 지겹게 먹게 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한 번이면 돼.”
“전 두 번도 먹을 수 있어요.”
두 녀석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나는 길드장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나 짐가방에서 신윤현이 두둑이 챙겨준 신경안정제를 꺼냈다.
한국 음식은 없지만, 어쨌든 이것도 신윤현이 만들었고 뱃속으로 들어가니까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다.
나는 두 녀석한테 신경안정제를 건네줬고, 우리는 나란히 신경안정제를 까서 먹었다.
약병에 시든 딸기 같은 게 그려져 있어서인지 딸기 맛이 났다. 신윤현이 우리를 위해 맛까지 신경 써준 모양이다.
그러던 중, 문득 구지상이 내게 물었다.
“이유영 씨는 미카엘 길드장님한테 훈련받으셨죠? 안 힘드셨어요?”
내가 매일 점심시간마다 미카엘에게 불려가 3년은 늙은 얼굴로 돌아왔기 때문에, 이 두 녀석도 금방 눈치를 챘다.
다만 우리 셋은 대화할 시간도 없이 훈련해야 해서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나는 그간 미카엘과 함께했던 끔찍한 시간을 찬찬히 떠올리며 답했다.
“한 번 불려갈 때마다 미카엘의 서브 스킬에 열흘씩 갇혀 있었습니다. 덕분에 스킬이 성장하긴 했습니다.”
김신욱은 열흘씩 갇혀 있는 게 뭐냐고 물었고, 구지상은 미카엘의 서브 스킬에 대해 설명해줬다.
구지상도 알고 있는 걸 보면 미카엘의 스킬에 갇힌 적이 있는 모양이다.
두 녀석이 날 동정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길래, 물어봤다.
“두 분도 스파링 그라운드에서 매번 밤을 새우던 것 같은데, 훈련한 성과가 있습니까?”
“음. 적어도 사빈 씨가 무리해 주신 것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성장한 것 같아요.”
구지상은 나쟈와 사빈에게 싸움을 배웠으니, 아마 처음엔 애 좀 먹었을 것이다.
구지상은 정직하고 광범위한, 강력한 공격을 할 줄 아는 헌터다.
반면 사빈은 구지상과 완전히 반대되는 전술로 싸운다. 가볍고 날카로우며, 눈속임으로 방심을 유도한다.
거기에 나쟈까지 가세했으니, 속임수 덩어리와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구지상은 너무 정직한 게 약점인 만큼, 이번 훈련을 통해 배운 게 꽤 많았을 것이다.
사빈도 자기 상태가 불안정한 대신 구지상을 키우는 데 힘을 썼을 테니 믿을 수 있었다.
한편 김신욱은 잠깐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문득 말을 꺼냈다.
“내가…… 꿈을 꿨거든. 꿈에서 내 스킬이 나한테, 내가 격이 떨어져서 같이 싸우기 싫다고 개 같은 말을 했단 말이지. 너넨 이게 뭔 상황이라고 생각하냐?”
웃긴 상황이었지만 구지상도 나도 웃지 않았다.
메인 스킬이 말을 걸어오는 꿈은 헌터가 성장할 때 나타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스킬이 제 힘을 발휘하려면, 헌터는 스킬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
김신욱이 마르코와 훈련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헌터로서 제대로 한 단계 올라간 것 같았다.
나는 녀석한테 말했다.
“네가 말이 통할 만큼 성장했으니까, 창이 그런 말을 했겠지.”
“그럼… 이전까진 내가 대화할 가치도 없었다는 거잖아. 고작 스킬 주제에 왜 이렇게 건방져?”
그건 스킬이 주인을 닮기 때문이다.
잠시 옆을 보니 구지상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신욱은 투덜거리다가 마저 말했다.
“이유영 네가 왜 기초 쌓으라고 했는지 알겠네, 보통 격 떨어진다는 건 기본도 모른다는 거잖아. 보니까… 어쨌든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더라고.”
김신욱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녀석이 꿈에서 다짜고짜 욕을 먹어도 왜 욕을 먹었는지 고민한다는 건, 엄청난 발전이다.
마르코와의 전투에서 깨달은 게 많았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그 브라질 스파이도 김신욱이 대련을 이어갈수록 깨닫는 게 있을 수밖에 없는 헌터였다.
마르코는 기본적인 격투술이 탄탄한 헌터다.
치사하게 싸우면 김신욱이 곧잘 이겼겠지만, 반복적으로 대련을 이어가다 보면 속임수를 쓸 수 없게 되니, 기초가 단련된 헌터가 승리하게 된다.
아마 김신욱은 그 헌터한테 꽤 많이 졌을 것이다.
패배가 누적되면 대련은 당연히 지루해진다.
김신욱처럼 자존심이 센 녀석은 더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지루함을 참고 끈질기게 싸우다 보면, 사람의 뇌는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견디기 위해 상대방에게서 새로운 걸 찾아내려 한다.
그렇게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게 바로 발전이다.
전혀 모르던 것을 알고 있던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도 태어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진다.
그리고 당연히 넓게 볼 줄 아는 헌터가 더 잘 싸우기 마련이다.
“두 사람 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발전하신 것 같네요.”
이 정도면 내일 태풍과 싸워도 죽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미카엘과의 훈련으로 스킬이 발전했고, 미카엘도 내게 끊임없이 스킬을 걸어댄 덕에 명령이 전달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인터벌이 줄어든 듯했다.
화신은 태풍 역시 던전에서 헌터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놨을 테니,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당부했다.
태풍 역시 전투를 학습하는 특성을 보였으니, 던전에 갇혀 있는 동안 발전하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전 전투로 녀석에게서 상당히 많은 일기장을 빼앗아 온 만큼, 승리가 코앞에 있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내일 꼭 이깁시다.”
“그래, 제발 한국 좀 돌아가자.”
“좋아요, 이기자!”
우리는 승리를 다짐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국밥과 짜장면을, 신윤현의 밥을 다시 먹기 위해서라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이유 길드 사람들과 다른 길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나는 여전히 요한의 곁에 있는 카린을 위해서 다시 한번 승리를 다짐했다.
이번 전투에서 태풍을 물리쳐야, 오류가 만들어 낸 세 개의 알의 특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요한과 사빈을 원래대로 되돌릴 단서가 있다.
***
다음 날.
나는 길드원들과 함께 집합 장소인 에덴의 1층 홀로 향했다.
홀에는 남아있던 타국의 헌터들과 에덴의 헌터들이 정렬을 맞춰 서 있었다.
저 멀리에는 카린이 에덴 간부들과 함께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카린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어젯밤 정해진 대열에 맞춰 최전방에 섰다.
곧 이 공략대를 지휘할 지휘관이 두 명의 간부와 함께 다가왔다.
미카엘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으로 공략대를 한 번 눈으로 훑었다.
녀석은 절대적인 권위가 깃든 낮고 꽉 막힌 목소리로 공략대에게 말했다.
“에덴은 승리한다. 오늘의 승리는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존재에게 보내는 선전 포고가 될 것이다.”
그 선언에 에덴의 헌터들은 크게 환호했다.
저건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존재, 오류에게 보내는 선전 포고다.
이번 승리는 인류의 적, ‘오류’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