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태풍 (2)
공략대는 에덴의 지하 쓰레기장에 있는 게이트로 향했다.
에덴의 헌터들은 미카엘의 지휘에 따르고 있어서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고, 타국의 헌터들은 에덴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떠들었다.
전방에는 나와 우리 길드원들, 그리고 나쟈와 브라질 헌터 마르코가 함께 있었다.
나쟈는 김신욱이랑 떠들고 있었고, 마르코는 제일 뒤에서 묵묵히 따라왔다.
우리 다섯 명은 유사시에 별동대로 행동해야 하는 한 팀이다.
어색해도 보스 몬스터를 만나기 전까진 계속 함께 다녀야 했다.
문득 내 옆에 있던 구지상이 말했다.
“이유영 씨, 어제 일식 있었는데 보셨어요? 대낮에 하늘이 캄캄해졌는데.”
“실내에만 있어서 몰랐습니다. 하필 던전 들어가기 전에 일식이라니, 묘하네요.”
“일식은 좋은 징조예요! 저희 들어가기 전에 파이팅 한 번 하고 갈까요?”
일식이 왜 좋은 징조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지상은 뭔가 자신감이 붙어서 쾌활해 보였다.
미신 같은 걸 믿는 타입이었나.
어쨌든 이 녀석의 활기찬 에너지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저 앞에 서 있는 미카엘을 흘긋 봤다가, 김신욱에게 손짓하며 구지상과 함께 손을 모았다.
김신욱은 유치하게 뭐 하는 짓이냐면서도 손을 얹었다.
나는 나쟈와 마르코에게도 오라고 손짓했고, 그 둘은 황당해하면서도 같이 손을 모았다.
구지상은 어울려 준 게 좋은 건지 실실 웃으면서 외쳤다.
“모두 힘을 합쳐 반드시 이기고 돌아옵시다!”
구지상을 제외한 모두가 유치하다고 투덜거렸지만,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승리를 다짐하며 게이트에 진입했다.
***
몇만 개의 던전 공략법을 알고 있는 나도 이 던전의 공략법은 알 수 없었다.
게이트 너머로 무엇이 펼쳐질지, 어떤 몬스터들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잡몹이 있을지, 그 몬스터들의 공략법은 무엇인지, 던전 기믹은 무엇인지, 직접 부딪혀서 알아내야 한다.
나는 긴장하며 게이트를 넘어섰다.
몸이 블랙홀에 흡수되듯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몸이 정전되듯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걸 거부당하는 것 같았다.
그때, 눈앞에 시스템 알림창이 떠올랐다.
「오류!」
「오류!」
당혹스러운 것도 찰나였다.
공중에서 전기가 파직거리더니, 시스템 알림창을 좀먹듯이 해체하며 새로운 적색 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적색 창에는 깨진 글씨가 한 글자씩 입력되었다.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인류의 ■■,」
「그리고 그들의 화신, ■■의 인류여.」
「모쪼록 정답을 찾는 여정이 되기를.」
시스템이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짓을?
머리가 이성적으로 답을 찾으려 했으나, 이미 감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이런 짓을 할만한 놈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것은 오류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다.
‘인류의 ■■’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뒷말은 ‘최후의 인류’인 나를 가리키는 게 분명했다.
오류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내가 발버둥 치는 것을 관람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노가 들끓었다.
나는 아직도 이 녀석이 어디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지 모른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이 녀석을 죽이기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오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그 무력감에 화가 났다.
분노는 인간의 원동력 중 하나이다.
나는 증오심을 태우며 이 녀석을 죽일 때까진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다짐을 새겼다.
오류가 말하는 ‘정답’이나 ‘여정’ 따위의 말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 던전에서 내가 쟁취할 것은 오직 승리뿐이다.
.
.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숲속에 떨어져 있었다.
게이트에 이상 현상이 생긴 건지, 공략대가 모두 뿔뿔이 흩어져버린 듯했다.
내 옆에는 나랑 같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나쟈랑 김신욱이 엎어져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을 흔들어 깨우며, 천리안으로 근처를 살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구지상과 마르코를 발견했지만, 나머지 공략대원들은 찾을 수 없었다.
우선은 구지상과 마르코부터 나를 발견하도록 신호탄이라도 쏘아 올려야 할 것 같았다.
낙뢰를 쏘려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때, 하늘 위에 있는 이상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청명하게 푸른 하늘에 섬 같은 게 둥둥 떠 있었다.
구름 사이로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나무와 풀, 꽃이 무성해 보이는 낙원 같은 섬이 하늘에 떠 있었다.
이곳이 던전이라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마침 깨어난 김신욱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뭐냐, 저건?”
“글쎄, 천리안으로는 섬 내부가 안 보여.”
“나 참… 다른 공략대원들은 어딨어?”
공략대원들도 우리처럼 어딘가에 낙오되어 있을 텐데, 이 숲에는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저 위, 하늘 섬에 있을 것이다.
“저 위에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나쟈도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며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던 나쟈는 상태창부터 켰다.
하지만 원하던 정보를 얻지 못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희 던전 안내창 떴니?”
“안 떴습니다. 아마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듯합니다.”
시스템이 오류의 침입을 받아서 문제가 생긴 듯,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떠올라야 할 던전 안내창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여파로 게이트도 말썽을 일으켜 공략대를 전부 해체해 놓은 듯했다.
나쟈는 다급하게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물었다.
“미카엘은 어딨어? 다른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구지상 씨랑 마르코 씨가 있긴 했는데, 그 외에 공략대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쟈는 잠시 안색이 파리해지더니, 나랑 김신욱을 힐긋 보고서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있었다.
김신욱이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두 분도 게이트를 넘는 도중에 오류 알림을 보셨습니까?”
“오류 메시지가 두 번인가 뜨긴 했는데… 설마 시스템에서 문제가 일어난 거야?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아 뭐, 살았으면 됐지. 상태창도 멀쩡하고 스킬도 잘만 발동되는구만.”
오류 메시지에 대한 것만 얘기하는 걸 보면 ‘오류’가 보내는 메시지는 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걸 공략대 모두가 봤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테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때, 김신욱이 스킬을 발동해 창을 만들어내더니, 하늘 위로 힘껏 던져 올렸다.
창은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갔다.
“구 씨랑 마르코가 이 근처에 있다며. 저거 보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천리안으로 확인해 보니 구지상과 마르코 둘 다 빛의 창을 보고 이쪽으로 찾아오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이 오면 저 하늘섬 위로 올라갈 대책 회의부터 세워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김신욱이 던진 창을 향해 한 무리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무리 지어 몰려와, 김신욱이 던진 빛의 창을 마구 물어뜯었다.
그 탓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튼튼한 빛의 창이, 빛무리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잠시 그 광경을 쳐다봤다.
원숭이들은 우리에겐 달려들지 않았고, 다시 하늘섬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하늘섬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감지하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하늘섬에 지켜야 할 보스 몬스터가 있다는 뜻이다.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라도, 공략대와 합류하기 위해서라도, 저 위로 올라가야 했다.
곧 구지상과 마르코가 합류했고, 우리는 현재 상황에 대해 공유하며 빠르게 하늘섬에 올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올라가는 방법이었다.
첫 번째 방법으로, 구지상이 메인 스킬, 대지의 포효를 사용해 땅을 들어 올려 언덕을 만들어 봤다.
땅이 뒤집히고 우리도 지진에 휩쓸리며 언덕이 한없이 높이 솟아올랐지만, 하늘섬에 닿기엔 어림도 없었다.
두 번째 방법으로, 내가 가능성 스킬 중 목단의 줄기를 사용해, ‘잭과 콩나무’처럼 목단 나무를 키워봤다.
하지만 아무리 나무를 키워도 저 높은 곳에 있는 하늘섬에 닿을 것 같진 않았다.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별짓을 다 했으나 모조리 실패했다.
게다가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계속 방해해서 더 쉽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한심하게 지켜보던 나쟈가 중얼거렸다.
“하… 내 인생에는 왜 이렇게까지 바보 같은 애들만 꼬이는 걸까?”
“그럼 네가 좀 해봐. 너 유령 되는 게 특기잖아. 뭐 유령처럼 날아서 가는 방법 없냐?”
김신욱의 말에 나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넌 빙의라는 게 뭔지 모르니? 난 정신세계에 침입하는 거지, 유령이 되는 게 아니란다.”
“그게 그거지. 아무튼 방법 없냐고.”
나쟈는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는 원숭이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여전히 섬을 지키고 있었다.
“저 원숭이들 말인데, 대장이 있는 것 같지 않니? 걔를 끌어내 봐. 그럼 내가 도와줄게.”
확실히, 원숭이 군단은 우르르 몰려 왔다가 다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보통 저런 무리에는 대장이 있기 마련이다.
어쨌든 하늘섬에 오르려면 저 원숭이 무리부터 해치워야 하기도 하니, 나쟈의 말대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대장을 끌어내는 쉬운 방법은 그 부하를 없애는 것이다.
원숭이들 몇 마리를 없애면 대장이 알아서 나올 듯했다.
나는 원숭이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하늘의 구름을 향해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직!
구름으로 쏘아 올린 번개가, 곧 낙뢰가 되어 떨어져 내렸다.
쾅 쾅 소리를 내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려쳤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날아다니다가 벼락에 맞고 타서 재가 되어 사라지거나, 놀라서 하늘섬으로 도망쳐 갔다.
그 모습을 보던 김신욱이 중얼거렸다.
“뭐냐 이 스킬? 너 이런 거 없었잖아.”
“새로 생겼어.”
마왕을 물리치고 얻은 스킬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그냥 뻔뻔하게 답했다.
김신욱이 사기라느니 뭐라고 중얼거리던 사이, 몇 마리의 원숭이가 두목으로 보이는 놈을 끌고 왔다.
두목은 날개가 달린 커다란 고릴라였다.
『감히 인간이 신의 영역에 발을 들이려는 것이냐!』
잡몹 주제에 언어 구사 능력이 꽤 높았다.
철갑옷을 입고 있던 고릴라는 창을 들고서 우리를 꿰뚫듯이 날아왔다.
“나쟈 씨,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쟈가 바라는 대로 대장 원숭이를 불러냈다.
당장 하늘을 날 방법이 없어서, 나쟈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쟈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젠 나한테 맡겨. 마르코, 내 몸 좀 챙겨놔.”
나쟈는 잠시 마르코에게 몸을 기대고 서서 기도하듯 두 손을 맞잡았다.
구지상은 대지의 포효를 펼쳐 돌진해 오는 고릴라를 막으려 했고, 김신욱은 빛의 창을 소환해 공격 태세를 갖췄다.
곧 고릴라가 곡예비행을 하며 구지상이 세운 방벽을 피했고, 곧장 우리에게 창을 던졌다.
챙!
하지만 김신욱이 고릴라가 던진 창을 받아 쳐냈다. 능숙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목단의 줄기를 발동해, 고릴라의 사지를 포박했고 곧장 땅 위로 떨어트렸다.
쿵!!
고릴라는 힘으로 목단의 줄기를 뜯어내고 있었다.
나는 줄기로 고릴라를 옭아매며 나쟈를 바라봤고, 나쟈는 어느샌가 마르코에게 기댄 채로 쓰러져 있었다.
『크으윽…!』
그때, 고릴라가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녀석의 험악하던 표정이 점차 풀어졌고, 눈이 나쟈의 눈처럼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곧 경련을 멈춘 몬스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고릴라는 투박한 손바닥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얘는 좀 튼튼한 몬스터인가 보네. 당장 너네 데리고 저기까지 날아가야 할 것 같은데? 내 빙의 능력은 시간제한이 있거든.”
우리는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릴라가 나쟈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쟈가 고릴라 몬스터의 몸에 빙의한 것이다.
고릴라는 우릴 언짢게 쳐다보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뭐니, 그 표정은. 이래서 몬스터에 빙의하기 싫다니까. 내 말 못 들었니? 얼른 올라타! 빙의 풀려버린다고.”
고릴라는 사람 하나만 한 손을 펼쳐 김신욱과 구지상, 마르코와 본인의 몸, 나를 쓸어담고 등 뒤에 올라타게 만들었다.
마르코도 익숙지 않은 듯 쓰러져 있는 나쟈의 몸을 어색하게 챙겨 들며 고릴라 위에 올라탔다.
우리는 고릴라의 털을 움켜쥐었고, 고릴라는 등에 달려있던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나쟈가 빙의한 고릴라가 향한 곳은 하늘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