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태풍 (3)
나쟈는 날개 달린 고릴라 몬스터에 빙의해, 우리를 태우고서 하늘섬을 향해 날아올랐다.
뭔 짓을 해도 날아오를 방법이 없었는데, 나쟈의 빙의 스킬 덕분에 지금은 상공을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특이한 스킬이라고 생각했지만, 몬스터에게도 쓸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생각할수록 굉장한 스킬이었다.
헌터가 몬스터에 빙의할 수 있다면 전략이 다양해진다. 지금처럼 불가능한 일도 가능해지고 말이다.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이런 스킬을 만성을 위해서 쓰는 건 아깝지 않습니까?”
“누군 쓰고 싶어서 쓰는 줄 아니? 모르면 말을 말아.”
나쟈는 고릴라의 입으로 새초롬하게 답했다.
신기하게도 몬스터가 나쟈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람한테 빙의할 땐 안 그렇더니, 몬스터한테 빙의할 땐 본인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문득 나쟈가 뒤를 힐끔거리며 말했다.
“마르코, 내 몸 잘 챙기고 있지?”
“그래, 운전이나 잘하라고. 저 뒤에서 원숭이 떼가 몰려오는 것 같으니까.”
뒤를 보니, 날개가 달린 원숭이 떼가 우리에게 몰려오고 있었다.
끽끽대고 화를 내는 걸 보면, 우리가 이 고릴라한테 무슨 짓을 했다는 걸 금세 눈치챈 것 같았다.
녀석들은 우리를 향해 화살을 쏘거나 검을 휘둘러왔다.
마르코는 총을 쏴서 원숭이들을 한 마리씩 맞춰서 처리했고, 김신욱은 창을 휘두르며 검을 막았다.
나는 종종 날아오는 공격을 심판의 물로 막으며, 두 사람이 싸우는 걸 구경했다.
공중에선 할 게 없는 구지상도 나처럼 앉아서 둘을 구경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김신욱은 그런 우리를 보며 화를 냈다.
“구경만 하지 말고 도와라, 죽고 싶냐?”
“네가 잘 싸우니까 안 돕는 거지. 야, 뒤 조심해라.”
“김신욱 씨 파이팅!”
김신욱은 우리에게 욕하면서도 원숭이가 휘두르는 칼을 기가 막히게 받아쳤다.
나랑 구지상은 그 모습을 보며 박수를 쳐줬다.
마르코는 묵묵히 분신을 이용해 차분하게 전투했고, 그 덕에 원숭이 몬스터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고릴라 몸에 들어간 나쟈는 부리나케 날아서 하늘섬에 도달했다.
마르코의 분신이 싸우고 있던 탓에 나쟈의 몸은 내가 업고 있었다.
다다른 하늘섬에선 산뜻한 자연의 향기가 풍겨왔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 환상적인 풍경이 보였다.
나쟈는 급하게 하강해서 섬에 착지하려 했다.
너무 급하강한다 싶었는데, 슬슬 빙의가 풀리는 듯 고릴라의 몸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나쟈는 다급하게 외쳤다.
“구지상! 받을 준비 좀 해줘! 슬슬 빙의 풀려서 땅에 곤두박질칠 것 같아…!”
“알겠습니다!”
기운차게 답한 구지상은 겁도 없이 곧장 땅으로 뛰어내렸다.
아직 나무가 손톱만 해 보일 만큼 높은 상공이다.
놀라서 바닥을 내려다보자, 신나게 낙하하던 구지상은 메인 스킬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땅을 파도처럼 움직인 뒤, 서핑하듯 흐름을 타서 땅에 매끄럽게 착지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우리를 바라보며, 대지를 조종해 사람의 손을 만들었다.
흙으로 높고 거대한 기둥을 세워 사람의 손을 만들어내더니,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여 떨어지는 우리를 부드럽게 받았다.
덕분에 우리는 땅에 처박힐 일 없이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다.
볼 때마다 기가 막힌 스킬 활용력이었다.
나는 나쟈의 몸을 업은 채로 고릴라한테서 내려와, 천천히 땅을 밟았다.
땅에는 푸르른 풀이 자라 폭신거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땅은 비옥하고 한 곳에는 투명하게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곳곳에 탐스러운 과실이 열린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고, 성스러운 천사 조각상이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었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천사 조각상을 성스럽게 밝혔다.
보기만 해도 평화와 안식이 느껴지는 이곳은, 누가 봐도 에덴동산이었다.
그러나 반대편에는 소담하게 핀 연꽃들과 푸르고 곧은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거대한 황금색의 불상들이 놓인 이곳은 극락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곳에는 신선들이 뛰놀고 있었고, 어딘가에는 몸이 푸른 신이 소를 타고 있었으며, 어떤 종교의 상징으로 보이는 사람과 동물들의 조각상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그 탓에 신성한 성지가 아닌, 난잡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풍겼다.
스스로 신이라고 지칭한 몬스터가 급조해 낸 이상향에 걸맞은 장소였다.
나는 좀 더 멀리 내다보기 위해 심연의 천리안을 발동했다.
우선은 게이트에서 나오며 뿔뿔이 흩어진 공략대원들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천리안으로 좀 더 멀리 내다보려고 하면, 안개가 자욱하게 껴있어서 보이는 게 없었다.
고작 숲 너머의 연못 정도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내 옆에서 천이통을 사용하고 있던 구지상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유영 씨, 혹시 천리안으로 보이는 게 있나요? 제 귀로는 듣는 데 한계가 있네요.”
“안개가 껴서 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공략대원은 못 찾았고요.”
“저도 이 근처에서 사람의 소리는….”
그때 구지상이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똑같이 뒤를 돌아보니, 방금까지 우릴 태우고 온 고릴라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게 업혀있던 나쟈가 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걸 보면, 빙의가 풀린 모양이다.
구지상은 스킬을 발동하며 말했다.
“제가 처리할게요.”
녀석은 땅을 움직여 김신욱과 마르코부터 자기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거대한 대지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먹을 쥐고,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난 고릴라를 향해 내려쳤다.
쾅!!!!!
나쟈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질렀다.
“꺅!!”
하필 내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질러서 나도 깜짝 놀라야 했다.
나쟈는 나를 밀치고 내려오더니 구지상을 향해 소리쳤다.
“너 내가 스킬 좀 조용히 사용하라고 말했지!”
“그래도 몬스터는 벌써 사라졌어요…!”
구지상은 선생님한테 혼나는 학생처럼 답하며, 재가 되어 사라져가는 몬스터를 보여줬다.
구지상의 스킬에 고릴라 몬스터는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쟈는 구지상에게 퍼포먼스 하지 말라며 잔소리했다.
“죽이는 게 뭐 자랑이라고 이렇게 시끄럽게 굴어? 암살을 하라고, 암살을! 네가 죽였다는 걸 아무도 모르게 해!”
참 스파이다운 말이었다.
구지상은 시무룩해져서 나쟈의 잔소리를 들었다.
이 상황이 익숙해 보이는 걸 보면, 서로 훈련하면서 꽤 공유했던 게 꽤 많은 모양이다.
나는 티격거리는 둘을 내버려 두고,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벌레를 손으로 내쫓으며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흩어진 공략대원들을 찾으려면 안개로 가려진 곳에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김신욱과 마르코는 나를 따라오며 말했다.
“야, 근데 아까부터 벌레가 너무 많지 않냐?”
“독침을 쏘는 벌레들도 섞여 있다, 조심해.”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날벌레들이 우리 주변을 빙빙 날아다니며 귀찮게 하고 있었다.
화려한 날개의 나비와 시끄럽게 날갯짓하는 벌, 색깔이 화려한 딱정벌레 같은 것들이 날아다녔다. 걔 중에는 마르코의 말대로 독충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이 정도로 벌레가 모인다면, 몬스터의 짓이라고 봐야 한다.
나는 전부 지져버릴 심산으로 낙뢰 스킬을 발동하려 했다.
그런데 문득 김신욱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내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XX… 야, 저거. 저, 저거. 저거!!”
김신욱은 날 방패처럼 내세우며 뒤로 숨었다.
녀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런 오버를 떠는 것도 이해가 갈 만큼 흉측하게 생긴 게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바퀴벌레의 대가리를 달고 더듬이를 휘적이며, 머리 아래로는 어째서인지 천사의 모습을 한 괴생명체.
천사처럼 성스러운 육체에 머리 위로는 천사의 링까지 달고 있었으나, 깃털로 된 날개가 아닌, 갑충의 날개가 달려있었다.
존재만으로도 모독적인 놈이 사람의 두 다리를 움직이며 천천히 우릴 향해 다가왔다.
게다가 녀석의 주위로는 바퀴벌레들이 까맣게 군단을 이룬 채 우리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아 오지 마, 이 XX XXX!!”
김신욱은 욕을 하며 그 괴생명체를 향해 빛의 창을 집어 던졌다.
빛의 창은 쏜살같이 날아가 벌레 대가리의 정중앙에 꽂혔다.
푹!
그러나 놈은 잠시 몸을 꿈틀댈 뿐, 타격이 없는 듯 다시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XX!!”
김신욱은 우릴 내팽개치고 자기 혼자 살겠다고 냅다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래 벌레는 밝은 곳에 모이기 마련이라, 많은 벌레들이 자체발광남 김신욱을 신나게 쫓아다녔다.
메인 스킬을 끄면 될걸, 녀석은 소리를 질러대며 더 멀리 달려갔다.
김신욱이 어그로를 끄는 사이, 나는 대가리에 빛의 창이 꽂힌 바퀴벌레 대가리의 천사를 향해 낙뢰를 내려쳤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직!
금색빛이 번쩍이며 벌레 대가리를 노렸으나, 녀석은 바퀴벌레들로 방벽을 세워서 내 전격을 방어했다.
벌레들이 날아와 녀석을 보호했고, 놈은 떨어진 스파크에 더듬이 끝만 살짝 탔을 뿐이었다.
다만 일부러 방어하는 걸 보니, 창에 꿰뚫리는 건 타격이 없어도 불에 타는 건 유효타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태우기만 하면 된다.
내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마르코가 말했다.
“불로 태워버리는 게 공략법인 것 같군. 내게 방법이 있다. 별로 쓰고 싶지 않은 스킬이지만… 지금으로선 이것만큼 좋은 대책이 없어.”
“무슨 방법입니까?”
마르코는 멀리서 우릴 포위하듯이 다가오는 또 다른 벌레 대가리들을 가리켰다.
모두 목 아래는 신성한 천사의 모습이었으나, 머리에 나비나 벌, 딱정벌레의 대가리를 달고 있었다.
“내겐 자폭이라는 스킬이 있다. 분신을 폭탄처럼 터트릴 수 있는 스킬이지. 저 몬스터들이 네 전기 공격마저 방어한다면,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뜻이다. 그런 녀석들을 확실히 처리하는 데 끌어안고 자폭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어.”
상당히 좋은 판단이었다. 스킬도 스킬이지만, 저 괴생명체 앞에서도 동요 없이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나쟈도 그렇고 마르코도 그렇고, 스파이 경력이 있어서인지 난감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았다.
마르코는 스킬을 발동해 분신을 하나씩 만들어내며 얘기했다.
“다만 이 자폭 능력이 위력이 너무 강해서 평상시엔 쓸 수 없다. 이 주변이 모조리 타버릴 거야.”
“구지상 씨가 있으니 그건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보다 분신을 자폭시키면 본체에는 영향이 없는 겁니까?”
“분신도 결국은 나라서, 자폭하는 고통이 나한테도 전해지긴 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야.”
마르코는 곧장 분신들을 하나씩 내보내, 벌레 대가리에게 뛰어들도록 만들었다.
그리고선 내게 손짓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어서 뛰어. 폭발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한다.”
나는 마르코를 따라 달리며, 구지상과 나쟈에게도 도망가라고 손짓했다.
김신욱은 이미 점처럼 작아 보일 만큼 멀어져 있었다.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니, 마르코의 분신들은 벌레 대가리들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있었다.
벌레 대가리들은 도망가는 우리를 향해 수많은 벌레떼를 내보냈고, 저게 벌레인지 검은 파도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많은 수의 벌레떼가 우릴 향해 밀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휩쓸리면 깔려서 질식당할 만큼 엄청난 수였다.
“꺄아아아악!!!”
멀리서 나쟈가 비명을 지르며 김신욱처럼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구지상은 대지의 포효를 발동해, 우리를 따라올 수 없도록 넓은 대지의 벽을 세웠고, 나는 벌레 떼를 향해 낙뢰를 내려쳤다.
파지직!
하지만 벌레가 그사이에 증식하고 있는 건지, 낙뢰 한두 방으로는 수가 줄지 않았다.
너무 많은, 그것도 날아다니는 벌레가 숨 막히게 밀려드는 탓에 구지상이 방벽을 세워도 소용이 없었다.
이젠 정말 마르코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을 돌리고 도망치는 데 집중했다.
옆에서 뛰고 있던 마르코는 심호흡을 하더니,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간다!”
그러자 뒤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콰과과과과광!!!!!
무언가 연속적으로 폭파하는 소리가 귀청을 찢을 정도로 크게 들어왔다.
마르코는 내 옆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나는 서둘러 마르코를 업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뒤에서 뜨거운 공기가 훅 밀려 들어왔고, 서두르지 않으면 불길에 휩싸일 것 같았다.
폭발의 여파를 구지상이 최선을 다해 막고 있었지만, 당장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위험할 만큼의 폭발이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나는 심판의 물을 발동해 솟아나는 물줄기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주변의 공략대원들까지 집어삼킬 만큼 위험한 폭발이긴 하지만, 그 덕에 벌레들은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
만약 분신의 수를 늘릴수록 그 폭발력이 배가 될 테니, 지금보다 더 큰 위력의 광역 공격도 가능할 것이다.
이 정도의 광범위 공격이 가능한 헌터는 상당히 드물다.
잠시 뒤, 나는 마르코에게 생명의 의지를 발동해 치유하며, 폭발로 새카맣게 타버린 곳을 바라봤다.
능력이 굉장한 만큼, 마르코에게 가해지는 여파가 상당히 큰 것 같았다.
아까는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더니, 지금 마르코는 흰자만 뜬 채로 기절해 있었다.
이 녀석 은근히 허세가 심한 모양이다.
어쨌든 마르코의 활약으로 징그러운 벌레 대가리와 벌레떼들까지 모두 불타서 사라졌다.
나쟈와 김신욱은 심력을 너무 소모한 듯 엎어져 쓰러졌고, 구지상은 서브 스킬로 이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향해야 할 곳은 이 급조된 낙원보다 더 수상하게 생긴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