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태풍 (4)
마르코가 깨어난 뒤, 우리는 다음 장소로 향했다.
구지상과 내가 탐색해 본 결과, 이 급조된 낙원을 벗어나려면 다리를 하나 건너야 했다.
다리를 건넌 곳에는 절벽이 하나 있고, 그 절벽을 넘으면 안개가 자욱하게 낀 곳에 도달할 수 있다.
이 하늘섬은 멀리서 봤을 때 계단처럼 위로 오를 수 있게 생겼다.
급조된 낙원의 가운데에 절벽이 있고, 절벽에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안개가 자욱한 곳에 도달하고, 아마 그곳에서도 위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 층을 오르면, 꼭대기에 보스 몬스터인 ‘태풍’이 있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사라진 공략대원들을 만나려면, 지금으로선 그곳에 가는 수밖에 없다.
천리안으로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구지상의 천이통으로도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저 안개를 넘어야만 사람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꽃밭 하나를 지나, 다리가 놓인 연못 앞에 도달했다.
연못 주변에 푸른 소나무들이 심겨 있었고 수행하고 있는 불자들의 석상이 세워져 있어서, 지엄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풍겼다.
김신욱은 주위를 둘러보며 투덜거렸다.
“천사에 승려에, 아주 종교 대통합이 따로 없네.”
“혹시 여기 종교 있는 사람?”
나쟈의 질문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다들 종교가 없는 듯했다.
나쟈는 조용한 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착한 애가 하나도 없다 했더니. 그럴 줄 알았어.”
“그러는 너도 무교잖아.”
“그래서 불만이니?”
나쟈랑 김신욱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연못 주위를 살폈다.
넓고 어두운 연못에는 붉은색의 다리가 하나 놓여 있었다. 저 다리만이 이 연못을 건널 유일한 방법이었다.
연못에는 사람보다 큰 연꽃들이 한가득 심겨 있었다.
던전 밖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크기였다.
봉우리를 틔우지 않은 꽃이나, 활짝 피운 꽃이나, 전부 거인의 손바닥처럼 커다랬다.
다리 앞에는 묘한 향기를 풍기는 향로가 있었다.
향을 맡아도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지 않는 걸 보면,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건 아닌 듯했다.
다리 위에 올라서 보니,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했고 다리 자체에 특별한 기믹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나는 여전히 떠들고 있는 대원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다리를 건널 겁니다. 전방에는 저랑 김신욱이, 후방에는 구지상 씨가, 중간에 나쟈 씨와 마르코 씨가 서서 건너죠.”
“좋아요!”
“구지상 씨는 다리가 끊길 경우를 대비해 주시고, 몬스터 대처는 저랑 김신욱이 할 겁니다. 마르코 씨와 나쟈 씨는 지원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구지상이 신나서 대답했고, 다른 녀석들도 불만이 없는 듯했다.
나는 먼저 나서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말한 대로 나를 따라서 다리를 건넜다.
김신욱은 내 옆에서 따라오며 중얼거렸다.
“너 아까부터 왜 이렇게 나만 싸우게 하냐?”
“그랬나?”
“원숭이 새끼들이랑 싸울 때부터 자꾸 나만 위험한 전투하게 만들잖아.”
아까 벌레 대가리들이 나타날 때 부리나케 도망쳤던 건 기억 못 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악마의 미궁 때나, 부산 던전에 비교하면 김신욱을 전면에 내세워 전투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나는 대충 답했다.
“네가 쓸만하니까 싸우게 하는 거지. 너 잘 싸우잖아.”
“내가 물건이냐? 웃기는 놈이네.”
녀석은 투덜대면서도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해 뒀으니 이제 열심히 싸울 것이다.
그런데 별 탈 없이 다리를 건너던 중, 맑은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만큼 구름이 어둡게 모였다.
비가 내리면 낙뢰를 쓰기 어려워진다.
나는 서둘러 다리를 건너기 위해 걷는 속도를 높였으나, 야속하게도 다리의 중반쯤 도달했을 땐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솨아아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억세게 쏟아졌다.
일행들이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중, 고요하던 연못에도 파문이 일며 연꽃들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몇몇 연꽃 봉우리에서 빛이 새어 나오며 꽃잎이 벌어지고 있었다.
꽃이 완전히 피어나자, 그곳에는 괴생명체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몸은 곰이면서 머리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부처의 모습을 한 모독스러운 존재였다.
김신욱은 그걸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번엔 역겹진 않네.”
“그럼 아까처럼 도망가진 않을 거지?”
“야, 상식적으로 그런 벌레 대가리를 보고도 덤덤한 게 이상한 거 아니냐?”
뭐, 징그럽긴 했어도 그렇게 도망갈 정도는 아니었다.
잠깐 떠드는 사이 두 개의 연꽃이 더 피어났다.
그곳에는 머리는 호랑이이면서 몸은 불상인 놈과, 팔다리가 뭔진 몰라도 머리는 새 같은데 나머지는 불상인 녀석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세 놈이 나타나면서, 놈들은 동시에 합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바람이 격동하며 거대한 폭풍이 만들어졌다.
폭풍은 다리를 부수고서 우리를 향해 진격해 왔다.
“제가 수비할게요!”
구지상은 메인 스킬, 대지의 포효를 발동해 연못을 뒤집어엎었다.
연못 속에서 올라온 대지의 벽이 폭풍을 막았고, 다리가 끊이지 않도록 수비했다.
그사이 우리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달렸다.
비가 내리는 탓에 낙뢰를 쓰긴 어려운 상황이다.
심판의 물을 발동하면 구지상의 수비가 흔들릴 것 같았다.
발판이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만큼, 목단의 줄기를 사용하기도 어렵고.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는 열풍을 쓰기도 어려웠다.
교묘하게 내가 공격하기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때, 김신욱이 달리면서 말했다.
“야, 이유영. 일단 저것들부터 죽여야 하지 않냐? 몬스터는 우리가 상대한다며.”
“폭풍 속에서 싸우는 게 쉽지 않아. 당장은 다리를 건너는 게 우선이야.”
“그거 네가 그렇다는 거지? 어쨌든 저걸 죽이긴 해야 하는 거고.”
김신욱은 메인 스킬을 발동해 빛의 창을 소환하며, 난간 위로 뛰어올랐다.
녀석은 폼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죽여줄게. 너넨 뛰어라.”
쓸데없이 똥폼을 잡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녀석은 곧장 창을 두 개 더 뽑아내며 세 마리의 몬스터를 향해 쏜살같이 던졌다.
새의 날개를 가진 불상이 가장 먼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그것을 피했고, 나머지 둘은 합장을 풀며 손으로 창을 붙잡았다.
그 덕에 휘몰아치던 폭풍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김신욱은 날아오르려는 새를 향해 뛰어올랐다.
녀석은 창을 던져 새의 날개를 꿰뚫고, 수면 위의 연꽃을 밟으며 순식간에 몬스터에게 도달했다. 움직임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가뿐했다.
녀석은 추락하는 학의 다리를 붙잡고 힘으로 부러트렸다.
그 사이, 다른 두 몬스터가 손뼉을 부딪치고 합장을 시작했고, 거센 비가 내리며 앞을 향해 뛰는 것도 어려워졌다.
김신욱은 곧장 창으로 학의 머리를 꿰뚫어 재로 만들어 버린 뒤, 호랑이 머리를 한 불상을 향해 갔다.
연꽃을 밟고 연못을 빠르게 건너는 녀석은 바람의 방향을 이용해서 자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어느샌가 서브 스킬을 사용한 건지, 비상식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대담하면서도 정확하게 몬스터의 약점이 될 부위를 창으로 꿰뚫었고, 몬스터의 반격을 예측해서 확실하게 빈틈을 찔렀다.
지원할 필요가 없었다.
마르코는 총으로 몬스터를 겨누다가, 그 신들린 전투를 보고 총을 내렸다.
나쟈는 김신욱을 힐긋 보며 중얼거렸다.
“쟤 뭐야? 왜 저래?”
“우리랑 싸울 때는 실력을 감추고 있었나 보군….”
기특하게도 김신욱이 이 두 녀석 앞에선 서브 스킬을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양심 없이 김신욱에게 모든 걸 맡기고 달리며 말했다.
“원래 저희 길드원들은 던전에서 더 잘 싸웁니다.”
내 말에 나쟈랑 마르코가 질색했지만, 사실이었다.
지금의 김신욱이라면 딱히 도와주지 않아도 남은 한 놈까지 알아서 처치할 것 같았다.
게다가 구지상이 다리가 무너지지 않게 잘 막은 덕에, 순조롭게 다리를 건널 수도 있었다.
원래도 잘 싸우는 녀석들이었지만, 특훈하면서 더 성장했다.
길드장으로서 자랑하는 게 당연했다.
다리를 다 건널 때쯤, 김신욱도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고서 우리에게 합류했다.
서브 스킬을 썼다지만, 이 던전의 등급과 몬스터의 능력을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김신욱은 쫄딱 젖은 채로 호기롭게 웃으며 말했다.
“봤냐? 내가 세 마리 혼자서 다 처치한 거?”
“굉장하네. 다시 봤다, 넌 정말 대단해.”
“그치? 빨리 더 칭찬해 봐.”
나는 적당히 칭찬 같은 걸 해주면서 주변을 살폈다.
몬스터가 사라지면서 비가 그치고 화창한 하늘이 돌아왔다.
다만 다들 꼴사납게 젖어 있어서 옷을 말리고 가야 할 듯했다. 이대로 갔다간 괜히 체력만 소모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시 연못가에 앉아서 폭풍우에 젖은 옷과 신발을 말렸다.
스킬 열풍을 발동해, 이 녀석들이 벗어둔 옷과 신발을 드라이기로 말리듯이 말렸다.
열풍에 옷이 빠른 속도로 말라갔다.
문득 내가 하는 짓을 구경하던 구지상이 말했다.
“이유영 씨는 저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가끔 열 살은 차이 나는 것 같아요.”
“확실히 하는 짓이 노인네 같긴 하지.”
실제로는 저 두 놈과 열 살은 차이가 나니 당연하다.
나는 이 화제를 떠넘기기 위해 나쟈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나쟈 씨는 몇 살입니까?”
“얘, 여자의 나이를 물어보는 건 실례라는 말도 못 들어봤니?”
“서른이래요. 저보다 다섯 살 많다고 하더라고요.”
구지상이 나쟈 대신 대답했다.
나쟈는 구지상에게 그걸 왜 말하냐며 둘이서 티격태격 떠들었다.
얼굴은 20대 초반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의외로 나랑 나이가 비슷했다.
나는 마르코에게도 물었다.
“마르코 씨는 몇 살입니까?”
“스물여덟이다.”
“서른여덟이요?”
“스물여덟이라고.”
살면서 무슨 고생을 겪었길래, 당연히 세월을 두 배는 맞은 줄 알았다.
세상은 이렇게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나는 마르코의 시선을 무시하며 옷이나 말렸다.
이 앞부턴 더 험난한 길을 거쳐 가야 한다.
끝이 까마득한 절벽 위를 올라야 해서, 지금 가능한 체력을 비축해둬야 했다.
내가 인간 드라이기가 되어 옷을 말리는 동안, 다른 놈들은 편히 휴식을 취하며 떠들었다.
“다른 공략대 애들은 왜 안 보이는 거니? 적어도 미카엘은 나타나 줄 때가 됐잖아.”
“그러게요. 솔직히 여기 하늘섬에 올라오면 공략대원들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 자식들 설마 우리만 밀어 넣고 자기들은 쏙 빠진 건 아니겠지?”
“그럴 리는 없다. 다 같이 들어오는 걸 확인했으니까, 아마 이 섬 어딘가에 있겠지.”
멀리서 봤을 때 이 하늘섬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반드시 누군가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나쟈의 말대로, 미카엘은 뭐 하고 있길래 안 보이는지 의문이긴 했다.
뭐, 어디에 떨어졌든 간에 누구보다 빨리 보스 몬스터에게 도달할 놈이긴 하다.
아마 다른 공략대원들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섬의 꼭대기를 향해 가고 있을 듯했다.
우리의 목적지도 구름이 자욱하게 낀 섬의 꼭대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