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태풍 (10)
메인 스킬, ‘생명의 의지’를 가진 F급 방어계 헌터.
질 낮은 도끼를 휘둘러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고, 공략대의 고기 방패가 되는 것밖에 못 하는 쓸모없는 놈.
독기만 가득하고 실력은 없는데, 정신 나간 놈처럼 눈이 훼까닥 돌아있는 남자.
내 눈앞엔 미쳐있던 시절의 내가 있었다.
눈앞에 있는 나는 어째서인지, 날 향해 도끼를 휘두르며 죽이려 했다.
“넌 왜 그렇게 강하지? 너도 나잖아.”
녀석은 허접한 공격을 날리며 말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녀석은 이를 까득 물며 내 어깨를 찍어 내릴 듯이 도끼를 휘둘렀다.
힘이 너무 실려서 조잡한 공격이었다.
나는 주먹으로 도낏자루를 쳐서 부숴버리며,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큭…!”
녀석은 버둥거리며 내게 발길질을 했다.
내 손으로 젊은 시절의 날 죽여야 한다는 게 껄끄러웠지만, 뭐, 안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아귀에 힘을 주던 그때, 녀석이 문득 비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이려고? 이 살인마 새끼….”
“착각하지 마, 넌 사람이 아니야.”
“아니? 네 심장만 빼앗으면 나도 사람이 될 수 있어.”
순간, 녀석이 내 손을 이빨로 물어뜯으며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내 손에선 떨어져 나간 살점만큼 핏물이 흘렀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나는 생명의 의지로 복구되는 손을 내려다보며, 녀석에게 물었다.
“누가 그래?”
“누구긴. 날 만들어낸 놈이지.”
녀석의 눈에는 붉게 실핏줄이 돋아 있었다.
눈 밑엔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고, 늘상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탓에 인상도 사나웠다.
20대 중반의 나는 객관적으로 보니 상당히 꼴 보기 싫은 얼굴이었다.
저 당시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대학 동기들을 잃고, 내 주위의 모든 인간이 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굴러갔다.
당시의 나는 아버지를 잃은 그날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러나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흔히 각성자들을 시스템에게 선택받은 존재라며 떠받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각성자는 헌터가 되지 않으면 잠재적 살인자 취급을 받는다. 헌터가 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결국 사회의 요구에 따라, F급이라는 등급이 매겨진 채 헌터가 되어야 했다.
헌터 등록을 하고 나면 평범한 직장을 구할 수 없다.
던전 다니느라 바쁠 텐데 무슨 일을 하냐며, 세상은 친절하게 나를 던전으로 내몰았다.
나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던전을 공략하며 살아갔다.
몬스터를 죽이면 아버지와 친구들이 돌아오기라도 할 것처럼, 증오를 원동력 삼아 싸웠다.
그땐 제정신이 아니라서 정말 던전만 공략하고 다녔다.
밥도 먹지 않고, 던전이 열렸다는 소식만 뜨길 기다렸다.
그러나 F급이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은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당시엔 자가 치유 능력밖에 없었던 탓에, ‘폐급’ 취급을 받으며 던전에 들어가야 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땐 남이 나를 비난하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내 눈앞의 이유영은 그 시절의 나였다.
고주연도 만나기 전이라서 그냥 미친놈에 불과했다.
그래도 저게 정말 나라면, 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직!
나는 손에 전격을 담아 녀석의 심장을 꿰뚫으며 말했다.
“네가 나라면, 몬스터 말은 듣지 말아야지.”
“커흑…!”
녀석은 피를 울컥 토해내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다 생명이 꺼진 것처럼 축 늘어져 생기를 잃어갔다.
박동하던 심장은 서서히 활동을 멈췄다.
하지만 녀석은 좀비처럼 살아나 내 손을 붙잡았다.
터진 심장이 다시 복구되었고, 불 꺼진 눈동자에 빛이 들어왔다.
생명의 의지가 발동된 것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니 생명의 의지는 상당히 끈질기고 성가신 능력이었다.
심장을 찔러도 복구되고, 목이 잘려도 다시 자라난다.
언뜻 보면 불사처럼 보일 만큼 귀찮은 능력이다.
하지만 나를 죽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려면 뇌와 심장,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
즉, 뇌와 심장을 동시에 노리면 나를 죽일 수 있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F급인 녀석은 A급인 내 힘만으로도 두개골이 부서질 것처럼 연약했다.
이대로 녀석의 머리까지 부숴버리면 녀석은 죽을 것이다.
녀석은 내게 심장을 꿰뚫리고도 눈을 치켜뜨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 광기가 스며 있었다.
녀석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 날 죽이려고 해? 난 너잖아!”
“넌 몬스터야, 나는 헌터고.”
“아니… 넌 헌터라서 몬스터를 죽이는 게 아니잖아. 다른 대단하신 헌터 놈들과 다르게, 넌 그냥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한 거잖아!”
과연 나는 나였다.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난 헌터라는 직업 소명이 타고난 사람이 아니었다. 미카엘이나 구지상처럼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태어난 놈들과는 달랐다.
그러면 안 되나? 세상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사람이 사람 죽이는 것들한테 화내는 게 뭐가 문제야.”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감정적으로 대하는 순간부터 휘둘리는 것이었다.
나는 손에 전격을 담아, 녀석의 두개골을 으스러트렸다.
심장과 뇌에 회복 불가능할 전격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파지지지지직!
세상을 증오하는 것밖에 못 했던 20대의 나는 이렇게 못난 새끼였다.
그랬던 내게 처음으로 고주연이라는 동료가 생겼다.
김신욱이나 정하나 같은 친구가 생겼으며, 진준성과 노진수 같은 헌터들을 만났다.
사람을 만나며 나는 달라져 갔다.
미카엘과 사빈, 세계의 헌터들을 만나며 강해졌고, 나는 더는 증오심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싸웠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털썩
몬스터 이유영은 더는 생명의 의지를 발동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천천히 재가 되어 사라지는 녀석을 보며, 나는 던전에 들어왔을 때 봤던 오류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모쪼록 정답을 찾는 여정이 되기를.」
오류는 내게 어떤 선택지를 유도하고 있었다.
신을 모독하는 낙원, 해체된 공략대, 안개 속에서 홀로 남겨진 나.
그리고 죽여야 한다는 판단을 방해하는, 내 모습을 한 몬스터.
여기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인류를 구원할 신은 없고, 인류는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담합할 수 없으며, 결국 나는 혼자가 될 것이다.
나는 결국 몬스터와의 전쟁에서 지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을 멈추고 몬스터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오류가 생각하는 이 여정의 ‘정답’이었다.
녀석은 내 동료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었다.
몬스터 이유영을 죽이자마자, 주변의 안개가 사라졌기에 천리안을 통해 동료들의 전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료들은 어린 시절의 나와 싸우고 있었다.
오류는 내 동료들에게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나와 관련이 있다는 암시를 남긴 것이다.
그 암시는 녀석들이 날 의심하게 만들 것이다.
‘태풍’은 내 일기장으로 만들어진 만큼 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녀석들은 언제가 됐든 몬스터에게서 날 발견할 것이고, 결국 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과연 나는 내가 의지하고 신뢰하는 동료들로부터 적대받는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
문득 바람이 살랑이며 불어와 내 볼을 간질였다.
나는 쓸데없는 상념을 거두며,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경계했다.
갑자기 공기와 어울리지도 않는 바람이 불어온다는 건, 그 녀석이 나타난다는 징조나 다름없었다.
휘익!
순간 거센 바람이 눈앞에서 휘몰아쳤다.
눈도 뜨기 어려운 강력한 바람 속에서, 두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
손짓 한 번에 바람을 거두며 등장한 녀석은 이전의 야만적인 분위기가 사라져 있었다.
마치 바람의 신처럼 신성한 분위기를 만드는 녀석의 미간에는 제3의 눈이 여전하게 감겨 있었다.
자유롭게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녀석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 참, 기껏 심사숙고할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보람이 없구나.』
나는 곧장 떨어진 샛별을 소환하며, 녀석을 향해 검을 겨눴다.
녀석은 떨어진 샛별에 의해 상당히 많은 일기장을 빼앗겼다.
이전보다 힘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녀석은 여유롭게, 바람 위를 신선처럼 노닐며 말했다.
『이유영, 아직도 몬스터가 되기 싫은가 보구나. 어떤 인간에게도 이런 권유를 하지 않으니, 특별하게 생각할 만도 한데.』
어처구니없지만, 녀석은 친구처럼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검으로 녀석을 가리키며 답했다.
“나도 물어보자. 왜 나야? 미카엘이나 구지상도 아니고.”
『대답하면 몬스터가 될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녀석을 향해 떨어진 샛별을 휘둘렀다.
녀석은 가뿐하게 내 검을 피해버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유영아. 나도 ‘생각’이란 걸 해봤다. 이유영은 왜 몬스터가 되지 않는 것일까. 몬스터가 되면 영생을 누릴 수 있고, 신이 될 수 있으며, 아주 강한 힘까지 누릴 수 있는데.』
“그러니까, 왜 나한테 그러냐고.”
『그뿐이냐? 인류가 멸망해도 너 하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한가롭게 영생을 누리며 살 수 있단 말이다. 가끔은 나랑 힘겨루기를 하고, 전에 봤던 그 파란 머리랑 바둑 같은 것도 두면서. 듣기만 해도 즐겁지 않나?』
저 말은 또 한 번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며, 나를 최후의 인류로 남겨 몬스터로 박제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내 말은 무시한 채로 지껄이고 있는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나, 녀석은 곡예를 하듯이 검을 피하며 구름 위에 앉았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설득해도 너는 몬스터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다.』
순간, 녀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내 머리통을 부여잡았다.
나는 검을 휘둘러 놈의 팔을 베어내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검날이 허공을 통과하듯 녀석을 베지 못하며 빠져나가 버렸다.
바람을 베는 것처럼 허무하게 검날이 통과했다.
녀석은 당황한 내 모습을 즐기듯이 오만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유영, 너는 말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몰라.』
내 머리채를 틀어잡은 무지막지한 악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당황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검이 통하지 않는다면 스킬을 써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을 향해 입을 열며, 스킬을 발동하려 했다.
“그럴 리가. 적어도 너보단 잘 알걸?”
『아니지, 아니지…. 다른 인간들 말고. 네 생명의 소중함 말이다.』
순간, 녀석이 스킬을 발동하려던 내 오른팔을 뒤틀어 꺾었다.
“큭…!”
이건 분명, 지금 스킬을 쓰면 죽여버리겠다는 경고였다.
녀석은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농락하듯이, 꺾어버린 팔을 흔들며 말했다.
『모든 생명은 공평하게 단 한 번의 탄생과 죽음을 갖는데, 너는 너무 많이 죽어보고 되살아났다. 그러니 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를 수밖에.』
“죽일 듯이 팔을 꺾어놓고 잘도 지껄인다. 그래서 젊은 날의 나를 보여준 건가? 내가 날 죽이면서, 내 목숨이 얼마나 귀한지 깨달으라고?”
『잘 아는구나. 음, 똑똑해!』
녀석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지만, 참아야 한다.
좀 더 녀석이 방심한 틈을 노려 스킬을 발동해야 했다.
『그런데… 기껏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줘도 너는 변함이 없구나.』
그런데 순간적으로 녀석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공기가 서늘해졌고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흰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나며 나를 해체하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녀석이 방심하는 틈을 노려 한 방을 먹이려 했지만, 지금 당장이 아니면 녀석에게서 벗어날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곧장 녀석에게 박치기를 날렸고, 녀석이 내 팔을 놓친 틈을 타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콰가가가가각!
솟아오른 물줄기가 녀석을 내게서 밀쳐냈다.
간신히 녀석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으나, 고작 물줄기만으로는 녀석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
나는 곧장 낙뢰를 내리기 위해 스킬을 발동하려 했으나, 발동하는 순간 목이든 팔이든 날아갈 것 같은 섬뜩한 공포에 멈추고 말았다.
녀석에게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위압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자비로우니, 이유영, 네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려고 한다.』
녀석은 눈을 번뜩이며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녀석은 내 턱을 붙잡아 올렸고, 녀석의 제3의 눈이 감겨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시리게 빛나는 흰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그 눈과 마주친 순간, 위험한 감각이 엄습해왔다.
화아악!
블랙홀 속에 저항할 수 없이 휘말려 들어가듯, 내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어 녀석에게 흡수되었다.
나는 녀석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맥없이 쓰러지는 내 몸을 바라봐야 했다.
『’정답’을 찾을 때까지 번뇌해라.』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