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태풍 (12)
[ 메인 스킬, 가 상태이상을 감지합니다. ] [ 상태 이상, ‘번뇌’에 저항을 시도합니다. ]회귀 전, 한국의 5대 길드 체제가 붕괴된 이후.
사람들은 수호 길드와 부산 길드가 우리나라를 이끌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부산에 예상치 못한 재앙이 찾아왔다.
일본의 무인도에서 일어난 다량의 던전브레이크.
하필이면 탈출한 몬스터들의 등급은 S급이었고, 그것들은 바다를 건너와 부산을 습격했다.
바다를 헤엄쳐온 몬스터 ‘해룡’은 부산 바다를 뒤엎었고, 그 여파로 도시는 쑥대밭이 되었다.
도시는 물바다가 되었으며, 많은 시민들이 침수당해 목숨을 잃었다.
이 재앙을 타개한 건 부산 길드였다.
부산 길드는 길드원에게 해전을 대비한 전투 훈련을 시킨다. 그들이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언제나 바다 위에서였다.
노진수가 양성한 헌터들은 이미 해전에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부산 길드는 그 해룡들을 모두 진압하는 데 성공했다.
굉장한 업적이었다. 협회와 지원 헌터들이 오기 전에 진압에 성공한 것이다.
그 덕에 피해는 부산 해안에서 그칠 수 있었다.
모두가 부산 길드를 연호하며 안심했다.
그 누구도 이 재앙은 시작에 불과했음을 알지 못했다.
부산 길드가 해룡과 싸우는 동안, 바다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들이 있었다.
어인족. 두 다리가 달린 그 몬스터 무리는 육지로 걸어 나와 도시로 향했다.
닥치는 대로 인간을 잡아먹는 특성을 가진 그것들에 의해, 많은 사람이 사라졌다.
해룡과 달리 그것들은 굉장히 수가 많았다.
또한 S급답게 쉽게 죽지도 않았다.
하지만 노진수의 지휘 능력은 그것들에게 지지 않았다.
노진수는 다른 길드의 헌터들까지 통합해서 어인족과 맞서 싸웠다.
그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노진수의 전략적 대책에 빠르게 처리되었다.
협회가 없음에도 시민들의 대피가 침착하게 이뤄졌고, 시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부산은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노랫소리의 정체는 인어였다.
인어들의 노래는 헌터와 시민들 모두에게 상태이상을 불러일으켰다.
헌터들은 시민을 공격했고, 부산을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노진수는 끝까지 싸웠다.
그가 전설적인 이유는, 끝내 우병삼과 둘이서 모든 어인족들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우병삼은 끝내 목숨을 다해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바다에서 올라오는 심해종 몬스터를 상대한 건 노진수뿐이었다.
나는 이때 우연히 부산 근처에 있었다.
소란을 듣자마자 부산으로 뛰어왔지만, 이미 부산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홀로 S급 보스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노진수를 발견했고, 나는 서둘러 그를 엄호하러 달려갔다.
이 당시엔 나름대로 폐급에선 탈출했다고 할 수 있었다.
서브 스킬 천리안을 얻으면서, 솔로 헌터 중에선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어쨌든 죽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으로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수호 길드에서도 날 섭외하려 했었고, 우연히 김신욱과 던전에서 만나 친구 비슷한 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노진수도 나를 알아봤다.
“네가…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돌아가, 도망쳐서 지원을 불러와…!”
알고 있다. 저 멀리에선 더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고, 노진수는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상황이었다.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
노진수는 한 명이라도 더 도망칠 수 있도록 이미 넝마가 된 몸을 이끌고 시간을 끄는 중이었다.
나 같은 놈이 있어봤자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무기를 소환하며 말했다.
“제 별명이 불사의 헌터입니다. 지원이 올 때까지 맞고 버티기라도 하겠습니다. 돕게 해주세요.”
내 감이 말하고 있었다.
노진수는 곧 죽는다.
설령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를 도와야 했다.
“도망가라 안 했나!”
노진수는 내게 화를 냈으나, 나는 도망갈 수 없었다.
그에게서 필연적으로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고 있었으니까.
스각!
나는 심해종의 촉수를 단검으로 썰어내며 맞서 싸웠다.
더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썰고, 찌르고, 베어냈다. 노진수 역시 파괴적인 권법으로 몬스터들을 터트렸다.
지원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일념으로 싸웠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죽이는 속도보다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싸움 속에서, 나는 심해종의 이빨에 다리 하나를 잃고 말았다.
노진수의 체력도 진작에 바닥나 있었다.
끝내 그 역시 심해종의 촉수에 복부를 꿰뚫리고 말았다.
푹!
노진수는 끔찍하게 많은 양의 피를 쏟아냈다.
나는 서둘러 그를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다리를 잃은 놈이 제대로 뛰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안간힘을 쓰며 그에게 다가가는 사이, 노진수는 심해종에게 더 큰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부산 길드장님…!!”
이때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했던 걸까.
다시 생각해도 정답을 알 수 없다.
[ 메인 스킬, 가 상태이상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생명의 의지가 정신 차리라는 듯이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지금 상태이상, ‘번뇌’로 인해 끔찍한 기억을 다시 한번 경험하는 중이었다.
번뇌에 빠지지 말고 이 상태이상에서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한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과거를 마주했다.
과거의 나는 피를 쏟아내는 노진수를 데리고 그곳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보기 안타까운 꼴이었다. 결손 된 신체는 빠르게 자라나질 않았고, 노진수는 내게 몸을 맡기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노진수는 간신히 입을 움직여 목소리를 내려 했다.
“이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지원이 올 겁니다. 그때까지 버텨서….”
“내 아들에게 한마디만 전해주게….”
나는 본능적으로 노진수가 마지막이 될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를 살리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다.
내게 이끌려 가던 노진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죽을 때가 되긴 됐군…. 할 말이… 미안하다는 것밖에 안 떠오르는 걸… 보니….”
이건 결코 내가 들어야 할 말이 아니었다.
못난 아버지의 비겁한 사과였다.
나는 현실을 부정하며 외쳤다.
“어떻게든 살아서… 직접 전해야 하는 말이잖아요…!”
“그렇지… 그래야지….”
노진수는 웃었다. 아마 그때, 그의 숨은 끊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를 살리기 위해 피가 쏟아지는 상처를 막고,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자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미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젖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일어나세요.”
다시는 무력하게 누군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서 강해지기 위해 매일같이 싸웠는데.
그딴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해도 노진수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해야 했던 걸까.
어떻게 해야, 좀 더 빨리 힐러가 될 수 있었을까.
[ 메인 스킬, 의 숙련도가 100%에 달성했습니다. ] [ 가 업그레이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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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 메인 스킬
– 숙련도: 100%
「생명의 살고자 하는 의지는 기적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스킬 사용 시, 대상자의 외상 및 상태 이상을 모두 치료합니다.」
*스킬 보유자가 일정한 충격을 받을 시,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내가 힐러가 된 것은 노진수가 목숨을 잃고 난 뒤였다.
노진수에게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생명의 의지의 숙련도가 100%를 달성한 것이다.
당연히 생명의 의지는 죽은 사람에게 발동되지 않는다.
이미 죽은 사람 앞에서 이런 능력이 생겨봤자, 아무 쓸모도 없었다.
나는 눈앞에 뜨는 푸른 창을 보며 절망했다.
“왜… 왜 이제 와서…. 이미 죽었는데, 이미….”
나는 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절규했다.
시스템이 나를 기만하는 것 같았다. 희망 한 줌 없는 현실에 치가 떨렸다.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절망을 느꼈다.
태풍이 내게 이 시기를 다시 회상하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 메인 스킬, 가 상태이상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생명의 의지가 내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었다.
상태이상에 저항하라고 다그치고 있었다.
아마 이 상태이상에 저항하는 방법은,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뿐이다.
다만 극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쉬운 일이었으면 애초에 트라우마도 아니었을 것이다.
[ 메인 스킬, 가 상태이상을 감지합니다. ] [ 상태 이상, ‘번뇌’에 저항을 시도합니다. ]파앗!
나는 또다시 처음 부산에 왔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한번 쑥대밭이 된 부산을 보며 노진수에게 향했고, 쓰러진 우병삼과 홀로 S급 보스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노진수를 발견했다.
그의 옆에서 다시 싸웠으며,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말을 들었다.
잊고 싶은 기억을 반복해서 직면하고 있었다.
그 끝에 또 한 번, 사람을 살리지 못하고 힐러가 된 나를 마주했다.
[ 메인 스킬, 가 상태이상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알고 있다.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절망뿐인 그날, 나는 분명한 희망을 만났다.
절망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기억 속에선 교묘하게 보이지 않아도, 나는 그 희망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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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내가 낙담하는 사이, 몬스터는 철저하게 부산을 부숴갔다.
그 몬스터들을 해치운 건 뒤늦게 온 협회와 지원 헌터들이었다.
나는 그 상황 속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과 만나야 했다.
“이유영…!”
멀리서 날 향해 뛰어오는 놈을 보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내려앉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의 아버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미칠 것 같았다.
도저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녀석에게 전해야 하는 말이 있었다.
나는 김신욱에게 꾸역꾸역 노진수의 유언을 전했다.
도저히 녀석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서, 바닥이 젖어 드는 걸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 말이 없던 녀석은 겉옷을 벗어서 잠든 부친의 낯을 덮었다.
녀석은 물속에 잠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나는 그 말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녀석의 그 한마디가 나를 일으켰고, 내가 일어났기에 김신욱도 주저앉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일어나서 싸웠다.
그 끝에 부산을 점령한 몬스터들을 모두 재로 만들 수 있었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나는 나를 일으켜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졌다.
그것을 잊어선 안 됐다.
그들의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내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 없었다.
[ 메인 스킬, 가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습니다. ]파앗!
나는 다시 한번 눈을 떴다.
이곳은 날 지옥으로 빠트리기에 최적화된 어느 과거의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나는 드디어 이 ‘번뇌’를 탈출한 힌트를 알아냈다.
더는 태풍의 뜻대로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