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태풍 (13)
한편, 마법소년 이유영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던 일행들.
김신욱과 나쟈는 마법소년 이유영이 몬스터라는 걸 구지상의 말을 듣고 알았다.
구지상과 마르코도 꼬마 이유영을 상대했다고 한다.
이 이유영도 그 꼬마 이유영처럼 가짜였다.
그렇다면 마법봉을 처리해서 이 마법소년 이유영도 없애버려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마법봉을 없애는 게 까다로웠다.
마법봉의 빛은 꺼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상태이상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일행들은 일단 마법봉의 빛이 새어 나오지 않게 땅에 묻어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나쟈는 마르코를 보며 말했다.
“마르코가 들고 가서 펑 하고 터트릴 수는 없어? 우린 여태 널 기다렸다고.”
“저 빛 때문에 상태이상에 빠진 구지상과 나를, 네가 빙의로 구해준 걸 잊었나? 용케 그런 말이 나오는군.”
나쟈는 마르코가 오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곧바로 상태이상에 빠지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안 되었지만 말이다.
그때 고민하던 구지상이 말했다.
“일단 이유영 씨를 기다려 보는 게 어떨까요? 이유영 씨는 상태이상에 저항할 수도 있고, 이걸 부술만한 스킬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이유영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 모르잖니.”
나쟈의 말대로였다.
유일하게 탐색 스킬을 가진 구지상이 이유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영뿐만 아니라 함께 들어온 에덴 공략대를 비롯해 미카엘까지 모두 행방이 오리무중이었다.
구지상은 다시 고민에 잠겼다.
나쟈와 마르코는 서로 어떻게 해보라며 실랑이를 벌였고,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웬일로 잠자코 있던 김신욱이 한마디 했다.
“이유영… 혹시 위험한 상황인 거 아냐?”
김신욱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둘씩 떨어졌지만, 이유영만 혼자서 떨어져 나간 상황이다.
몬스터는 모두 이유영의 모습을 하고 있지, 이유영 성격상 벌써 일행들을 찾아왔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오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위험한 상황에 빠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세 사람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음… 이유영 씨가 보스 몬스터를 만났을 수도 있겠네요.”
“이유영이잖아? 어떻게든 했겠지.”
“확실히. 이유영보단 낙오된 우리를 걱정해야 한다.”
심지어는 낙오된 게 이유영이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유영을 과하게 신뢰해서 이유영도 사람이라는 걸 잊고 있는 듯했다.
김신욱은 의리가 사망해버린 놈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걸 동료라고 달고 다녀야 한다니….”
“그럼 어떡하니. 걔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방법도 없는데. 이유영이 우리를 찾아오는 게 더 빠를걸?”
나쟈의 말이 합리적이긴 했다.
천리안을 가진 이유영이 찾아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게 나았다.
하지만 그건 이유영이 무사할 때나 가능한 얘기다. 구지상 말대로 보스 몬스터를 만나기라도 했다면, 당장 도우러 가야 한다.
김신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너희들은 그 가짜 이유영이나 지키고 있어라. 난 진짜 이유영 찾으러 갈 테니까.”
김신욱은 숲을 향해 걸어갔다.
의리가 사망한 일행들은 아무도 김신욱을 붙잡지 않았다.
위험해지면 알아서 도망쳐오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그의 행동을 막는 이가 있었다.
휘이익!
뜬금없이 불어오는 날카로운 바람에, 김신욱은 곧장 빛의 창을 소환했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이 위화감은 분명 몬스터였다.
바람은 김신욱의 옆을 스쳐서 나쟈를 향해가고 있었다.
김신욱은 창을 휘둘러 그것을 막아섰다.
챙!
하지만 김신욱은 바람이 창에 부딪히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실체 없는 바람이었지만, 거인이 휘두르는 육중한 도끼를 막은 것처럼 무거웠다.
본능이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젠장…!’
김신욱이 창을 빗겨 쳐내자, 바람 속에서 불현듯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절대적인 위압감을 풍겼다. 감히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김신욱을 보며 하얀 눈을 빛냈다.
『그렇지. 주제 파악이 빠르구나.』
김신욱은 이를 아득 물며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는 공격을 가뿐히 피하며, 순식간에 나쟈에게 도달해, 그녀의 목을 붙들고 집어 던졌다.
손 한 번 쓸 수 없는 속도와 위력이었고, 나쟈는 그대로 녀석에게 당해야 했다.
쾅!!!
바닥을 몇 m는 뚫고 들어가는 위력이었으나, 나쟈는 죽지 않았다.
김신욱이 나쟈를 감싸 안고 떨어진 덕이었다.
“커헉…!”
“너…! 괘, 괜찮아?!”
김신욱은 피를 토해냈다. 뼈가 몇 대는 부서진 건지 몸을 일으키지도 못했고, 정신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계인 듯했다.
하지만 그의 희생이 무색하게도, 태풍은 나쟈와 김신욱을 향해 칼처럼 날카로운 돌풍을 쏟아냈다.
스치기만 해도 살갗을 베어낼 만큼 위협적인 돌풍이었다.
스가각!
나쟈는 이 상황에서 해야 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
저 몬스터는 나쟈를 노리고 있었고, 어떻게 해도 나쟈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며, 아마 나쟈가 죽을 때까지 공격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인은 물론, 옆에 있는 김신욱마저 죽고 말 것이다.
‘내가 죽어야 얘가 살아.’
나쟈는 빠르게 결심했고, 곧장 메인스킬을 발동해 자신의 영혼을 육체에서 빼냈다.
나쟈의 몸은 무차별적인 공격에 당해 피를 쏟아냈고, 겉보기에 죽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힐을 받지 않으면 곧 죽겠지만, 육체가 생명 활동을 멈추기 전까진 영혼 상태로 귀신처럼 떠돌아다닐 수 있었다.
진짜로 죽는 건 사양이라 꼼수를 부린 것이다.
다행히 저 괴물은 나쟈가 죽었다고 판단한 듯했다.
나쟈는 곧장 그곳을 빠져나와, 상공으로 올라갔다.
당장 이유영을 찾아야 했다.
쿠구궁!
나쟈가 이유영을 찾는 사이, 구지상은 스킬을 발동해 태풍을 땅속에 매장시켰다.
끝없이 땅속으로 묻어 추락시켰지만, 대지가 내핵까지 펼쳐진 육지와 달리 이곳은 공중에 떠 있는 하늘섬이다.
구지상이 대지의 힘을 끌어오는 것보다 태풍이 바람의 힘으로 타개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땅속을 뚫고 나온 태풍은 유유히 공중에 떠올라, 순식간에 구지상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너는 좀 골치가 아프지.』
“큿…!”
태풍은 구지상에겐 제3의 눈을 마주해 상태이상 ‘번뇌’에 빠지게 만들었다.
구지상은 마지막까지 태풍의 안면을 가격하려 했으나, 결국 상태이상에 빠져 쓰러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마르코뿐이었다.
하지만 태풍은 마르코는 안중에도 없는 듯, 아직 처리되지 않은 몬스터 이유영에게 다가갔다.
『이건 내가 도로 가져가도록 하지.』
태풍은 몬스터 이유영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이유영은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부터 태풍의 일부였던 것처럼 하나가 되었다.
마르코는 그 광경을 보며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단, 당장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태풍에게서 살아남을 궁리부터 해야 했다.
『자, 너도 발악을 해볼 테냐?』
마르코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저자의 말대로 발악한다면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이 던전에 공략대로 참여한 것이다.
헌터로서, 발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이다!”
마르코는 당장 스킬을 발동해, 그에게 맞섰다.
수많은 분신들이 연기 속에서 피어나오며 태풍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태풍은 그런 마르코를 보고 크게 웃으며 양팔을 펼쳤고, 그의 몸에선 폭풍이 터져 나왔다.
콰과과각!
마르코의 분신들은 폭풍에 무참히 찢겨 사라졌다.
순식간에 분신을 모두 해치운 태풍은 마르코의 본체를 향해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안면이 단번에 박살 나는 듯한 무거운 주먹이었다.
쾅!!
마르코는 주먹을 맞고 날아가 어딘가에 처박혔다가, 바닥을 여러 번 굴렀다.
숨을 쉬기 어려웠다. 머리에서 뜨끈한 액체가 흘러나왔고 온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태풍은 더는 반항조차 못 하는 마르코의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너희들을 먼저 죽여놓아야 이유영이 빠르게 절망하겠지.』
“끄헉…!”
태풍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마르코의 목을 분지를 듯이 졸랐다.
마르코의 머릿속에선 주마등이 스쳤다.
고된 일을 하며 죽을 뻔한 적은 많았지만, 이번에는 진실된 죽음이 그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아직, 죽기에는 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의 눈에서 피가 섞인 눈물이 흘렀다.
그때였다.
쿵!!!!!
마르코의 목을 조르던 태풍의 뺨을 쳐 날리며 나타난 이가 있었다.
미카엘. 그는 평소와는 달리 꽤나 흐트러진 모습으로 저벅저벅 걸어와 다시 한번 태풍의 안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
태풍은 그 파괴적인 주먹에 안면 근육이 뭉개지면서도 섬뜩하게 웃었다.
『삽시간에 번뇌를 뚫어버리더니, 기어코 나를 찾아오는군. 참 질긴 인간이야.』
“사냥감을 놓치는 건 헌터가 아니지.”
미카엘의 광기 어린 목소리에 마르코는 안심했다.
마르코는 현재 살아 있었다.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처럼 느껴졌다.
***
[ 메인 스킬, 가 상태이상을 감지합니다. ] [ 상태 이상, ‘번뇌’에 저항을 시도합니다. ]나는 눈을 떴다.
내가 있는 곳은 대학 강당이었다.
예상대로였다.
이곳만큼 내 ‘번뇌’에 적합한 곳은 없으니까.
쿵 쿵 쿵
나는 시쳇더미 속에 몸을 숨긴 채 걸어 다니는 몬스터를 보고 있었다.
내 품에는 아버지의 시신이 있었고, 공포에 몸이 진동했다.
숨을 참으며 몬스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몬스터는 죽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시쳇더미 속에 있었던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시체인지 아닌지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그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상태로 군대가 올 때까지, 사흘을 버티게 된다.
밥을 먹지 않아도, 물을 마시지 않아도 나는 생존했다.
아버지를 잃은 후, 생명의 의지라는 스킬을 얻고 각성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 속에서도 살아있는 내 자신이 끔찍했으나, 달리 방법도 없었다.
눈앞에 뜨는 푸른 창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내 스킬로는 몬스터와 맞서 싸울 수도, 다친 사람을 살릴 수도 없었다.
그저 생존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잊고 싶은 과거였다.
태풍은 이런 나를 직면하게 만들며 묻고 있었다.
‘나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한심한 나를 보여주면서 이래도 나 자신을 믿을 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몬스터가 되면 한심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신선처럼 살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인간으로 사는 것보다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면, 최후까지 살아남은 인간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 메인 스킬, 가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습니다. ]인생은 지어낸 얘기와는 다르다.
대체로 많은 인간이 온갖 부조리를 경험하며 반항하고, 절망하며 산다.
그래도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이다.
나는 끝까지 그런 인간으로서, 인류를 구할 것이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나는 시체 더미 속에서 꼼짝도 못 하고 얼어붙어 있는 나를 움직이기 위해 발악했다.
어떻게든 과거의 번민에서 나 자신을 뜯어내, 생명의 의지를 발동시켜야 했다.
한참을 발버둥 치던 끝에 과거의 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파앗!
그러자 ‘번뇌’가 나를 영원히 가두기 위해, 끔찍한 기억들을 동시에 터트렸다.
고주연이 죽던 순간, 진준성이 죽던 순간, 정하나와 김신욱, 모든 동료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던 순간들.
내 의지를 뒤흔들기 위해 온갖 기억들이 끊임없이 나를 옭아맸다.
마치 내 의지를 꺾을 것처럼 나를 붙들고 끌어내리려 했다.
“크윽…!”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나를 집어삼키려는 과거에서 탈출하려면, 끊임없이 생명의 의지를 발동해야만 한다.
내가 힐러로 각성했을 때처럼 스킬의 숙련도를 높여, 이 상태이상으로부터 저항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것이 번뇌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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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 모든 얽매임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까지.
나는 끊임없이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1년이 흐른 것 같기도 하고, 10분도 흐르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시간조차 무의미해질 때까지 나는 불합리 속에서 저항했고, 그 끝에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 메인 스킬, 의 숙련도가 150%에 달성했습니다. ] [ 가 업그레이드됩니다. ]– 분류: 메인 스킬
– 숙련도: 150%
「생명의 살고자 하는 의지는 기적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스킬 사용 시, 대상자의 외상 및 상태 이상을 모두 치료합니다.」
*스킬 보유자가 일정한 충격을 받을 시,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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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보유자가 정신 공격을 받을 시, 정신 방어가 발동됩니다.
[ 메인 스킬, 가 정신 방어를 시작합니다. ] [ 상태 이상, ‘번뇌’에 저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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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떴다.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정신이 맑았다.
눈을 뜨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더는 정신세계가 아니다.
몸이 내 뜻대로 움직였고, 모든 감각이 현실적이었다.
번뇌에서 드디어 탈출한 것이다.
“근데, 여긴… 뭐야?”
나는 어째서인지 감옥 안에 있었다.
감옥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라고 해야 할지. 어느 쪽이든 간에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그보다 거슬리는 건 이 철창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어이없지만 나는 푹신한 구름 같은 것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 주위로는 마치 날 위해 준비해둔 것 같은 꽃들이 잔뜩 피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백설공주 같은 동화 속의 공주들이나 누워 있을 것 같은 장소였다.
나는 몸서리를 치며 그곳에서 내려왔다.
보나마나 태풍의 짓이었다.
철창 주위를 둘러보니, 주위로는 안개밖에 없어서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천리안을 발동해봤지만, 보이는 것은 역시 흐린 안개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유영! 드디어 눈을 떴네!”
이 익숙한 목소리는 분명 나쟈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