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태풍 (15)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겐 무기와 친해지는 재능이 없는 게 분명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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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사용이 취소됩니다. ]“….”
나는 떨어진 샛별에 스킬을 발동해보는 중이었다.
화왕검에 스킬을 발동했던 것처럼 검 안에 스킬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떨어진 샛별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뻘짓하는 사이 어느새 태풍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녀석의 몸에 부드럽게 바람이 감기며 껍데기처럼 단단해졌고, 그것은 서서히 갑옷의 형태로 변화했다. 이전에 녀석이 두르고 있던 바람의 갑주보다 더 진화한 형태였다.
녀석은 나를 향해 중얼거렸다.
『그렇게도 몬스터가 되기 싫으냐? 이해할 수 없다, 그 억겁의 고통 속에서 찾은 답이 고작….』
“….”
미카엘이 나를 쳐다봤고, 나는 녀석의 시선을 피했다.
왠지 몬스터의 말에 해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 나는 눈을 감고 검에만 집중했다.
지금은 떨어진 샛별에 가능성 스킬을 투영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껏 이 섬에서 가장 예쁜 꽃만 따다가 주었거늘….』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귀는 열려 있는 탓에 미카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애가 따로 없군.”
“…끔찍한 소리 마시죠.”
떨어진 샛별은 여전히 스킬이 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태풍은 헛소리하며 진화 중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태풍이 또 한 번 동료들을 공격해 날 협박할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한번 떨어진 샛별을 향해 가능성 스킬을 밀어 넣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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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사용이 취소됩니다. ]대체 뭐가 문제지?
미카엘은 잘만 무기에 스킬을 투영시키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내 답답한 심정을 알 리가 없는 떨어진 샛별은 톱날을 세운 채 매끄럽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날 물끄러미 보고 있던 미카엘이 말했다.
“무기를 네 신체의 일부라고 생각해라. 길들여. 그래야 무기가 스킬과 융화된다.”
미카엘은 답지 않게 내게 조언을 해주고서 태풍을 향해 걸어갔다.
녀석이 끼고 있는 블랙 드래곤의 비늘 장갑에선 붉은 강화의 빛이 화염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휘이익!
태풍은 폭풍을 발산하며 바람을 휘두른 듯한 삼지창을 만들어냈다.
이전에 녀석이 만든 조잡한 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압감이 풍기는 무기였다.
신화 속의 신이 쓸 법한 외형. 세 갈래로 갈라진 창 날은 용의 뿔을 달아놓은 듯 신성했다. 저 창에 한 번 찔리기라도 하면 극한의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래, 이 자부터 죽여야 네가 무의미한 용기를 버릴 것 같구나.』
태풍은 한기가 어린 바람을 위협적으로 흩날리며, 미카엘과 맞부딪혔다.
냉풍을 타고 날아간 태풍은 미카엘의 머리를 박살 낼 듯 창을 꽂았다. 그러나 미카엘의 장갑에서 검은 비늘들이 솟아나며, 휘두르는 주먹에 위력을 더해 창을 부술 듯이 쳐냈다.
텅!
강력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미카엘은 이어서 태풍의 진화된 갑옷에서 가장 빛나는 곳, 심장을 가격했지만, 태풍은 그 공격을 훌쩍 뛰어넘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창을 휘둘러 꽂아 내린 태풍에 의해 재난 같은 강풍이 미카엘을 떠밀었고, 미카엘은 풍력에 버티며 다시 한번 다가오는 삼지창의 창날을 악력으로 꺾을 듯이 쥐었다.
태풍의 창은 미카엘의 피부를 스치긴 해도 치명상을 남기진 못했고, 미카엘의 가격은 태풍의 유연한 회피로 인해 먹히지 않는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숨 막히는 전투가 펼쳐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카엘이 불리해져 갔다.
미카엘은 근접 공격을 하는 놈이다.
태풍의 갑옷에서 발산되는 날카로운 바람은 미카엘의 살갗을 찢고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미카엘은 살갗이 찢어지든 말든 더 현란하게 움직이는 놈이었지만, 명백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나는 떨어진 샛별을 바라봤다.
떨어진 샛별은 톱날을 세운 채 옅게 진동하고 있었다.
태풍에게서 ‘마의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마왕의 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왕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검.
피를 먹여야 각성하며, 마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이런 녀석을 내 신체의 일부처럼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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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 사용이 취소됩니다. ]마냥 스킬을 불어넣기만 해선 안 된다.
떨어진 샛별에 내 스킬과 융화되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
하지만 인격도 없고, 소통도 불가능한 아이템을 무슨 수로 가르친단 말인가.
‘잠깐….’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흡혈해야 각성하는 특수한 무기다.
내게 알림창을 띄워주는 것도, 피를 흡수시켰을 때였다.
좀 원초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피를 지금보다 더 많이 먹인다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화신의 말대로라면,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한 무기이니 말이다.
‘내 일기장 흡수한다고 스스로 진화하기도 했고.’
길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떨어진 샛별을 들어, 내 왼팔에 꽂아 넣었다.
푹!
시큰하고 아찔한 통증이 찾아왔다.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내 팔에 꽂힌 떨어진 샛별이 피를 더 잘 흡수할 수 있도록 기울였다.
떨어진 샛별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상어처럼 핏물을 모두 흡수하고 있었다. 검고 매끄러운 검날이 피를 먹고 붉은빛을 띠며 얕은 진동을 일으켰다.
지이잉
[ ‘떨어진 샛별’이 특정 조건을 감지합니다. ] [ ‘떨어진 샛별’이 특정 조건을 감지합니다. ]마의 기운을 감지한 떨어진 샛별은 계속해서 알림창을 띄우고 있었다.
마치 내게 빨리 저 몬스터를 찢어 죽이자고 말을 건네오는 듯했다.
나는 떨어진 샛별에 간곡히 부탁하며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원래 마왕의 검이잖아. 마왕이 그랬던 것처럼 너도 낙뢰를 쳐보라고.’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
[ ‘떨어진 샛별’이 마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직!
순간, 떨어진 샛별에서 정전기가 일어났다.
붉은 기운을 흘리던 떨어진 샛별은 낙뢰를 흡수하여 붉은색 전격을 발산했다.
드디어 떨어진 샛별에 스킬이 투영된 것이다.
기뻐하는 것도 잠시, 나는 검날을 내 팔에서 빼내며 전방을 주시했다.
미카엘이 나를 보고 있었다.
교묘하게 태풍이 나를 보지 못하도록 등지게 한 녀석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슬쩍 고갯짓을 했다.
알아먹기 힘들지만, 저건 녀석이 만들어낼 틈을 놓치지 말라는 사인이었다.
미카엘이 저 신호를 보냈을 때 틈을 만들어내지 못한 적은 없다.
나는 떨어진 샛별을 꽉 쥐며 몸의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다.
『어딜 보는 것이냐?』
태풍은 미카엘의 목에 창을 찔러넣으며 말했지만, 미카엘은 창을 주먹으로 쳐내고 곧장 태풍의 목을 틀어쥐었다.
미카엘의 장갑은 불길하게 힘을 끌어올려 태풍의 목을 조였다.
하지만 태풍은 미카엘을 비웃고 갑옷에서 칼날 같은 바람을 터트리며, 창을 휘둘렀다.
촤아악!
미카엘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저 공격을 못 피할 놈이 아니다. 그런데도 녀석은 본인을 희생시켜서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그만큼 태풍이 찰나를 내주지 않을 만큼 강하고, 내가 이걸 놓치지 않을 거라고 신뢰하고 있었다.
난 미카엘을 오래 봐왔지만, 녀석은 날 얼마 보지도 않았다.
이런 신뢰를 보여줄 만큼 우리가 친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런데도 녀석이 저럴 때마다, 저 무시무시한 놈도 사람은 맞다는 게 실감 났다.
나는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태풍의 갑옷의 핵, 심장을 향해 떨어진 샛별의 검날을 밀어 넣었다.
태풍은 내 무기가 통하지 않을 거라고 자만하고 있었는지, 날 보고도 경계심이 없었다.
그 탓에 녀석은 녀석의 심장을 내어주고 말았다.
푸욱!
떨어진 샛별은 태풍의 심장을 찌르고 더욱 밀고 들어가 갑옷의 핵까지 파괴했다.
동시에 붉은 스파크가 튀기는 톱날을 갈며, 태풍에게서 터져 나오는 일기장을 흡수해갔다.
나는 태풍이 도망갈 수 없도록 녀석의 뒤통수를 붙잡았다.
그리고 또 한 번,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생명의 의지를 멈추는 방법은 뇌와 심장을 동시에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니 태풍이 내 일기장을 통해 만들어졌다면, 이 녀석의 재생을 멈추는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크윽, 이… 유영…!!!』
나는 떨어진 샛별에 일기장을 뜯어먹히며, 날 향해 눈을 부라리는 녀석에게 금빛 전격을 쏟아부었다.
녀석의 머리가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듯이 전격에 타기 시작했다.
이대로 녀석의 머리까지 부숴버릴 것이다.
『내가, …』
그때, 태풍이 불길한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무엇을… 해, 야』
나는 더 강력한 전기를 방출했으나, 녀석의 목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널 죽이지, 않을 수… 있단 말, 이냐!!』
순간 공포감에 털이 쭈뼛 섰다.
감정의 동요를 느낄 새도 없이 나는 움직였다.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행동하던 몸이 향한 곳은 미카엘이었다.
나는 쓰러진 미카엘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화약에 불을 던진 인간이 곧 일어날 폭발에서 도망치듯, 나는 미카엘을 일으켰고. 내 발이 한 발자국 움직이려던 찰나에, 녀석의 몸을 저 멀리 던졌다.
그리고 뒤를 돌던 순간, 내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리듯이 일순간에 일대가 갈려 나갔다.
스가가가가각!!
휘몰아치는 태풍이 재해처럼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 하늘섬을 모조리 씹어 삼킬 만큼 거대한 재앙이 밀려왔다.
그 속에서 나는 빛나는 세 개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 메인 스킬, 가 정신 방어를 시작합니다. ] [ 상태 이상, ‘번뇌’에 저항합니다. ]녀석의 제3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번뇌에 걸릴 뻔했다.
다행히 생명의 의지가 정신 방어를 해줬지만,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금부터 내 몸이 찢어 발겨질 준비를 해야 한다.
『네 ‘의지’가 그리도 강하다면, 뼛가루라도 취해야겠다.』
녀석의 목소리가 태풍 속에서 울렸다.
이대로 가다간 놈의 말대로 뼛가루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며, 순식간에 내 몸은 물을 먹고 무거워졌고 도망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다시 몸이 복구될 수 있도록 몸을 웅크릴 준비나 해야 했다.
만약 내게 동료가 하나도 없었다면, 그래야 했을 것이다.
나는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그녀를 향해 말했다.
“나쟈 씨, 저 좀 살려주시죠.”
그때 내 부름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필 이럴 때 쓰러져 있던 과거의 영웅을 대신해, 나쟈가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쿠구구궁!
땅이 쩌적쩌적 갈라지며 눈앞에서 또 다른 재해가 만들어졌다.
구지상의 스킬, 대지의 포효가 태풍에 맞서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쩌저적!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날 구해주려면 구지상처럼 방벽이라도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지진으로 쪼개지는 땅은 어째서인지 유독 내가 서 있는 곳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이러다 땅 아래로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던 때.
발밑이 푹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