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
2화. SSS급 보상템 (1)
『됐다! 무사히 회귀에 성공했어요! 이런, 이유영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네요.』
『어라, 예상치 못한 침입 경로 발견.』
『일기장이 위험해요!』
『잠깐, 일기장뿐만이 아니라 이대로라면….』
***
눈을 뜨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헌터가 죽고 나면 던전에 가게 되는 걸까.
잠시 사후세계에 대해 고민하던 내 눈앞에 무언가 떠올랐다.
[ C급 던전, 심판대 ]「불을 진압하는 자, 해치가 눈을 떴습니다.
화재를 물리치는 신수가 당신을 적으로 간주합니다.
해치는 부정한 사람을 뿔로 받아버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해치의 뜻을 거스르지 마십시오.
올바른 답을 찾아, 이 던전에서 탈출하시길 바랍니다.」
{보상: ???}
회귀 전,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해치 던전과 동일한 알림창이다.
아무래도 사후세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회귀에 성공한 건가?’
나는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이름: 이유영
종합 능력치: F+
공격력: F
방어력: E
민첩: F+
“이게 뭐야.”
F. 이 알파벳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이미 이해했는데 현실을 부정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는지도 모른다.
에프, 헌터의 능력치에서 최하위를 나타내는 랭크.
이딴 게 왜 내 이름 밑에 달려 있는 거지?
나는 머리에 차오르는 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스킬 목록에 들어갔다.
보유 스킬 목록
– 메인 스킬: ,
– 서브 스킬:
메인 스킬에는 헌터의 고유한 개성이 담겨 있다. 때문에 헌터의 메인 스킬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 메인 스킬이 생명의 의지라면, 이건 정말로 내 상태창이었다.
그런데도 내 수많은 서브 스킬이 보이지 않았다. 던전에선 하등 쓸모없는 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무심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원래 내 몸이라면 움푹 들어가야 할 땅이 그대로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는 몇 번을 더 땅을 내리쳤다.
[ 메인 스킬, 생명의 의지가 발동됩니다. ]바닥을 치고 엉망이 된 손이 생명의 의지로 치유가 된 다음에서야, 생명의 의지 옆에 있는 물음표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 새로운 스킬이 발현했다고 했었지. 이게 그건가?’
나는 물음표를 선택해 내용을 확인했다.
[ 스킬이 개화합니다. ].
.
.
[ 개화 완료 ] [ 메인 스킬에 스킬이 추가됩니다. ]– 분류: 메인 스킬
– 숙련도: 0%
「시전자의 염원을 이룰 가능성이 발견되면 발동합니다.」
설명을 두 번 정도 더 읽어봤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애초에 정보 값이 너무 적다. 염원과 가능성의 발견이라니?
그러나 확실한 건, 이 스킬 덕분에 오류의 공격에 죽기 전 무사히 회귀를 마쳤다는 것이다.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시간을 확인해보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다. 8년 전으로 회귀한다는 말이 있었으니, 분명 핸드폰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의 딱딱한 감촉과 함께, 알 수 없는 말랑한 것이 만져졌다.
“…뭐야 이거.”
꺼내 보니 자칭 시스템의 화신이라던 아까의 그 요정이었다.
대체 왜 남의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녀석은 정신이라도 잃은 듯 미동이 없었다. 시스템이라는 녀석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건가?
자세히 보니 요정은 종이 한 조각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확인해보고 싶었으나, 하도 꽉 끌어안고 있던 탓에 빼앗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을 깨워봤지만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선은 날짜를 먼저 확인해보기로 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핸드폰을 켜 보니 핸드폰 화면에는 정말로 8년 전의 연도가 적혀 있었다.
‘진짜 회귀했나 보네.’
지금이 8년 전이라면 바깥에는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걸 확인하려면 우선 이 던전을 나가야 했다.
던전에 한 번 들어오고 나면 공략이 끝날 때까진 나갈 수 없다. 던전 바깥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던전을 공략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요정을 다시 주머니 안에 넣고 눈앞에 있는 육중한 문을 바라봤다.
해치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를 만나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관문. 이걸 열면 해치와 싸워야만 한다.
…비록 종합 능력치가 F급이 되었어도 말이다.
나는 혹시라도 쓸만한 아이템이 있을까 싶어 아이템 창을 열어 보았다.
그러나 있는 무기라곤 고작 E급 아이템인 단도 하나뿐이었다.
‘E급 단도면 해치 비늘도 못 뚫을 텐데….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나.’
나는 단도를 쥐고 눈앞의 거대한 문을 밀었다.
회귀 전에는 한 손으로 가볍게 밀었던 문이 온몸의 근육을 써야 간신히 밀렸다.
있는 힘껏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문틈 사이로 희뿌연 안개가 흘러나왔다.
크르릉
문이 저절로 닫히며 그르렁대는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다.
해치의 소리다.
해치, 서울의 마스코트이자 화재를 물리치는 신수로, 경복궁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신화 속의 동물.
이 녀석은 불 앞에선 절대적인 강함을 보이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단단한 비늘은 뚫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으나, 내가 노릴 건 비늘이 아니었다.
내가 노릴 곳은 저 녀석의 약점이다.
단도를 단단히 쥐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온몸이 푸른 비늘로 뒤덮인 해치가 안개를 헤치고 걸어 나왔다.
사슴처럼 자라난 뿔이 영험한 빛을 내며 주위를 밝혔다. 해치의 목에 달린 방울이 쩔그렁거리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해치의 찢어진 동공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살벌했나?’
어쩐지 조금 싸한 분위기에 긴장감이 차오르는 듯했으나, 이대로 굳어 있을 수는 없었다.
해치가 움직이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
E급 단도라도 저 녀석의 약점에는 통할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있는 힘껏 도약해 검을 휘둘렀다.
팅!
“?”
그러나 단도는 해치의 비늘을 간신히 스칠 뿐이었다.
형편없는 민첩 스탯 탓에, 힘껏 도약해도 해치의 가슴 높이까지밖에 오르지 못한 탓이다.
해치는 때를 놓치지 않고 나를 향해 뿔을 휘둘렀다.
퍽!
칼을 들어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해치의 힘을 받아내지 못한 몸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끄으으으…….”
아무래도 갈비뼈 몇 대가 나간 것 같았다.
동시에 충격을 못 이긴 칼날이 처참하게 두 동강이 났다.
[ 메인 스킬, 가 발동합니다. ]생명의 의지가 박살 난 갈비뼈와 파열된 근육을 하나하나 원래대로 되돌려 갔다.
상처는 치유되었으나, 통증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이렇게까지 쓰레기 같을 줄이야….’
해치의 약점은 빛을 내는 뿔이다.
뿔만 꺾으면 내 승리인데, 이 쓰레기 같은 몸으로는 뿔에 손을 뻗기조차 쉽지 않았다.
거기다 유일한 무기였던 단도까지 잃었다.
8년 전의 나는 이딴 스탯과 아이템으로 어떻게 몬스터랑 싸웠나 싶다.
내가 다시 일어나자, 해치는 머리를 치켜들며 포효했다.
쿠오오오오오오!
해치의 울음소리가 던전 안을 가득 메웠다. 포효만으로도 공간을 뒤흔드는 위력이 있었다.
나는 자세를 낮춰 빠르게 몸을 빼낼 준비를 했다. 저 포효는 해치가 물대포를 쓰기 직전의 전조였기 때문이었다.
‘물대포는 직선으로밖에 못 쏘는 스킬이야. 타이밍만 잘 맞추면 피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그러나 공격을 피하기만 해선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다.
무기가 없는 이상 손으로라도 해치의 뿔을 뜯어내야 한다.
F급 공격력으로 그런 게 가능할 리 없다고 해도 말이다.
‘환장하겠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해치의 비늘을 붙잡고 기어서 올라가든, 뿔에 암바를 걸어서 뜯어내든, 힘이 없다면 깡으로 버텨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해치를 응시했다.
그 사이, 해치의 주변에 투명한 물방울이 모이기 시작했다.
긴장을 최대로 끌어올려 해치가 내게 물대포를 쏘는 순간을 기다렸다.
물대포가 나를 노리는 바로 그 순간, 공격을 피해 해치의 몸에 올라타 뿔을 노릴 것이다.
『꺄아아아아악!』
“우아아아악!?”
솨아아악!
진땀 나던 긴장의 순간, 품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
때마침 날아오는 물대포, 나는 피할 겨를도 없이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으, 아으으윽……!”
아까 붙은 갈비뼈가 또 부서진 느낌이 들었다.
정면으로 공격을 맞은 탓에 폐까지 물이 들어와 숨쉬기가 괴로웠다.
[ 메인 스킬, 가 발동합니다. ]내가 숨을 헐떡이며 물을 토해내는 사이, 내 완벽한 계획을 망가트린 장본인이 조그만 날개를 퍼덕이며 주위를 빙빙 돌았다.
『이유영, 일어났군요! 무사히 회귀에 성공했어요. 축하해요!』
“축… 하……? 넌 지금 내 꼴을 보고도 축하라는 말이 나오냐?”
쿨럭거리며 시스템에게 눈을 흘겼으나, 잠깐의 대화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해치가 다시 물방울을 모아 쏘아냈다.
나는 내게 날아오는 물대포를 가까스로 피하며 폐 속에 남은 물을 마저 토해냈다.
그러자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건지, 요정은 다급하게 내 주머니로 숨어들었다.
「벌써 전투에 돌입했을 줄이야! 이유영, 어서 이걸 써요!」
요정은 품에 안고 있던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쓰레기 같은 몸은 벌써부터 숨이 가빠왔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내 손해다.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연거푸 날아오는 물대포를 피하며, 나는 요정이 건네는 종이를 바삐 집어 들었다.
이 종이 쪼가리가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나아질 것도 없는 상황. 큰 기대는 없긴 하지만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202x. xx. xx 날씨: 맑음
일기의 첫 장에는 C급 던전, 오우거 부족 마을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던전은 이름 그대로 마을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던전 몬스터는 오로지 오우거로만 구성되어 있다.
오우거를 상대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바로 오우거의 ‘괴력’이다.
특히,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오우거 부족장은 특별한 스킬이 없음에도 C급이 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한다.
이 던전의 공략은 원거리 공격계 헌터의 유무로 갈린다. 만약 근거리 전투로 들어갈 경우…」
리리의 비밀 일기장을 받고 처음으로 내가 쓴 일기였다.
그런데 이걸 대체 어디에 써먹으라는 건지.
별 기대도 안 했지만, 이렇게까지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종이를 받고 싶진 않았다.
“이걸로 어쩌라고!”
『보다시피 이유영의 일기에요! 미안해요, 첫 번째 페이지밖에 지키지 못했어요….』
무어라 더 물을 새도 없이 해치가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급히 몸을 굴려 피하려던 그때, 갑자기 알림창이 하나 떴다.
[ 메인 스킬, 이 발동됩니다. ]그와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일기장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나는 사라지는 빛 조각을 붙잡으려 했으나,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요정에게 물을 새도 없이 날아오는 물줄기를 피해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솨아악!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
나는 땅을 차내며 전속력으로 해치를 향해 달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저놈의 몸뚱이를 붙잡고 기어오르기라도 해야 했다. 녀석이 또다시 물을 쏘아내려던 순간, 나는 몸을 날려 뛰어올랐다.
‘제발 해치의 몸통까지만이라도 도달해라…!”
그 순간, 공중에 있던 내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 스킬, 을 사용합니다.(스킬 지속 시간: 1분) ]
콰아아앙!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내 몸이 해치를 향해 치솟았다.
있을 수 없는 점프력에 깜짝 놀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내가 박차고 오른 땅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이 보였다.
이곳의 지반은 바위다. 내 스탯을 생각하면 저런 발자국이 남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고개를 드니, 5m는 족히 넘는 높이의 해치 얼굴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설마, 오우거 부족장의 괴력이 내 몸에 깃든 건가?’
그렇다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비상식적으로 강한 힘이 내 몸에 깃들었고, 그 힘 덕분에 바위 지반에 발자국까지 남기며 도약해, 해치의 머리 꼭대기까지 도달한 것이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치의 머리에 달린 뿔을 붙잡았다.
그리곤 뿔을 뜯어낼 심산으로 온몸의 힘을 끌어당겨 팔에 응축시켰다.
쿠오오오오오!
뿔을 당기는 힘에 거구의 해치가 들어 올려져, 뿔이 꺾임과 동시에 엎어쳐졌다.
쾅!!
해치는 볼품없이 나자빠졌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내 두 손에 들린 해치의 뿔을 바라봤다.
지금 있던 일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공략 완료를 알리는 던전 알림창이 떴다.
[ 당신은 해치의 뜻을 거슬러 뿔을 꺾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 C급 던전, 심판대 – 공략 성공 ] [ 공략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정산합니다. ] [ 1,000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 [ 당신은 ‘[C] 해치의 방울’을 획득하였습니다. ] [ 당신은 ‘[C] 해치의 비늘검’ 을 획득하였습니다. ] [ 당신은 ‘[SSS] 최후 인류의 기록’을 획득하였습니다. ]공략 성공 알림이 뜨자 해치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동시에 내 몸에서 감돌았던 폭발적인 힘이 빠져나갔다.
나는 바닥이 축축한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드러누워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 스킬, 의 사용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 [ 메인 스킬, 이 종료됩니다. ] [ 메인 스킬, 이 비활성화됩니다. 재활성화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됩니다. ]마지막 순간, 내게 엄청난 힘을 부여했던 스킬도 종료되었다. 가능성 스킬…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거였군.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로 하고, 다시 던전의 보상들을 살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상템 중에 이상한 게 하나 끼어 있었다.
‘…최후 인류의 기록? 이거, 내 일기장이잖아.’
대체 내 일기장이 왜 던전 보상템이 되어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