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세상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1)
이유영이 몬스터와 전투하는 사이, 진준성은 그림 바깥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호스를 잡고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이러다 끊어지는 거 아니야?’
혹시라도 놓칠까 봐 무서워서 진준성은 호스를 허리에 한 번 감고 어깨에도 한 번 감아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유영이 움직이며 생기는 진동을 온몸으로 격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진짜 헌터가 맞긴 하구나….’
그런데 왜 던전에 있어야 할 몬스터가 이 그림 속에 있는 걸까.
근처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건 협회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던전 밖에서 몬스터가 능력을 써서 사람을 납치하고 있는 상황인데, 설마 아무도 모르는 걸까?
‘그럼 이유영 헌터는 어떻게 알아낸 거지…?’
진준성은 자신의 이야기만 듣고 이 그림의 정체를 파악해내던 이유영을 떠올렸다.
대체 그는 정체가 뭘까?
진준성이 혼자 생각하던 중, 갑자기 창고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안한 마음에 순간 문 쪽을 돌아보았으나, 열쇠는 자신에게 있으니 아무도 못 들어올 거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일정한 속도로, 스산하게 울리는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깝게 들려왔다.
마치 문이나 잠금쇠 따위는 아무런 상관 없이 통과할 수 있는, 귀신이 오는 것만 같았다.
순간 학교에서 떠도는 괴담의 내용이 떠올랐다.
피해자가 귀신이 되어서 학교를 떠돌고 있다는 괴담.
하지만 귀신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범인은 몬스터라는 게 이미 밝혀졌다.
진준성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지금 상황이 귀신이 아닌 몬스터와 관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이유영에게서 받은 검은 구슬을 공중에 던졌다.
샤아아아악….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진준성을 감쌌다.
이런 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저 발소리의 주인이 몬스터라면 지금은 여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진준성은 발소리 주인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쟤는…!’
반에서 가장 먼저 사라졌던 학생.
무언가를 들고서 계단을 내려오던 그 애는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귀는 돼지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었고, 코는 뭉툭하게 변해 있었으며, 몸 부분은 거대하게 부풀어 있었다.
돼지처럼 변한 검은 눈이 진준성의 뒤에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
“헉…!”
진준성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자 더 이상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 형태를 지닌 그 아이가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 애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듯, 귀를 팔랑이며 진준성의 주위를 배회하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진준성은 숨을 참고 속으로 온갖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기도가 통한 걸까, 아이템의 효과가 뛰어났던 걸까.
그 애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진준성에게서 멀어졌다.
‘잠시만, 아이템이 통했다는 건… 저 애는 이미 몬스터가 된….’
순간적으로 비관적인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으나, 진준성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생각을 털어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이템 효과가 엄청 좋은 거겠지.’
그 애는 널찍한 바닥 위에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러자 두루마리에서 먹물이 터져 나오더니, 그 속에서 사람이 한 명 튀어나왔다.
그 사람은 진준성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담임 선생님…!’
그 애는 담임 선생님의 머리채를 붙잡고 질질 끌어서 그림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담임은 정신을 잃은 건지, 몸이 축 늘어진 채로 무력하게 끌려 오고 있었다.
진준성은 검은 연기 속에 숨어서 몸을 덜덜 떨며 갈등했다.
이대로 계속 숨어 있어야 하나? 당장 이유영 헌터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나?
그러나 진준성이 망설이던 사이, 그 애가 담임 선생님을 그림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었다.
진준성은 반사적으로 외치고 말았다.
“아, 안 돼!”
어쩌자고 이런 짓을 한 걸까?
진준성은 몸을 던져 그 애를 밀치고는 담임 선생님을 그림에서 뽑아냈다.
그 순간, 아이템의 효과가 풀리며 진준성의 모습도 완전히 드러나 버렸다.
진준성을 발견한 그 애는 먹이를 빼앗긴 짐승처럼 몸을 부르르 떨다가, 목을 천장으로 치켜들며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꽤애애애애애액!!
사람의 성대로 만들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애가 내지른 괴성은 진준성의 귀를 찢어버릴 기세로 울려 퍼졌다.
진준성은 담임을 끌고 계단으로 향하려 했으나, 그 강렬한 음파에 몸이 묶인 것처럼 한 발짝 내딛는 것도 버거웠다.
“으윽…!”
머리가 깨질 듯이 울리는 탓에, 진준성은 그만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사이, 그 애가 다가와 진준성의 머리채를 쥐어 들었다.
한 손으로는 담임의 머리채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진준성의 머리채를 쥐고서는 그대로 그림 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으윽! 이거 놔…!”
힘이 얼마나 센지, 진준성이 버틸수록 머리가 뜯겨나갈 듯한 고통이 온몸을 장악했다.
반항할수록 힘이 빠졌다. 담임과 함께 그림으로 끌려가던 진준성은 이유영의 말을 떠올렸다.
‘‘될놈될’이라는 말 아십니까?’
‘여차할 땐 그냥 준성 학생 본인을 믿으세요.’
믿긴 뭘 믿으라는 건지…!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귀에서 뜨거운 게 흘러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볼 것도 없이 피일 것이다.
진준성의 눈에서도 뜨거운 게 흘러나왔다.
저 애는 정말로 몬스터로 변해버린 걸까?
몬스터는 절대로 인간과 공존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그건 모든 사람이 의심하지 않는 절대적인 명제와도 같았다.
만약 이 애가 몬스터로 변해버린 거라면, 이유영 헌터는 이 애를 죽이려고 할지도 모른다.
진준성은 몬스터로 변해버린 애한테 끌려가고 있는 현재 상황도, 이 애의 결말에 죽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상황도, 전부 미칠 것만 같았다.
“이거 놔!!”
진준성이 발악하자, 그 애는 진준성을 굴복시키려는 건지 멈춰서서 흉부를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퍽! 퍽!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고통이 진준성을 뒤덮었다.
“끄흑!”
이러려고 이유영 헌터를 따라온 게 아닌데.
이런 꼴을 보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게 아니었다. 그저 잘못된 걸 바로잡고 싶었을 뿐이었다.
진준성은 죽지 않기 위해 몸을 최대한 웅크리며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생각해, 방법이 있을 거야. 돼지… 돼지 그림, 얘는 그림 속 돼지한테 잡혀가서 돼지로 변해가고 있는 거겠지. 그 돼지 몬스터는 이유영 헌터가 해치울 거고, 다른 애들도 이유영 헌터가 구해올 거야. 그럼 나는….’
순간적으로 담임이 나타났던 두루마리가 진준성의 눈에 들어왔다.
돼지 몬스터의 능력이 그림이랑 연결되어 있다면, 이 애도 그 능력에 영향을 받은 거라면.
‘그림을 망가트리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진준성은 곧바로 그 생각을 철회했다. 만약 그게 됐다면 이유영 헌터가 그림 속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자. 저 애가 그림에 물들었다면… 이미 그림의 일부가 된 거라면… 그래, 이거다!’
결론을 얻은 진준성은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발길질해대는 녀석을 노려봤다.
그리고 발이 올라가는 때에 맞춰,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녀석을 밀어버리며 중심을 무너뜨렸다.
쿵!
상대가 무너지는 순간, 진준성은 때를 놓치지 않고 머리를 쥔 손을 손톱으로 쥐어뜯었다.
전부 윤지석에게서 배운 필살 호신술이었다.
『꾸이익!』
반사적으로 녀석의 손이 펴지자, 진준성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듯이 구르고 달려서 지하 창고에 있던 수도로 향했다.
이유영 헌터가 호스를 뽑아냈던 그 수도였다.
진준성은 한 손으로 뻑뻑한 수도꼭지를 돌리며 황급히 메고 있던 책가방을 벗었다.
상대가 멧돼지처럼 엄청난 기세로 진준성에게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잠시라도 시간을 벌어야 했다.
‘제발 통하기를…!’
책가방을 던져 시야를 방해하고, 마침내 수도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 순간.
진준성은 그 애를 향해 물을 쏘아낼 수 있었다.
촤아악!
물을 맞은 상대의 얼굴이 징그럽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포효하는가 싶더니, 그 애를 뒤덮고 있던 무언가가 물감처럼 뚝뚝 흘러내렸다.
『꽤애애애액! 꽤, 윽, 으풒, 푸헉!』
진준성은 확신했다.
던전 밖에서 몬스터가 활개 치는 것이라면, 그림 속에서만 몬스터의 능력이 유효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달리 말해 몬스터의 약점은 그림 밖에서도 유효할 게 분명했다!
몬스터로 변해가던 동급생을 없애려 하지 않고,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생각을 했기 때문에 떠올린 방법이었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을 때부터 처음부터 가졌던, 오직 상대를 구해내겠다는 일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유영의 조언처럼 진준성이 자신을 믿지 않았다면 이런 방법을 떠올리는 것도, 실천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순간.
[ 당신의 전략에 시스템이 응답합니다. ] [ 당신의 전략은 최대의 배려와 최고의 책략, 이윽고 최선의 전략이 되어 재탄생합니다. ] [ 메인 스킬, 이 생성되었습니다. ].
.
.
[ 당신의 전략으로 인류를 구하길 바랍니다. ]***
“그 다음에 이유영 헌터님이 호스를 잡아당기셨고, 저 애도 사람으로 되돌아왔어요.”
여기까지가 진준성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진준성을 치유해주며 이야기를 들은 나는 한 마디를 건넸다.
“고생했다.”
짧지만 지금 내 심정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한마디였다.
진준성은 그 나이대에 맞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진준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 녀석이 구해낸 학생을 바라봤다.
세수 한 번 제대로 한 사람처럼 젖어 있었지만, 치유를 마쳐서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만약 진준성이 날 불러서 내가 몬스터로 변해가던 학생을 마주했다면, 과연 진준성처럼 대처할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겠지. 11년간 헌터 생활을 하며 쌓인 분노는 쉽게 사그라드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죽이진 않았겠지만, 다치긴 했을 것이다.
거기다 내가 그림에서 나온 사이, 몬스터가 힘을 키웠다면 몇몇 학생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운일지 몰라도 진준성은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해내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일이 무사히 풀렸을 뿐, 만약 전략이 실패했다면 이 녀석은 죽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쓰다듬다 말고 녀석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놓았다.
“악!”
“고생한 건 고생한 거고. 무슨 일이 생기면 저를 부르라고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그게… 상황이….”
“이미 지난 일이니까 넘어가지만, 이제 헌터가 되었으니 다음부턴 안 봐줄 겁니다.”
“아, 네. 헌터….”
진준성은 새삼스럽게 자신이 헌터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진준성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기 위해 남은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치유를 끝낸 학생들과 담임을 바라보니, 이대로 두고 가면 사건의 범인은 사실 담임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펼쳐질 것 같았다.
‘이럴 땐… 그 사람을 부르는 수밖에 없겠지.’
나는 만능 해결사인 협회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하지만 이런 걸 해결해줄 사람이 이 사람밖에 없었다.
나 혼자 해결하려면 귀찮은 일이 너무 많아진다.
『여보세요, 이유영 헌터님? 혹시 이번에도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무슨 일이 생긴 건 맞지만 기분이 묘했다.
어쩐지 나를 어느 추리 만화의 초등학생 주인공처럼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는 놈으로 보는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그렇습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던전 사태를 해결하던 중에 뒤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직접 오셔서 보셔야 할 것 같은데, 웜홀 타고 은밀하게 오실 수 있습니까?”
『뒤처리요…? 설마, 사람을….』
“아닙니다. 살아는 있는데, 사정이 좀 복잡합니다. 이대로 경찰을 부르면 엄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릴 상황입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위치를 말씀해주시면 제가 가능한 한 서둘러서 가 보겠습니다.』
역시 일 처리가 깔끔한 사람다웠다.
진준성도 이 사람 밑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진준성한테는 협회에 갈 거냐고 묻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미 진준성과 협회 팀장, 강릉에서 만났던 종훈이까지 세 명이 함께하는 그림을 그렸다.
아름다웠다.
나는 문자로 지금 위치를 찍어서 팀장한테 보냈다.
연락을 마치고 난 뒤, 혼자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던 진준성이 갑자기 머뭇거리면서 내게 다가왔다.
“저, 아까부터 고민해봤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지금은 솔직히 헌터로 일하기는 무섭고… 대학도 가고 싶은데… 이유영 헌터님 길드에 미리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예?”
“헌터님 길드 있으시죠? 저 이유영 헌터님 길드에 들어가면 안 될까요?”
그렇게 말하는 진준성의 눈은 여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