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이유영은 살아 있습니다 (1)
수호 길드장, 정하나.
그녀는 수호 길드의 창밖 하늘을 바라보며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심심했다. 오늘은 던전이 안 열려서 할 일이 없었다.
강남 길드장 구속, 강남 길드 붕괴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일까.
요즘은 정말 재밌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과거 구원 길드였던 본 길드는 범생이가 되어서 던전 공략에만 힘쓰고 있고, 부산 길드도 남부 세력 굳히기에 들어가서 정하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인생에 재밌는 일이 들이닥치질 않았다.
뭐, 전 세계적으로 큰 사건이 하나 있긴 했다.
‘에덴의 멸망’. 그리고 에덴 파티에 초청된 헌터들의 죽음.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길드인 ‘만성 길드’가 증언했고, 전 세계는 지금 그 사건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정하나는 믿지 않았다.
만성은 예전부터 재수 없어서 그놈들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유영과 구지상이 죽는다는 건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얄미운 김신욱도 쉽게 죽을 인간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니 살아 있을 것이다. 무슨 큰일을 겪든 간에, 그 녀석들은 살아서 돌아올 것이다.
그들과 같이 던전을 다녀본 정하나에겐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안 죽었으면 연락이라도 좀 해주든가. 열받는 놈들!’
정하나는 계속 이유영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살아있다는 말 한마디 보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얼마나 많이 연락을 했는데, 그 답장 하나 안 해준단 말인가.
대체 에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놈의 에덴. 모든 문제가 그놈의 에덴에 있었다.
세계 1위라는 에덴 길드가 이렇게 바닥까지 처박혀도 되는 건가?
앞으로 헌터 사회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악!!”
정하나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뭐 하나 정하나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수호 길드장실의 문이 노크도 없이 벌컥 열렸다.
정하나가 누구냐고 화를 내려던 순간, 안수연이 다급하게 들어오는 탓에 정하나는 화를 삼켰다.
“하나야! 당장 나와봐. 티비에 이유영 씨 나온다!”
“뭐?! 이유영이?!”
“빨리! 지금 귀국한 것 같은데 기자회견 하고 있어.”
정하나는 급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안수연을 따라 뛰어갔다.
수호 길드 탕비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길드원들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정하나에게, 빨리 이것 좀 보라며 손짓했다.
티비에는 정말로 이유영이 나오고 있었다.
『…하여, 한국의 세 헌터 모두 부상 없이 귀환하였음을 알립니다.』
뉴스에는 ‘[속보] 한국 대표 헌터 셋 모두 무사 귀환. 부상도 없어…’ 라는 배너가 걸려 있었다.
화면 속 이유영은 정말로 부상 하나 없이 말끔했다.
오히려 전보다 더 튼튼해졌다고 할까, 비리비리하던 녀석이 분위기부터 카리스마 있게 달라졌다.
정하나가 삐뚜름한 자세로 화면 속 이유영을 노려보던 사이, 기자 하나가 그에게 질문했다.
『이유영 길드장과 구지상 헌터가 미카엘 길드장과 같은 S급에 올랐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에덴 길드 내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재앙급 던전의 공략대로 참여하며, 능력치의 향상이 있었습니다.』
그의 대답에 수호 길드원들이 모두 경악했다.
“S급?! 한 달 사이에 무슨 S급이 되었대? 저거 구라는 아니겠죠?”
“기자회견인 만큼 거짓말은 아닐 거예요. 무슨 던전에 들어갔길래 S급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하나는 바로 옆에서 말하고 있는 안수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하나의 머릿속에는 구지상과 이유영이 모두 S급이 되었다는 말만 맴돌고 있었다.
“빌어먹을…….”
정하나는 기자회견을 보다 말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헌터란 본래 자신이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군림해야 하는 족속들이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사냥감을 노리고, 열정적으로 꼭대기에 오르길 갈망한다.
정하나가 이유영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게 된 건, 그녀가 타고난 헌터이기 때문이었다.
***
나는 한국의 헌터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덴에 남아있던 다른 타국의 헌터들도 귀국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 것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 모두 같은 말을 퍼뜨리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카엘은 귀국하는 헌터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에덴에서 돌발적으로 재앙급 던전이 열렸으며, 공략대는 무사 귀환했다.’라는 소식 외에는 전하지 말 것.
만성이 에덴에 있던 헌터들을 납치했다는 걸 밝히는 순간, 사람들은 전쟁을 예측하게 되고 세계는 지금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진다.
그러니 힌트 정도만 남겨야 했다. 만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힌트를.
나는 기자회견장에서 미카엘과 약속한 것만을 밝혔다.
기자들은 다양한 것을 물었지만, 나는 대부분 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한국의 대표 헌터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소식만 전해도 충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신욱과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늘 기자회견은 김신욱이 윤지석에게 연락해준 덕에 준비된 것이었다.
녀석은 내게 핸드폰을 맞추라고 잔소리하며, 주차장의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왔네.”
김신욱이 가리킨 방향을 보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빨간색 스포츠카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우릴 반기듯이 경적을 울리더니, 차 뚜껑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드러났다.
“이유영 씨, 김신욱 씨! 타세요!”
윤지석의 목소리였다.
왜 구지상의 차를 몰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반가워서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김신욱과 함께 뒷좌석에 타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사무장님.”
“어휴 그럼 오랜만이죠! 두 분 다 몰라보게 달라졌네요! 근육 엄청 붙은 것 같은데? 난 한국에서 길드 일 보느라 앉아만 있었더니 근손실 왔는데, 아우 부러워 죽겠다.”
윤지석의 수다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니 이제야 집에 온 것 같고 편안해졌다.
김신욱도 마음이 놓인 건지 뒷좌석에 늘어졌다.
우리 둘 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탓인지, 아니면 에덴에서 너무 구른 탓인지, 심리적 피로가 컸다.
윤지석은 그 길로 차를 몰아 길드로 향하며, 길드원들의 소식을 하나씩 얘기해줬다.
나랑 김신욱은 뒷좌석에 늘어진 채 윤지석의 말을 라디오처럼 들었다.
먼저 축하할 소식이 있었다.
진준성이 대학에 합격했다고 한다.
한국 최상위 대학에서 특채로 합격했다는데, 수능도 안 보고 비리로 합격시켰다는 논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준성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이제 헌터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며 마냥 좋아하고 있단다.
부협회장에게 과외를 받은 이후로 준성이 성격이 조금 변했다며, 윤지석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순진한 진준성이 회귀 전의 전략 AI처럼 변했을까 봐 만나는 게 조금 두려워졌다.
한편 고주연은 근 한 달간 길드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스승님이란 사람을 만나러 강원도로 내려가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전파가 안 터지는 산속에서 생활하는 탓에 연락도 어려웠다고 한다.
아마 우리가 도착한 것도 모를 수 있다고 윤지석은 말했다.
“어쩐지. 누님한테 온 연락이 한 개도 없어서 이상하다 했네.”
김신욱은 자기합리화를 하며 중얼거렸다.
고주연을 만나려면 직접 그 산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행히 주소는 남기고 갔다고 하니, 만성에 가기 전에 고주연부터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았다.
다음 소식은 백호의 마수 호두였다.
지금은 호랑이만큼 커졌는데, 이유 길드 홍보대사이자 경비대장으로 톡톡히 일하고 있다고 한다.
마수라서 그런지 성장 속도가 무섭다며 윤지석은 몸을 과장스럽게 떨었다.
마지막으로 신윤현.
신윤현은 이 중에서 제일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약을 팔아 벌어들인 돈이 어마어마했고, 재산 관리를 윤지석에게 맡기는 대신, 그 일부를 길드 공사에 써달라고 했단다.
그 덕에 이유 길드는 지금 남부럽지 않을 만큼 대단해졌다고 자랑했다.
“거기다 제가 매일 끌고 나가서 운동시켜서 허약하던 몸도 튼튼해지셨어요. 어때요, 이유영 씨 없는 동안에도 길드 잘 돌아갔죠?”
“그렇네요. 사무장님이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그쵸, 이게 또 알아주시니까 보람이 있네.”
윤지석은 호탕하게 웃었다.
윤지석 역시 전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한 달 사이에 길드를 더 가꾸며 즐거움을 찾은 모양이다.
이렇게 유능한 사무장인 윤지석이 없었다면 우리 길드는 굴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구지상 씨는 왜 안 오신 거예요?”
“말하자면 깁니다. 지금쯤이면 베이징에 도착했겠네요.”
“중국 갔어요? 한국도 안 들르고? 이야… 구지상 씨도 진짜 바쁘게 사네.”
에덴 길드와의 동맹이나 만성과 에덴의 상황은, 길드원들이 모두 모이고 난 다음에 말하는 게 낫다.
김신욱도 당장 말할 생각이 없는지 말없이 차창 밖만 보고 있었다.
“사실 구지상 씨가 자기 없는 동안 쓰라면서 차 키 주고 가셨거든요. 고맙다는 말 한 번 해야 하는데, 언제쯤 들어오시려나.”
윤지석은 중얼거리면서 차를 주차하기 시작했다. 떠들다 보니 어느새 길드에 도착한 모양이다.
그런데 윤지석이 주차하러 들어온 이 공간이 낯설었다.
바로 길드에 오는 줄 알았는데, 다른 곳에 들른 건가?
“우선 내리시죠! 길드 도착했으니까.”
“도착했다고요?”
“예! 저기 쓰여있는 거 안 보여요? 이유 길드!”
윤지석이 가리킨 곳에는 ‘EYU’라는 문자가 달린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여기가 우리 길드라고?
나랑 김신욱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윤지석은 먼저 내려서 차 문까지 열어줬다.
넓은 주차장까지 갖춘 이 번쩍거리는 건물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커다란 흰색 물체가 우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왔다.
“크와앙!”
시베리아 호랑이만큼 거대해진 호두가 나를 덮쳐왔다.
만약 내가 F급 헌터였던 시절이라면, 즉시 꼴사납게 쓰러져 넘어졌을 것이다.
다행히 그때와는 달랐다. 나는 안정적으로 이 거대한 호랑이를 받아낼 수 있었다.
“크릉!”
호두는 내게 반갑다고 인사라도 하는 건지 커다란 머리를 내 얼굴에 마구 부볐다.
내가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내 얼굴만큼 커다란 혀로 나를 핥아 올렸다.
잠깐 사이에 이렇게 크다니. 확실히 마수는 마수였다.
“호두야! 길드장님 그만 괴롭히고 돌아가라!”
윤지석이 호두의 등짝을 두들겨서 경비실처럼 보이는 곳으로 돌려보냈다.
호두는 윤지석의 말도 잘 듣는 건지, 다시 쏜살같이 달려가서 사라졌다.
한 달 사이에 훈련까지 잘 받은 듯했다.
나는 잠깐 벙찐 채로 호두의 뒷모습을 보다가, 내 길드라는 건물을 올려다봤다.
윤지석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놀란 나를 보며 말했다.
“아직 놀라긴 일러요? 자, 얼른 안으로 들어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