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이유영은 살아 있습니다 (2)
윤지석은 회사 입구처럼 바뀐 로비를 지나, 지하철역 개표구 같은 보완 장치를 통과했다.
나랑 김신욱은 달라진 길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엉거주춤 윤지석을 따라가고 있었다.
일상처럼 익숙하게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윤지석은 적응 못 하는 우리를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증축 공사한다니까 박이원 길드장님이랑 천혜 길드장님이 되게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계획했던 것보다 더 규모가 커져 버리긴 했죠. 어쨌든 간지나죠?”
간지나긴 해도 이건 좀, 과했다. 우리 길드가 그럴 주제가 되는지 의문이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윤지석을 쳐다봤다. 이 대규모 증축 공사에 대체 얼마를 쓴 걸까. 물어보기가 두려워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최첨단 로봇이 길드를 청소하며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NASA에나 있을 것 같은 로봇이 우리 길드를 청소하고 있었다.
나랑 김신욱이 당황하든 말든, 최첨단 로봇은 우리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유 길드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저 로봇 하나만 해도 건물 하나 값은 될 것 같았다.
내가 윤지석을 쳐다보자, 윤지석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로봇의 정체를 설명했다.
“그거 천혜 길드장님이 선물해주신 거예요. 청소를 아주 시원시원하게 해요.”
다행히 이건 내 돈으로 산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에게 인사하던 로봇은 삐걱삐걱 움직이더니, 또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영 길드장님, 천혜 길드장님께서 언제 천혜 길드에 올 거냐고 물으십니다. 진준성 헌터와 마수를 데려오는 걸 잊지 말라고 하십니다. 덧붙여, 감시 기능은 달지 않았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십니다. 그럼, 이만.』
로봇은 다시 삐걱삐걱 움직여 우리를 떠났다.
천혜 길드장이 보낸 선물이라고 했을 때부터 경계했어야 했는데. 로봇에 날 인식하자마자 메시지를 송출하도록 만든 모양이다.
저걸 당장 천혜로 돌려보내야 하나 생각하던 때, 윤지석이 나를 진정시켰다.
“저 로봇은 죄 없으니까 부수면 안 돼요. 저게 혼자서 1층부터 10층까지 청소 싹 한다니까? 저거 망가뜨리면 이유영 씨가 청소하셔야 해요?”
“….”
내가 김신욱도 아니고. 화난다고 물건을 부수진 않는다.
어쨌든 로봇이 나보다 유능한 것 같으니 천혜로 돌려보낼 수는 없을 듯했다.
김신욱은 로봇을 구경하다가, 로비 쪽을 흘긋거리며 윤지석에게 물었다.
“피아노는 치웠냐?”
“에이, 그 귀한 걸 어떻게 치워요? 김신욱 씨 방에 갖다 놓았어요. 심심하면 동당동당 하시라고.”
“내 방에? 그 큰 게 들어가기나 해?”
“당연하죠! 이거이거, 방부터 구경시켜드려야겠구만?”
윤지석은 의기양양하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9층 버튼을 눌렀다.
이 엘리베이터로 지하부터 10층까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듯했다.
윤지석은 이 건물의 각 층에 뭐가 있는지 설명해줬다.
2층부터 5층은 모두 훈련장이라고 한다.
그중 2층 훈련장은 개방형인데, 관리 비용으로 쓰일 이용료만 내고 ‘이유 멤버십’에 가입하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건 진준성의 아이디어라고 윤지석이 말했다.
6층은 미팅룸과 회의실, 자재실, 생산품 관리실 등이 있고, 7층은 윤지석이 사무 공간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8층은 현재 진준성이 전략실이란 공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9층에 이유영 씨랑, 구지상 씨, 김신욱 씨 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숙직실이 있고, 10층은 고주연 씨 쓰시라고 여성용 숙직실 만들어놨어요.”
“와… 이걸 한 달 만에 했다고? 뭔 마술을 부린 거야?”
“진짜 마술 같죠? 이거 전부 박이원 씨 덕분이에요. 외국 헌터 중에 도시 복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 소개시켜줬거든요. 그 사람들이 뚝딱뚝딱하니까 금방 끝났어요.”
우리나라는 협회가 도시 복구나 던전 관리, 민간인 보호를 분담하지만, 협회가 없는 대다수의 나라들은 그런 일을 전담하는 길드가 따로 있다. 그리고 그 인력들은 대체로 몸값이 비싸다.
나는 이제 정말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질문을 했다.
“윤지석 씨… 이거 다 하는 데 얼마 들었습니까?”
“참, 그 얘기를 안 했구나? 이거 신윤현 씨가 다 해주신 거예요.”
“신윤현 씨가요? 왜요?”
“말했잖아요, 제일 달라진 게 신윤현 씨라니까? 우리 윤현 씨, 거의 아랍 부자만큼 돈 벌고 있어요.”
신윤현이야 원래 돈을 많이 벌던 대한민국 대표 힐러지만, 아무리 그래도 길드 증축 비용까지 대주는 건 길드장인 내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 신윤현부터 만날 생각이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신윤현 씨는 지하 공방에 계십니까?”
“그럴걸요? 원래 저랑 같이 두 분 마중 나가려 했는데, 하필 급한 연락 받는 바람에 약 만든다고 못 나왔거든요. 신윤현 씨 만나러 가시려고요?”
“그래야죠.”
그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했다.
나는 지하 1층 버튼을 눌렀고, 윤지석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으며 김신욱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잘 얘기하시고, 이따 준성이 오면 밥이나 먹으러 가죠.”
“알겠습니다. 제가 살 테니까 비싼 곳으로 예약해주세요.”
“아, 우리 길드장님 시원시원하시네! 진짜 비싼 거로 예약합니다?”
윤지석은 넉살 좋게 인사하며 김신욱과 뭘 먹을지 떠들면서 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하는 얘길 들으니, 오랜만에 길드장으로서 돈을 좀 써야 할 것 같았다.
***
지하에 도착하자, 곧바로 ‘이유 공방’이라는 글씨가 궁서체로 적힌 판넬이 보였다.
신윤현의 공방 역시 꽤나 많이 바뀌어 있었다. 태권도 체육관을 개조한 티가 나던 예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겉모습부터 굉장히 큰 한약방처럼 보이는 탓에, 나는 좀 긴장한 채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윤현 씨? 저 왔습니다. 이유영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한 남자가 팔팔 끓는 커다란 솥을 휘젓고 있는 게 보였다. 신윤현이었다.
마른 콩나물 같던 신윤현이 튼튼해진 모습으로 단단한 팔 근육을 써서 커다란 주걱으로 솥을 젓고 있었다.
끓는 소리에 내 목소리를 못 들은 듯, 신윤현은 약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의자에 앉아 그런 신윤현을 구경했다.
눈 밑에 드리운 다크서클도 없어졌고, 푸석한 피부도 젊음을 되찾은 것 같았다. 굽은 등도 펴져서인지 키도 커지고 근육까지 붙어서 사람이 아주 훤칠해 보였다.
과장 없이 10년은 젊어진 듯했다.
공방도 신윤현만큼 많이 변해 있었다.
여러 가지 던전 부산물과 다양한 포션, 약품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여러 가지 기계들이 돌아가며 뭔가 과학적으로 약을 분석했다.
신윤현의 연구 기록으로 보이는 서류들도 가득히 쌓여 있었다. 슬쩍 들여다보니, 그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보고서들이었다.
그때, 솥에 불을 끄고 땀을 닦던 신윤현이 문득 나를 쳐다봤다.
내가 손을 흔들자, 신윤현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겁했다.
“으어어, 귀, 귀신…!”
나는 신윤현이 뒤로 넘어가기 전에 붙잡아 일으켜줬다. 하마터면 솥에 빠질 뻔했는데, 다행히 그 전에 구할 수 있었다.
이런 허당 같은 모습을 보면 진짜 신윤현이 맞는 것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니 더 사람이 다부져 보여서 괴리감이 있었다.
신윤현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이유영 씨인가요…?”
“네. 조금 전에 길드에 도착해서 인사드리려고 바로 찾아왔습니다.”
어째서인지 눈물을 글썽이던 신윤현은 그렁그렁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제가 요즘, 이유영 씨를 닮은 귀신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아십니까…? 이유영 씨가 에덴에서 잘못됐다는 얘길 듣고…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이유영 씨 닮은 귀신이 나타나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고….”
“죄송합니다. 에덴에 상당히 큰일이 있었어요. 핸드폰이 부서진 탓에 연락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에덴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해서 신윤현 씨에게 드릴 말씀도 있습니다.”
내 말에 신윤현은 코를 훌쩍이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마음 편히 감동의 재회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네요…. 이쪽에 앉아서 얘길 들어봅시다….”
나는 신윤현에게 에덴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태풍’의 등장과 그 몬스터의 능력인 ‘번뇌’, 에덴의 공략대 대부분이 당해서 깨어나지 못한 정신 공격. 그리고 비슷한 정신 공격을 사용한 또 다른 몬스터의 존재까지 얘기하자, 한참 심각하게 경청하던 신윤현이 입을 열었다.
“이유영 씨의 힐로도 풀리지 않는 일이니, 제가 힘을 써주기를 바라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언제 그 몬스터가 사람들에게 정신 공격을 퍼트릴지 모르는 상항이라 대항할 수단을 갖춰놔야 합니다. 이 일을 하실 수 있는 건 신윤현 씨밖에 없을 것 같아서, 서둘러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런 위험한 일이 있었다니, 다들 용케 살아오셨군요….”
신윤현은 착잡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보다, 에덴을 무너뜨릴 뻔한 몬스터들의 존재가 걱정인 것 같았다.
뭐, 남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선 대체 불가능한 재앙이 터진 것처럼 절망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몬스터 하나를 확실히 물리쳤고, 승리했다.
그 확실한 승리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우리가 절망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에덴 공략대뿐만 아니라, 당장 눈앞의 신윤현만 해도 놀라울 만큼 변해 있었다.
한국에 있던 헌터들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분위기라도 풀 겸,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윤지석 씨 말로는 신윤현 씨가 석유 부자만큼 벌었다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약만 만들었고… 돈은 준성이가 다 벌었습니다…. 전부 이유영 씨가 이렇게 절 받아주시고, 이유 길드원분들을 만난 덕이죠….”
신윤현은 멋쩍게 웃으며 수입 경로에 대해 설명해줬다.
진준성의 도움으로 온라인 판매와 해외 시장 개통, 협회와의 정기 계약을 해서 돈이 한 번에 몰려왔다고 한다.
약을 만드느라 돈을 관리할 시간이 없어서, 윤지석에게 재산 관리를 맡기고 일부는 길드를 위해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단다.
그랬더니 윤지석이 펀드 매니저를 고용해서 돈을 더 불려왔고, 신윤현이 모르는 사이에 계속 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참, 길드 증축에 사용된 자금은 윤지석 씨에게 드린 돈이 길드에 사용된 거라… 제 덕은 아닙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세요.”
“그래도 이건 길드장인 제가 내는 게 맞습니다. 윤지석 씨에게 영수증 청구해서….”
“자자, 저는 이제 일을 해야 하니… 조금 이따 다시 뵙시다 길드장님.”
신윤현은 내게 돈을 받는 게 부담스러운 건지, 내 말을 끊어버리며 나를 떠밀어 공방에서 내보냈다.
떠밀려 주면서 돈은 내가 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신윤현은 듣지 않았다.
결국 나를 문밖으로 밀어낸 신윤현은 뒤늦게 한마디 했다.
“준성이가… 이유영 씨를 많이 걱정했습니다…. 준성이 돌아오면 신경 써주세요….”
신윤현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일하러 돌아갔다.
나는 잠시 시계를 쳐다봤다. 신윤현이랑 돈 문제로 제대로 얘길 해보려면 일이 끝나야 할 것 같고, 진준성은 학교에 간 건지 길드에 없는 것 같았다.
‘하교 시간까진 아직 2시간 정도 남았는데….’
나는 잠시 두 시간 동안 진준성을 기다려야 할지 고민했다.
윤지석과 신윤현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없는 사이 준성이가 한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았다.
기특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싶었지만, 내겐 한국에 오자마자 해야 할 일이 더 있었다.
협회에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