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새로운 변이
이유영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준성은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한국 최상위 대학에 특채로 합격한 뒤, 고등학교에 발을 들인 적도 없었다.
어차피 가봤자 시기와 질투에 찌든 고등학생들이 진준성을 미워하기만 한다. 그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진준성은 어디에 있느냐.
그는 현재, 초조한 마음으로 협회 앞을 서성이는 중이었다.
“이유영 길드장님이 분명 협회로 오실 텐데….”
진준성은 부협회장 서정현과 이유영이 곧바로 협회에 올지, 안 올지를 두고 내기했다.
진준성은 이유영이 귀국하자마자 협회로 올 거라고 예측했고, 서정현은 이유영이 곧바로 협회에 오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진준성은 자신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진준성이 아는 이유영은, 길드원들과의 의리보다 일단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합리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영은 지금 기자회견이 끝나고 1시간이 넘어가도록 협회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옆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쪼로록 빨아 마시던 서정현은, 얄밉게 웃으며 말했다.
“이유영 길드장은 길드에 들렀다가 오는 모양이군. 이걸 어쩌나?”
“짐만 내려두고 바로 협회로 오실 거예요.”
“그래? 하지만 10분 내로 오지 않으면 이번 내기도 내 승리야.”
저 재수탱이 여우 같은 놈.
진준성은 서정현을 별로 안 좋아했다. 늘 진준성의 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며 약 올리는 인간이라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었다.
아마 이유영이 스승이라고 소개해준 게 아니었다면, 이런 녀석과는 평생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
진준성은 초조하게 시계를 쳐다봤다.
이번에도 부협회장과의 내기에서 지면, 내일 또 부협회장실로 출근해야 한다. 내기의 대가가 ‘일일 협회 출근’이었기 때문이다.
진준성은 더는 서정현 옆에 붙어 있고 싶지 않았다. 이번 내기는 이겨야만 했다.
“이만큼 출근했으면 그냥 협회원이 되는 게 어때? 넌 협회원 체질이야.”
“공무원은 돈 못 벌어서 싫다니까요.”
“그럼 내 개인 비서로 고용해주겠다고 했을 텐데? 돈은 네가 부르는 만큼 준다고. 난 부자거든.”
진준성은 서정현의 말을 무시했다.
이렇게 집요하게 진준성을 협회로 데려가려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처음엔 달콤한 말로 협회에 들어오게 유도하더니, 진준성이 완강히 거부하자 태도를 바꾸며 도발하기 시작했다. 진준성에게 내기를 걸어왔고, 내기의 대가로 진준성을 협회에 출근시켰다.
서정현의 옆에서 배운 게 많긴 했지만, 그렇다고 서정현의 개인 비서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정현은 어디까지나 스승이다. 그 스승이라는 것도 이유영을 위해서 존중해주는 것뿐이었다.
이제 이유영이 돌아왔으니 서정현의 옆에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때였다.
“왜 남의 집 귀한 길드원한테 수작질입니까?”
익숙한 목소리에 진준성은 고개를 번쩍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협회 정문의 기둥 뒤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준성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유영 길드장님…!”
진준성의 손목시계는 조금 전으로부터 고작 2분 지나 있었다.
이번 내기는 진준성의 승리였다.
***
나는 가능성 스킬 중 ‘은신’을 써서 협회로 걸어왔다.
누군가 귀찮게 말을 걸어올까 봐 쓴 스킬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서정현이 내 소중한 길드원을 꼬드기는 것까지 보게 되었다.
서정현은 내가 나타나자 순순히 진준성에게서 물러나는 듯했다.
진준성은 어지간히 반가운지 내게 달려와 매달렸고, 서정현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습니까? 길드원들이랑 반가운 재회 인사라도 좀 하고 오시지.”
“반갑다는 말을 참 길게도 하시네요.”
심연의 천리안으로 봤을 땐 김상엽에게 내가 돌아올 거라고 아련하게 말하더니, 괜히 까칠하게 굴고 있다.
저따위로 말해도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난 알고 있었다.
“감동의 재회는 그쯤하고 들어가시죠. 할 말이 많습니다.”
서정현은 먼저 협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녀석을 따라 협회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쏟아졌다.
사람들은 나를 희귀 생물을 만난 것처럼 신기하게 쳐다보며, 내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줄곧 나를 구경했다.
내가 진짜 ‘이유영’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나를 따라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래서 ‘은신’을 써서 온 건데.
부협회장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문을 닫으며 말했다.
“한국에선 이유영 씨 때문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기껏 강남 길드장을 퇴치한 영웅이 되어놓고 에덴에 가서 죽었다는 얘기가 나오니, 사람들 기분이 어땠겠습니까?”
“그래서 기자회견도 했잖습니까.”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주변 사람들도 챙기세요. 부산 길드장만 해도 미국에 가겠다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하필 에덴에 구지상과 김신욱을 데려갔으니, 두 녀석을 내게 맡긴 길드장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듯했다.
갑자기 후환이 두려워졌다. 그런데 문득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진준성이 자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상이 형이 연락해줬을 때, 제가 부산 길드장님이랑 본 길드장님께는 바로 연락드렸어요.”
나는 진심으로 안심하며, 진준성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진준성은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윤지석이 애가 달라졌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지금 보니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키가 좀 컸는지 눈높이가 비슷해진 것 말고는 평소의 진준성이었다.
“두 분 참 사이가 좋으십니다.”
비꼬듯이 말하던 서정현은 우리를 곧장 부협회장실로 데려갔다.
서정현이 들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협회원들은 곧바로 도청 장치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진준성은 이 풍경이 익숙한지 익숙하게 검사를 받고 부협회장실의 소파에 앉았다.
곧 검사를 끝낸 협회원들이 나가자, 부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본론부터 말하죠. 이유영 길드장, 사람을 몬스터로 만드는 상태이상, ‘변이’에 대해 아십니까?”
“압니다. 이전의 야생의 몬스터 사태 때 그 상태이상에 당한 적도 있었고요.”
“이유영 길드장이 아는 변이에 대해 얘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왜 갑자기 변이에 대해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는 대로 설명해줬다.
이전에 데스스토커라는 몬스터에 당해 변이에 걸린 적도 있었고, ‘생명의 의지’ 덕에 탈출했다. 하지만 타인의 변이를 풀어주는 건 불가능했고, 몬스터를 죽여야만 변이가 풀렸다.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뿐이었다.
잠자코 설명을 듣던 서정현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무슨 수를 썼길래 그게 가능했던 거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녀석을 쳐다보자, 서정현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녀석은 꽤 중요한 이야기를 할 생각인지, 손가락을 튕겨 서브 스킬을 발동했다. 곧 우리 주위로 반구체의 반투명한 막이 생겨나며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완전한 방음벽이 생성된 것이다.
서정현은 이제부터 하는 얘기는 어디에도 발설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며 입을 열었다.
“김상엽 팀장이 ‘변이’에 당했습니다. 현재 협회 수감소에 구속해둔 상태고, 해결책을 찾는 중입니다. 솔직히 이유영 길드장의 힐이라면 통하지 않을까 했는데, 들어보니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네요.”
“김상엽 팀장님이 변이에 당했다고요? 야생의 몬스터가 다시 출몰한 겁니까?”
“아뇨,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에게 당한 겁니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연의 천리안으로 본 김상엽은 불에 타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게 ‘변이’로 인한 몬스터화였다면, 몬스터에게 당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서정현은 지금 사람에게 당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신입 헌터 교육에서 변이에 당해 사람을 적대하는 헌터가 생기긴 했지만, 그 헌터가 사람에게 변이를 일으키진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서정현은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유영 길드장이 에덴에 갇혀 있던 사이, 만성 길드에서 협회를 찾아왔었습니다. 만성 길드장의 아들, 류차오가 혼자 협회를 찾아왔었죠. 김상엽 팀장이 변이에 걸린 건 그 직후입니다.”
“류차오가 무슨 짓이라도 했습니까?”
“물리적인 위협은 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류차오가 온 목적 자체가 위협이긴 했습니다.”
만성은 ‘아시아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움직이는 길드다. 협회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예전부터 만성을 경계해왔다고 한다.
그 일환 중 하나가 강남 길드장의 구속이었다.
강남 길드가 만성과 교류하던 순간부터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을 체포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성의 스파이였던 강남 길드 1분대장을 통해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스파이들의 존재는 만성이 많은 나라에 손을 뻗었다는 증거나 다름없었다.
협회는 이것이 그들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에덴 멸망’이 변수로 작용했다. 헌터 사회의 질서를 만든 에덴이 습격을 받으면서, 만성은 과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덴이 봉쇄된 사이, 류차오가 예고 없이 한국 헌터 협회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만성과 함께 아시아를 통합하자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협회가 거절하자 류차오는 순순히 돌아갔는데, 그가 돌아간 이후 같은 자리에 있던 김상엽이 변이에 당하고 말았다.
류차오가 무슨 수를 쓴 게 틀림없었다.
협회장은 이 사실을 일급 기밀로 지정하고 김상엽을 감금했다.
이건 만성이 한국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은 공포에 떨게 될 테니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협회장과 서정현은 김상엽을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가 에덴에 있는 사이 류차오가 정신 나간 짓을 벌이고 다녔던 모양이다.
나는 심각해 보이는 서정현과 진준성에게 말했다.
“만성이 이렇게 과격하게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에덴에 초청된 헌터들이 모두 죽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류차오가, 사실 그 헌터들을 인질로 삼고 있거든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이미 에덴 측 헌터 두 분과 구지상 씨가 그 사람들을 구하러 만성에 갔습니다. 이유 길드는 공식적으로 에덴과 동맹을 맺었고, 만성의 멸망을 위해 같이 움직일 예정입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의 입이 벌어졌다. 어지간히 놀란 듯, 말 잘하는 녀석들이 말 한마디 못 하고 입을 금붕어처럼 뻐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뇌 회전이 빠른 녀석들답게, 빠르게 상황을 이해를 끝마친 것 같았다.
서정현은 표정을 갈무리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에덴은 신중하게 대응하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미카엘 길드장답지 않지만, 뭐, 나쁘지 않습니다. 그 인질들만 무사히 구해낸다면 만성은 더 이상 나설 수 없고, 우리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겁니다.”
이어서 진준성이 말했다.
“그런데 각국의 대표인 헌터들을 무슨 수로 묶어뒀을까요? 아무리 만성이라고 해도, 그 강한 헌터들을 묶어두는 건 불가능할 텐데요.”
“만성이 그들에게도 변이를 걸었다고 보는 게 좋겠지. 가둬놓을 수단만 확실하다면 그보다 좋은 수단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구출 팀이 변이된 헌터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데… 구지상 헌터님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쉽지 않을 거예요. 상대는 사람이잖아요. 아무래도 한국과 에덴에서 인력을 좀 더 붙여야겠는데요.”
두 녀석이 알아서 머리를 팽팽 돌려 결론을 내주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천재를 원하는 걸까. 나는 생각을 외주 맡긴 것처럼 두 녀석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한마디 했다.
“제가 만성에 갈 겁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이 말을 멈췄다.
별다른 말도 안 했는데 두 놈의 똑똑한 머리는 새로운 판단이 선 것 같았다.
잠깐 사이에 진준성과 시선을 교환하던 서정현은 나를 향해 말했다.
“진준성도 데려가시죠.”
“준성이는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그 위험한 곳에 어떻게 데려갑니까?”
“진준성이 있으면 만성 길드의 지도를 딸 수 있고, 만성 길드장의 스킬도 알아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이유영 길드장의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닐 텐데요?”
저 재수 없는 놈이 반박하기 어려운 말을 꺼내고 있었다.
나는 진준성을 쳐다봤다. 내 편을 들어주길 바랐는데, 진준성은 이번엔 서정현의 편인 듯했다.
진준성은 시무룩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저 대학도 합격하고, 부협회장님한테 훈련도 받아서 능력치도 A로 올랐어요. 전부 이유영 길드장님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렇게 열심히 한 건데… 절 안 데려가시겠다고요?”
“….”
진준성의 애절한 말투와 표정을 보니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마음 약해질 걸 알고 일부러 저런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말이 안 나왔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진준성은 한 번 더 애원했다.
“이유영 길드장님. 만성에 고주연 헌터님이랑 김신욱 헌터님 데려가실 거예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전 안된다고요?”
“준성 학생은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이건 어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진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납득해준 건가 싶었는데, 진준성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
“길드장님, 이유 길드 사칙 기억하시죠?”
“물론 기억합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저랑 1대 1 승부해서 이긴 쪽의 말을 따르기로 하죠.”
그 말에 서정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준성은 똑바른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 호기로운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꼬맹이가 지금 나한테, 맞짱 선언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