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총알이 내 미간을 뚫을 듯이 날아오고 있었다.
피할 틈이 없었다.
나는 팔을 들어 올려 막으며, 총이 발사된 방향을 바라봤다.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그곳엔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고주연이 있었다. 고주연은 나랑 눈이 마주치자 고갯짓으로 등 뒤를 가리켰다.
총을 쏜 진준성은 고주연의 뒤에 숨어있는 듯했다.
‘이 자식이, 날 이겨 먹겠다고 총을 쏴?’
진준성이 쏜 총은 내가 선물해준 ‘애시드건’이었다. 총알이 박힌 곳이 산성 물질에 닿은 것처럼 녹아내리고 있는 걸 보면, 그 아이템이 확실했다.
무감각 스킬 때문에 총을 맞은 자리에 통증은 없었지만, 이 녀석은 정확히 내 머리를 노리고 쐈다. 제대로 맞았다면 아마도 내 패배였을 것이다.
그때, 혼란을 틈타 내 손에서 탈출한 호두가 고주연을 향해 뛰어들었다.
백호의 스킬, ‘신속’을 사용해 공간을 점프하며 날아간 호두는 고주연의 머리 위를 날아, 숨어있던 진준성을 등 뒤에 태웠다.
서커스 같은 묘기에 신윤현이 박수를 치던 때,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탕! 탕!
나는 곧장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콰과과과곽!
심판의 물이 높은 파도처럼 솟아오르며 방벽을 세워, 총알을 막았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솟아오른 물기둥이 진준성과 호두를 향해 뻗어나갔다.
촤아악!
호두는 신속을 써서 내가 만들어낸 물기둥을 능수능란하게 피했다.
한 달 전까지 내 손바닥만 했던 녀석이 사방신 백호의 능력을 완전히 흉내 내고 있었다.
진준성은 날렵하게 움직이는 호두 위에서, 정확히 날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아직 군대도 안 다녀온 녀석이 백발백중으로 날 겨냥하는 걸 보면, 그 사이에 사격 훈련까지 한 모양이다.
나는 두 녀석을 더 시험해볼 겸, 더욱 강력한 물줄기를 쏘아 올렸다.
그런데 구경꾼 중 한 놈이 날 향해 투덜거렸다.
“야 인마, 물 튀잖아! 물!”
“어, 시원하지?”
김신욱은 뭐라고 욕을 지껄이며 고주연과 신윤현을 데리고 멀리 떨어졌다.
윤지석은 언제 피신한 건지, 이미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물기둥에 쫓기던 호두와 진준성은 궤도를 틀어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더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반격을 시도하는 듯했다.
한층 빨라진 속도로 달려드는 호두는 나를 물어뜯을 듯이 이를 드러냈다.
나는 피하지 않고 녀석의 정면에 맞서서, 주먹을 쥐었다.
꽝!
꿀밤을 한 대 먹이자 호두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다음으로 위에 올라탄 놈에게도 꿀밤을 먹이려는데, 진준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다짜고짜 내 머리를 쏘질 않나,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질 않나. 하여튼 비정한 녀석이다.
그런데 그때, 그 비정한 녀석이 내 뒤통수에 달궈진 총구를 들이밀었다.
“제 승리예요.”
나는 양손을 드는 척, 진준성의 다리를 발로 쳐내면서 팔을 붙잡았다.
진준성은 내 행동을 예측한 것처럼 발을 피했으나 팔은 쉽게 붙잡혔고, 내게 반항하려고 총을 마구잡이로 발사했다.
탕탕! 탕!
난사되는 총알에 윤지석과 신윤현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진준성의 손목을 비틀어 꺾으며 총을 떨어트렸다. 떨어진 총을 발로 차버린 뒤, 녀석의 오금을 차서 무릎을 꿇게 했다.
진준성은 무릎을 꿇으면서도 내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벗어나기엔 힘이 부족했다.
“승리라고 말할 시간에 쐈어야지.”
나는 녀석을 완전히 제압한 뒤 심판을 바라봤고, 윤지석도 호루라기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진준성은 패배를 인정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녀석은 기합을 내지르며 내게 박치기를 했다.
“흐압!”
내 턱을 쳐올린 녀석은 곧장 팔에 매달려 암바를 걸었다. 금방이라도 팔이 탈구될 것처럼 꺾였으나,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는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나는 진준성이 매달린 팔을 들어 올려 녀석을 벽에다 내던졌다.
쿵!
진준성은 큰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혔다.
그런데도 녀석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녀석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그만해.”
“싫어요….”
진준성은 내게 달려들며 주먹을 내질렀고, 나는 회피하며 녀석이 내지른 팔을 붙잡아 엎어뜨렸다.
녀석은 내 반격을 예측한 듯 몸을 돌렸으나, 부상을 입은 몸이 녀석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았다.
쿵!
진준성은 바닥에 엎어지면서도 몸을 일으키려 했다. 나는 더는 녀석이 일어날 수 없도록, 등 뒤에 올라가 앉았다.
몇 번 벗어나려고 애쓰던 진준성은 분하다는 듯 땅을 주먹으로 쳤다.
“여기까지! 진준성의 행동 불능으로 이유영 씨 승리입니다.”
윤지석은 호루라기를 불며 외쳤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준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준성은 진 게 분한 건지 내가 내민 손을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억지로 녀석을 일으키며 말했다.
“일어나. 힐 해줄게.”
“필요 없어요. 얼마 다치지도 않았는데….”
“만성 가려면 컨디션 조절해야지. 얼른 일어나.”
내 말에 진준성의 눈이 커졌다.
나는 진준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명의 의지를 발동했다.
만성을 상대하는 건 엄밀히 말하면 헌터가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다만, 헌터가 하는 일이 아니기에 이 녀석이 필요할 것 같았다.
머리가 좋고 승리를 위해 비정한 판단을 할 줄 알며,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동료. 내게 없는 자질을 갖춘 이 녀석이 있어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해진다.
나는 진준성에게 물었다.
“새로운 스킬 얻었어? 내가 무슨 공격 할지 예측하는 것 같던데.”
“…눈치 빠르시네요. 부협회장님이랑 허구한 날 훈련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예측’이라는 스킬이 생겼어요. 솔직히 그게 있는데도 진 게 부끄러워서 들키기 싫었는데….”
진준성은 꿍얼거리며 변명하듯이 얘기했다.
진준성의 패인은 단순히 신체 능력 부족이다. 만약 진준성의 신체 능력이 나와 같았다면 내 공격은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측 스킬을 이용해 내 공격을 역이용해서 반격하기도 쉬웠을 것이고, 나도 총알 몇 개는 맞았을 것이다.
그만큼 괜찮은 스킬이었다.
지금의 진준성은 정말로, 내가 알던 진준성이 아니었다.
“길드장님. 정말로 저 데려가시는 거죠?”
진준성은 내게 확답을 얻으려 하고 있었다.
이 꼬맹이를 데려가는 건 옳은 일이 아니지만, 내겐 이 녀석이 필요했다.
나는 고민 끝에 어렵게 한마디를 꺼냈다.
“그래.”
“정말이죠? 진짜죠?!”
“그렇다니까.”
내 이기심에 데려가는 것인 만큼,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리를 구경하고 있던 신윤현과 윤지석에게 물었다.
“신윤현 씨, 윤지석 씨, 두 분이서 길드를 지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길드는 이 아저씨들에게 맡기고, 가서 무사히만 돌아와 주세요….”
“아저씨들이라니? 난 아니에요, 난 아직 청년이야, 새파란 청년.”
이상한 곳에서 반박하던 윤지석은 잠시 진준성을 쳐다봤다.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던 진준성은 윤지석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윤지석은 한숨을 쉬며, 못난 아들내미를 맡기는 학부모 같은 말투로 내게 말했다.
“정말 저 녀석을 데려가도 괜찮으시겠어요? 쟤 겉만 번지르르하지, 완전 사춘기 소년이에요. 중2병 알죠?”
“아, 형!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진준성은 사춘기 소년처럼 반응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가 책임지고 신경 쓰겠습니다.”
“에휴, 그럽시다. 길드장님이 잘 좀 신경 써주세요.”
윤지석은 회식이나 하러 가자며 구경꾼처럼 앉아있던 김신욱과 고주연을 일으켰다.
오래 알고 지낸 형으로서 진준성이 걱정인 것 같은데, 그래도 믿고 맡겨줄 만큼 날 신뢰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쓰러진 호두를 둘러메고, 진준성과 함께 윤지석을 따라갔다.
진준성은 히죽거리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우리는 ‘한우참숯구이’라는 가게에 들어갔다.
윤지석은 제일 비싼 메뉴 10인분을 주문했고, 내 카드를 들어 올리며 다들 마음껏 시키라고 얘기했다.
가격표를 보고 잠시 생각이 많아졌지만, 내가 없는 동안 고생한 길드원들에게 이 정도 포상은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길드원들은 소고기를 기다리며, ‘제일 맛있는 소고기 부위는 어디인가’를 두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윤지석은 집게를 딱딱 부딪치며 말했다.
“소고기는 등심이지, 무조건 등심.”
“이 아저씨 먹을 줄 모르네. 소고기는 안심이 제일 맛있지. 오죽하면 이름이 안심이겠냐? 안 그래?”
“아, 예. 저도 안심이 좋습니다….”
김신욱의 강요에 마음 착한 신윤현이 동조해줬다.
혼자서 콜라를 마시던 진준성은 중얼거렸다.
“특수부위가 제일 맛있지 않나? 고주연 헌터님은 뭐가 제일 좋으세요?”
“소고기가 다 소고기지, 뭘 그렇게 따져.”
“그럼 이유영 길드장님은요?”
“저도 고주연 씨와 같은 의견입니다.”
진준성과 윤지석은 노잼이라며 나랑 고주연을 매도했다.
두 사람의 매도는 사장님이 숯을 들고 온 뒤에야 멈췄다.
테이블에 뜨끈한 참숯이 들어오며 불판이 달궈지기 시작했다. 매끈한 철판 위에 붉은빛의 생고기들이 하나씩 올라가며,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윤지석과 신윤현은 집게를 들고, 한 테이블씩 맡아서 고기를 구워줬다. 나머지는 두 사람이 구워주는 고기를 받아먹기 바빴다.
다들 잘 먹는 걸 보니 뿌듯하긴 한데, 구지상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구지상과 김신욱에게 한국 음식을 사주기로 했는데, 곧장 중국으로 보낸 탓에 밥 한 끼 제대로 먹이질 못했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으로서 죄책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소주병을 현란하게 흔들면서 내 옆에 앉던 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표정이 죽상이군. 전 세계에 큰일이 났는데, 길드원들이랑 사이좋게 소고기나 먹고 있으려니 죄책감이 드는 모양이지?”
이 목소리는 우리 길드원이 아니었다.
옆을 돌아보자, 동네 산책을 나온 것 같은 후줄근한 차림새에 알이 큰 안경, 젓가락을 비녀처럼 써서 머리를 틀어 올린 여자가 날 보며 소주병을 흔들고 있었다. 협회장 도나리였다.
나는 놀라서 그만 뒤로 자빠질 뻔했다.
“뭐, 뭡니까? 여긴 어떻게 왔어요?”
“차 타고 왔지. 뭐가 문제야?”
녀석은 능글맞게 대답하며 내 젓가락을 가져가, 자연스럽게 불판에 있는 소고기를 집어 먹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를 제외한 손님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어느샌가 협회원들이 가게 앞을 지키고 서 있었고, 사장님도 자리를 비운 건지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도나리의 등장으로 진준성과 신윤현은 겁먹고 있었고, 김신욱도 젓가락을 내려놓고 도나리를 보고 있었다. 윤지석은 눈치를 보며 고기를 굽는 중이었고, 고주연만 신경 쓰지 않고 고기를 먹었다.
나는 그 불편한 자리에 껴서 태연하게 소주를 따라 마시고 있는 도나리에게 말했다.
“괜히 저희 길드원들까지 불편하게 하지 마시고, 둘이서 얘기하시죠.”
“내가 언제 불편하게 했다는 거야?”
도나리는 뻔뻔하게 소주를 원샷하며 아저씨처럼 시원하게 숨을 뱉었다.
신윤현이 뒤집던 고기까지 뺏어 먹던 녀석은 젓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유영. 내일 만성으로 출국해라. 그럼 자리도 비켜주고, 덤으로 좋은 정보를 주지.”
녀석은 이번에도 내게 거부할 수 없는 강요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