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간신배 (1)
나데즈다 카플란.
애칭은 나쟈.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길드인 발레리아 길드 소속 헌터이자, 그 전부터 만성의 스파이였던 러시아 대표 헌터. 지금은 발레리아도 만성도 배신해, 에덴의 편에 선 간신배.
‘아니, 내가 간신배이고 싶어서 간신배인 줄 알아? 다들 날 협박해서 배신하게 만들잖아!’
나쟈는 스스로 합리화하며 혼란한 마음을 다스렸다.
지금부터 제대로 만성을 배신해, 만성이 잡아간 인질들을 구출해야 한다. 만성의 스파이였던 만큼 만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는 나쟈는, 배가 중국에 가까워질수록 긴장하고 있었다.
반면 그녀와 함께한 에덴의 간부 ‘사빈’과 한국 대표 헌터인 ‘구지상’은 한없이 태평해 보였다.
상하이로 향하는 배의 짐칸에 몰래 타서 밀항하고 있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컨테이너 박스에 기대 잠이나 자고 있었다.
나쟈는 그 둘을 보며 심란해졌다. 만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이 두 사람을 데리고 만성의 인질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까?
‘미카엘이 그런 조건을 내세우지만 않았어도….’
미카엘은 나쟈에게 그녀의 약점을 들이밀며, 나쟈를 도와준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이 작전만 무사히 성공하고 오면 발레리아 길드로 무탈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도 약속했다.
나쟈는 그 약속들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반드시 성공해서 그 간악한 만성 길드장과 그의 아들, 류차오로부터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멸망하는 꼴을 내 두 눈으로 보고 말겠어.’
나쟈는 비장한 각오를 세우며,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을 깨웠다.
중국은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이후로 더는 예전의 중국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만성의 손아귀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부터 펼쳐질 길은 가시밭길일 것이다.
***
“나쟈 씨,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나쟈는 눈을 가늘게 뜨며 구지상을 쳐다봤다. 구지상은 나쟈가 입으라고 시킨 가발과 옷이 불편한듯 칭얼거리고 있었다.
K-POP 아이돌 출신이라서 그런지, 구지상은 변장을 하지 않으면 민간인에 섞일 수 없을 정도로 외모가 눈에 띄었다. 특히나 눈에 띄는 주황색 머리와 돌아보게 만드는 패션 센스는 반드시 감출 필요가 있었다.
“너희는 만성을 너무 우습게 알고 있어. 당연히 변장하고, 가능한 한 숨어 지내야 해.”
나쟈는 구지상과 사빈에게 화려한 셔츠와 검은 자켓을 입혔다. 나쟈가 익히 봐온 만성 길드원들처럼 꾸민 뒤, 만성 길드원으로 위장시킨 것이다.
나쟈 본인은 아주 돈이 많아 보이는 재벌가의 딸처럼 꾸며서, 만성의 헌터를 경호원으로 고용한 것처럼 위장했다.
배신자 나쟈와 미카엘의 오른팔 사빈, 그리고 에덴과 한 패일 게 분명한 구지상이 함께 중국에서 돌아다니려면, 이편이 제일 자연스러웠다.
나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자, 너희 둘. 잘 들어. 너희는 만성이 어떤 애들인지 알 필요가 있어.”
만성에 무지한 두 사람이 사고 치기 전에 최소한 중국에서의 만성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나쟈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에게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국에 있는 길드는 만성 길드 단 하나다. 지역마다 만성의 지부가 세워져 있어서 지부장이 그곳의 치안을 담당한다.
이 넓은 땅에 길드가 만성 하나뿐인 이유는, 만성이 헌터들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장들은 새로운 각성자가 생기면 곧바로 헌터증을 발급하고 일자리를 알선해준다. 평범한 능력이라면 만성의 수많은 산하 조직 중 하나로 보내고, 특수한 능력이라면 만성에 고용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다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을 보인다. 딱히 나쁜 길드라고 생각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만성이 만든 이러한 체제를 이해해야, 그들이 어떻게 악행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은 나라의 면적이 넓은 만큼 발생하는 던전 게이트의 수도 많고, 던전 브레이크도 자주 일어난다.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온 몬스터들을 해치울 수 있는 건 헌터들 뿐이고, 시민들은 결국 헌터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만성은 그 사실을 악용하기 위해, 중국 내 유일 길드가 된 것이다.
만성의 각 지부들은 매월 시민들에게서 ‘관리유지비’를 받는다. 길드의 헌터들이 던전의 몬스터들을 해치우니, 보호받은 시민들은 돈을 내야 한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이들이 하는 짓이 깡패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지부마다 목표 금액이 있는데, 그 돈이 수금되지 않으면 게이트가 발생해도 만성은 움직이지 않는다. 던전 브레이크로 번지든 말든 내버려 두는 것이다.
게다가 돈을 내라고 툭하면 겁박하는 탓에 결국 시민들은 그들에게 돈을 바칠 수밖에 없고, 만성의 독재 체제는 강화되어 가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만성의 영향력은 이렇게 절대적이었다.
나쟈는 최대한 만성을 건드리지 않고 인질들을 탈환하고 싶었다.
“너희는 무조건 만성 사람인 척해. 그럼 적어도 시비 걸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 나라에선 외국 관광객들은 만성의 경호원을 고용하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야. 나는 너희들을 고용한 미국 재벌가의 딸이라는 설정, 알겠지?”
“알겠습니다!”
“……꼴값.”
사빈은 불만스럽게 한마디 하며 껌을 꺼내서 씹기 시작했다.
나쟈는 사빈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선글라스를 썼다.
우선은 상하이의 정보상을 만나야 한다. 에덴에서 잡아 온 인질들의 행방을 알아내려면, 정보상들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상하이 정보상에게 정보를 사야 했다.
나쟈 정도 되는 수준급 스파이만 아는 정보상으로, 그는 돈만 주면 무슨 정보든 제공해준다.
그는 상하이의 수향마을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배를 태워주는 뱃사공 행세를 하고 있다.
나쟈는 관광객인 척 자연스럽게 택시를 잡으며, 두 사람과 함께 수향마을로 향했다.
***
정보상이 있는 곳에 도착한 나쟈는 관광객 행세를 하며 천천히 목적지에 다가갔다.
구지상과 사빈은 긴장하는 법을 모르는 건지, 마음 편히 관광까지 하며 나쟈를 따랐다.
가게에서 탕후루를 사 오는 두 사람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나쟈는 정보상이 있는 나룻배를 찾았다.
다행히 정보상은 나쟈가 기억하는 위치에서 나룻배를 청소하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나쟈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좋았어. 똘마니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이 누나가 인질들 위치 알아내서 온다.”
“다녀오세요!”
구지상은 경호원 역할에 충실하게 나쟈의 비위를 맞춰줬지만, 사빈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나쟈는 사빈이 먹고 있던 탕후루를 탁 쳐서 얼굴을 시럽 범벅으로 만든 뒤, 도망치듯 정보상에게 향했다.
뒤에서 사빈이 욕하는 소리가 들려와 나쟈는 웃음이 나왔다.
나쟈는 프로답게 바로 정색하며, 도도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정보상에게 다가갔다.
정보상은 나쟈가 다가오자 하던 일을 멈추고 슬그머니 낡은 바구니를 뱃머리에 뒀다.
나쟈는 그 바구니에 돈뭉치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이건 선금. 제대로 된 정보를 주면 두 배를 더 줄게.”
“열 배는 줘야겠는데. 넌 지금 도망자 신세잖아.”
정보상은 이미 나쟈가 만성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쟈는 당당함을 잃지 않으며, 뒤에 있는 두 사람을 흘긋 보면서 말했다.
“도망자인 내가 중국에 들어왔다는 건, 안 죽을 보장이 있어서 온 거 아니겠어? 아저씨도 그 정도 머리는 돌아가잖아. 쟤네한테 죽기 싫으면 좋게 좋게 가자, 응?”
정보상은 사빈과 구지상을 흘긋 쳐다봤다.
그 두 사람이 진짜로 자길 죽일 수 있는 실력자들이라 판단했는지, 정보상은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네 배, 그 이하는 안 돼.”
“내가 뭘 물어볼 줄 알고 네 배나 달래?”
“뻔하지. 에덴 파티에 가셨던 귀하신 분들이 지금 어디에 있나, 이걸 물을 거 아닌가?”
정보상은 나쟈가 할 질문을 벌써 간파하고 있었다.
나쟈는 하는 수 없이 돈뭉치 네 개를 바구니 안에 더 넣었다. 아쉬운 척을 하고 있지만, 이 정도는 나쟈가 생각해둔 금액 안쪽이었다.
정보상은 배의 바닥을 열고 바구니 속 돈을 털어 넣으며 대답했다.
“만성의 칭다오 지부장이 지하에 커다란 시설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더군. 그리고 바로 어제, 만성 본부에서 칭다오로 향하는 웜홀이 하나 열렸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 칭다오 지부장이 인질들을 지하에 가둬놨다는 거야? 그 많은 헌터들을 어떻게 가둬? 이거 제대로 된 정보 맞아?”
“이봐, 내가 정보로 거짓말치는 거 봤어?”
정보상은 신경질적으로 답하며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정보였지만, 그는 돈을 주면 반드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주는 사람이라 나쟈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못마땅해하는 나쟈를 힐긋 보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
“요즘 만성 본부에서 새 사람을 뽑는다는 말이 돌고 있어. 칭다오 지부장은 거기에 들어가려고 파리처럼 열심히 손을 비비고 있더군. 알잖아, 류차오는 자기한테 복종적인 놈을 좋아한다는 거.”
“걘 원래 그런 놈이었잖아. 그래서 지부장 자리까지 따냈더만.”
“하지만 급하게 만들어진 시설이라 관리가 안 된다는 말도 있어. 용역까지 불러서 경비를 세우고 있다고 하니, 말 다 했지.”
정보상이 말하는 ‘용역’은 더러운 일을 맡아 하는 헌터들로, 돈을 주면 사람까지 죽이는 쓰레기들이다.
만성은 출신이 불분명한 이들조차 실력이 뛰어나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등용해, 용역 일을 맡기곤 한다.
그들에게 경비를 맡겼다는 건 일손이 부족해 수단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즉, 어떻게든 지하 시설에 침입하기만 하면 인질 탈환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나쟈는 희소식에 입꼬리를 올리며, 네 배나 떼어먹힌 값을 다 치르기 위해 한 번 더 질문했다.
“혹시 류차오가 내 목에 현상금 걸었어? 다들 내가 배신한 거 알고 있냐구. 이 정도는 단골 서비스로 알려줘.”
“류차오가 고작 너 같은 걸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진 않아. 나 정도는 되어야 알 거다.”
정보상은 이만 꺼지라며 나쟈를 향해 손을 휘적였다.
까칠해도 결국 서비스는 주는 정보상이라, 나쟈는 그가 싫지 않았다.
정보상에게서 희소식을 얻어온 나쟈는 똘마니 둘에게 당당히 얘기를 전달했다.
칭다오 지부장은 과거 나쟈와 같은 스파이 출신으로, 류차오에게 잘 보여서 지부장으로 승격한 사람이다.
나쟈는 그와 안면이 있었고, 그가 간신배처럼 속살거리는 것만 잘할 뿐,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녀석이 인질을 관리하고 있으니, 분명 어딘가에 빈틈이 있을 게 뻔했다.
“우와 나쟈 씨, 첩보 능력이 엄청 뛰어나시네요!”
“당연한 거 아니니? 난 만성 스파이들 중에서도 뛰어난 케이스라고.”
구지상은 나쟈를 추켜세워줬고, 나쟈는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사빈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한마디 했다.
“꼴값.”
“야! 너 나 아니었으면 지금쯤 벌써 만성에 잡혀갔어!”
사빈은 나쟈의 말을 비웃었다. 나쟈는 저 자식을 확 버리고 가버릴까 충동이 들었지만, 사빈의 순간이동 능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참았다.
당장 내일도 칭다오로 가야하고, 사빈이라는 이동 수단이 없으면 무사히 칭다오에 도달할 방법이 없었다.
어쨌든 나쟈 덕에 순조롭게 인질의 위치를 알게 된 세 사람은, 그날 밤 칭다오로 향했다.
사빈은 순간이동 스킬을 써서, 칭다오로 향하는 기차에 몰래 세 사람을 태웠다.
순간이동은 사빈이 직접 가본 곳, 사빈의 시야에 들어온 곳이어야 발동되는 제약이 있어서 한번에 칭다오로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빈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몰래 기차를 타는 것도 불가능했을 테니, 빈말로도 쓸모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쟈는 내가 없었으면 너희는 다 만성 길드장에게 먹혔을 거라고 잠꼬대를 하며, 기차에서 잠이 들었다.
실제로 그녀가 아니었다면 만성의 일급 기밀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미카엘이 나쟈를 구지상과 함께 보내려 한 것도, 그녀의 첩보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무사히, 만성의 눈에 들지 않고 인질들이 갇혀 있는 도시 칭다오에 도착했다.
칭다오, 이곳은 간신배 나데즈다 카플란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시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