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붉은 두건 (2)
나를 인질로 삼으려던 놈을 쓰러트리자, 다른 만성 길드원들이 내게 덤벼왔다.
그 결과, 녀석들은 내 눈앞에 일렬종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는 대장인 놈에게 왜 청해객잔을 습격했는지 물었다. 처음엔 입을 꾹 다물던 녀석은 딱밤 몇 대 맞고서 입을 열었다.
“그게, 별일은 아니고요. 저희 만성 칭다오 지부 사람인 건 아시죠?”
“알아. 본론만 해.”
“하… 아니, 이게 진짜 저희 잘못이 아니고요. 저 아줌마 아저씨가 먼저 일을 꼬이게 한 거예요. 지부장님이 사람 찾으려고 상가에 당부한 말이 있었는데, 저 인간들이 말을 안 들어서 잠깐 교육 좀 하려고 한 겁니다.”
나는 녀석을 손짓으로 가까이 불렀다. 녀석이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놓았다.
퍽!
다소 과격한 소리가 났지만, 나름대로 힘 조절을 한 것이었다.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이마를 감쌌다.
“아, 솔직하게 말했는데 왜 때리십니까!”
“너네가 선생님이야? 뭔 교육이야, 교육은.”
“하 진짜….”
나는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녀석에게 한 대 더 꿀밤을 놓았다.
녀석은 억울한지 부어오른 이마를 감싸며 소리쳤다.
“아니 진짜! 누구신데 이러는 건데요? 자꾸 이러시면 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뭐 어쩔 건데, 말해봐.”
“저희 지부장님이 우리가 이런 꼴 당한 거 아시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대체 무슨 빽이 있어서 저희한테 이 지랄이세요, 본부 사람이라도 됩니까?”
나는 말투가 불손한 녀석에게 다시 한번 꿀밤을 놓았다.
이번엔 힘 조절이 안 되어서 녀석은 꿀밤을 맞고 가게 벽까지 날아가 처박혀서 기절해버렸다.
저 녀석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탓에, 다른 놈들도 내가 누구인지 추측하는 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본부 사람…? 그러고 보니 지부장님이 부길드장님이랑 무슨 큰 건 하나 맡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게. 지하에 무슨 큰 시설도 만들었잖아.”
녀석들은 나랑 진준성을 만성의 본부 사람으로 오해하는 듯했다.
그냥 전부 기절시켜버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진준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은 내가 빌려준 외투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더니, 만성 놈들에게 보였다.
“다들 이게 뭔지 아시죠?”
진준성이 하도 자연스럽게 꺼내서 진준성의 금화인 줄 알았다.
저건 류차오가 내게 준 금화인데, 진준성은 그걸 어떻게 안 건지 금화를 이용해 이 녀석들한테 제대로 거짓말을 쳐보려는 것 같았다.
“저 금화 부길드장님 직속 애들만 갖는 거잖아…!”
“하이 씨… 어쩐지 세다 했더니 본부 사람 맞네. 괜히 형님 말만 듣고 따라와서.”
만성 길드원들은 금화를 보며 제대로 오해를 굳히기 시작했다.
류차오가 준 금화가 이 정도의 영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진준성은 녀석들을 보며 근엄하게 한마디 했다.
“알아들었으면 조용히 돌아가시고, 여기서 있었던 일은 어디에도 누설하지 마세요. 어지른 것도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놈들은 금화 하나에 진준성을 금방 신뢰했다.
진준성은 뒤처리는 자기한테 맡기라는 듯 내게 윙크했다.
녀석이 도깨비 가면을 쓰고 있던 탓에 웬 아저씨가 추파를 던지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상황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
만성 길드원들은 카운터에서 가져간 돈도 다시 반납하고, 쓰러진 테이블들도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바닥에 엎은 음식도 치우며 빠르게 가게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녀석들은 내가 쓰러트린 놈을 등에 업으며 부리나케 돌아갔다.
나는 아직도 근엄해 보이는 진준성에게 말했다.
“어쩌자고 그런 거짓말을 해?”
“칭다오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닌데요 뭐. 그리고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 얘기가 편해지죠.”
진준성은 주방에서 우릴 보고 있는 주인장 부부를 쳐다봤다.
도와주면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 생각은 달랐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우리를 적대시하듯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주인장은 우리를 향해 말했다.
“도와준 건 고맙소. 하지만 여긴 당신네들이 있을 곳은 아니오. 당장 나가시오, 나가면 반겨줄 가게들 천지이니.”
주인장의 적대적인 말투에 진준성은 당황한 것 같았다.
붉은 두건을 접선할 수 있는 가게의 주인이자, 이곳 지부의 방침에 따르지 않아 방금까지 폭력을 당한 이다. 그 앞에서 만성 본부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쳤으니, 당연히 반겨줄 리가 없었다.
나는 최대한 적의가 없음을 보이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희는 만성 사람이 아닙니다. 이 술집에 찾아온 것도 우연이 아니고요.”
나는 외투 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내 그들에게 보였다.
그들은 은화를 보며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서로 시선을 주고받다가 한마디 꺼냈다.
“그게 어떻게, 당신들 손에….”
조금은 경계심을 푼 것 같지만, 이 은화만으로는 우릴 신뢰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류차오의 직속만 받을 수 있다는 금화를 먼저 봤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진준성을 툭 쳤고, 진준성은 도깨비 가면까지 벗으며 같이 해명했다.
“죄송해요. 사장님 도와드리고 싶어서… 이런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건데.”
진준성이 불쌍한 척을 하며 말했지만, 가면을 벗은 게 역효과였다. 주인장 부부는 갑자기 어려진 진준성을 보고 놀라서 한 걸음 물러났다.
이래서야 붉은 두건의 수장은커녕 붉은 두건조차 만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소리가 났다.
“거기 있는 애들 만성 놈들 아니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곧, 터벅터벅 구두 소리를 내며 한 남자가 느긋하게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그는 나를 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아는 척을 했다.
“우리 구면이지? 800억.”
후줄근한 옷차림과 정돈되지 않은 수염, 40대 중후반은 되어 보이는 평범한 외모와는 다르게, 강자의 기운을 풍기는 녀석.
나는 녀석을 알아보자마자 진준성을 들어서 가게의 출구로 뛰어갔다.
“길드장님 왜 이러세요? 아는 사람이에요?”
대답할 틈이 없었다.
지금 당장 탈출하지 않으면, 여기서 녀석에게 붙잡힐지도 모른다.
길버트 터너, 영국 출신의 만성 스파이.
녀석이 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만나서는 안 될 녀석이란 것만큼은 확실했다.
하지만 당장 탈출하려던 노력이 무색하게도, 녀석은 순식간에 내 목덜미를 붙잡아 세웠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밥은 먹고 가지.”
순식간이었다.
녀석은 날 잡고 있을 생각은 없는지, 내가 멈춰서자 순순히 놔줬다. 언제든 붙잡을 수 있으니 붙잡고 있을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
S급에 오르며 나름대로 실력이 상승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 녀석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정도의 강자였다.
나는 진준성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
“그러는 너는?”
“…….”
“답하기 힘들지? 나도 비슷해.”
나랑 비슷하게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말 같은데, 의뭉스럽게 굴어서 속을 알기 어려웠다.
길버트는 내 어깨를 툭툭 치고서 주인장에게 다가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둘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주인장은 녀석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만성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어, 확실히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일걸.”
길버트는 나랑 진준성을 흘긋 보며 들리게 떠들었다.
어째서 만성의 스파이인 녀석이 내 편을 들어주는지 알 수 없었다.
길버트는 품에서 담뱃갑을 꺼내며 천천히 우릴 향해 다가왔다.
“이봐, 800억. 나가서 같이 담배나 한 대 태우지? 옆에 꼬맹이는 밥이나 먹이고.”
“저, 저요? 배 아, 안 고픈데요….”
“그래도 먹어. 여기 아저씨 요리 되게 잘해.”
진준성의 소심한 반항에 능청맞게 답한 녀석은 먼저 가게 밖으로 나갔다.
여러모로 속을 알기 어려운 놈이었다.
진준성은 얌전히 앉아서 밥을 먹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았지만, 나는 진준성에게 은화를 쥐여주며 말했다.
“준성아, 밥 먹으면서 주인장한테 ‘붉은 두건’에 대한 정보 한 번 캐내 봐.”
“제가요…?”
“못하겠어?”
“아뇨, 제가 이번엔 꼭 제대로 해낼게요…!”
이렇게 할 일을 주지 않으면 날 따라오려고 할 테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매캐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태평하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만성의 스파이가 있었다.
***
길버트는 내게 담배 한 개비를 내밀었다.
나는 일단 받아 들었다. 이 녀석과 대화하려면 이게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녀석은 담배에 불까지 붙여주더니, 한마디 했다.
“이름이 이유영이었지? 너한테 해줄 말이 많아.”
만성의 스파이가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길래, 녀석은 길게 운을 떼며 무게를 잡았다.
내가 가만히 쳐다보자 녀석이 말했다.
“일단 하나 물어보자. 너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어떻게 왔는지보다 왜 왔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내가 협회장을 팔아넘길 만큼 멍청하진 않다.
내가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하자, 녀석은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 시선이 어딘가 살벌해서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녀석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왜 왔는지나 말해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만성의 스파이에게 말할 만큼 멍청하진 않다. 하지만, 우릴 의심하던 주인장 부부가 이 녀석의 말 한마디에 생각을 바꾼 걸 보면 녀석은 단순한 스파이가 아니다.
높은 확률로 붉은 두건과 연결되어 있을 듯했다.
이 녀석을 믿을지, 말지는 그야말로 도박이었다.
쉽게 자기 패를 내보이지 않는 녀석이다. 내 쪽에서 먼저 패를 까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나는 이전에 에덴에서 이 녀석과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불확실한 도박에 뛰어들었다.
“붉은 두건의 수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수장이라….”
내 말을 따라서 읊조리던 녀석은, 문득 웃음소리를 냈다.
이어서 큰 소리로 웃어대던 녀석은 담배 연기에 스스로 목이 메 콜록거렸다.
한참 기침을 하다가 눈물을 닦던 녀석은 말했다.
“아, 미안미안. 상황이 너무 웃기게 흘러가서.”
“뭐가 웃긴 겁니까?”
“너도 내 상황이 되면 분명 웃었을걸.”
어떤 상황이어도 길버트처럼 웃지는 못할 것 같았다.
녀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마침 내가 그 사람을 만나러 가려던 길이었는데… 어쩔까, 너도 데려가 줄까?”
“붉은 두건의 수장을 만나게 해준다는 겁니까?”
“그럴까, 말까. 하 이거 참 고민되네.”
녀석은 능청맞게 대꾸하며 담뱃갑을 털더니, 그 안에서 은화를 꺼냈다. 빛나는 은화에는 어김없이 적(赤)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길버트는 그 은화를 튕겨 올려 낚아채더니, 그대로 손등 위에 올렸다.
“글자가 나온 면이 위에 올라와 있으면 데려가고, 아니면 없던 일로 하자.”
“잠시만요. 당신이 어떻게 붉은 두건의 수장을 아는지부터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음. 그렇지.”
길버트는 눈썹을 들썩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그 사람, 붉은 두건 수장의 오른팔이야.”
그 말과 함께 녀석은 동전을 덮고 있던 손을 뗐다.
동전은 적(赤)을 위에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