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붉은 두건 (4)
야마다 미츠하. 일본 출신의 만성 스파이이자, 내 목에 걸린 800억의 현상금을 노리고 스파링을 걸어온 녀석.
그 녀석이 왜인지 이곳, 붉은 두건들의 은거지에 있었다. 그것도 손발이 구속된 상태로.
“이유영, 아니, 이유영 씨…! 저 좀 구해주세요. 제발…!”
야마다 미츠하는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날 죽이려고 했던 걸 전부 잊어버린 듯했다.
내가 황당하게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은 뻔뻔하게 아주 애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정말 억울하게 이 폭력적인 사람들한테 붙잡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랑 같이 밥도 먹었으면서 뭔 소리래?”
야마다 미츠하의 애원에 내 옆에 있던 붉은 두건이 황당한 듯 반문했다.
하지만 야마다 미츠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일단 얘기라도 들어볼 겸, 붉은 두건에게 물었다.
“저 녀석은 왜 잡아 온 겁니까?”
“몰라. 우리 대장이 오늘 잡아 왔거든.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하라고 했어서 풀어줄 수는 없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안타깝지만 사람에게는 정해진 운명이라는 게 있다.
죄를 저지르면 죗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업자득이었다.
내가 등을 돌리자, 야마다 미츠하는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야! 좀 구해달라고!”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하고 있다. 하여튼 안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야마다 미츠하는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손발에 채워진 수갑을 힘으로 끊어버렸다.
녀석은 순식간에 탈출해 진준성을 급습했다. 손톱을 칼날처럼 뾰족하게 세우며 진준성의 목에 갖다 댄 녀석은, 표독하게 외쳤다.
“당장 날 이곳에서 내보내! 아니면 얘 목숨은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저 자식이 감히 우리 길드원을 인질로 삼고 있었다.
나는 가능성 스킬 ‘낙뢰’를 발동해, 손에 스파크를 일으키며 녀석에게 말했다.
“네가 전에 번개 맛을 덜 봤지?”
“넌 나서지 마, 어? 제발!”
야마다 미츠하는 본인이 인질로 삼고 있는 녀석이 우리 길드원이라는 걸 모르는 듯, 내게 나서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내가 무시하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야마다 미츠하는 간절하게 저리 가라고 손짓하면서도 진준성을 놔주지 않았다.
그때였다. 야마다 미츠하의 뒤로 키가 2m는 되어 보이는 덩치 큰 이가 인기척도 내지 않고 나타나더니, 야마다 미츠하의 목덜미를 확 붙잡아 들어 올렸다.
야마다 미츠하는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그의 손에 대롱대롱 들려버렸다.
“얌전히 있으라니까 그새를 못 참고!”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야마다 미츠하를 일갈하던 남자는 진준성을 손쉽게 구해줬다.
그는 어벙하게 풀려난 진준성에게 대신해서 사과했다.
“귀한 손님에게 폐를 끼치고 말았군. 내가 대신해서 사과하지. 다친 곳은 없나?”
“아, 네… 괘, 괜찮아요.”
쭈뼛거리며 답하던 진준성은 곧장 내 뒤로 와서 숨었다.
그는 야마다 미츠하를 짐짝처럼 어깨에 메며, 나를 바라봤다.
그의 뒤로 느긋하게 길버트가 걸어오고 있었고, 붉은 두건들이 그를 향해 ‘역시 대장!’이라고 외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이 남자가 바로, 내가 만나려던 ‘붉은 두건의 수장’인 듯했다.
“당신이 붉은 두건의 수장입니까?”
“그래, 류진이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다, 이유영 길드장.”
녀석은 내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에게 붙잡힌 미츠하가 날 향해 치와와처럼 으르렁대고 있었지만, 나는 무시하며 그 손을 잡았다.
가까이에서 수장의 얼굴을 보니 누군가와 닮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남자치고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 누군가를 연상시켰다.
그의 이름이 ‘류진’이라는 것까지, 그 누군가와의 관계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
야마다 미츠하가 일으킨 소동이 잠잠해진 후.
나는 붉은 두건의 수장, 류진과 함께 정보를 교환했다.
먼저 녀석에게 에덴과의 동맹, 만성 길드의 만행과 그에 대한 에덴의 대응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의 목적은 만성 길드의 멸망이라는 것까지 얘기하자, 류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목적이 같은 동지였군! 잘 왔다.”
녀석은 또다시 내게 악수를 해왔다. 깔끔한 이목구비와 어울리는 호쾌한 성격이었다.
나는 녀석과 악수를 나누며 마저 얘기했다.
“미카엘 길드장님은 에덴의 헌터와 저희 길드원, 그리고 포섭한 만성의 스파이를 파견해 인질을 구출할 생각입니다.”
구지상과 나쟈, 사빈은 현재 인질 구출을 위해 만성에 잠입했을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그 녀석들이 무사히 인질을 구출할 수 있도록 상황을 조정해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변이’를 풀 방법도 찾고.
그러려면 만성과 오래 싸워온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때, 류진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길버트가 얘기에 끼어들었다.
“아, 그 녀석들. 걔네가 지금 인질들 감시하고 있어. 내가 시켰거든. 그러니까… 네가 오기 바로 전날에.”
“…그 사람들을 만났습니까?”
길버트는 내 반응을 보고 웃더니, 구지상 일행을 만난 일화에 대해 얘기해줬다.
들어보니 녀석은 바로 어제 구지상과 나쟈, 사빈을 만나고, 수장을 만나려고 술집에 왔는데 거기서 나도 만난 듯했다.
내가 수장을 만난다고 했을 때 한참 웃더니, 웃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어지간히도 만날 운명이었나 보군! 좋아,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 같으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지.”
류진은 한마디 하고서 옆에 있던 야마다 미츠하를 툭툭 쳤다.
미츠하는 짜증을 냈지만, 류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게 했던 얘기를 이 자들한테도 해라.”
“내가 왜 당신 명령에 따라야 해요?”
“카타나 길드장을 구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어서.”
그 말에 미츠하는 우리를 쳐다봤다.
카타나 길드장은 미츠하가 이전에 설사약을 먹인 일본의 대표 헌터, 카츠라 료다. 미츠하가 그 녀석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게 이상했지만, 놀랍게도 미츠하는 그 말 한마디에 결국 입을 열었다.
야마다 미츠하가 여기에 잡혀 온 경위에 대한 얘기였다.
에덴 파티 날, 류차오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웜홀로 끌어들여 납치했다.
납치된 곳은 만성 본부의 지하 훈련장이었다.
류차오는 사람들을 모두 데려온 뒤, 그곳에서 수상한 연기를 살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류차오에게 끌려온 이들은 모두 괴물처럼 몸이 변하게 되었다.
솔직히 스파이들은 살려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류차오는 이런 위험한 능력을 쓰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이지 않냐면서 스파이들까지 당하도록 내버려 뒀다고 한다.
미츠하는 호주 스파이의 도움을 받아, 그 지옥 같은 현장에서 간신히 탈출했다.
호주 헌터는 자국으로 도망갔지만, 미츠하는 그곳에 갇힌 사람들이 너무 걱정되어서 결국 만성에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길버트가 한마디 했다.
“혼자 자국으로 도망가봤자 쫓길 신세니까 남은 건 아니고?”
“변절자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거든요?”
“참고로 호주로 도망가려던 놈은 잡혀서 죽었으니까, 너도 섣불리 도망갈 생각은 말고.”
그 말에 미츠하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류진은 길버트에게 겁주지 말라면서 미츠하에게 마저 말하라고 했다.
어쨌든, 미츠하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츠하는 끔찍하게 변한 인질들을 구할 방법을 찾아내고자, 류차오의 부하를 찾아갔다.
그에게 미츠하의 ‘독’ 스킬로 만든 자백제를 투여해, 류차오가 살포한 연기의 정체를 불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연기의 정체는 어떤 독안개도 아니고, 류차오의 스킬도 아닌, ‘만성 길드장의 피’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만성 길드장의 피가 섞인 연기를 들이마시면 ‘변이’에 당하고, 해결책은 방독면을 쓰는 것밖에 없다.
류차오와 그의 부하들 역시 전부 방독면을 쓴 뒤에 붉은 연기를 살포했었다고 한다.
“만성 길드장의 스킬은 피로 사람을 몬스터로 만드는, 그런 괴이한 게 아니야. 그렇다면 만성 길드장 역시 이미 몬스터와 다름없게 변했고, 심지어는 몬스터의 능력까지 사용하는 거라고 봐야겠지.”
류진이 한마디 덧붙였다.
만성 길드장이 몬스터의 능력까지 사용할 정도라면, 그는 더 이상 헌터라고 할 수 없었다.
미츠하의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나는 류진에게 그들이 몬스터처럼 변한 것은 ‘변이’라는 상태이상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이의 유일한 해결책은 변이를 일으킨 몬스터를 죽이는 것뿐이라는 말을 전하자, 심각하게 얘기를 듣던 류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그 새끼를 처단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 말에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변이’에 걸린 것은 만성 길드장의 피가 원인이고, 변이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변이를 일으킨 놈을 죽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성 길드장을 죽이는 것이 사람들을 변이에서 구출할 유일한 해답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로 좁혀지는 듯했다.
만성 길드장을 ‘변이’에 걸리게 한 몬스터를 죽이는 것.
7대죄와 마왕, 그리고 만성 길드장의 배후에 있는 몬스터. 이들은 모두 변이를 사용하고 있다.
변이라는 능력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들이 오류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 몬스터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
나는 류차오에게 받은 금색의 초대장을 꺼내, 류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틀 후, 저는 만성 길드 본부에 갈 겁니다. 류차오에게 본부에 오라는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류진 씨도 그날 저와 같이 가시죠.”
“내가 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 보군. 무슨 작전이지?”
“작전을 설명하기 전에, 확인할 게 하나 있습니다.”
나는 류진을 쳐다봤다.
류진 역시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눈을 보며 천천히 이야기했다.
“류차오의 형. 죽었다고 알려진 만성 길드장의 첫째 아들. 당신입니까?”
내 말에 류진의 눈이 커졌다. 곧 눈동자가 떨리며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녀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나를 바라봤다.
이 반응만으로도 녀석이 만성 길드장의 두 아들 중 하나이자, 류차오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만성 길드장에겐 아들이 둘 있었다. 그러나 아마 작년쯤, 첫째가 불의의 사고로 죽어서 큰 장례식까지 치른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지금 내 눈앞에서 조직 하나를 이끌며, 아버지가 세운 만성을 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제가 만성 길드장을 상대하겠습니다. 만성 길드장의 배후에 있는 몬스터를 잡고 싶습니다. 그 사이, 당신이 류차오를 맡아줬으면 합니다.”
류차오처럼 머리 좋고 빈틈없는 녀석을 상대하려면, 류차오가 예상하지 못한 존재가 나서야만 한다.
거기에 이 ‘죽은 줄 알았던 형’만큼 잘 맞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