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낮은 곳으로 (1)
다음 날, 만성 칭다오 지부 지하.
구지상과 나쟈, 사빈이 있던 지하 감옥에 붉은 게이트가 열렸다.
그 게이트를 연 사람은 붉은 두건의 수장, 류진이었다.
게이트를 여는 굉장한 스킬을 가진 녀석이 누구인가 했더니, 역시나 류진이었다.
‘아공간’이라는 스킬로, 딱 한 가지 조건만 채우면 차원을 넘는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특수계 스킬이었다.
류진이 게이트를 열어준 덕에 나는 구지상과 나쟈, 사빈과 재회했다.
우리는 잠시 재회의 기쁨을 나눈 뒤, 그간 있었던 일을 공유했다.
세 사람은 나쟈 덕에 인질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이 모두 ‘변이’에 당해서 구출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거기서 만난 길버트와 손을 잡았고, 길버트가 인질을 구할 방법을 들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서 칭다오 지부 근처에 있는 식당의 훠궈가 맛있었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어쨌든 잘 지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세 사람과 합류한 뒤, 우리는 목적에 따라 두 개의 조로 나누었다.
먼저 만성 길드장과 부길드장을 잡는 본부조.
본부조에는 나랑 류진, 그리고 구지상과 사빈, 넷이서 움직일 것이다. 전투가 불가피할 테니 누구랑 싸워도 지지 않을 실력을 갖춰야 했다.
그리고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만성 지부를 공략하는 지부점령조.
지부점령조에는 진준성과 길버트, 붉은 두건들, 그리고 베이징에 도착하는 우리 동료들이 합류해 움직일 것이다.
철저하게 만성을 무너트리기 위해선 이들이 큰 활약을 해줘야 했다.
그렇게 만전을 기한 뒤,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
낮 12시, 베이징 공항.
10월이지만 쨍한 햇빛이 떨어지는 한낮.
나는 하와이안 셔츠에 선글라스까지 쓴 여행객 차림으로, 베이징 공항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한 손으론 캐리어를 끌고, 한 손에는 여행 안내 책자와 여권을 들었다.
누가 봐도 관광객 같은 모습이었다.
공항 앞에는 상당히 눈에 띄는 비싼 외제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만성 길드원으로 보이는 녀석이 차를 지키고 서 있었는데, 녀석은 날 발견하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나는 녀석의 안내를 따라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다.
그 안에는 만성 길드원으로 보이는 녀석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유영 길드장님. 그런데… 같이 오신 동료분들은 어디 계십니까?”
녀석은 나를 반겨주는 척 의심했다.
얼굴이 흉악하게 생겨서 말투가 친절해도 협박처럼 들렸다. 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말했다.
“베이징 관광이나 하라고 보냈습니다. 만성에는 저 말고는 못 들어간다고 하시길래.”
말하면서 초대장을 꺼내, ‘이유영을 제외한 헌터는 출입할 수 없다.’ 문구를 녀석의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녀석들이 딱 좋은 핑계를 만들어줬으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녀석은 그 문구를 읽어보고 넘어가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녀석은 곧바로 페달을 밟았다.
내 옆에는 차 문을 열어준 만성 길드원이 한 명 앉아 있었고, 딱 봐도 제법 힘 좀 쓰는 녀석이었다.
차에 타자마자 의심하는 걸 보면, 내가 허튼짓을 못 하게 제대로 감시할 속셈인 듯했다.
다만 그 ‘허튼짓’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나는 창밖을 보는 척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서브 스킬을 발동했다.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이제 막 공항을 빠져나간 길드원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두 사람은 순조롭게 공항을 빠져나가, 관광객처럼 여행 책자를 보며 택시를 잡고 있었다.
고주연은 별생각 없이 내가 부탁한 대로 움직여주고 있었고, 내게 옷과 선글라스, 캐리어를 빼앗긴 김신욱은 투덜거리며 고주연을 안내했다.
미안한 일이지만 의심받지 않으려면 김신욱의 짐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우리 길드원들이 진짜로 관광하러 가는 건 아니었다.
고주연과 김신욱은 관광 명소에 도착하는 대로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붉은 두건을 만날 것이다.
이후 만성의 감시에서 벗어나 그들과 함께 움직일 예정이다.
강력한 원거리, 근거리 공격계 헌터인 두 사람이 지부점령조에 합류하면, 아무리 방어력이 강한 지부라도 공략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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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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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약 1시간가량을 달려 만성 길드 본부에 도착했다.
만성 길드의 본부는 길드라기보단 성에 가까웠다.
나는 넋을 잃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그 건물을 올려다봤다. 만성이 수탈해온 것들을 밑바탕으로, 온갖 착취를 통해 세워진 부패의 정수는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이쪽으로 오시죠.”
같이 차를 타고 온 만성 길드원이 나를 안내했다.
나는 잠시 길드의 꼭대기를 바라보다가 그를 따라갔다.
엄중한 절차를 걸쳐 본부 안으로 들어가자, 실내는 외양보다 더 화려하고 눈부셨다.
황금으로 칠해진 휘황찬란한 벽과 천장. 보석을 박아넣은 듯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위풍당당하게 새겨진 만성 길드의 로고는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나는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끼며 내부를 둘러봤다.
그때, 나를 안내하던 녀석이 말했다.
“본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중앙 계단 외에 길이 없어서 손님도 계단으로 모셔야 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높은 건물에 엘리베이터 하나 없다는 게 황당했다.
하지만 곳곳을 둘러봐도 정말 엘리베이터는커녕 중앙 계단을 제외한 다른 계단조차 보이지 않았다.
누구든 위로 올라가려면 이 중앙 계단을 올라야만 하는 구조였다.
“이런 건물에서 다들 용케 불평 한마디 없이 일하십니다.”
내 말에 녀석은 잠시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내가 손님이라서 참는다는 듯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계단의 각 층계에는 무기를 든 헌터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한 층 오를 때마다 반드시 경비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침입자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다 싶었다.
한참 계단을 걸어가자, 점점 오가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적막이 감돌았다.
층계를 지키고 있는 헌터들은 무겁게 입을 다물고 정자세로 서 있었다. 전부 군기가 잡혀서 삼엄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그들처럼 묵묵히 나를 안내하고 있는 놈에게 물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앞으로 세 계단 더 오르시면 됩니다.”
“거기가 최상층입니까?”
“부길드장님이 계신 곳은 최상층 바로 아랩니다.”
그렇다면 최상층까지는 네 계단을 더 올라야 한다.
나는 계단을 오르며 슬슬 손을 풀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만성 길드장실이고, 나 대신 부길드장을 만나러 갈 놈은 따로 있었다.
그 녀석이 순조롭게 이곳에 침입할 수 있도록 정리해둘 타이밍이었다.
문득, 내 앞을 걸어가던 녀석이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무 일도 없던 척하며 선글라스를 바로 썼다.
녀석은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앞을 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녀석의 입을 틀어막으며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직!
녀석은 눈을 무섭게 부라리며 나를 쳐다봤지만, 점점 강해지는 전격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쓰러졌다.
나는 이어서 두 가지 스킬을 한 번에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두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은신’ 스킬에 ‘괴력’ 스킬을 융화하면, 내게 닿은 녀석도 투명해지게 만들 수 있었다.
곧 나를 안내하던 녀석은 몸이 공기처럼 투명하게 변했다.
나는 녀석을 계단에 눕혀두고 마저 계단을 올라갔다.
코너를 꺾으니 층계를 지키고 있던 만성의 두 헌터가 보였다.
다행히 감지 스킬을 가진 녀석은 없는 듯 투명해진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손가락으로 조준해, 총을 쏘듯 낙뢰 스킬을 사용했다.
파직!
강력한 전격에 감전되어 녀석들은 정신을 잃었고, 나는 녀석들이 쓰러지기 전에 몸을 받쳐 조용히 계단에 눕혔다.
이 녀석들한테 원한은 없었지만, 웬만한 공격으로는 쓰러지지 않을 놈들이 경호를 서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강한 스킬을 써야 했다.
나는 두 녀석에게 적당히 사죄한 뒤 다시 계단을 올랐다.
천천히 다음 층으로 오르자,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녀석들이 층계를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층만 오르면 류차오가 있는 부길드장실이 나타난다. 방심할 수는 없었다.
나는 녀석들을 향해, 또 한 번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바닥에서 자라난 나무줄기가 녀석들을 옭아맸다.
기습적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손발이 구속되자, 녀석들은 힘으로 줄기를 뜯어내며 스킬을 발동했다.
둘 중 한 녀석이 탐지 스킬을 갖고 있었는지 눈이 붉게 빛나면서 나랑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계속해서 자라나는 목단의 줄기는 녀석의 입을 틀어막아서, 녀석은 날 향해 몸을 퍼덕거릴 뿐이었다.
나는 나를 보고 있는 녀석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사죄하며, 낙뢰 스킬을 발동했다.
파직!
녀석은 두 눈을 부라리다가 흰 눈을 뜬 채로 기절했다.
맹수처럼 나무줄기를 뜯고 있는 다른 녀석은 기절한 동료를 보고 당황한 것 같았다.
“읍, 읍?!”
하지만 입이 틀어막혀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나는 녀석이 얼른 잠들 수 있도록 낙뢰를 발동했다.
파직!
이 위층이 바로 류차오가 있는 부길드장실이다.
지금 이 층계가 류진을 소환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나는 층계를 정리해둔 뒤, 류진을 소환하는 의식을 치르기로 했다.
류진은 류차오의 호위들을 쓰러트리고 자신을 소환해달라고 했다.
소환하는 방법은 솔직히 좀 믿기 어려웠지만, ‘돌’을 두는 것이었다.
류진의 스킬을 발동하기 위한 단 한 가지 조건은, 돌이 있는 곳에서만 게이트를 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는 길에 주워온 돌멩이를 층계에 뒀다. 고작 이런 거로 류진의 스킬이 발동될지 의심스러웠지만,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지이잉!
돌멩이에서 붉은색 빛이 퍼져나오며 흉터 같은 게 생겨났다. 붉은 게이트가 만들어질 때와 똑같은 현상이었다. 좀 작았지만.
그 흉터는 점점 빛을 키워나가며 붉은 게이트를 만들어냈다.
이전에 봤던 붉은 게이트의 반의반도 안 되는 작은 크기였지만, 어쨌든 진짜로 게이트가 열렸다.
곧 붉은 게이트에서 팔 하나가 간신히 뻗어 나와 바닥을 짚으며 낑낑댔다.
이어서 힘겹게 류진의 머리가 삐져나오더니, 내가 살수처럼 해치운 보람 없게 큰 목소리를 냈다.
“이게 뭔가, 이것도 돌이라고 가져온 건가?!”
나는 은신 스킬을 해제하며 말했다.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앗, 그렇지. 잠입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군.”
류진은 손바닥만큼 작은 게이트에서 용케 몸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녀석은 나오자마자 손날로 게이트를 갈랐는데, 신기하게도 게이트가 종이처럼 찢어지며 게이트의 크기가 넓어졌다.
사람 한 명이 충분히 오갈 만큼 붉은 게이트가 커지자, 그곳에서 사빈과 구지상이 빠져나왔다.
두 녀석은 류진과 달리 여유롭게 게이트를 통과하며 본부 내부를 둘러봤다.
류진은 게이트를 닫고 숨을 고른 뒤, 기운차게 주먹을 쥐며 말했다.
“다행히 무사히 잠입하는 데 성공했군. 작전 1단계는 성공이야.”
“목소리가 크다니까요.”
“참, 그랬지.”
내 지적에 목을 가다듬은 류진은 다시 조용한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그럼 작전 2단계로 넘어가지.”
그 말에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는 지금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