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낮은 곳으로 (3)
쿠구구구!
구지상의 스킬, ‘대지의 포효’가 발동되며 바닥에서 날카로운 기둥이 솟구쳤다.
사람을 꿰뚫듯 한 기둥이 몬스터가 된 만성 길드장을 노렸다.
하지만 만성 길드장은 기둥을 쉽게 피하며 구지상을 향해 화염을 뿜어내는 여유까지 보였다.
화르륵!
뜨거운 열기가 공기를 태우며 퍼져나갔다.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화염이 집요하게 구지상을 노렸다.
구지상은 두꺼운 대지의 벽을 세워 화염을 방어하며 말했다.
“보기보다 날쌔네요. 공격력에 방어력도 상당해 보이고요.”
구지상의 말대로였다.
변이에 당한 만성 길드장은 우리에게 순순히 잡혀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더욱 강력한 화염을 사방으로 뻗어내며, 지글지글 끓는 듯한 괴이한 목소리를 냈다.
『고작 그 정도로 ‘나’를 끌어내겠다고?』
방벽을 집어삼키는 화염에 구지상은 잠시 주춤했다.
녀석은 방독면을 더 강하게 조이며 자세를 바로잡더니, 스킬의 위력을 높여 무수한 송곳 기둥을 만들었다.
쿠구구구구구!
날카로운 기둥이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만성 길드장을 매섭게 쫓으며 포위해갔다.
만성 길드장은 빠른 속도로 그것을 피했지만, 도망칠수록 기둥 사이에 갇히고 있었다.
콰광!
마침내 만성 길드장이 한 곳에 갇혔을 때, 구지상은 천장을 망치처럼 움직여 그곳을 찍어 내렸다.
파괴음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다.
평범한 몬스터였다면 압사당해 재가 되었을 위력이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녀석은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쩌적, 쩌저적!
만성 길드장은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것을 마그마로 녹이며 그 속에서 빠져나왔다.
암석을 녹여 만들어진 마그마, 그 열기를 생성해내는 녀석에게 대지의 힘은 위축되는 듯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사빈은 아이템창에서 송곳형 촉이 달린 창을 소환하며 말했다.
“타격이 안 통하면 참격을 쓰는 게 낫지.”
저 창, ‘랜스’는 꿰뚫는 창이기에 솔직히 참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녀석의 말에는 나도 동의했다.
사빈은 순간이동 능력이 특이해서 미카엘의 오른팔이 됐다는 소문을 달고 다니지만, 그건 녀석이 평소에 대충 싸우기 때문이다.
사빈의 진가는 무기를 들 때 발휘된다. 녀석이 랜스를 들면, 일대일 전투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
휙!
사빈은 만성 길드장을 향해 창을 던졌다.
동시에 순간이동으로 사라지더니, 날아가던 창을 잡아채며 나타나 순식간에 만성 길드장의 오른쪽 어깨뼈를 꿰뚫었다.
푹!
이어서 왼쪽 어깨, 그다음은 한쪽 무릎이 창에 의해 꿰뚫렸다.
눈이 따라잡을 수 없는 움직임에 만성 길드장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무릎이 박살 난 만성 길드장은 자세가 무너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쥐새끼 같은 녀석이…!』
녀석은 팔다리가 부서진 채로 억지로 몸을 일으키더니 사방으로 마그마를 내뿜기 시작했다.
촤악!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엄청난 열기에 사빈은 별수 없이 방벽 뒤로 숨었다.
장내에 열기가 점점 거세지며,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듯한 길드장실의 벽과 바닥까지 불타거나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건물이 무너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나는 기둥을 녹이는 마그마를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콰가가가가각!
사방에 흩뿌려지는 물줄기가 열기를 간신히 식혀갔다.
구지상은 대지를 움직여 불길을 덮었고, 사빈은 틈이 보일 때마다 만성 길드장을 몰아넣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우리가 불리해진다.
나는 떨어진 샛별에 피를 먹이며 검을 진화시켰다.
떨어진 샛별은 톱날을 갈며 만성 길드장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 ‘떨어진 샛별’이 강력한 마의 기운을 감지합니다. ]떨어진 샛별이 어느 때보다 날을 세우는 탓에 검의 무게가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나는 사빈이 구석까지 몰아세운 만성 길드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피부가 익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으나, 내겐 고통으로 와닿진 않았다.
만성 길드장은 달려드는 나를 물어뜯을 듯이 입을 벌렸고, 나는 몸을 숙여 녀석의 다리를 베어냈다.
스각!
녀석의 벌어진 상처에서 빛이 새어 나오며 핏물 대신 종잇장이 떨어졌다.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태풍과 같은 내 일기장으로 만들어진 몬스터, 오류의 최측근이었다.
떨어진 샛별은 톱날을 갈며 그 종잇장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몬스터가 본체를 꺼내지 않아서인지, 흡수되는 일기장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건방진 검 같으니…!』
만성 길드장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분노에 찬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녀석은 상체를 비정상적으로 뒤틀어 내 검을 빼앗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나는 곧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구지상은 녀석이 이성을 잃은 이 순간을 역으로 이용했다.
쿠궁!
구지상은 스킬을 발동해 지반을 출렁이게 만들어, 녀석을 내게서 떼어놓았다.
지반이 흔들리자 녀석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고 사빈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순간이동으로 등장한 사빈은 랜스로 만성 길드장의 반대편 허벅지를 꿰뚫었다.
『크윽!』
만성 길드장은 비틀거리며 무너졌다.
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곧장 녀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흔들리던 녀석의 시선이 나와 마주치던 때, 나는 녀석의 복부에 검을 박아 넣었다.
푹!
복부를 꿰뚫고 들어간 떨어진 샛별은 진동하며 톱날을 갈기 시작했다.
빛나는 일기장이 피처럼 흘러나왔고, 나의 검은 그것을 모조리 흡수했다.
“이만 나오지, 사람의 몸으로 장난 그만치고.”
내 말에 일그러져 있던 녀석의 얼굴이 비틀렸다.
녀석은 마귀처럼 웃으며 말했다.
『이유영…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쓰면 쩔쩔맨다고 들었는데, 성장했구나.』
“이 자식이….”
악마의 미궁에서도 똑같은 말을 들었고, 나는 실제로 쩔쩔매며 동료들의 부상을 당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오를 두 번이나 반복할 수는 없다.
나는 이를 악물며 녀석의 복부에 검을 더 깊게 박아 넣었다.
『크흑!』
녀석은 뚫린 복부에서 부글부글 끓는 마그마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마그마는 뚫린 곳을 덮어갔고, 그 뜨거운 열기가 검을 꽂은 내 손이 불탈 것만 같았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그러나 그을리던 피부는 금방 재생되었고, 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았기에 끝까지 검을 놓지 않았다.
앞으로 조금만 더 녀석을 몰아세우면 본체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사빈이 돌연 내 어깨를 붙잡으며, 순간이동을 발동시켰다.
녀석은 나를 방벽 뒤로 이동시키며 강제로 대피하게 만들었다.
“너 미쳤어?”
사빈은 숨을 몰아쉬며 나를 다그쳤다.
나는 제정신이었다.
다만 구지상 역시 나를 몹시 걱정하며 달려오고 있었고, 사빈이 심각해 보여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둘의 눈에는 내가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 혼자 싸우는 게 아닌 이상, 동료를 걱정시키는 짓을 할 수는 없다.
만성 길드장은 계속해서 마그마를 흘리고 있었다.
이목구비에서도 피를 흘리듯 붉은 마그마가 흘러나왔고, 언뜻 보기에도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녀석은 몸을 움찔거리더니 돌연 토사물을 뱉듯이 마그마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쿠웨엑, 케엑!』
입속에서 붉은 덩어리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붉은 덩어리를 토해낼수록 녀석의 피부를 덮은 화염과 마그마가 점차 사라져갔다. 그 눈에 띄는 변화에 섣불리 공격을 가할 수 없었다.
마침내 전부 토해낸 녀석은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크흑, 끄으윽…!”
목에 무언가 걸린 사람처럼 힘겨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퍽퍽 치던 녀석은 간신히 목에 걸린 무언가를 토해냈다.
그가 뱉어낸 것은 붉은 구슬이었다.
“으앗! 저게 뭐죠?”
“…구슬 같은데.”
두 사람이 떠드는 사이, 구슬은 붉은빛을 뿜어내며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나는 저 구슬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태풍과 싸웠을 때, 일기장을 빼앗긴 태풍은 돌연 형태를 바꿔 흰 구슬의 형태가 되었다.
그 신성하게 빛나던 빛을 잊을 수 없다.
저 붉은 구슬이 내뿜는 빛 역시 같은 기운을 갖고 있었다.
나는 당장 구지상에게 말했다.
“구지상 씨, 당장 방벽을 두껍게 쌓아 올리세요. 곧 공격이 휘몰아칠 겁니다.”
“알겠어요!”
나는 구슬을 향해 심판의 물을 발동하며, 커다란 물방울 안에 가두었다.
구지상은 대지를 움직여 거대하고 두꺼운 방벽을 세웠고, 사빈은 쓰러진 만성 길드장을 방벽 뒤로 옮겨왔다.
곧, 그 구슬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그 오만한 말과 함께 건물에 심상치 않은 진동이 울려 퍼졌다.
쿠구구구구구….
이 방에서 생겨나는 진동이 아니었다. 건물의 밑바닥, 어쩌면 그 아래에서부터 울리는 무거운 진동이었다.
지진을 일으키는 스킬을 가진 구지상 역시 몹시 당황한 것 같았다.
사빈은 무너질 듯 진동하는 건물을 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대피해야겠어. 이 건물에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무너지기 전에 대피시켜야 해.”
“동감이에요.”
나는 갈등했다.
이곳에 몬스터만 두고 도망칠 수는 없다.
저번처럼 시스템이 타이밍 좋게 게이트를 열어준다는 보장도 없고, 저 녀석이 날뛴다면 심각한 피해로 번지고 만다.
그러나 사람이 곧 무너질 건물에 깔리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주먹을 그러쥐었다.
내가 갈등하는 사이에도 만성 길드의 건물은 무너질 듯 흔들리고 있다.
결국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했다.
***
쿠구구구구구!
류진은 부길드장실에서 위층을 바라봤다.
위에선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아래에선 지진이 일어난 듯 진동했다.
아무래도 이유영 측이 무언가 큰일을 벌인 듯했다.
그때였다.
“형, 방심하면 안 되지.”
류진의 눈앞으로 동생, 류차오의 검날이 스쳐 지나갔다.
이어서 류차오의 부하들이 일제히 류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류진은 침착하게 그들을 제압해나가며 오른손을 꿈틀거렸다.
이번 전투는 절대로 패배할 수 없다.
류진이 느끼기에, 만성 길드장보다 더 확실하게 포획해야 하는 건 류차오였기 때문이다.
수완이 좋고 머리가 비상하며, 태어날 때부터 인간성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불편한 동생.
류진이 류차오의 방에 도착했을 때, 이곳엔 이미 만성 길드에서 가장 실력 좋은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전 류진의 부하였던 녀석도 껴있었다.
이유영을 초대한 자리에 굳이 류진의 부하였던 녀석을 세워둘 이유는 없다.
그는 이미 류진이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류진을 보며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인사하는 류차오의 태도가 그것을 증명했다.
‘결국 왔네, 형.’
류진을 사지로 몰아넣은 녀석이 그토록 태연하게 인사했다.
그와 피가 이어진 형제로서, 류진은 그에게 어떤 경멸감을 느꼈다.
그러나 피가 이어진 형제이기에, 류진은 그를 반드시 멈춰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번에는 형이 봐주지 않을 거다.”
두 번이나 패배할 수는 없었다.
류진은 이유영이 가져온 작은 돌멩이를 류차오를 향해 던졌다.
류차오는 우습다는 듯이 피했으나, 류진의 목적은 그 돌로 류차오를 맞추는 게 아니었다.
류진은 그 돌멩이를 향해 스킬, ‘아공간’을 발동했다.
지이잉!
작은 돌멩이에서 붉은 흉터가 생겨나며 붉은 게이트가 발생했다.
이유영에겐 설명할 수 없었지만, 사실 이 아공간 스킬은 류진의 메인 스킬이 아니다.
죽을 뻔했던 순간에 류진을 탈출시켜주며 생겨난, 새롭게 얻은 서브 스킬이었다.
즉, 류차오는 알지 못하는 스킬이다.
류차오는 갑작스럽게 생성된 게이트를 보며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가 방심한 순간, 류진은 그의 메인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이 발동됩니다. ]류진이 오른손을 게이트를 향해 뻗자, 그곳에서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절대인력이 발동됐다.
게이트는 블랙홀처럼 주변을 흡수했고, 그는 류차오를 끌어안으며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류차오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헛웃음을 지었다.
류차오가 이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오직 류진이 게이트를 열어주는 것뿐이다.
게이트는 두 사람을 삼킨 뒤 문을 닫았다.
“형은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한다니까.”
“네게 그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아.”
류진은 류차오를 가둔 뒤, 홀로 공간을 빠져나왔다.
지금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고 있는 만성 길드장실로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