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분화 (11)
주작은 화염을 내뿜으며 성문을 태워 부수고 쳐들어왔다.
정하나는 이미 암흑으로 방어막을 쳐놓은 상태.
화염과 암흑이 맞부딪히며 서로의 실력을 대결하던 중, 주작은 화염과 함께 돌진하기 시작한다.
휘이익!
커다란 덩치를 가졌음에도 고속으로 비행하던 주작은 목표물을 탐색했다.
그러나 몬스터의 목표물인 이유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1층에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정하나 뿐이었다.
“어이 닭대가리! 누구 찾냐?”
정하나는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며 서브 스킬, ‘도발’을 발동했다.
도발, 게임에서 몬스터의 어그로를 끄는 탱커들의 필수 스킬과 동일한 능력이다.
이 스킬을 쓰면 어떤 몬스터든 정하나만 바라보게 된다.
정하나가 자기에게 집중된 공격을 받아내는 사이, 공격계 헌터들은 공격에 전념할 수 있다.
정하나는 몬스터에게서 어그로를 빼앗긴 적이 거의 없었다.
정하나 앞에서 몬스터는 오직 정하나만을 바라봤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이유영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짓을 하는군….』
몬스터의 웅장한 목소리가 정하나의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들려왔다.
도발이 안 통한 걸까? 정하나는 긴장하는 대신 시원스럽게 미소 지었다.
“얌마! 우리가 이유영을 순순히 내줄 것 같냐? 네 상대는 나다, 덤벼!”
두려울수록 웃어야 한다.
이 신념이 정하나를 평범한 소녀에서 수호 길드장으로 만들어줬다.
몬스터나 인간이나 밟아도 꿈틀거리는 녀석은 무시하지 못하는 법이다.
주작은 정하나의 도발에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하듯, 정하나를 향해 돌아섰다.
태양과 마주한 듯 작열하는 열기에 정하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잿더미가 되기를 자처하는구나.』
“네가 치킨이 될지 내가 잿더미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걸?”
정하나는 도발적으로 말하면서도, 몬스터랑 대화를 한다는 사실에 이질감을 느꼈다.
인형과 역할 놀이 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스물다섯 먹은 정하나에게는 좀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 한마디가 몬스터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화르륵!
주작은 태양처럼 뜨거운 홍염을 퍼트렸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폐가 불타버릴 것만 같은 열기와 불길이 정하나를 노렸다.
이유영과 처음 만났을 때 만난 화염을 쓰던 곰 몬스터보다 몇 배는 강력한 불길이었다.
조금도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으나, 정하나는 침착하게 스킬을 발동했다.
촤악!
잉크처럼 퍼져나간 암흑은 불길을 향해 겁 없이 달려들었다.
모든 스킬을 흡수하는 암흑. 악마의 미궁에서는 못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때의 정하나가 아니었다.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니까.
암흑은 거침없이 화염을 먹어 치웠다. 정하나는 눈빛이 달라지며 ‘완전 방어’라는 명성에 걸맞은 방어 능력을 선보였다.
이 정도는 문제없다. 정하나는 스킬을 끌어올리면서 확신했다.
작전의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다들 놀고 있냐? 얼른 공격 들어와라!”
정하나의 외침에 다음 작전이 시작되었다.
먼저 중앙계단 위쪽에서 뻗어 나온 나무줄기가 쏜살같이 주작을 노렸다.
나무줄기는 주작의 두 날개를 옭아 묶었고, 민첩한 주작이 공격을 피할 수 없도록 묶어뒀다.
이유영의 스킬, 무슨 나무의 줄기였다.
『이런 간교한 수가 통할 것 같으냐!』
하지만 결국에는 나무다. 불을 쓰는 몬스터를 상대로는 상성이 안 좋았다.
이유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유영은 이렇게 말했다.
‘나무줄기라 금방 불에 타버릴 겁니다. 몬스터가 상당히 민첩해서 들어가는 작업이니, 주작이 포박되자마자 고주연 씨는 공격을 시작해주세요.’
주작은 덫에 걸린 새처럼 푸드덕대며 몸에서 화염을 발산했고, 나무줄기는 빠르게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에 계산된 일. 고주연의 화살을 반드시 맞추기 위한 작업일 뿐이다.
슈우욱, 탕!
정하나는 위층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하얀 빛을 쳐다봤다.
포물선을 그리며 주작에게로 떨어지는 빛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족히 다섯은 넘어 보이는 화살이 주작의 급소를 향해 날아갔다.
날개가 묶인 주작은 화살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녀석은 다른 선택을 했다.
불꽃이 터지며 주작의 주위가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콰광!
화살을 잿가루로 만들어버릴 만큼 폭발적인 열기였다.
정하나는 폭발이 2층으로 퍼지지 않게 암흑의 방어막을 펼쳐 공략대원들을 보호했다.
이 정도로 강력한 폭발일 줄은 몰랐는데, 역시 정하나도 공격에 나서야 하는 걸까.
그런데 그때, 여전히 빛을 잃지 않은 고주연의 화살에서 별빛이 터져 나왔다.
고주연이 서브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쾅, 콰과광!
연속되는 폭발에 건물까지 흔들렸다.
공격이 통했을까? 정하나가 암흑을 거두자 날개 한쪽이 부러진 주작의 모습이 드러났다.
정하나는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좋았어!”
화살 몇 개가 날개를 제대로 부숴버린 듯했다. 너덜너덜한 것도 모자라 반은 떨어져 나갔으니, 몬스터는 더 이상 날 수 없을 것이다.
작전의 첫 번째 목표, 주작의 날개 부러트리기가 성공했다.
정하나는 과연 이다음에도 이유영의 작전이 통할지 긴장하며 지켜봤다.
‘악마의 미궁’ 때부터 이유영이 짜는 작전은 특이한 면이 있었다. 이유영은 몬스터의 공략법을 줄줄이 꿰고 있고, 심지어는 몬스터가 무슨 공격을 할지도 정확히 예측하며 작전을 세웠다.
그리고 이유영의 말은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어떻게 세상에 나타나지도 않은 몬스터의 공략법을 알고 있는 걸까.
솔직히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정하나는 이유영을 의심하고 싶진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수상했지만 누구보다 믿음을 보여준 동료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는, 눈앞의 몬스터에 집중해야 했다.
주작은 날개 한쪽이 반은 떨어져 나갔음에도 태양처럼 타오르는 화염을 온몸에서 방출하고 있었으며, 강한 몬스터가 갖는 특유의 위압감이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주작은 정하나를 향해 무섭게 눈을 번뜩이며 장엄한 목소리를 냈다.
『이게 이유영의 동료들의 힘인가… 그분의 말대로군.』
그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주작은 반쪽짜리 날개를 펼치더니 금색의 깃털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퍼져나간 금색 깃털은 빛을 발산하며 형체를 바꾸었다. 날개와 머리, 두 다리와 뾰족한 부리가 생겨나며 새의 형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주작의 분신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유영이 예측한 대로야.’
이유영은 주작이 날개가 꺾이면 분신을 만들어낼 거라고 했다.
주작은 이유영의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주작의 분신들은 귀 아픈 울음소리를 내며 2층의 공략대원들을 향해 날아올랐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화마의 먹이가 되거라!』
***
구지상은 생각했다.
‘이유영 씨는 어떻게 모든 몬스터의 공략법을 꿰고 있는 걸까?’
구지상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주작의 분신을 주먹으로 찍어누르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몬스터가 이곳으로 쳐들어오기 직전, 찰나의 시간 동안 이유영은 작전을 짰다.
이유영은 이렇게 말했다.
‘어느 정도 몰아넣으면 주작은 분신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신은 구지상 씨와 길버트 씨, 두 분이서 상대해주세요. 두 분의 공격력이라면 몇 대 때리기만 해도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주작의 분신은 구지상이 주먹으로 한 대 쳤을 뿐인데 불티로 변하며 사라졌다.
반대편에 있던 길버트도 스킬도 쓰지 않고 쉽게 분신들을 해치워나가고 있었다.
모든 게 이유영의 말대로였다.
물론, 보스몬스터급의 몬스터들은 어느 정도 몰아세우면 분신을 만들어내거나, 수하를 만들어내는 패턴을 보인다.
이유영의 전략은 정석적이었고 이걸 의심할 이유는 없다.
구지상은 이유영을 불신하는 게 아니다.
이유영만큼 믿음직하고 의지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구지상은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
다만 구지상은 이유영의 ‘정체’가 궁금했다.
‘전부터 이유영 씨는 모든 걸 아는 느낌이었어. 몬스터 공략서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몬스터의 공략법을 알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강남 길드나 구원 길드의 문제까지도….’
단순히 몬스터의 공략법만 알고 있는 게 아니다.
이유영은 처음부터 개인이 알아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갖고 있었다.
가령 에덴이 숨기고 있던 예언자 카린의 존재나 강남 길드의 비리, 야생의 몬스터들이 나타난 위치와 그 몬스터들의 특징. 한국에서 생길 던전의 장소와 그 던전 속에서 나타날 몬스터의 종류….
이건 개인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 아니다.
아니, 국정원이라 해도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정보다.
가장 이상한 것은, 이유영이 몬스터들에게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생의 몬스터와 에덴에서 만난 사람형 몬스터들은 모두 이유영을 노렸다.
그리고 만성 길드 본부에서 나타난 몬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몬스터는 이유영을 향해 ‘최후의 인류’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구지상은 계속해서 ‘최후의 인류’라는 단어의 조합을 곱씹었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유영과의 첫 만남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SSS급 던전 보상템, ‘최후 인류의 기록’. 이유영에게 넘어갔던 그 아이템.
그 SSS급 보상템은 이유영이 나타나는 던전에서만 생긴다. 그 모든 아이템은 이유영이 모두 독식하고 있다.
‘마치 원래부터 이유영 씨의 것이었다는 것처럼….’
구지상은 커져가는 의구심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눈앞의 몬스터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아무리 몬스터를 공격하며 떨쳐내려 해도, 머릿속에 끊임없이 한 가지 문장이 떠다녔다.
이 모든 추론의 결론.
‘이유영은 최후의 인류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
현재로선 사실이 될 수 없는 말이기에, 구지상은 이유영이 그러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아닐까 추측했다. 구지상이 대한민국의 영웅이라고 불렸던 것처럼, 혼자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했다.
그렇기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구지상을 그 운명에서 끄집어내 준 게 이유영이었으니까.
탁!
그때, 구지상의 몸이 뒤로 밀쳐졌다.
자칫하면 넘어질 뻔했지만 구지상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누가 밀쳤는지 확인할 틈은 없었다. 곧장 구지상의 어깨를 스치며 뜨거운 화염 덩어리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화르륵
구지상이 생각에 빠져 있던 사이, 사각지대에 있던 주작의 분신이 구지상을 향해 공격을 날린 듯했다.
구지상은 고개를 틀어 조금 거친 방법으로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쳐다봤다.
이유영이었다.
“심신이 지치는 건 이해합니다만, 방금 건 구지상 씨답지 않습니다.”
이유영은 구지상의 가슴팍을 툭 치고서 주작이 있는 1층으로 향했다.
계단에서 고주연과 합류한 이유영은 주작을 향해 스킬을 발동해, 벼락처럼 떨어지는 전기를 발산했다.
구지상은 그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린다.
이유영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우선 눈앞의 몬스터를 처치해야 했다.
***
나는 남아있던 날개 한 짝까지 잃은 주작을 쳐다봤다.
고주연과의 합공으로 마침내 주작의 두 날개가 모두 떨어져 나갔다.
날개가 떨어진 시점에서 녀석은 재가 되어 사라졌어야 하는데, 녀석은 아직도 건재했다.
고주연이 확인한 바로 이 녀석의 약점은 머리와 가슴이었다.
내가 알던 공략법과 급소가 달랐다.
골렘도 그렇고, 주작도 그렇고.
왜 머리와 심장을 동시에 뚫어야만 사라지는 걸까.
생명의 의지로 끝없이 되살아나는 나를 없애는 방법과 동일하게 말이다.
고도의 심리전에 휘말린 느낌이다.
이 찌는 듯한 더위까지, 나를 포함한 공략대 모두의 정신력을 깎아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