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분화 (20)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촤아악!
유연한 물줄기가 마그마 덩어리를 향해 뻗어나갔다.
녀석은 슬라임 몬스터답게, 탄력적으로 몸을 튕기며 물줄기를 이리저리 피했다.
하지만 심판의 물은 녀석을 맞추기 위해 발동한 게 아니다.
녀석을 여기서 끌어내기 위한 미끼였다.
『크르륽…!』
녀석은 내게서 빈틈을 읽어낸 듯 겁 없이 뛰어들었다.
나는 서서히 부길드장실 바깥으로 나오며, 녀석이 내게 달려들기를 잠자코 기다렸다.
마침내 녀석이 나를 압사시킬 것처럼 뛰어오른 순간.
대지가 크게 진동했다.
쿠구구구구구!
바닥에서 솟아오른 두꺼운 벽이 내 앞에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벽과 바닥, ‘대지’로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움직이며 변이된 녀석을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쿵쿵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녀석은 한정된 공간에서 속절없이 공격을 받아야 했다.
구지상의 ‘대지의 포효’. 그 능력의 범용성은 끝이 없었다.
『크하악…!』
몬스터의 목소리인지, 만성 길드장 본연의 목소리인지 모를 것이 울려 퍼졌다.
대지의 벽은 사방에서 움직이며 만성 길드장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고, 녀석은 몸을 꿈틀거리며 무작위로 마그마를 쏘아 올렸다.
그 마그마의 열기를 구지상이 이겨낼 방법은 없었다. 대지의 벽은 열기에 크림처럼 녹아내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구지상 혼자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나는 곧장 만성 길드장을 향해 낙뢰를 내려쳤다.
콰과광!
금빛의 낙뢰가 하늘에서 천벌처럼 떨어졌다.
녀석은 전기에 감전되어 몸을 파들거렸고, 구지상과 나는 녀석에게 마지막 공격을 가하기 위해 다가갔다.
나는 구지상에게 말했다.
“타격보다는 참격이 잘 들을 것 같은데, 치명상을 남기지 않고 검을 쓰긴 어려워 보입니다.”
“타격이… 잘 안 듣는 거지, 아예 안 듣는 건 아니잖아요?”
구지상은 무서운 소리를 하며 주먹을 쥐었다.
정하나가 만들어 준 암흑의 갑옷은 구지상의 S급 주먹을 더 완전하게 포장해 주고 있었다.
구지상은 그 주먹을 만성 길드장을 향해 망치처럼 휘둘렀다.
퍼억!
숙성시킨 반죽을 치는 듯한 찰진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슬라임형 몬스터를 주먹으로 때려잡는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는데, 구지상은 그걸 해내고 있었다.
몬스터는 굴하지 않고 구지상을 향해 마그마를 토해냈고, 나는 구지상을 뒤로 밀어내며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 [ 두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콰과가가가각!
전격을 담은 물기둥이 만성 길드장을 복도 끝까지 밀어붙였다.
두껍게 표피를 감싸고 있던 마그마 덩어리가 강력한 수압에 씻겨져 내려가며, 안에 숨어있던 인간의 형체가 드러났다.
지속적인 감전이 녀석이 마그마를 생성해 슬라임처럼 부풀릴 수 없도록 만들었고, 녀석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물을 잔뜩 먹은 채로 파닥거렸다.
『끄읅….』
만성 길드장은 드디어 사람의 형체만 남은 채 바닥에 털썩 엎어졌다.
구지상은 녀석의 팔을 꺾어 사슬로 감으며 제압해 뒀다.
나는 아직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만성 길드장을 향해 말했다.
“제 목에 건 800억의 현상금 얘기는 다음에 듣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살아있으세요.”
나는 녀석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 뒤, 다시 한번 낙뢰 스킬을 발동했다.
금빛 전격에 휩싸인 녀석은 입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녀석을 등에 업으며 옆에 있던 구지상에게 말했다.
“10분은 안 걸린 것 같네요.”
“생각보다 약했어요. 괜히 불안하네요. 보통 이러면… 보스 몬스터가 무시무시하게 강하니까요.”
아마 구지상의 불안이 적중할 것이다.
분화는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나를 압박했다. 마그마를 쓰는 능력만으로도 무시무시한데, 머리까지 잘 돌아가는 녀석을 상대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태풍도 물리치고 온 우리가 녀석에게 질 것 같진 않았다.
내가 겁도 없이 오만한 판단을 내리는 건 아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 들었다.
“여태 해온 대로만 합시다.”
“네!”
우리는 곧장 정하나와 합류한 뒤,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주연과 길버트, 류차오에게 만성 길드장을 붙잡았다는 걸 알렸다.
류차오는 내 등 뒤에 업힌 만성 길드장의 상태를 보고 잠깐 당황한 것 같았지만, 어쨌든 순순히 위층으로 올라왔다.
우리는 계단을 올랐다.
최상층에 있던 만성 길드장실은 우리를 기다리는 것처럼 문이 열려 있었다.
저곳에 이 재해를 일으킨 주범, ‘분화’가 있었다.
***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두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나는 길버트와 구지상에게 스킬을 발동해,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류차오와 함께 만성 길드장실 안으로 들어가 류진을 구해낼 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 사람은 류차오를 선두로 먼저 길드장실에 들어갔다.
정하나와 고주연, 나는 계단에 숨어서 세 사람이 신호를 보내길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안쪽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곧바로 천리안 스킬을 발동했다.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이번에는 천리안이 제대로 만성 길드장실 안쪽을 보여줬다.
만성 길드장실 중앙에는 왕좌처럼 화려한 의자에 앉은 고고한 적발의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발밑에는 쓰러진 류진이 있었고, 녀석은 보란 듯이 그를 인질로 잡고 있었다.
다행히 류진은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변이’에 당해 헐떡이고 있었지만, 아직 변이가 전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오직 정신력으로만 변이에 저항하고 있는 듯했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하여튼 대단한 녀석이다.
류차오는 만신창이가 된 꼴로 천천히 복도를 걸어, 만성 길드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적발의 여인은 그가 오든 말든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류차오는 꿋꿋하게 그녀의 앞까지 걸어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이유영에게… 당했습니다. 제게 더 큰 힘을 주세요…. 이번엔 반드시 잡아 오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연기인지 진심인지 모를 만큼 녀석은 간절해 보였다.
그러나 적발의 여인은 그를 무심히 내려다보며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한참의 정적이 흐른 끝에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허공을 쳐다봤을 뿐인데, 순간, 나는 녀석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천리안을 썼는데 눈이 마주치다니, 이미 들킨 건가?’
다시 천리안을 통해 만성 길드장실을 봐도, 녀석은 분명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천리안의 시선에 눈을 맞추고 있었다.
『이 남자를 구하고 싶지?』
녀석은 나를 보며, 발밑에 있던 류진을 발끝으로 툭 찼다.
류진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뱉으며 반응했다.
적발의 여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류진의 머리채를 잡아 들었다.
그리고 바깥에 있는 정하나와 고주연, 내게도 들릴 만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너희에게 이 남자를 구할 단 한 번의 기회를 주마! 이유영을 내게 넘겨라, 그렇다면 이 남자와 너희는 이곳에서 나가게 해주겠다!』
호통처럼 내려앉은 무거운 울림이 공간을 뒤덮을 정도로 크게 울렸다.
차마 인간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두려운 호령이었다.
옆을 보니 정하나와 고주연 역시 놀란 듯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만성 길드장실을 보고 있었다.
여기선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내가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게, 류진을 구할 기회를 만들지도 모른다.
나는 정하나와 고주연에게 기다리라고 손짓한 뒤, 순순히 녀석을 향해 다가갔다.
복도를 걸어 열려 있는 문 앞에 서자, 류차오와 류진, 분화는 모두 나를 쳐다봤다.
나는 분화를 향해 말했다.
“우리한테 더 이상의 이간질은 안 통해.”
굳이 ‘우리’라고 말한 건, 이곳에 이미 잠입한 길버트와 구지상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지금부터 류차오를 대신해서 내가 시간을 끌어야 한다.
두 사람은 그사이, 무조건 류진을 구출해야 했다.
나는 떨어진 샛별을 소환하며 녀석을 향해 치켜들었다.
“따라와, 네가 원하는 대로 1대 1로 붙어줄게.”
나는 떨어진 샛별을 휘둘러 최상층의 천장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올곧게 뻗어나간 검격에 천장 한 곳이 무너지며 큰 구멍을 만들었다.
나는 그곳을 향해 뛰어올라, 몬스터가 따라오도록 유도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쾅!
금빛의 낙뢰가 몬스터를 향해 내려쳤다.
하지만 눈을 붉게 빛낸 분화는 간단히 회피했고, 엄청난 속도로 나를 따라잡아 내 검을 부술 듯이 발로 찼다. 나는 검등으로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며, 내 손을 치아로 물어뜯어 피를 흘렸다.
떨어진 샛별은 피를 흡수하며 진화하기 시작했다.
[ ‘떨어진 샛별’이 특정 조건을 감지합니다. ].
.
.
[ ‘떨어진 샛별’이 마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파지지직!
떨어진 샛별은 기특하게 곧바로 가능성 스킬을 흡수하며, 분화를 향해 톱날을 갈기 시작했다.
톱날이 매섭게 이빨을 갈자 분화는 곧바로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톱날이 스쳐 간 자리에서, 녀석은 종잇장을 피처럼 흘렸다. 떨어진 샛별은 그 빛나는 종잇장을 흡수하며 더욱 강하게 진동했다.
『그 검만 없으면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럼 자연히 우리와 함께하는 길을 택해야겠지. 지금부터 전력으로 그 검을 부숴주마.』
“됐고, 하나만 묻자. 시스템과 화신을 건드린 건 너냐?”
만약 화신이 분화에게 당한 거라면, 이 녀석이 붙잡고 있는 인질은 류진 한 명이 아니다.
시스템, 즉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헌터들이 녀석의 인질인 셈이다.
시스템을 장악한다면 헌터의 능력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고, 인간은 몬스터 앞에서 보잘것없이 학살당하고 말 것이다.
반드시 구해야 한다.
『네 ‘애완동물’ 말이지? 아, 그래….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그걸… 구하고 싶니?』
“네가 아니라 그 푸른 머리 녀석이 저지른 짓인가 보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깟 애완동물쯤은 기르게 해주마.』
이 녀석들은 화신을 자꾸 펫 취급하고 있었다.
나름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화신이다. 시스템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버린 탓에, 화신을 욕하는 건 인류를 욕하는 것처럼 들려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녀석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널 없애고, 남은 한 놈도 없앤 다음에 기를 거야. 그쪽이 더 쉬워 보인다.”
나는 곧장 녀석의 목을 노리며 검을 휘둘렀고, 분화는 가뿐한 몸놀림으로 검을 피했다. 나는 스킬을 발동해 녀석의 주변으로 불규칙하게 낙뢰를 내려치며, 검 끝으로 녀석의 목을 노렸다.
좀 더 확실하게, 검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치명적일 수 있도록 온 신경을 검에 기울였다.
녀석도 번개 속에서 검을 피하는 건 버거웠는지, 나풀거리며 피하기만 하던 녀석이 반격을 시도했다.
화르륵!
뜨거운 홍염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녀석과 곧장 거리를 벌리며 검으로 뜨거운 홍염을 베어 공기를 갈랐다.
녀석은 희번덕하게 눈을 뜨며 붉은 눈을 광적으로 빛냈다.
『내 말을 들어 이유영. 지금, 내 말을 들어.』
광기 어린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녀석은 주먹으로 내 뺨을 쳐올렸고, 너무 빠른 속도에 피할 수 없었던 나는 얼굴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감각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생명의 의지는 부서진 뼈와 함몰된 피부를 다시 재생시키며, 나를 원상복구 시켰다.
이런 공격으로는 내가 몬스터의 말을 듣게 할 수 없었다.
『내 말을 듣지 않을 거니?』
돌연, 분화가 두 팔을 뻗어 몸에서 불꽃을 발산했다.
그 불꽃들은 전부 날개가 달린 새로 변하며 만성 길드장실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분화의 분신이 동료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전부 죽여주마. 그럼 너도 내 말을 듣겠지.』
내 동료들은 고작 분신들한테 당할 만큼 약하지 않았다.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동료들을 믿으며, 녀석을 향해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