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분화 (21)
길버트는 류진을 일으켜 세웠다.
류진은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변이’에 당한 듯 몸의 일부가 자연발화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완전히 변이에 잠식되진 않은 상태였다.
끊임없이 상태이상에 저항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단한 건 알아줘야 해. 어이, 대장. 정신 좀 차려봐. 구하러 왔어.”
“으윽….”
길버트는 스킬을 발동해 몸을 커다란 늑대로 변형시켰다.
길버트가 생각하는 ‘늑대 인간’ 스킬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늑대이자 인간인 반인반수가 될 수 있으며, 진짜 늑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진짜 늑대로 변신하면 사람 셋은 거뜬히 등에 태우고 뛰어다닐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상당히 유용한 이동 수단이 될 수 있었다.
길버트는 류진을 등 뒤에 태운 뒤, 잠깐 천장 위를 바라봤다.
이유영이 보스 몬스터와 숨 막히는 전투를 펼치며 시간을 벌고 있었다.
이 틈에 서둘러 류진과 류차오, 만성 길드장을 탈출시켜야 한다.
“길버트 씨, 서둘러요!”
멀리서 구지상이 류차오를 한 손으로 둘러업으며 길버트를 부르고 있었다.
길버트는 곧장 구지상에게 달려가, 구지상과 류차오 모두 등 뒤에 업고 만성 길드장실을 빠져나갔다.
빠른 속도로 계단에서 대기하던 정하나와 고주연과 합류하며, 이유영의 상황을 전달했다.
두 사람은 역시 이유영을 따라갔어야 한다며 작게 한탄했다.
구지상은 길버트를 보며 말했다.
“우선은 이 세 사람부터 탈출시키는 게 좋겠어요. 길버트 씨, 류진 씨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같이 나가실 건가요?”
길버트는 잠시 류차오를 쳐다봤다.
류차오는 마지막 기회를 잃고 전의를 상실한 듯, 표정도 없이 허공을 보고 있었다.
이것조차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류차오보다 더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이유영이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유영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무리다.
구지상과 고주연이 있긴 하지만, 두 사람의 공격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보다 몇십 년의 세월을 더 살아본 사람으로서 길버트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었다.
길버트는 류진에게 물었다.
“대장. 이 두 사람 데리고 나가다가 안 죽을 정도의 힘은 남았지?”
류진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바른 목소리로 답했다.
“싸울 수 있다… 날 내보내려 하지 마.”
“어 그래, 혼자 나갈 수 있으시단다.”
그 말에 구지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버트는 아이템 창을 열어 아이템을 소환했다. 조금 전에 이유영이 길버트에게 맡긴 것이었다.
길버트는 류진에게 아이템을 전달하며 말했다.
“나가면 붉은 두건들 말고도, 에덴 길드나 우리 편이 되어준다고 온 사람들이 많아. 난 여기서 대장한테 걸린 그 빌어먹을 상태이상을 풀고 갈 테니까, 대장은 나가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난….”
“아, 이 가면은 이유영이 주는 거야. 이유영이 이거 쓰고 당신 흉내 좀 냈거든.”
길버트가 류진에게 준 것은 C급 아이템인 ‘도깨비 가면’, 사용자를 모르는 아저씨의 얼굴로 바꿔주는 아이템이다.
이유영이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붉은 두건의 수장을 흉내 내며 사용한 아이템이었다.
세간이 아는 붉은 두건 수장의 얼굴은 바로 이 가면이었다.
류진은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사람이다.
공적으로 죽은 사람이고, 그는 만성 길드장의 아들이니까. 그가 언론에 드러난다면 붉은 두건이 세워낸 혁명의 의미가 무너지고 만다.
류진은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류진은 길버트가 주는 아이템을 받아 들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살아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탈출해 붉은 두건들에게 자신이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야말로, 그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분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이유영에게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류진은 분함을 애써 감추며 가면을 썼다.
두 주먹을 힘껏 쥐며, 가능한 당찬 목소리로 길버트에게 말했다.
“부디 살아서 귀환해라…! 내게, 감사를 표할 기회를 줘….”
“그래그래. 내가 이유영은 꼭 살려서 데려갈게. 그러려고 여기 남는 거야.”
그때, 만성 길드장실 쪽에서 범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길버트는 서둘러 류진에게 류차오와 기절한 만성 길드장을 맡겼다.
류진은 공략대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두 사람을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갔다.
공략대는 곧장 만성 길드장실에서 날아온 붉은 새들에 주목했다.
주작처럼 타오르는 불꽃을 두른 붉은 새들이 쏜살같이 날아오더니, 서로 합체하며 하나의 형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만들어진 것은 이유영이 싸우고 있는 보스 몬스터와 동일한 적발의 여인이었다.
공략대가 이유영을 도우러 오지 못하도록 분신을 보낸 듯했다.
“저 녀석 심상치 않다. 다들 전력으로 가자…!”
정하나는 서둘러 스킬 ‘암흑’을 발동했다.
잉크처럼 퍼져나간 검은 암흑이 공략대의 몸을 감싸며 맞춤형 전신 슈트를 만들었다.
코와 입을 마스크처럼 감싼 암흑의 갑옷은 몬스터가 ‘변이’를 쓴다고 해도 버틸 수 있었다.
암흑의 갑옷을 착용한 구지상은 익숙하게 앞장서며 말했다.
“길버트 씨, 훈련 때 저랑 합 맞춰봤던 거 기억하시죠?”
“벌써 잊을 만큼 나이 먹진 않았다?”
“다행이네요, 그대로만 갑시다. 고주연 씨는 백업 부탁드려요.”
고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역할을 분배한 공략대는 곧장 자리로 흩어졌다.
제일 먼저 달려든 구지상은 총알처럼 튀어 나가 몬스터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분신은 손으로 방어했고, 구지상은 가뿐하게 몸을 틀어 발차기를 날렸다.
퍽!
체술은 구지상이 한 수 위인 듯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머리에 타격을 입은 여자는 잠시 비틀거리다가 구지상을 향해 곧장 화염을 뿜어냈다.
구지상은 분신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불길을 가뿐히 뛰어올라 피했다. 그리고 그 순간, 늑대 한 마리가 뒤에서 분신을 덮쳤다.
콰득!
팔 하나가 늑대의 이빨에 무자비하게 물어뜯기며 순식간에 가루로 소멸했다.
여자는 재생하지 않는 팔을 잠시 쳐다봤다. 그 사이, 고주연이 쏜 두 개의 화살이 여자의 머리와 심장을 노렸다.
탕!
하지만 여자는 남은 팔 하나로 그 화살을 모두 붙잡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였다.
그럼에도 고주연은 침착했다.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까.
콰광!
고주연은 서브 스킬 ‘충격파’를 발동하며 화살을 폭발시켰다.
두 개의 화살이 동시에 폭파하며 몬스터의 남은 팔 하나와 상반신 반쪽이 사라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구궁!
구지상이 스킬을 발동하며 대지가 진동했다.
대지의 포효가 몬스터의 분신을 노렸고, 그를 중심으로 공략대의 연쇄 공격이 펼쳐졌다.
“고작 분신으로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유영 씨!”
이유영의 예상대로 공략대는 쉽게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
드드드드드드
아래에서 범상치 않은 진동이 느껴졌다.
건물이 통째로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지진. 이런 걸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구지상뿐이다.
류진과 류차오, 만성 길드장을 모두 구출했으니, 더 이상 이 건물을 배려할 필요는 없다. 구지상을 제약하고 있던 속박이 풀린 셈이다.
그런 녀석을 상대로 쉽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분화는 눈을 흘기며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나는 검을 치켜들며 녀석에게 말했다.
“내 동료들은 강해. 네가 쉽게 어쩔 수 없을 만큼.”
하지만 분화는 내 말에 코웃음을 쳤다.
녀석은 불꽃처럼 흩날리는 적색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했다.
『자만하는구나. 자연은 이치와 도리와 맞게 굴러가는 법이니, 너희는 광활한 자연 앞에선 결국 한낱 인간일 뿐이란다. 영원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보고 자만한다고 말하기엔, 녀석은 오만했다.
순간, 녀석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함께 조금 전과는 다른 지진이 건물을 뒤덮기 시작했다.
콰르릉!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 폭발하며 발생한 지진이다.
구지상의 스킬과는 다른 진동이 조금씩 커지며 건물을 위협하고 있었다.
분화가 지각 아래에서 마그마를 폭파하려는 듯했다.
『한 번 더 동료들이 모두 죽으면 네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그럴 일은 없어.”
『또다시 죽지 않는 건 너뿐인 거야. 비극을 상기해라, 고통뿐인 현실에서 탈피해 새로운 삶을 얻는 거야…!』
분화는 광기 어린 목소리로 나를 저주했다.
녀석의 헛소리를 더 들어줄 것도 없이, 나는 떨어진 샛별에 가능성 스킬을 밀어 넣으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분화는 손에서 화염의 검을 만들어 내며 떨어진 샛별을 검으로 막았다.
챙!
분화가 만들어 낸 화염의 검은 과거에 내가 사용했던 작은 단검부터, 제대로 된 던전을 다녀와 얻은 B급의 검, 그리고 떨어진 샛별까지, 형태를 바꿔나갔다.
녀석은 회귀 전의 내가 펼치던 검술로 내 검을 받아냈다.
지금의 내가 압도할 수밖에 없는 검술, 하지만 나를 베어내야 하는 검술이다.
『너를 이해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이유영.』
녀석의 검과 내 검이 맞부딪히며 스파크가 튀겼다.
그 사이 지하에서부터 시작되는 대규모의 폭발이 서서히 확산하여 건물이 흔들리고 있었다.
녀석은 이전에 마그마를 폭발시켜 만성 길드를 무너트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곳을 무너트리려는 듯했다.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
아무리 정하나가 있다고 해도 화산 분화를 버틸 수는 없다.
쿠궁!
그러나 내가 고민할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 또 한 번 건물을 뒤흔드는 커다란 충격이 지하에서부터 가해졌다.
분화는 내게서 빈틈을 읽고 검을 날카롭게 휘둘렀다.
화염의 검은 상처를 내는 동시에 피부를 태워버렸다.
만약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지 않았다면 뺨이 아니라 목이 크게 썰렸을 것이다.
『여전히 네 동료들이 강하다고 생각하니? 네 힘으로 어떻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주제에, 건방지구나.』
“입 닥쳐.”
『하지만 인간인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는 사실은,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나는 떨어진 샛별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녀석이 화염으로 만들어 낸 ‘떨어진 샛별’이 맞부딪히며 내 검을 튕겨냈다.
아까와는 다른 힘이었다.
마치 내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이, 녀석은 차근차근 힘을 끌어올리며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네가 몬스터가 된다면 모든 게 해결돼. 넌 무력한 인간에서 탈피하는 거야.』
녀석은 속삭이듯이, 유혹적으로 얘기했다.
『내 손을 잡는다면 네 동료들은 살려주마.』
녀석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저 손을 잡지 않는다면 동료들이 재해에 휩싸이고 만다.
나조차 간신히 살아남은 그 재해 속에서, ‘생명의 의지’가 없는 동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손을 잡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네가 뭔 짓을 하든 내가 네 손을 잡을 일은 없어.”
나는 새로 얻은 가능성 스킬을 발동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른다. 스킬이 통할지 안 통할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힘이 맞다면, 이곳에서 녀석을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