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분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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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집에 돌아왔을 때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아버지는 보금자리인 집에도 인사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빈집에도 꼬박꼬박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손을 씻고 가방을 벗어둔 뒤, 리모컨을 찾아 TV를 틀었다.
63번 만화 채널을 틀면 하교하던 시간에 맞춰서 방송되는 만화가 있었다.
바로 ‘마법 스타 리리’.
나는 마법 스타 리리의 애청자였다.
『마법 스타 리리가 너희들을 마법 스타로 만들어 줄 거야! 꿈과 희망을 사랑하는 소년, 소녀들이 되어 리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자!』
남자 새끼가 왜 이런 만화를 보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어릴 적에 난 그냥, 이 만화를 자주 봤다.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나는 그 만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어린 시절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었다.
마법 스타 리리의 주인공은 나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 외로운 소녀에게 어느 날 리리라는 요정이 찾아와, 소녀를 마법 스타로 만들어 준다.
주인공은 마법 스타가 되어 요정 리리와 함께 꿈과 희망을 노래하며, 세상에 희망을 전파했다.
어릴 적의 나는 그 이야기를 꽤 좋아했다.
마법 스타 리리가 끝나면 나는 TV를 끈 뒤, 책상에 앉아 학교 숙제를 했다.
숙제가 끝나면 책을 펼치고 열심히 독서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두면 아버지가 읽어주셨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끔 몇 마디를 적어주셨는데, 나는 그 메모 같은 글을 읽는 게 정말 좋았다.
그렇게 숙제하고 책을 읽다 보면, 아버지가 가게를 닫고 퇴근하실 시간이 됐다.
나는 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곧장 달려 나가, 아버지께 인사를 드렸다.
아버지는 지친 얼굴이었으나 항상 잊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유영이, 학교는 잘 다녀왔냐.”
“네! 숙제도 다 하고, 책도 읽고 독후감도 쓰고 있었어요.”
“잘했다. 담임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고?”
“네! 오늘 칭찬 스티커 세 개나 받았어요!”
“잘했다.”
아버지는 무뚝뚝했다.
하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고, 바르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나는 아버지의 덤덤한 칭찬을 듣는 게 좋았다.
“….”
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집 거실에 서서, 아버지와 같이 저녁을 먹는 어린 날의 나를 바라봤다.
그날의 저녁 메뉴는 콩나물국과 계란후라이였다. 고소한 음식의 냄새가 지금의 내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생생하게 유년기의 기억이 펼쳐지고 있다.
마치 그 시절, 그날 속에 입장한 것처럼.
‘어른이 된 지가 언젠데… 이런 걸 그리워하고 있는 거지.’
나는 눈을 떴다.
새로 생긴 가능성 스킬을 발동하면서 무언가 부작용이 생겨 강제로 어릴 적의 기억을 회상한 듯했다.
그를 증명하듯, 눈앞에 유년기의 기억을 적어놓은 일기장 한 페이지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마법스타 리리를 좋아하게 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 시간대에 하는 만화는 그것밖에 없었고…」
마법스타 리리에 대한 변명을 구구절절 적어놓은 일기였다.
같이 서술한 문장들 때문에 그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정확히는, 스킬의 영향으로 일기에 적힌 내용이 눈앞에서 무대처럼 펼쳐진 듯했다.
나는 일기 위에 손을 올렸다.
페이지가 빛이 되어 사라지며 내 안에 깃들었다. 알 수 없는 힘이 축적된 것처럼 묘하게 몸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눈앞을 막고 있던 페이지가 사라지며,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촤라락
[ 스킬, 를 사용합니다. ]수많은 백지를 이어 붙인 백색의 길이 내 앞으로 길게 이어졌다.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따라 걸어갔다.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면 종래에 마주치는 것은 커다란 일기장이었다.
리리의 비밀 일기장, SSS급 보상템, 최후 인류의 기록.
무슨 단어를 갖다 붙여야 할지 알 수 없는 내 일기장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처럼 떡하니 버티고 서있었다.
고작 내 일기장이지만, 지금만큼은 어느 예언서나 마도서처럼 보일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무심코 그 위에 손을 올리려던 순간,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유영…!』
분화가 포효하는 소리였다.
이 안에 녀석이 갇혀 있는 듯했다.
나는 곧바로 일기장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몸이 일기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온통 흰 세상이 펼쳐졌다.
그 새하얀 세상 속에 분화가 있었다.
분화는 백색의 종이들을 덕지덕지 붙인 채로 자리에 묶여 있었다.
『이유영….』
녀석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온몸에서 화염을 발산하며, 자신을 붙들고 있는 종이들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낱장들을 전부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녀석은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고작 이따위 힘으로 날 붙잡을 수 있을 줄 알았나?』
뭔가 오해하고 있는데, 이건 내 의지대로 벌인 일이 아니다.
나도 아직 어떤 원리로 굴러가는 스킬인지 모른다.
그저 녀석을 붙잡아둬야 한다는 무의식이 그대로 실현되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붙잡아 두긴 했네 뭐.”
『말장난을 하는구나. 이런 건 시간 끌기에 불과해.』
“그건 모르는 일이지. 넌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고 잿가루가 될 거다.”
그때, 내 말에 반응하듯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당신의 이야기는 곧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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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검색하세요.」
이게 무슨 말이지?
난데없이 페이지를 검색하라고 해도, 뭘 검색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당신의 이야기는 곧 세계’라는 수상쩍은 말에서 힌트를 얻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어린 시절 기억을 적은 일기장을 봤을 때, 집안 풍경이 펼쳐졌었지.’
어쩌면 조금 전 회상처럼, 내 일기에 적힌 장면을 공간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마음 편히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나는 커서를 깜빡이고 있는 검색창을 바라봤다.
적당히 분화에게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곳을 떠올리며, 검색창을 향해 말했다.
“‘이시미’의 공략법을 적은 페이지를 검색한다.”
이시미. 7대죄 중 질투로 분류한 녀석이자, 서리 안개 능력을 가진 이무기 몬스터.
본래 이시미가 있던 던전은 끝없는 한기가 밀려오는 얼음동굴이다.
분화를 상대하는 데 그만큼 시원한 장소가 없을 것 같았다.
순간,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촤라락!
수만 장의 페이지가 펼쳐지며 한 장의 페이지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검색된 한 장의 페이지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세상이 뒤바뀌었다.
이시미의 던전.
끝없는 한기가 밀려오는 얼음동굴이 녀석과 내 주위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꽈드드득!
주위로 대빙벽이 솟아오르며 바닥과 천장이 빙하와 같은 얼음으로 뒤덮였다.
방금까지 온몸을 점령하고 있던 끝없는 더위가 한순간에 밀려나며, 차가운 한기가 들어찼다.
숨결이 하얀 김으로 바뀌며 피부에 아릿한 추위가 감돌았다.
세상이 변하며, 내 앞에 한 장의 페이지가 떠올랐다.
「…이시미가 등장하는 던전은 빙하와 같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동굴이다. 그곳에선 불을 쓰는 헌터들의 능력이 한없이 약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
떠오르는 일기장이 내가 왜 이 페이지를 검색했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이 던전에선 이시미의 설화 배경이 던전에도 반영되어, 불 타입 헌터들의 힘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이 던전을 소환했을 때, 불 타입 몬스터의 힘도 약해질지 모른다.
“이래도 시간 끌기 같아?”
나는 떨어진 샛별을 소환해 검에 피를 먹였다. 떨어진 샛별은 피를 흡수하며 톱날을 갈기 시작했다.
분화도 불꽃으로 검을 만들어 내려 했지만, 바닥에서부터 퍼져나온 한기가 불꽃을 잡아먹듯이 꺼트렸다.
던전의 특성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이따위 장난질은 나보다 약한 상대에게 쳤어야지. 안 그러니?』
분화는 코웃음을 치며 양손에서 부글부글 끓는 마그마를 흘려보내 새로운 검을 만들었다.
이 얼음동굴도 끊임없이 분출되는 마그마를 식히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녀석은 흐르는 용암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텅!
나는 고의로 검을 거칠게 부딪혔다. 마그마로 만들어진 검은 한기에 식어 빠르게 굳고 있었고, 소드브레이커라는 이명을 가진 떨어진 샛별은 톱날을 갈며 녀석의 검을 부수기 시작했다.
카드드득!
나는 다시 한번 녀석의 목을 노리고 검을 찔러넣었다. 검을 잃은 녀석은 맨손으로 내 검을 받아내며, 마그마를 방출해 떨어진 샛별을 녹이려 들었다.
그러나 나는 내 검을 망가뜨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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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진 샛별’이 마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떨어진 샛별에 붉은 스파크가 일어나며 마그마와 낙뢰가 부딪혔다.
스킬을 두르면 검은 망가지지 않는다. 내 검을 녹이려면, 적어도 내 스킬을 압도할 만큼의 마그마를 뿜어내야 할 것이다.
카가각!
평소보다 스킬이 강하게 발동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떨어진 샛별은 내 스킬의 힘을 받아 힘차게 나아갔고, 분화의 팔을 크게 베어냈다.
팔 하나가 날아간 분화는 피를 흘리듯이 종이 낱장들을 흘렸고, 떨어진 샛별은 게걸스럽게 그 종이들을 흡수했다.
분화는 분한 듯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이런 건방진….』
“언제는 날 이해해 줄 것처럼 굴더니, 팔 하나 잘렸다고 건방지다고 하는 건가?”
『내가 유순하게 굴면 너는 나의 왼팔도 자를 것 아니니?』
날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분화는 비틀거리면서 몸 전체를 마그마로 만들기 시작했다.
녀석의 주위로 끝없이 열기가 뻗쳐 나왔다. 이 빙하와 같은 얼음동굴의 바닥과 벽, 천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콰르릉!
천장과 벽, 바닥이 경계를 잃고 녹아내렸다.
견고하던 빙하는 빠르게 쪼개지며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위협했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결국 정신에너지로 구성된 공간. 그보다 더 큰 정신에너지를 방출해 파멸시키면 그만이다.』
녀석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하지만 추측하건대, 이 ‘0. 정신세계’란 스킬은 시스템이 내게 만들어준, 던전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여긴 나를 위한 던전이었다.
던전은 몬스터를 가둬놓는 공간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공간은 몬스터를 위한 무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곳은 내 무대였다. 이곳에서 난 이전보다 강해진다.
내 컨디션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가 서 있는 곳의 얼음이 위협적으로 깨졌다.
나는 ‘정신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려 검에 스킬을 투영했다.
붉은 스파크를 튀기던 떨어진 샛별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나는 검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내 몸을 맡겼다.
분화는 마그마의 파도를 만들어 공간을 뒤덮었지만, 나는 떨어진 샛별이 시키는 대로 그 파도를 뚫고 나아갔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떨어진 샛별의 검 끝이 도달한 곳은 분화의 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