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동료 (1)
카츠라 료는 초대장을 보내겠다며 일본으로 돌아갔다.
야마다 미츠하는 내게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지만, 우물쭈물하다가 일본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긴 뒤 가버렸다.
그렇게 대략 상황이 정리된 후.
이유 길드와 정하나, 길버트, 나쟈, 사빈은 ‘청해객잔’에 초대받았다.
초대한 사람은 청해객잔의 새 아르바이트생, 류진이었다.
청해객잔의 주인장 부부는 류진이 하와이로 여행을 보내줬다고 한다.
류진은 빈 가게를 빌려 우리를 위해 조촐한 파티를 열어준 셈이었다.
길드원들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낯익은 청해객잔의 모습이 보였다.
길버트, 나쟈, 사빈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주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주방을 바라보니, 문짝만 한 놈이 좁은 주방에 틀어박혀 요리하고 있었다.
류진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요리하는 류진의 등짝을 쳐다봤다.
진짜로 여기에서 일할 생각인가?
헌터 일은 안 하고?
그때, 길버트가 날 툭 치며 말했다.
“대장 뒤통수에 구멍 나겠다. 왜 그렇게 열렬하게 쳐다봐?”
“왜겠습니까?”
“대장이 잘생기긴 했지?”
말을 말자.
나는 물 잔에 물을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대장한텐 필요한 시간이야.”
이곳에서 일하는 게 필요한 시간이란 말인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가 틀린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곧 류진이 요리를 들고나오며 자리에 합류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붉은 두건의 수장이 먹음직스러운 바지락볶음이 담긴 접시와 맥주 여러 잔을 내오고 있었다.
서빙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류진은 목을 두어 번 가다듬더니, 비장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나는 오늘, 너희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
류진은 깊게 고개를 숙였다.
“붉은 두건의 수장으로서, 만성 길드장의 아들로서, 붉은 두건과 함께 싸워준 타국의 영웅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정중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인사였다.
우리에겐 그의 진심 어린 감사 한마디면 충분했다.
이후 우리는 류진이 만든 음식을 먹으며 붉은 게이트 공략 성공을 자축했다.
찐만두와 바지락볶음, 농어 조림과 건두부 보쌈 등. 혼자서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는 퀼리티의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음식의 맛도 훌륭했다.
우리는 웃고 떠들면서 천천히 음식을 즐겼다.
붉은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싸웠는지 무용담을 늘어놓고.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았던 사람들은 우리가 게이트에 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줬다.
나는 3재해에 관해 알릴 겸 사빈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후발대 지휘관이었던 사빈은 에덴이 나설 기회가 없었는데도 미카엘이 흔쾌히 넘어갔다며 편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덴이 나서지 않기 위해 내가 미카엘과 동맹을 맺었던 만큼, 미카엘도 사빈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카엘은 만성에 대한 여론이 잠잠해지면 공식적으로 이유 길드와의 동맹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했단다.
만성도 무너졌고, 더는 눈치 볼 사람도 없다.
에덴과 이유 길드의 동맹 소식이 알려지면 이유 길드의 위상이 올라갈 테니 나로선 좋은 일이다.
나는 사빈에게 에덴에 나타났던 태풍, 만성에 나타났던 분화,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가 더 있으며, 시스템이 그들을 ‘3재해’라고 칭했다고 얘기했다.
그 마지막 한 마리가 일본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곧 일본에 가게 될 거라는 말도 남겼다.
여차하면 이번에도 에덴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
사빈은 미카엘에게 전해두겠다며 이후에 다시 에덴에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참 몬스터나 던전, 헌터에 관한 이야기나 나누던 중.
녀석은 어딘가 떨떠름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넌 길드장님과 닮은 면이 있어.”
“그게 무슨 끔찍한 소리입니까?”
“칭찬으로 좀 받아들이지? 이만한 칭찬이 어디에 있다고.”
미카엘과 닮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일 만큼 내가 비정상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빈은 꿋꿋하게 말했다.
“길드장님도 언제나 다음을 생각하시지. 그런 사람들은 눈빛이 달라.”
“전 미카엘 길드장님만큼 병적이진 않습니다.”
“됐고, 네가 버티고 있으면 에덴이 전부 짊어지진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대로만 해.”
사빈답지 않게 긴 문장을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전달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줬다.
사빈도 그것에 만족했고, 우리는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이어서 카린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때.
사빈 옆으로 나쟈가 끼어들어 왔다.
나쟈는 사빈을 가볍게 옆으로 밀며 말했다.
“이유영한테 할 말 있어. 너 좀 저리 가봐.”
사빈은 대답도 해주지 않고 비켜주지도 않았다.
나쟈는 사빈을 밀어내려고 투덕거리다가 결국 사빈을 투명 인간 취급하기로 한 건지, 날 쳐다보며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 네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
나는 순간 먹고 있던 음식을 뿜을 뻔했다.
나쟈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저 피아노맨한테 들었는데, 너희 길드 길드원 부족하다며. 신분 바꿔올 테니까 들어가게 해줘.”
나는 피아노맨 김신욱을 쳐다봤다.
나쟈한테 쓸데없는 바람을 불어넣은 게 저 자식인 듯했다.
나는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뭐…? 너, 내가 얼마나 유능한지 몰라?”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나쟈는 황망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거절할 줄 몰랐던 모양이다.
나쟈의 말대로 그녀는 유능하고, 어떤 길드든 데려가지 못해서 안달인 특수계 스킬 능력자다.
그런 나쟈가 우리 길드에 있다면 당연히 길드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다.
내가 하지 못했던 일들도 나쟈라면 할 수 있겠지.
그런데도 내가 안 된다고 말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신분을 바꿔서 살고 싶으면 우리 길드 말고 다른 곳 알아보세요. 제 길드는 도망쳐서 올 만한 곳이 아닙니다.”
지금 그녀가 속해있는 러시아 길드에 저지른 죄를 밝히고 죗값을 처벌받은 뒤에 갈 곳이 없는 거라면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나쟈가 본인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거라면, 난 받아줄 수 없다.
나쟈에겐 별로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었는지, 녀석은 울컥 내게 소리쳤다.
“도망치면 왜 안 되는데?”
“도망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제 길드는 안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왜 안 되냐고! 너 바보야? 내가 얼마나 유능한지….”
“압니다.”
나는 나쟈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 길드원들을 한 명씩 바라봤다.
“나쟈 씨도 제 길드원들을 보셔서 알 거 아닙니까. 도망치듯이 와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내 길드원 중 ‘다음’을 바라보지 않는 녀석은 없다.
도망치는 게 목표인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어울리지 못하고 소속감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나쟈에게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요.”
정말로 내 길드에 오고 싶은 거라면 내가 거절할 리 없다.
내 눈엔 나쟈가 진심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나쟈는 내 말을 듣고 오히려 안심한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나쟈는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너한테 은혜를 갚을 수 있어?”
이번에는 나쟈가 진심을 전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붉게 물든 눈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려 했고, 그것을 통해 몇백억의 돈을 얻으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만성은 위험하다고 애써 알리던 사람이다.
나는 나쟈가 은혜를 갚길 바라서 이런 일을 벌인 게 아니었다.
“그냥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됩니다.”
“그런 거로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없어.”
“그래도 그 말 한마디면 됩니다.”
나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노려보기도 하고, 괜히 옆에 있던 사빈을 노려보기도 하고. 애꿎은 테이블을 탕탕 치기도 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목소리를 꺼내 무거운 한마디를 전했다.
“고마워, 이유영.”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겐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나쟈는 나를 노려보며 한참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빈을 툭 치면서 말했다.
“나 너희 길드로 갈래.”
“그러든지.”
“좀 더 기뻐해 주면 안 돼? 나라는 유용한 헌터를 얻었으면 순순히 기뻐하란 말이야. 저것 봐, 길버트는 날 빼앗겨서 아쉬워하고 있잖아.”
나쟈는 길버트를 가리켰지만, 길버트는 류진이랑 술 마시면서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사빈은 그 모습을 쳐다보며 나쟈에게 마시던 맥주잔을 건넸다.
“너 마셔라…. 네 인생에 술이 필요해 보인다.”
“열받네….”
그리 말하면서도 나쟈는 사빈이 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빙빙 돌아 결국 에덴의 소속이 되었지만, 나쟈의 기분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도망친 끝에 나쟈는 ‘에덴’으로 들어갔으니까.
***
빈 그릇이 늘어나고 다들 어찌 되어도 좋을 개인사나 늘어놓으며 파티가 끝나가던 때.
사빈은 취한 나쟈를 데리고 본부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떠나면서 비어있던 내 앞자리에 류진이 찾아와 앉았다.
류진은 내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드디어 둘이서 얘기할 기회가 생겼군.”
나도 마침 녀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물었다.
“정말로 여기서 일할 겁니까?”
“음. 당분간은 그럴 생각이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두지 않았거든…. 혁명에 성공하더라도 나는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류진은 멋쩍게 웃었다.
이 녀석은 안 그렇게 생겨서 이상하게 자존감이 낮았다.
만성 길드장 같은 게 아버지고 류차오가 동생이니, 자존감이 높은 것도 이상하지만.
그래도 녀석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이들이 많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지갑을 꺼내, 녀석에게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이유 길드장, 이유영의 명함.
이제는 번듯하게 이름 세 글자가 새겨진 내 명함이었다.
“언젠가 제겐 당신의 능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정해지면 연락하세요.”
류진의 스킬뿐만 아니라, 붉은 두건을 집결한 그의 수장으로서의 능력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신뢰하고 따르게 만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재능의 영역이다.
진준성과 미카엘, 그리고 내게는 없는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이 류진에겐 있었다.
언젠가 오류와 싸우게 될 때, 류진의 그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류진은 내 명함을 받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입꼬리를 씨익 올려 웃었다.
“이유 길드장에게 청해객잔의 객식구가 필요할 일이 있을까?”
“직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게 필요한 건 당신의 능력이니까요.”
“좋다. 이유영 네가 연락한다면 언제든 가지. 나도 네게 은혜를 갚고 싶거든.”
녀석은 또 한 번 내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나는 익숙하게 녀석의 손을 붙잡았다.
붉은 두건의 수장도, 에덴과 동맹을 맺은 길드장도 아닌, 우리다운 모습으로 악수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