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동료 (2)
청해객잔에도 밤이 찾아왔다.
사빈은 나쟈를 데리고 임시 본부로 돌아갔고, 길버트는 류진을 데리고 청해객잔의 위층 빈방으로 향했다.
1층 식당에는 정하나와 이유 길드 사람들만이 남아있었다.
우리는 미적지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곧 있으면 한국에 돌아가야 하니, 중국에서의 여유로운 밤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나는 잠시 청해객잔에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한 번씩 쳐다본 뒤, 말했다.
“여러분, 할 말이 있습니다.”
나는 각자 떠들고 있던 동료들을 집중시켰다.
정하나와 구지상, 고주연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를 챈 듯 군말 없이 내게 주목했다.
반면 상황을 모르는 진준성과 김신욱은 어리둥절하게 나를 쳐다봤다.
“뭐야? 술 취했냐?”
“길드장님이 할 말이 있으신 거겠죠.”
진준성의 말에 김신욱은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 팔짱을 꼈다.
나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나의 비밀 자폭쇼를 다들 잘 볼 수 있도록, 테이블을 밀어내고 중앙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몇몇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저희 길드명이 ‘이유 길드’인 이유는 길드 목표가 ‘이유영이 수상하게 구는 이유를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화냐? 이거 누가 지은 거야.”
김신욱의 물음에 고주연이 답했다.
“진준성이. 처음엔 ‘이유영 길드’였던 걸 그나마 바꾼 거야.”
“예?”
김신욱은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녀석을 외면했다.
구지상은 분위기를 환기하며, 다시 본론에 집중했다.
“그걸 말씀하시는 이유는 오늘 이유영 씨가 수상하게 군 이유를 들려주시기 위해서인가요?”
“맞습니다.”
내 말에 김신욱과 진준성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두 녀석도 내가 수상하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을 것이고, 궁금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바로 입을 다물고 나를 쳐다보는 거겠지.
나는 이번엔 정하나를 쳐다봤다.
정하나와 나는 길드 간에 동맹을 맺을 때, 이런 조건을 걸었다.
[ 정하나의 ‘수호 길드’와 이유영의 ‘이유 길드’ 간에 협력 관계를 맺는 대신, 이유영은 정하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한다. ]지금이야말로 정하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할 최적의 상황이었다.
나는 정하나에게 물었다.
“수호 길드장, 제게 어떤 질문을 할 겁니까?”
정하나는 평소와 달리 장난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를 마주했다.
동맹할 때 맺은 디케의 언약 증명에 관해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정하나는 이미 내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는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몬스터들이 왜 이유영에 대해 알고 있는지, 답해줘.”
제법 영리한 질문이었다.
저 질문에 답하려면 내가 회귀자라는 것, 최후의 인류였다는 것, 그리고 몬스터들의 왕 ‘오류’에 대해 모두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이기도 했다.
김신욱과 구지상은 ‘태풍’과 싸울 때 내 어릴 적 모습과 마주쳤고.
진준성도 7대죄 중 ‘금돼지’와 ‘이시미’를 겪으며 느낀 위화감이 있을 것이다.
고주연 역시 궁금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저는 몬스터들의 편이 아닙니다.”
“그걸 누가 몰라? 지나가던 개미도 알겠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제가 그것들의 편이 되길 바랍니다.”
내 말에 장내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나는 날 보는 시선들을 전부 마주하며, 마저 이야기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본론이었다.
“몬스터들에겐 왕이 있습니다. 힘을 측정할 수 없는 EX급 몬스터로, 사람들은 그것을 ‘오류’라고 불렀습니다. 오류는 제가 몬스터들의 편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하나는 당황한 낯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어서 주위를 쳐다봤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몬스터들의 왕’이라는 말에, 다들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우리는 언젠가 ‘오류’와 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힘을 키워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할 겁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진준성이 궁금함을 참지 못한 듯 입을 열고 말했다.
“…헌터가 있는데도요?”
“오류는 모든 헌터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터의 스킬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도 있습니다. 아직 오류를 이길 수 있는 헌터는 없습니다.”
실제로 난 회귀 직전, 오류에게 김신욱의 스킬 ‘빛의 창’으로 죽을 뻔했다.
녀석은 내 ‘생명의 의지’ 스킬을 멈췄고, 나는 죽어가던 도중 회귀했다.
그런 오류에게 대항하기 위해 내게 생긴 스킬이 바로 ‘가능성’ 스킬이다.
나는 이제 정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녀석을 보며 얘기했다.
“몬스터들이 저에 대해 아는 이유는, 제가 지금 시대의 사람 중 유일하게 ‘오류’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왜… 왜 너만 그 몬스터들의 왕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건데? 지금 시대의 사람이라는 건 또 뭐고….”
“그건 제가.”
회귀자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하기 싫어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게 아니다.
갑작스럽게 목구멍에 물을 들이부은 것처럼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쿨럭…!”
선 채로 입수한 것처럼 코와 입을 통해 계속해서 물이 들어차는 환각에 빠졌다.
그러나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지 않는 걸 보면 이것은 환각이 아니다.
당연히 실제로 내가 물을 집어삼킨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능력을 써서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물살처럼 소리가 밀려왔다.
『말하지 마.』
『누구에게도 네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마.』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네 애완동물부터 소멸시킬 거야.』
이 목소리는, 이전에 내 정신세계에 침입했던 ‘침입자’의 목소리와 같았다.
에덴을 습격한 또 다른 3재해, 푸른 머리의 남자.
화신이 끈질기게 추격하고 있던 마지막 남은 오류의 직속 부하.
녀석이 내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급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브스킬 ‘심연의 천리안’을 발동해 근방을 모조리 뒤져봤지만, 역시 찾아낼 수 없었다.
“야, 너 괜찮아?”
나는 정하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눈앞을 바라봤다.
정하나를 비롯해 길드원들 모두가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말하다 말고 갑자기 독 먹은 사람처럼 기침하질 않나, 정신 사납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으니 미친놈으로 보였을 것이다.
나는 쿵쿵거리는 심장을 추스르기 위해 의식적으로 숨을 쉬었다.
반발심에 내가 회귀자라고 외쳐버리고 싶었지만, 간신히 분노를 눌러 삼켰다.
화신은 내게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역시 지금은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찌질한 변명이었다.
다들 화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알겠다면서 순순히 넘어가 줬다.
말하기 힘들어서 정신 이상 증세를 일으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지금은 차라리 오해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대뜸 회귀자이며 최후의 인류라는 말을 했다간 돌이킬 수 없이 먼 강을 건너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또다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동료들이 받아들여 줄 거라고 믿기에, 나는 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결심을 몬스터의 협박 때문에 없던 일로 만들기는 싫었다.
나는 말했다.
“다만 이것만은 전해야겠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3재해는 분명히 내 말을 듣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녀석과 내 동료들을 향해 선포했다.
“곧 오류를 끌어낼 겁니다. 그땐 제가 뭐 하는 놈인지, 싫어도 알게끔 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 3재해를 쓰러트린다면, 나는 오류가 훔쳐 간 내 일기장의 힘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은 그 힘으로 최후의 던전을 열 수 있을 것이고, 오류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
녀석과 맞붙을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야, 나 하나만 물어보자.”
그때, 김신욱이 삐딱한 자세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말해.”
“마법 스타 리리. 그거 대체 뭐야?”
“….”
뜬금없는 질문에 고주연과 정하나, 진준성이 김신욱을 쳐다봤다.
구지상은 웃음을 참고 있었고, 김신욱은 뚱한 얼굴로 내가 대답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한숨을 참으며 잠시 청해객잔의 천장을 쳐다봤다.
내가 마법 스타 리리까지 말해야 할 이유가 있나?
3초 정도 고민해 봤지만 없었다.
“패스. 다음 질문.”
“이 자식이… 이것도 못 말한다 하고, 저것도 못 말한다 하고. 뭐야?”
그때 기회를 노리고 있던 진준성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은 모범생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했다.
“길드장님 정말로 스물일곱 살이에요?”
이렇게 예리한 질문이 있을 수가 있나?
회귀자라는 사실을 말하면 화신을 없애버린다고 했으니,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녀석이 비언어적 행동도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진준성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중얼거렸고, 다음으로 구지상이 손을 번쩍 들었다.
“SSS급 아이템, 최후 인류의 기록은 원래 이유영 씨 건가요?”
이건 어떻게 안 거지?
예리한 수준을 넘어서 그냥 정답이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벙찐 채 구지상을 쳐다봤다.
구지상은 내 반응만으로도 이미 정답이라는 걸 읽어낸 것 같았다.
이걸 들킨다면 내가 회귀자라는 걸 함구 당한 게 무의미해진다.
그런데 구지상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상한 방향으로 사고가 튄 것 같았다.
“최후의 인류가… 이유영 씨의 운명이에요?”
녀석은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린 채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했길래 갑자기 운명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거지?
시스템이 굳이 나를 골랐으니 뭐, 운명이라면 운명일 것이다.
하지만 최후의 인류는 운명이라기보단 과거다. 다시는 최후의 인류가 되지 않을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제가 ‘최후의 인류’가 되도록 두지 않을 거 압니다.”
“저거저거, 또 똥폼 잡는다.”
나름대로 감동적인 말을 했건만, 정하나를 시작으로 다들 내게 한마디씩 던졌다.
“우리의 뭘 믿고 저러지?”
“절 믿으세요, 길드장님.”
“저도 준성이랑 같이 믿어주세요!”
고주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준성, 구지상과 같은 의견이라는 뜻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똥폼 잡는다며 나를 제일 먼저 매도하던 정하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정하나는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건 무효야. 네 입으로 ‘이유영’에 관해 제대로 말한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니까, 다시 해. 수연 언니도 있고, 너네 사무장이랑 신윤현도 있고, 뭐 아무튼 다들 있을 때. 알겠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너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같이해! 네 말대로 우리가 널 최후의 뭐시기가 되지 않도록 도울 기회를 주라고.”
이런 얘기를 눈을 부릅뜨고 하는 정하나를 보니,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웃었다.
정하나는 진지한 이야기하는데 웃지 말라면서 내 등짝을 후려쳤지만,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기껏 시도한 비밀 폭로회는 흐지부지되었지만 단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내겐, 동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