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미행 (1)
토요일.
기민재, 기민철, 진준성과 나는 윤지석을 미행하기 위해 모였다.
기민재와 기민철은 파란색,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났고, 나랑 진준성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기민재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와, 수상한 사람이다!”
“그러는 두 분은 동네 백수 차림 아닙니까. 얼굴 안 가려요? 들키면 어쩌려고.”
“에이, 그렇게 허술하진 않아요.”
전혀 신빙성이 없었다.
기민철은 몰라도 기민재는 윤지석도 얼굴을 알고 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변장도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기민재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생긴 통신기를 줬다.
“자, 다들 귀에 끼워 주시고. 지금부터 작전 설명합니다. 일단 헬스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저희 형제, 그리고 이유 길드 두 분이서 따로 행동합니다. 그 통신기로 저희랑 상시 통화 가능하니까 이용해 주시고요.”
“굳이 그렇게까지 합니까?”
“그래야 할걸요? 사무장님 차 없어서 지하철 타던데.”
생각해 보니 윤지석은 구지상과 신윤현의 차를 대신 운전해 줬을 뿐 자차를 이용한 적은 없었다.
사적인 일에 두 사람의 차를 빌릴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도 아니니, 기민재 말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다.
진준성과 내가 변장 좀 했다고 윤지석이 못 알아볼 리도 없다. 같은 버스나 같은 지하철 칸에 탈 수는 없었다.
즉 기민재의 말대로 해야 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자, 기민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케이, 여기까진 이해한 것 같으니 넘어가고. 사무장님이 체육관에 도착하면, 그땐 유영스랑 저만 안으로 들어가죠.”
“왜, 왜요?”
진준성이 눈에 띄게 당황하자, 기민재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왜긴, 준성스가 내 동생이랑 친해지길 바라서지.”
기민재의 말에 기민철도 안색이 파래진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나도 동의했다.
‘은신’ 스킬을 써서 잠입한다면 인원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낫다.
그렇다면 촬영해야 하는 기민재가 나랑 가는 게 맞을 것이다.
나는 진준성에게 말했다.
“잠깐 기민철 씨랑 대기하고 있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진준성과 기민철은 성격도 비슷해 보이고,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날 테니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심하게 낯을 가린다는 것 정도다.
그건 다 큰 사내놈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
우리는 윤지석의 집 앞 주차장에서 대기하며 윤지석을 기다렸다.
10분쯤 지나자, 윤지석이 바깥으로 나왔다.
평범한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늘어지게 하품하며 밖으로 나왔다.
눈빛이 흐리멍덩해 보이거나, 이상해 보이는 점은 없었다.
윤지석은 곧장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기씨 형제와 흩어져 행동하기 시작했다.
기씨 형제는 윤지석이 올라탄 지하철 칸의 바로 옆 칸에 탔고, 나랑 진준성은 세 칸 떨어진 곳에 올랐다.
사람이 별로 없는 낮 시간이라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앉고 보니 이렇게 지하철을 탄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스럽게 지하철 전경을 둘러보던 중,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너튜브로 뉴스를 보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한편, 수호 길드장과 이유 길드장이 나란히 입국하는 모습이 찍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내가 한국으로 돌아왔던 날 찍힌 사진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머리에는 까치집이 생겨 있었고, 멍청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왜 저딴 사진을 쓴 거지?
옆에는 구지상과 고주연이 있어서 내 못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소위 ‘붉은 두건’이라 불리는 중국 집단의 대표와 이유영 길드장이 동일 인물이라는 추측이 불거지는 가운데, 이유영 길드장은 침묵으로 일관한 것으로 드러나….』
뉴스에서는 내가 붉은 두건의 수장일지도 모른다고 떠들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 내가 노출되는 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도나리가 벌인 짓이겠지.
내 공적이 다른 녀석에게 먹히는 건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어폰도 없이 뉴스를 보던 아저씨는 혀를 차며 댓글을 달았다.
「이게 우리나라 대표 길드 길드장의 얼굴인가… 콩나물처럼 비실비실한 게 관리 안 하나 봄….」
내 얼굴 평가를 하고 있었다.
내가 구지상도 아니고.
이 아저씨는 헌터한테 뭘 바라는 거지?
황당해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진준성이 내 팔을 툭툭 쳤다.
“길드장님, 이것 좀 보세요.”
진준성은 속닥거리면서 내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일본 커뮤니티 글을 캡처해 통역한 사진이 떠 있었다.
아까부터 핸드폰으로 뭔가 열심히 보는 것 같더니, 여태 이걸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용은 이랬다.
「 일본의 양대 산맥은 카타나, 스사노오잖습니까?
하지만, 창랑교는 ‘유일무이’한 종교가 되어야 합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떠오를 수는 없는 법이기에.
우리는 집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
그야말로 사이비들이나 적었을 법한 내용이었다.
카타나, 스사노오는 실제로 일본에서 가장 큰 두 길드다.
회귀 전에는 스사노오가 던전브레이크로 무너지고, 카타나한테 흡수 합병되었다.
그런데 이 창랑교가 생겨나며 상황이 조금 달라진 모양이다.
“제가 좀 열심히 알아봤는데요, 이 스사노오라는 일본 길드의 길드장이 상당히 수상해요. 이 길드의 헌터를 미즈히메? 인어 공주? 라고 설정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 같아요.”
“인어 공주면 스사노오 길드장의 딸입니까?”
“네. 벌써 인권이 박살 난 범죄의 냄새가 나네요.”
스사노오 길드장의 딸, 인어가 되는 능력을 가진 헌터.
그 녀석이 바로 내가 카타나 길드에 초대까지 받아 가며 만나려고 한 과거의 친우이다.
그런데 미즈히메는 뭐고, 인어 공주는 또 뭐지?
녀석은 진준성이나 기민철보다 더 낯을 가리고 음울한 성격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사이비 마케팅에 써먹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스사노오 길드장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건 확실하다.
만성 길드장처럼 상태이상에 당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거기다 그 녀석까지 상태이상에 당했다면, 내 생각보다 일본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귀에 차고 있던 통신기에서 기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들리십니까? 석석스 이번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석석스는 윤지석을 말하는 것 같았다.
30대 튼실한 성인 남성을 석석스라고 부르는 기민재도 참 대단한 놈이었다.
진준성과 나는 때마침 열리는 지하철 문으로 급하게 나왔다.
윤지석은 에스컬레이터를 놔두고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석석스는 3번 출구로 나갈 겁니다. 나가서 만나죠.』
기씨 형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상하의 원색 트레이닝복 차림이라 멀리서도 잘 보였는데, 다행히 윤지석은 두 사람한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진준성과 나도 서둘러 윤지석을 따라갔다.
개찰구를 통과해 3번 출구로 나가니, 곧바로 눈에 띌 만큼 큰 헬스장이 보였다.
헬스장 이름은 ‘짱멋GYM’.
윤지석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
건물 하나를 전부 사용하고 있는 큰 규모의 헬스장.
회원들도 많아 보이는 신설 헬스장이었고, 윤지석이 일부러 지하철 타고 오는 게 납득될 만큼 시설이 좋아 보였다.
진준성과 기민철은 근처에 있는 떡볶이집에서 대기하기로 하고, 나는 기민재와 둘이 헬스장으로 진입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두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은신 스킬을 써서 몸을 투명하게 만든 뒤,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택배기사가 짱멋GYM 안으로 물건을 배달하고 있어서 우리는 그가 문을 여는 타이밍에 맞춰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내부는 사이비 종교와 관련 있다고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평범했다.
신나는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모두 운동에 전념하고 있었다.
나는 기민재를 힐끔 쳐다봤다.
은신을 써서 서로가 반투명하게 보이는 상태.
기민재도 나를 힐긋 보더니, 택배 기사를 가리켰다.
그를 따라가자는 의미였다.
택배 기사는 무거운 생수병 다발을 들고 욕을 지껄이며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를 맞이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 안쪽까지 배달해 주는 게 당연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곳으로 자주 배달을 온다는 것이다.
거슬리는 것은 그가 들고 있는 생수병의 상표명이었다.
‘공주의 물.’
난생처음 보는 상표명이었다.
심지어 우리나라 제품도 아닌 것 같았다.
뭐, 이 헬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물맛에 예민할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이 창랑교와 연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저 ‘공주의 물’이라는 생수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택배 기사는 헬스장 창고로 들어가 생수 더미를 내려놓고 갔다.
창고 안에는 꽤 많은 ‘공주의 물’이 구비되어 있었다.
마트 음료 코너에 있을 법한 냉장 시설이 있었고, 공주의 물이 가지런히 채워져 있었다.
헬스장인 만큼 생수를 준비해 놓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헬스장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민재는 물병 하나를 지긋이 보며 말했다.
“일본산이네요. 이것만으로도 수상한데?”
기민재는 코웃음을 치며 이 광경을 촬영했다.
나도 녀석과 생각이 비슷했기에 생수병 성분표를 확인해 보며 말했다.
“적어도 창랑교가 ‘물’, ‘일본’과 관계있는 건 확실해 보이네요.”
“유영스 일본 진출해야겠어요.”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증거들이 마지막 3재해의 위치를 일본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내게서 화신을 빼앗아 간 치밀한 녀석이 순순히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게 수상했지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겐 구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그때, 창고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기민재와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은신 스킬을 쓰고 있어서 보이지 않겠지만,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냉장고 뒤에 숨어서 문 쪽을 쳐다보자,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윤지석이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치 물을 마셔야지.”
윤지석은 냉장고에서 생수병 하나를 집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자리에서 물 한 통을 전부 마시더니,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허공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조용히 창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으로 나간 윤지석은 별다른 이상 증세 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겉보기엔 이상할 게 없었지만,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우리나라 말이 아닌 것 같았고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윤지석 말고도 이 헬스장의 회원들은 전부 도착하자마자 물을 한 통 마시고 운동을 시작했다.
물을 마신 이들은 모두 초점 없는 눈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정신은 바깥으로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기민재는 CCTV 쪽을 힐긋 보며 말했다.
“이 물부터 조사해야겠네요. 국내로 반입되는 것부터 막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말인데….”
“말인데?”
“준성스 며칠만 빌려줄 수 있어요? 저랑 민철이만으론 인력이 부족해서요.”
진준성을 천혜에 데려가고 싶다고 뻔뻔하게 말했던 걸 벌써 잊은 건가?
대놓고 진준성을 탐내는 녀석들에게 내 길드원을 파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민재의 얼굴을 마주하면 어쩐지 그때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준성이는 물건이 아닙니다. 빌려주는 게 아니라 준성이가 하고 싶다면 파견을 보내는 형태가 되겠죠. 그리고 천혜에서 준성이를 길드원으로 삼으려 했다는 걸 아는데 제가 순순히 보내겠습니까?”
내 말에 기민재의 갈매기 눈썹이 위로 솟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녀석은 능청맞게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유영스가 변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보스도 이젠 안 그럴 거예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준성스랑 민철이가 좋은 친구가 될 것 같거든요. 동생한테 친구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
내가 변한 것과 천혜 길드장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뒷말에서 알 수 없는 신뢰가 느껴졌다.
나도 기민철과 진준성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민재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답했다.
“준성이한테 물어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