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우리는 모두 바다의 자손입니다 (1)
이른 새벽.
나는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전날 밤 길드원들과 간단한 회식을 하며 서로 배웅을 마쳤고.
오늘은 간만에 혼자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는 나를 몇 번 힐끔거리다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다.
아마도 내가 이유영이라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그래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서 편하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늘은 아직 어둑했고, 새벽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다.
곧 있으면 겨울이 온다는 걸 체감하게 하는 찬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공항은 조용해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캐리어를 끄는 소리, 속닥거리듯 말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공항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티켓을 발급받고자 창구로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을 걸어왔다.
“유, 영.”
서툰 한국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나를 불러세운 건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었다.
야마다 미츠하.
카타나 길드의 길드원이자, 만성의 스파이였던 일본 헌터.
녀석이 어째서인지 내 뒤에 있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일본어로 뭐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나는 녀석에게 왜 여기에 있냐는 말이라도 묻기 위해, 이전에 잔뜩 사두었던 ‘언어 변환 패치’ 아이템을 소환해 귀 뒤에 붙였다.
그러자 녀석이 하는 말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당신을 데리러 왔어요. 이제야 제 말을 알아들으시나요?”
녀석은 자기한테도 패치 아이템을 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일본의 구지상이나 다름없는 유명한 헌터다. 게다가 일본의 1위 길드인 카타나 길드의 마스코트와 같은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왜 내게 아이템을 뜯어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쳐다봐도 뻔뻔하게 손을 내밀고 있길래, 나는 아이템을 하나 줬다.
내겐 넘치는 아이템이기도 하고, 어쨌든 녀석과 소통이 되어야 했으니까.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겁니까?”
“데리러 왔는데도 그런 반응인가요. 쌀쌀맞아라….”
“수작 부리지 말고 바른대로 말하시죠. 당신 속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야마다 미츠하는 흥 소리를 내며 나를 새침하게 쳐다봤다.
작정하고 날 죽이려 했던 녀석이 이래 봤자 조금도 귀엽지 않았다.
내가 말없이 쳐다보자, 녀석은 입을 삐죽 내밀며 비행기 티켓을 내밀었다.
“유영, 일본에 오려던 진짜 목적을 말씀해 주세요. 대답에 따라 저랑 교토 데이트를 할지, 다른 일을 할지 결정되거든요.”
야마다 미츠하가 준 티켓은 간사이 국제 공항으로 가는 티켓이었다. 간사이 국제 공항은 교토, 오사카의 옆에 위치한 공항으로, 도쿄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카타나 길드는 도쿄에 있는 길드다. 그래서 당연히 도쿄로 갈 생각이었는데, 이 녀석은 갑자기 나타나서 내게 교토에 가자고 하고 있었다.
뭐, 이 녀석이 왜 이러는지 한 가지 짐작 가는 게 있긴 했다.
나는 티켓을 받으며 녀석을 떠봤다.
“교토에는 스사노오 길드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거기에 가려는 겁니까?”
“눈치가 지나치게 좋네요. 이렇게 된 거 창랑교 때문에 일본에 가는 거라고 확답해 주시겠어요?”
구태여 한국에 찾아와 날 교토로 끌고 가려는 걸 보면, 카타나 길드의 대표로 온 게 아니라 야마다 미츠하의 독단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이 녀석이 스사노오와 손을 잡았을지도 모르고, 나를 제물로 끌고 가려는 건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 번 솔직하게 답해봤다.
“맞습니다, 창랑교 때문에 일본 가는 거. 이제 왜 당신이 한국까지 와서 저를 스사노오 길드로 데려가려는 건지 답해 주시죠.”
“좋아요, 저는 당신께 협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카타나 길드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찾아온 거예요. 자세한 이야기는 비행기 안에서 하고 싶네요.”
뭐, 스사노오 길드에 안 가려던 것도 아니고. 카타나 길드에 반드시 오늘 도착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예정이 좀 틀어져도 상관은 없다.
그저 야마다 미츠하라서 거부감이 들 뿐이다.
그래도 한 번 따라가 보기로 했다.
적이어도 내가 더 강하고, 이 녀석이 창랑교의 편이라면 날 끌어들이는 방법이 너무 무식하다. 야마다 미츠하답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마다 미츠하가 끊어준 비행기 좌석은 퍼스트 클래스였다.
제일 싼 항공편을 타고 가려 했는데 뜻밖의 이득이었다.
나는 야마다 미츠하가 끊은 일등석 항공권과 여권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야마다 미츠하는 나랑 나란히 앉으며, 마치 고마워해도 된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카타나 길드는 창랑교에 어떻게 대항하고 있습니까? 문제가 꽤 크던데요.”
“지금은 좋은 좌석 끊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 타이밍 아닌가요?”
“제 목을 따려던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해줘야 합니까?”
“남자가 왜 이렇게 뒤끝이 길어요? 재미없어….”
역시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나가버릴지 고민하던 중, 야마다 미츠하가 말했다.
“그건… 미안하게 됐어요. 만성을 무너트린 것도 고맙고요. 난 어떻게든 카타나 길드를 지탱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만성에 들어갔던 건데, 어느 순간 너무 많이 가버렸죠. 반성하고 있어요. 저를 좋게 봐달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야마다 미츠하는 어울리지 않게 진솔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 탓에 비행기를 나가는 게 어려워졌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자, 야마다 미츠하는 여우처럼 샐쭉 웃었다.
정말로 약은 녀석이다.
야마다 미츠하는 태블릿을 꺼내, 창 하나를 띄워 내게 보여줬다.
태블릿 화면에는 스사노오 길드와 창랑교에 관한 분석 글이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번역기를 쓴 듯 문장이 매끄럽진 않았지만, 읽는 데 무리는 없었다.
「스사노오 길드
– 물 공주를 여왕처럼 내세워 새 나라를 세우려고 한다.
– 이미 일본 관서 지방은 스사노오의 손에 넘어갔다. (관동은 카타나가 있어서 버티는 중.)
– 사회적 합의를 얻기 위해 창랑교를 외국으로 포교 중. 한국, 중국, 동남아를 기반으로 아시아에 포교 중이며, 영국을 기점으로 유럽 국가에도 포교 중.
이집트 길드와 동맹을 맺어, ‘공주의 물’을 아프리카 대륙 사람들에게 퍼트리고 있다. 그 탓에 아프리카 대륙의 창랑교에 대한 신앙심이 높아졌다.
창랑교가 거의 퍼지지 않은 곳은 에덴이 지키고 있는 미국이 유일. 」
꽤 자세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내 눈치를 힐끔 보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나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말했다.
“혼자서 전부 알아본 겁니까?”
“그래요. 일본은 한국처럼 협회가 없어서, 이런 일은 대체로 헌터가 일임해야 하거든요. 거의 카타나 길드가 책임지고 있고요.”
“그럼 카츠라 씨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 왜 당신 혼자서 움직이는 거죠?”
내 물음에 야마다 미츠하는 한숨을 쉬었다.
카츠라 료라면 발 벗고 나서서 책임지려 할 텐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야마다 미츠하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답했다.
“료 씨는 스사노오 길드에 저항하기 어려운 입장이에요. 방금 말했죠, 카타나 길드가 대체로 헌터의 일을 일임한다고. 카타나는 대체로 경찰들이 할 법한 일에 나서요, 나머지 부분은 스사노오가 책임지고 있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카타나를 더 우상화하지만, 실세는 스사노오가 쥐고 있어요. 료 씨가 함부로 움직이면… 위험해져요.”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카타나 길드와 스사노오 길드는 일본의 정치적 문제와 엮여 있는 듯했다.
요컨대 일본의 관동 지방과 관서 지방의 지역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창랑교를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 야마다 미츠하는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녀석이 왜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는지 알 것 같았다.
유사 길드 폭파범이자 일본인도 아닌 나한테 이 문제를 다 떠맡기면, 카타나는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다.
좀 얄밉지만, 나도 일본의 구지상인 야마다 미츠하랑 다니면 일본 내에서 움직이기 쉬워질 것이다.
일시적으로 이 녀석과 동행하는 게 상부상조일 것 같았다.
나는 녀석에게 태블릿을 돌려주며 말했다.
“한국 헌터 협회에선 이미 ‘공주의 물’의 생산 경로 파악을 마쳤습니다. 일본의 아부쿠마강 근처에 있는 연구소에서 처음 개발했고, 관서 지방에 있는 공장들에서 대량 생산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고요. 이에 대해 협회랑 에덴이 이야기해서 해결을 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뭐라고요…?”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네들이 안일하게 대응해서 이 꼴이 난 거니까.”
야마다 미츠하는 내게 화를 내려는 듯 얼굴을 구겼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만약 카타나 길드에서 스사노오의 만행을 막았다면 창랑교가 이렇게 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타나의 유력 인물 3명이 전부 에덴에 갔다가 류차오에 의해 만성에 잡혀갔으니,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시작되었다면, 이 이상 창랑교와 ‘공주의 물’이 퍼지는 걸 막는 게 우선이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금방 감정을 추스른 듯, 나를 똑바로 보면서 얘기했다.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겠네요. 당신에게도 내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나는 확신하거든요.”
“어째서죠?”
“당신은 사람을 죽일 줄 모르잖아요.”
야마다 미츠하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단순히 헌터가 가진 기백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살기였다.
나는 무의미한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꼭 죽여야 합니까?”
“나약하기는…, 그럼 어떻게 해요?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어디에 있다고.”
살인을 피하자는 게 나약하다고.
이런 녀석과 정말 같이 다녀도 되는 걸까?
그래도 나는 녀석에게 한번 말해봤다.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죽이지 않을 겁니까?”
“그렇게… 사람을 살리고 싶어요? 사이비 교주 같은 쓰레기여도?”
“당신이 살인하는 걸 막고 싶은 겁니다.”
내 말에 야마다 미츠하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말했다.
“창랑교를 만들어 낸 건 스사노오의 길드장이 아니라, 몬스터일지도 모릅니다.”
“몬스터요?”
“에덴과 만성에 나타났던 몬스터와 비슷한 게 스사노오에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몬스터를 토벌하는 게 더 확실한 방법입니다.”
아직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분명히 녀석이 연루되어 있다.
스사노오 길드장을 죽인다고 해도 그 몬스터를 잡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야마다 미츠하는 생각도 못 해봤던 문제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고민하는 동안 비행기는 이륙했다.
기내 방송과 함께 승무원이 비행을 안내했다.
비행기는 빠르게 상공으로 올라 하늘을 날았다. 아직 어둑한 새벽. 창밖으로는 검은 하늘과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야마다 미츠하는 천천히 목소리를 냈다.
“스사노오에… 제 친구가 있어요.”
알고 있다.
야마다 미츠하는 내게 처음 말하는 거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이 얘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인어 공주’의 몇 안 되는 친구가 야마다 미츠하랑 나였다.
내가 순순히 비행기를 타고 협력하려고 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그렇기에 더욱, 나는 이 녀석이 살인이 아니라 제대로 된 목표를 세우기를 바랐다.
“그럼 죽이는 게 아니라, 구하는 걸 목표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