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우리는 모두 바다의 자손입니다 (2)
간사이 국제 공항.
야마다 미츠하는 공항에 대기시킨 차에 오르며 곧장 교토로 향했다.
카타나 길드의 차인지, 운전기사는 카타나 길드원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차도 제법 고급스러웠다.
야마다 미츠하는 차에 오르며 태블릿을 켜, 사진 하나를 보여줬다.
몰래 찍은 사진인 듯 화질이 좋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 푸른 빛을 띠는 수족관의 수조가 찍혀 있었고, 그 앞에 수의처럼 흰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남자 주위로 신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기도를 올리는 대상은 수족관 속의 ‘인어공주’였다.
“그 애가 제 소꿉친구예요. 창랑교에 세뇌당해서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살고 있어요. 저는 그 길드장을 죽여버리지 않고는 용서가 안 돼요.”
“우선은 친구분을 구하는 걸 목표로 하자고 했잖습니까. 저도 이분을 구하려고 일본에 온 겁니다.”
“유영 씨도요? 왜죠, 모르는 사이일 텐데.”
야마다 미츠하는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녀석의 시선을 외면하며 답했다.
“그런 게 있습니다.”
이 녀석에게 자세히 설명해 줄 의리는 없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흥 소리를 냈다.
“조금 짜증 나는 타입이시네요.”
“그보다, 굳이 한국까지 데리러 와서 곧장 스사노오로 향하는 걸 보면 반드시 오늘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설명해 주시죠.”
공항에 곧바로 출발할 수 있는 차까지 대기시켜 놓은 걸 보면, 어떻게든 오늘 나를 데려가려고 했던 모양이다.
내가 거부하기 어렵게 비행기 일등석까지 끊어줬고.
한국까지 날 찾아왔으니 상당히 수고스러운 일을 하고 있었다.
반드시 ‘오늘’ 스사노오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눈치가 정말 빠르시네요.”
“오늘 스사노오에서 무슨 이벤트라도 열립니까?”
“이벤트, 맞아요. 오늘은 스사노오에서 교리 설명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각지에서 신도들이 모여서 교주의 가르침을 받고 기도를 올리는 일종의 이벤트예요. 그런데 오늘… ‘미즈히메’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야마다 미츠하는 태블릿 속 사진의 인어를 가리켰다.
“그 아이가 미즈히메라고 불리고 있어요. 창랑교 사람들은 그 애를 만나면 축복받는다고 여겨요.”
“축복이라고 여기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모르겠어요. 그걸 알아내기 위해 오늘 당신을 데려가려는 거구요.”
야마다 미츠하는 차에 구비되어 있던 쇼핑백을 꺼내, 얼굴 가죽 같은 걸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영화 촬영에서나 쓰일 법한 특수 분장 도구인 것 같은데, 녀석이 일본의 구지상이라는 걸 감안하면 납득이 가는 짓이었다.
녀석은 내게도 선글라스와 이상한 가발을 건넸다.
“당신 얼굴, 일본에 꽤 알려진 편이에요. 들켜서 좋을 건 없으니 그 정도 분장은 해둬요.”
“스사노오에 잠입하기 위해 분장하는 겁니까?”
“그럼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그런 거라면 필요 없습니다.”
내겐 잠입에 최적화된 스킬이 있다.
굳이 분장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
스사노오 길드는 교토의 어느 신사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단풍이 지는 계절이라 신사에서 길드로 통하는 길은 꽤 볼 만했다.
교토의 분위기가 서려 있어 일본의 풍취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고,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많았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두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나는 은신 스킬을 발동해, 야마다 미츠하와 내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녀석과 나는 서로가 반투명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태.
은신 스킬을 받고 투명해진 녀석은 상쾌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며 말했다.
“저랑 이유영 씨도 나란히 걸으면 데이트하는 연인들처럼 보였을 텐데. 이렇게 하니까 비밀 데이트 같고 좋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내게 은신 스킬이 있다는 걸 안 이후로, 특수 분장을 바로 벗어 던졌다.
그런 게 있으면 진작 말하라는 염치없는 태도는 덤이었다.
녀석은 아무도 자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신난 건지 참새처럼 종종거리며 돌아다녔다.
나는 녀석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당신, 카츠라 씨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예?”
카츠라 료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변이’에 대해 알아내던 녀석이다.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타나 길드에 남기를 선택했고, 회귀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야마다 미츠하는 언제나 카타나 길드원이었다.
물론 에덴에서 카츠라 료의 사회적 체면을 바닥으로 처박았던 걸 생각하면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어렵긴 하다.
하지만 녀석은 카츠라 료의 옆에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이 완성되어 보였다.
편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니나 다를까, 야마다 미츠하는 내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녀석은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최악이에요….”
“그것참 유감이네요. 아무튼, 저한테 가볍게 굴지 말라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녀석이 내 어깨를 때리려는 걸 피하며, 나는 마저 걸어갔다.
이제 데이트니 뭐니 헛소리는 안 하겠지.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불길한 시선이 느껴졌다.
얼마 전에도 느낀 적 있는, 바로 그 시선이었다.
시선의 주인을 찾아 급히 고개를 돌리자, 야마다 미츠하 역시 시선을 느낀 건지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주위에는 노닥거리는 연인들과 평범하게 길을 지나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그 누구도 은신 스킬을 쓴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고 쳐다볼 수 없었다.
“유영 씨… 방금 느꼈어요?”
“누군가 우릴 감시하고 있는 것 같네요.”
“또 이 시선인가… 대체 누가 감시하고 있는 거지….”
“당신도 이런 시선을 느낀 적 있습니까?”
혼자 중얼거리던 야마다 미츠하는 내 물음에 놀란 듯했다.
“유영 씨도 느낀 적 있어요?”
“일주일 전쯤 창랑교에 관해 조사하던 중 감지했습니다. 기우라고 생각해서 넘겼는데, 당신도 느꼈다면 기우가 아닌 것 같네요.”
두 사람이나 시선을 감지했다면 더는 기분 탓이라고 넘길 수 없다.
누군가 스킬을 써서 감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창랑교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까짓 시선을 ‘경고’로 받아들여 줄 만큼 나는 약하지 않다.
그건 야마다 미츠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스사노오 길드로 향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우리의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일본의 문화재라고 생각할 만큼 관광명소처럼 생긴 곳.
검은색으로 테마 컬러를 맞춘 일본풍의 높은 건물이 인상적이었고, 터를 넓게 차지한 일본풍의 정원과 기도할 수 있는 사당이 따로 세워져 있는 독특한 길드.
담벼락이 세워져 있어서 정원에 뭐가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곳이 스사노오 길드가 확실했다.
“벌써 사람이 이렇게 많이 왔네요.”
길드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부터 일본인, 어린아이와 노인,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길드에 들어갔다.
잠깐 대화 소리를 들어보니, 사람들은 ‘미즈히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미즈히메 님을 볼 수 있다면서?”
“기대된다, 멀리서 온 보람이 있으려나.”
마치 희귀한 돌고래를 볼 수 있어서 들뜬 사람들처럼 보였다.
저 녀석들한테 미즈히메라는 건 사람이 아닌 듯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살기를 띤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지금은 참으셔야 합니다.”
“알아요. 아는데….”
참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마음 같아선 나도 저 녀석들을 한 대 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저들은 창랑교에 세뇌당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다.
그런 놈들한테 화풀이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다.
우리는 그들을 지나쳐 스사노오 길드의 문을 넘었다.
경비도 없고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서, 문제없이 안으로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희한하게 바다 냄새가 났다. 바람도 어딘가 서늘하고 습하게 느껴졌다. 마치 바닷가에 들어서 수평선을 보는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지 않는 걸 보면 환각은 아닌 것 같은데. 스사노오에 바다에 관련된 스킬을 가진 헌터라도 있는 건가?
“환각이 아니에요. 이곳은 원래 스사노오라는 이름값을 하는 곳입니다.”
야마다 미츠하는 나를 보며 이 정체불명의 바다 냄새와 스사노오에 대해 설명해 줬다.
‘스사노오’란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라고 한다.
스사노오 길드는 우리나라의 부산 길드처럼 해전에 강한 길드다. 길드의 지향점 역시 일본의 바다를 지키는 것이라서 물과 관련된 스킬을 가진 헌터가 많고, 물과 바다를 신성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바다 냄새 역시 길드 테마에 맞게 꾸민 사내 복지 시스템 같은 것이었다.
길드 정원에는 스사노오라는 신으로 보이는 거대한 조각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앞에 펼쳐진 연못은 바다처럼 꾸며두었고, 상당히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스사노오 길드는 이렇게 관광지처럼 쓰이던 곳이 아닙니다. 품위가 있는 곳이었어요.”
녀석은 이곳이 관광명소처럼 쓰이는 게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다지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길드에서 헌터들이 훈련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관광객들을 신분 검사도 없이 내부로 들이고 있었으니까.
길드의 본질이 퇴색된 것이나 다름없다.
나야 남의 나라 일이지만, 야마다 미츠하 입장에서는 좀 다르게 보이겠지.
그때, 길드 건물 반대편에 마련된 사당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일본풍의 가락이 흘러나오며 스사노오의 길드원들로 보이는, 일본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이들이 일제히 사당 앞으로 향했다.
신하처럼 주르륵 늘어선 정렬을 맞췄고 조심스럽게 사당의 문을 열었다.
관광하던 사람들은 모두 그곳을 주목했다.
야마다 미츠하와 나도 마찬가지였다.
곧, 문이 열리며 수의를 입은 한 덩치 좋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교주님이시다!”
“교주님!”
그가 나오자 사람들에게서 그를 부르는 말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관광지의 일상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알 수 없는 광기가 도사렸다.
사람들의 눈빛은 생기를 잃은 생선의 눈동자처럼 탁하게 빛을 잃어 갔고, 입으로는 교주님이라는 단어만을 중얼거렸다.
교주는 천천히 사당에서 걸어 나오며 정원을 거닐어, 스사노오 길드의 본부로 향했다.
길드원들은 그를 보필하듯이 따라 걸었다.
이렇게만 보면 왕이 행차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서 기이했다.
그런데 문득, 녀석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앞을 보며 길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나는 녀석과 진득하게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마치 위대한 존재가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