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우리는 모두 바다의 자손입니다 (4)
야마다 미츠하와 나는 똑같은 표정으로 아오노 린을 쳐다봤다.
먼저 입을 연 건 야마다 미츠하였다.
“유영 씨, 상태이상 감지할 수 있어요? 빨리 풀어봐요. 당신 힐러잖아.”
“그건 리스크가 너무 큰 방법입니다.”
나 역시 당장 수조를 깨부수고서라도 린의 상태이상을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생명의 의지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윤지석한테도 내 스킬은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무모하게 행동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런데 그때였다.
또다시 나를 향한 정체불명의 시선이 느껴졌다.
‘은신’ 스킬을 썼음에도 느껴지는 전능한 시선이 나를 훑어내렸다.
야마다 미츠하 역시 같은 시선을 느낀 듯, 전투태세에 가깝게 긴장했다.
나는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주를 쳐다봤다.
녀석은 명확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투명해져서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와 정확히 눈을 맞추고 있었다.
『어디서… 쥐새끼의 냄새가 나는군요. 바다에 빠지면 죽어버릴 어리석은 쥐새끼의 냄새가.』
순간, 녀석이 팔을 휘둘러 스킬을 발동했다.
먹물처럼 검은 액체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야마다 미츠하를 노렸다.
은신 스킬은 모습을 투명하게 만드는 스킬이다. 먹물 같은 액체에 맞으면 당연히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카타나 길드원인 야마다 미츠하의 존재를 들키면 위험해진다.
촤악!
나는 야마다 미츠하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 검은 액체를 대신 맞았다.
끈적하고 비린내까지 나는 검은 액체가 내 몸을 뒤덮으며, 생명의 의지가 발동되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독성을 띤 액체였는지 피부가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야마다 미츠하가 맞았다면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말았을 것이다.
다분히 고의적이었다.
『이런… 이게 누구십니까. 쥐새끼인 줄 알았더니… 한국의 대표 헌터, 이유 길드의 이유영 길드장님 아니십니까?』
녀석의 비꼬는 말투에는 분명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나는 먹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 창랑교 신자들과 그들의 교주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신자들은 소란에 놀라 비명을 지르고, 나를 쳐다보며 크게 웅성거렸다.
“이유 길드면… 에덴의 ‘그거’지?”
“나도 알아, 미카엘의 ‘그거’….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뭐지 이 반응은? 사람들은 먹물 범벅이 된 나를 미카엘의 그거라고 부르며 쳐다봤고, 대놓고 나를 에덴의 ‘깔’ 취급하고 있었다.
얼마 전 에덴이 내 길드와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밝히긴 했지만, 이 반응은 먹물에 맞은 것보다 더 기분이 나빴다.
교주는 분위기의 흐름을 타서 내게 한마디 했다.
『이럴 수가, 이렇게 귀하신 손님이 오신 줄도 모르고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어서 이유영 길드장님께 닦을 것을 가져다드리도록.』
녀석은 길드원에게 시켜서 내게 수건을 가져다주게끔 했다.
친절을 베푸는 척, 내 얼굴을 이곳에 있는 신자들에게 완전히 각인시키려는 속셈이었다.
다만 내가 시선을 끄는 사이, 다행히 야마다 미츠하는 순식간에 이곳에서 탈출했다.
나도 녀석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저 자식의 장단에 맞춰주고 있었을 뿐이다.
야마다 미츠하가 없으면 나도 더는 비굴하게 있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먹물에 젖은 얼굴을 닦으며 교주를 향해 말했다.
“귀한 선물까지 보내주셨는데, 당연히 와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짜고짜 공격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인어 공주의 눈물이 진짜 귀한 선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교리 설명회에 온 그럴듯한 이유만 되어도 충분했다.
나는 녀석을 보며 멈추지 않고 말했다.
“인어 스킬을 가진 헌터를 이용해 이런 사기극을 벌이고 계셨네요. 게다가 미즈히메라고 불리는 저 헌터, 당신의 딸 아닙니까? 아오노 길드장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폭로였다. 아무 증거도 없었지만, 사실이기에 증거는 언젠가 생기기 마련이다.
당장 저쪽의 페이스에 넘어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헌터라고…?”
“이게 다 무슨 소리래…. 인어 스킬이 대체 무슨 말이야?”
다행히 분위기는 내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신자들은 내 말에 상당히 당황하며 웅성거렸다.
미즈히메의 정체를 알고 있을 스사노오 길드원들은 눈치를 보며 나랑 교주를 번갈아 쳐다봤고, 그 덕에 분위기는 더 어지러워졌다.
교주는 일순간 당황한 듯 말이 없었다.
얼굴을 가린 수의 때문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지금 상황이 녀석의 예상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녀석은 곧, 코웃음을 쳤다.
『이유영 길드장… 미즈히메 님을 모함하기 위해 이곳에 오셨던 겁니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부 미즈히메 님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게 되었죠.』
“이딴 연극이 계속 통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아아, 당신은 우리의 편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입니다, 이유영 길드장!』
내 말을 덮어버리려는 듯이 녀석은 크게 소리쳤다.
단상을 쿵 소리 나게 내려쳤고, 사람들은 큰 소리에 주목해 다시 녀석을 바라봤다.
나는 린을 쳐다봤다.
린이 나를 보고 있었다.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내게 ‘경외’ 스킬을 쓰는 것조차 잊은 듯 당황한 것 같았다.
꼭 아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녀석은 그대로 헤엄쳐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미즈히메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 분위기를 이용해 교주가 외쳤다.
『이런 비극적인…! 미즈히메 님께서 불신자의 등장에 모습을 감춰버리셨습니다! 불신자가 있는 곳에선 차마 축복을 내리실 수 없으셨을 겁니다…!』
“미즈히메 님이 분노하셨다!”
녀석의 교묘한 말에 사람들이 감화되기 시작했다.
불신자인 나를 향한 허무맹랑한 분노는 불이 퍼지듯이 빠른 속도로 옮겨붙었다.
사람들은 가감 없이 내게 분노를 표출했다.
“다 저 사람 때문이야!”
“불신자가 이런 곳엔 뭐 하러 온 거야?!”
“미즈히메 님께 사과해…!”
“사과해!”
뭐,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나는 사과해 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나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무시하며 얼굴에 묻은 먹물이나 닦았다.
그러자 교주는 기회를 잡은 것처럼 신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불신자의 사과가 있다면, 미즈히메 님께서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실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다시 한번 축복을 내려주실 겁니다!』
역시, 그렇게 말해야지.
나는 녀석이 본인 입으로 저 말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을 닦던 수건을 곧장 스사노오 길드원에게 떠넘기며, 말했다.
“스사노오 길드장님. 제게 사과를 받고 싶으십니까?”
『… 당신은 사과해야만 합니다.』
“그럼 그 ‘사과’를 걸고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데.”
내 말에 녀석은 당황한 듯 섣불리 답하지 못했다.
내게 먹물이라도 쏘면 자기 마음대로 굴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나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위기는 기회로 바꾸기에 가장 좋은 찬스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곧 도쿄에서 헌터들의 비무 대회가 열립니다. 거기에서 절 이기신다면, 사과하겠습니다. 헌터 답게 승부를 봅시다.”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녀석은 나름대로 일본의 2위 길드라고 불리는 스사노오 길드의 길드장이며, 창랑교의 교주로서 신자들을 위해 미즈히메의 분노를 풀어야 할 테니 말이다.
다만 내가 에덴 파티의 스파링에서 야마다 미츠하를 이겼다는 걸, 일본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스사노오 길드장이 얼마나 강하든 야마다 미츠하 보단 강해야 나를 이길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사이비 교주 짓이나 하는 놈이, 매 순간 고군분투하는 야마다 미츠하보다 강할 수 있을까?
아니라는 걸 저놈도 알고 있으니까 답을 못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침묵하는 녀석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답이 없으신데, 설마 질까 봐 걱정하시는 건 아니죠?”
‘쫄았냐?’라는 의미였다. 어느 나라에서든 통하는 도발인 만큼 내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신자들 역시 내 말에 화가 난 듯, 교주를 향해 소리쳤다.
“본때를 보여주세요, 교주님…!”
“부디 어리석은 바다의 자손들을 위해 저 불신자에게서 사과를 끌어내 주세요…!”
“교주님을 응원하러 가겠습니다!”
“구원을 되찾아 주세요!”
순조롭게 판이 커지고 있었다.
여기서 빼면 사내새끼도 아니고, 교주도 아니었다.
자승자박이다.
녀석은 나를 살벌하게 노려보며 어렵사리 마이크를 잡았다.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서 말했다.
『이 한 몸 바쳐… 교주로서 창랑교의 명예를 걸고, 저 불신자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겠습니다….』
복합적인 감정이 꾹꾹 눌러 담긴 문장이었다.
신자들은 녀석의 말에 환호했고, 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그럼 도쿄에서 뵙겠습니다. 어디에서 열리는지는 이미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야마다 미츠하와 내가 이곳에 온 걸 알고 있던 놈이다.
카타나 길드에서 날 초대해 비무 대회를 열 거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녀석이 내 도발에 넘어온 꼴이 되었으므로, 카타나 길드와는 무관하게 승부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교주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지하 강당을 빠져나왔다.
인권유린 사이비 교리 설명회를 망쳐서 그런가, 산뜻하고 개운한 기분이었다.
***
강당을 나오자, 복도에서 비둘기처럼 서성이고 있는 야마다 미츠하가 보였다.
이미 날 버리고 이 길드에서 벗어났을 줄 알았는데 답지 않게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날 걱정하는 건 아니었는지, 녀석은 대뜸 내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어쩌자고 일을 이렇게 키워요…!”
속닥거리면서 말했지만 그럼에도 목소리가 컸다.
나는 내 멱살을 쥔 녀석을 들어서, 우선 길드 밖으로 빠져나갔다.
야마다 미츠하는 버둥거리지도 않고 내게 들린 채로 계속 조잘거렸다.
“비무 대회는 그냥 소규모로 여는 간단한 이벤트였다고요. 솔직히 료 씨가 당신이랑 싸워보고 싶어서 억지로 만든 일에 불과하다고요…! 어떡할 거예요?!”
“알아서 해결해 주시죠. 제가 일 더 커질 뻔한 거 막았잖습니까.”
스사노오 길드장은 분명 내가 아닌 야마다 미츠하를 노렸다.
만약 야마다 미츠하가 거기서 정체를 들켰다면, 이건 길드와 길드의 문제로 커진다.
하마터면 더는 카타나 길드가 스사노오 길드에 절대로 개입할 수 없는 명분을 만들 뻔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이 정도 사고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 야마다 미츠하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길드를 빠져나오자마자 야마다 미츠하는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렀다.
내 어깨를 퍽 치고서 화풀이하던 녀석은 앞장서서 걸으면서 말했다.
“뭐해요! 안 따라오고.”
성큼성큼 걸으며 나를 안내하는 녀석을 보니, 드디어 조금은 동료가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