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비무 (2)
나는 며칠을 카타나 길드에서 보냈다.
비무 대회 준비를 도우며 손님으로서 카타나 길드와 어울렸다.
카타나 길드원들의 훈련 스케줄도 따라 해보고, 카타나 길드에만 있는 검도 수련장도 구경해 봤다.
길드원들 틈바구니에 껴서 검도 수련도 했다.
목검의 움직임을 배우며 기초를 쌓다 보니, 내가 검을 얼마나 잘못 사용하고 있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카타나 길드원들은 나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훈련을 계속했다.
훈련이 끝나고 온 뒤에는 한국에 있는 동료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제일 먼저 연락한 건 기민재였다.
진준성의 안부를 물을 겸, 스사노오 길드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전달했다.
이번 비무 대회에서 녀석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 미리 연락해 둬야 했다.
진준성은 기씨 형제와 협회 대응팀과 함께, ‘공주의 물’의 유통로를 하나씩 차단하고 있는 듯했다.
서정현과 도나리는 공주의 물을 마약성 물질로 분류해 제조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에덴과 협력하고 있었다.
미카엘은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창랑교의 씨를 말리기 위해 꽤 바쁜 것 같았고.
사빈과 요한이 구지상을 단련시키고 있다고 들었다.
구지상은 간헐적으로 내게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제대로 훈련받고 있는 것 같길래 힘내라는 답장이나 보내줬다.
한편 고주연과 김신욱.
두 사람은 지역별로 나눠서 내가 부탁한 던전의 리스트를 해결하기로 했다.
고주연은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김신욱은 웬일로 자진해서 부산으로 갔다.
신윤현에게 들어보니, 김신욱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체술을 배우기 위해 노진수를 찾아갔다고 한다.
명실상부 체술의 달인인 부산길드장만큼 김신욱을 성장시킬 사람은 없긴 하다.
김신욱은 감정적으로 부딪힐 때 비약적인 성장을 해내는 사람이고, 그놈을 가장 감정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노진수다.
부산길드장은 사실상 제일 김신욱을 성장시켜 줄 사람이었다.
고주연은 정하나와 박이원과 함께, 두 사람의 실드를 뚫을 수 있는 화살을 쏘는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정하나와 박이원이 함께라면 고주연은 원하는 만큼 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던전 공략과 훈련을 병행하면, 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신윤현은 여전히 ‘공주의 물’을 분석하며 상태이상에 당한 사람들을 구제할 포션을 제조 중이었다.
다소 무리하는 것 같아서 걱정되긴 했지만, 신윤현은 건강한 사람이다.
외관이 좀 병약해 보여서 그렇지 본인의 건강은 알아서 챙길 것이다.
윤지석은 호두와 함께 길드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길드 사무를 봐줄 사람들을 더 고용하느라 바쁜 듯했다. 약속을 실천해 보기 위해 회계 관련해서 알아보고 있다는 문자도 보내줬다.
이전보다 더 바빠서 다른 데 눈 돌릴 틈이 없다고 한다.
나로선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이 없었다.
길드원들은 모두 제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좀 불안했다.
카타나 길드에서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으니까.
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상대하고 있는 기분이라 회의감이 들었다.
마지막 3재해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화신은 어디에 있는지.
손에 잡힌 실마리가 없어서 불안했다.
어디까지 헤매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서, 앞길에 안개라도 낀 것 같았다.
분명히 나아가고 있지만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야 하나.
‘이럴 때마다 화신이 튀어나와서 뭘 하면 되는지 알려줬는데.’
늘 귀찮은 일을 떠맡기는 녀석이었지만, 녀석이 떠맡긴 일을 하면서 나는 오류에게 향하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화신은 내게 길잡이 같은 녀석이었다.
이걸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화신이 없이 나 혼자 가는 앞길은 막막했다.
그래도, 가야만 했다.
***
한참 쓸데없는 고민이나 하던 중,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고 생각할 때쯤 꿈을 꾸었다.
처음엔 꿈속인가 생각했는데 모든 의식이 너무 선명했다.
내 몸은 반투명한 상태로 세상에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고, 나는 내가 볼 수 없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서브 스킬, 심연의 천리안이 발동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눈앞에 증명이라도 해주듯 푸른 창이 떠올랐다.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나는 눈앞에 뜬 안내창을 끄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예전에 심연의 천리안이 발동될 때는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현실의 장면을 봤었는데, 지금은 아예 다른 세상에 와버린 것 같았다.
무슨 만화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아서 위화감이 들었다.
에덴과는 또 다른 의미로 낙원 같은 곳. 잊혀진 대륙, 바닷속에 잠긴 독특한 구조의 섬, ‘아틀란티스’.
내가 눈앞에 펼쳐진 환상적인 바다의 왕국을 보며 곧바로 아틀란티스를 떠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은 ‘마법스타 리리’ 속에서 나오던 아틀란티스와 똑같았다.
“황당하네.”
화신이 흉내 내고 있는 요정 ‘리리’는 만화 속에선 정령계에서 추방당한 요정이란 설정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요정 리리가 살았던 정령계는 분명 잊혀진 대륙, 아틀란티스였다.
만화의 후반부에서 주인공 리리가 요정 ‘리리’를 구하기 위해 아틀란티스를 찾아가고, 스타의 노래를 불러 정령계와 화해한다.
그때 만화에서 묘사된 정령계 아틀란티스와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왕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똑같았다.
다만, 결정적인 부분이 만화와 달랐다.
이곳에는 요정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인종과 성별, 나이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만의 복식 문화가 따로 있는 건지 보이는 사람마다 흰 천으로 만들어진 편한 옷을 입고 있었고, 많은 이들의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 나왔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복지 국가에서나 볼 법한 안정적인 풍경이었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세상이었다.
에덴과는 다른 의미로, 실질적인 낙원처럼 보였다.
나는 우선, 이 아틀란티스의 정중앙에 있는 궁전으로 향했다.
마법스타 리리에서 요정 리리는 이 왕국의 공주다.
왕의 노여움을 사서 정령계에서 추방당하긴 했지만, 일단은 공주였다.
이곳의 국민들이 더는 정령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저 궁전에 있는 녀석들도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왠지 저곳에 ‘미즈히메’가 있을 것 같았다.
산호와 조개껍데기를 깎아 만든 듯한 환상적인 궁전.
궁전의 대문 앞은 경비가 삼엄하지 않았다.
대문을 지나면 물빛의 정원이 펼쳐졌다.
정원을 지나는 길은 매끄러운 유리가 바닥에 깔려 있었는데, 투명한 유리 아래로 새파란 바닷물이 일렁거렸다. 우아하고 깨끗한 해초와 산호들이 물결에 흔들렸고, 작은 물고기들이 곡선을 그리며 헤엄쳤다.
그 위를 걷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졌다.
궁전 내부로 진입하면 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 역시 흰 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정갈하게 몸에 두른, 의복의 목적에 충실한 옷이었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리고 있었고, 장신구는 하지 않았다.
고위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옷은 매듭의 방식이 복잡해 보였는데, 그게 전부였다.
뭐랄까, 개성이 없었다.
복식과 생활 방식이 정해져 있는 걸 보면 제대로 된 문화가 있는 세계인데, 이렇게 개성이 없을 수가 있나?
그런데 복도를 지나던 중,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즈히메 님께서 오늘도 기도를 올리러 가셨으니, 식사는 그쪽으로 올리거라.”
고위직으로 보이는 사람이 조리장에게 말하고 있었다.
녀석은 분명히 ‘미즈히메’라고 말했다.
내 예상대로 여기 어딘가에 미즈히메, 아오노 린이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조리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그가 음식을 들고 나갈 때 뒤를 쫓았다.
그렇게 기도실에 향하자, 이곳이 심해 어딘가에 있는 왕국이라는 게 실감 나는 현장이 펼쳐졌다.
“미즈히메 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기도실의 벽과 천장, 바닥은 전부 투명해서 바깥이 생생하게 보였다. 검고 어두운 바다가 우주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섬뜩하다고 생각할 만한 곳이다. 그런데도 조리장과 시종들, 그리고 기도실에 홀로 있던 여자는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고 가세요.”
미즈히메의 말에 조리장은 음식이 담긴 쟁반을 기도실 앞에 두고 조용히 물러났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기도를 마친 미즈히메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다시 기도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기도실 중앙에 놓인 독특한 재단이었다.
재단은 아쿠아마린과 사파이어로 꾸며져 있었고, 그 위에 보석으로 만들어진 그릇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릇에는 맑은 물이 담겨 있었고, 기도실의 유일한 빛은 그 물을 비추고 있었다.
미즈히메는 식사를 내버려 두고 다시 그 재단 앞에 앉았다.
녀석을 가까이에서 보니, 이 왕국 사람들과는 다르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비늘처럼 달린 진주알들과 눈이 아플 정도로 반짝이는 수정들이 ‘순백’을 강조하는 드레스.
이런 걸 입고 생활하는 게 가능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편해 보이는 차림이었다.
하지만 미즈히메, 아오노 린은 개의치 않고 드레스를 조심히 다루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방석 밑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나는 녀석이 꺼낸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린은 ‘그것’을 소중하게 손안에 담으며 말했다.
“이, 이제 나와도 될 것 같아요, 화신 씨….”
린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화신’이었다.
내가 찾고 있던 시스템의 화신.
화신은 태연하게 린의 손 위에서 일어났다. 분명히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화신 씨, 저 왕자님을… 만났어요. 정말로 전설이 이뤄지는 걸까요…?”
나는 그 말을 듣는 것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니, 잠들 때까지 보던 카타나 길드 숙소의 천장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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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사노오 길드.
모든 것을 버리고 창랑교의 교주가 된 사내는 길드 내에 있는 사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는 해신(海神)의 그림을 보며 중얼거렸다.
“바다의 신이시여… 부디 제게 전언을 내려주십시오.”
교주는 신이 그의 부름에 응답해줄 거라고 굳건히 믿고 있었다.
이 모든 사건의 흐름은 신이 만들어낸 운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바다의 신이 창조한 ‘운명’에 의해 흘러간다. 진리는 오직 창랑신뿐이기에 교주는 그가 점지하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그때, 교주의 귀에 ‘창랑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과 함께 핏빛 계곡에 투신해라.』
교주는 그 성스러운 한마디에 감복하여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가 할 일은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창랑’을 설파하고, 사람들이 육체를 버려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게 만드는 일. 그리하여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가는 사도가 되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그 일은 ‘왕’을 새로운 세계로 끌고 가면서 진정으로 시작될 것이다.
비무 대회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