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비무 (3)
비무대회 전날.
나는 카타나 길드의 훈련장에서 목검 연습을 하고 있었다.
훈련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길드원들을 구경할 겸 나도 기초 수련이나 했다.
내일 비무대회에서는 카츠라 료와 교주뿐만 아니라, 스사노오와 카타나 길드원들끼리도 맞붙는다.
중요한 건 길드장들의 싸움이지만, 대회에 나가는 길드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길드의 명예를 건 싸움이라고 생각하겠지.
내가 판을 키워버린 탓에 카타나 길드원들은 벼락치기라도 하듯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목검을 휘두르며, 대회에 나가는 카타나 길드원들의 훈련을 구경했다.
카타나 길드의 헌터들은 1기수, 2기수, 3기수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각 기수에서 두 명이 대표로 나가서 싸운다.
길드원 6명이 싸우고, 마지막으로 길드장이 싸우는 형식이다.
지금 훈련장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는 것도 대회에 나가는 6명이었다.
‘두 명… 정도인가.’
6명 중 스사노오 길드에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건 두 명뿐이었다.
먼저 3기수의 대표 중 한 명.
두 자루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여자 헌터로, ‘비행’과 관련된 스킬을 갖고 있는 듯했다.
마치 까마귀가 날아다니며 쪼아대는 듯한 영악한 싸움을 하는 헌터였다.
야마다 미츠하에게서 배운 것 같은 독기가 보였는데, 이런 녀석은 이길 수밖에 없다.
다른 한 명은 2기수의 대표 헌터.
야마다 미츠하, 카츠라 료와 함께 에덴 파티에 왔던 녀석으로, 카츠라 료의 애제자로 보였다.
우직하게 검을 휘두르는 놈이었고, 몸을 강철로 변형시킬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있어서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한 자루의 일본도를 대검의 위력으로 휘두르는 강철 같은 녀석이다.
이미 완성형인 헌터였다.
이 녀석들이 있으니 스사노오에게서 2승은 확보된 거나 다름없다.
딱 한 놈만 더 이기면, 카츠라 료가 이기면서 카타나의 승리가 될 것이다.
나는 1기수의 헌터들을 쳐다봤다.
1기수에는 야마다 미츠하가 있다. 하지만 녀석은 비무 대회 때 따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이번엔 1기수의 다른 녀석이 야마다 미츠하를 대신해서 스사노오 길드를 이겨야 한다.
그런데 1기수 녀석들은 다른 기수 놈들보다 실력이 별로였다.
그 사실을 1기수 놈들도 알고 있는 듯, 침울해 보였다.
그래도 대표로 나가는 두 놈은 훈련을 지속하고 있었다.
한 놈은 이미 사기가 꺾인 듯 무의미한 훈련을 하는 중이었고.
다른 한 놈은 아직 투지가 꺾이지 않은 듯 눈빛만큼은 살아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이 살아있는 녀석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혼자서 맹렬하게 연습 로봇과 싸우고 있던 녀석은 내가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검을 날카롭게 휘둘렀다.
휘익!
녀석의 검 끝이 내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차피 검이 닿지 않을 걸 알아서 피하지 않았지만, 녀석은 나를 벨 뻔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나자빠졌다.
“히이익!”
이상한 소리를 내며 엎어진 녀석은 나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연습에 몰두하다가 그만….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저도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일어나시죠.”
녀석이 엉거주춤 일어나는 사이, 나는 방금까지 녀석이 상대하고 있던 연습 로봇을 쳐다봤다.
로봇에 작은 스파크가 일어나 삐걱거리고 있었다.
단순히 검격에 당해서 고장 난 게 아니다.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전기와 관련된 스킬이 있으십니까?”
“아, 눈치가 빠르시네요. 전기를 쓴 건 맞지만, 조금 다릅니다.”
녀석은 직접 보여주겠다면서 로봇 위에 손을 올렸다.
곧 녀석이 스킬을 발동한 듯 손에서 금색의 빛이 터져 나왔고, 로봇에 스파크가 마구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전기를 쓴 게 아니라고?
내가 쳐다보자, 녀석은 설명을 시작했다.
“제 스킬은 전류나 소리, 남의 스킬, 뭐 이런 것들을 증폭시키는 스킬입니다. 솔직히 비무 대회에서는 쓸모가 없는 스킬이죠.”
“헌터로서는 훌륭한 스킬이네요.”
“하하, 저는 이왕이면 이유영 길드장님처럼 휘황찬란한 전격 스킬이라도 갖고 싶었습니다.”
녀석은 멋쩍게 웃으며 다시 검을 잡았다.
이 녀석은 자기 스킬의 진가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뭐, 카타나 길드에 들어와 버렸으니 알아차리는 것도 쉽지 않긴 하다.
카타나 길드 헌터들은 누구든 검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모든 길드원이 검으로 싸우고, 스킬이 없어도 싸울 수 있는 헌터가 되도록 훈련을 받는다.
그게 카타나 길드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헌터는 검을 다루지 않아도 싸울 수 있는 존재다.
만약 이 녀석이 카타나 길드가 아니라 에덴에 갔다면, 미카엘처럼 타인의 스킬을 강화해 주는 방향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나는 녀석에게 물어봤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나카노 쿄스케라고 합니다.”
역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이런 스킬을 갖고 있는데도 내가 모른다면, 회귀 전 세상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하지 못하고 끝내 생을 마감한 헌터였을 것이다.
나는 이 녀석이 이번 생에서는 다른 삶을 살았으면 했다. 그래서 말했다.
“스킬로 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하셨죠. 근처에 발전기라도 하나 있으면 상당히 강력한 전기를 방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비무대회장에는 그런 발전기도 없고, 이왕이면 순수하게 검의 실력으로 맞붙어 보고 싶어서요.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녀석은 순수하게 눈을 빛내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멋진 각오였지만, 지금 카타나 길드에게 필요한 건 승리다.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건 이 녀석뿐이라서, 나는 녀석의 순수함을 꺾어버리기로 했다.
“아뇨, 포기하세요. 당신은 그 정도로 검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닙니다.”
“네…?”
녀석은 상처받은 듯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했다.
“비무대회에 나갔으면 이기셔야죠. 카타나 길드의 명예를 실추시킬 생각입니까?”
“그, 그렇지만….”
“제가 이기게 해드리겠습니다.”
시무룩해 하던 녀석은 내 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안하지만 이 순수한 녀석의 인생을 내가 좀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친절해 보이게 웃으며, 말했다.
“한 번만 긍지를 포기하세요. 그럼 승리가 따라올 겁니다. 이기고 싶지 않습니까?”
내 말에 녀석은 갈등하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른침을 한 번 삼키더니, 곧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기고 싶습니다.”
좋은 각오였다.
나는 내일 이 녀석이 이길 수 있도록, 일일 스승이 되어주기로 했다.
***
나카노 쿄스케에게 벼락치기로 비열한 싸움법을 가르쳐주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슬슬 내일을 대비해 컨디션을 조절하도록 나는 녀석을 숙소로 돌려보냈다.
나도 이만 돌아가기 위해 훈련장을 나오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카츠라 료와 야마다 미츠하가 보였다.
‘이건….’
달빛이 밝은 밤.
쌀쌀한 밤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왠지 고요한 밤공기에 옆에 있는 사람이 조금 달라 보이는 상황.
카츠라 료와 야마다 미츠하가 그 로맨틱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이 재밌는 구경을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조용히 훈련장 근처에 몸을 숨기고 녀석들을 구경했다.
먼저 카츠라 료가 말했다.
“스사노오 길드장이 자신은 더는 길드장이 아니라며, 교주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길드장이라고 부르세요. 아무리 먼 친척이라고 해도 료 씨가 그 사람의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스사노오 길드장이 카츠라 료의 먼 친척이었다고?
두 사람이 그런 관계인 줄 전혀 몰랐다.
어쩐지, 그동안 카츠라 료가 스사노오 길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야마다 미츠하의 말에 카츠라 료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결연하게 주먹을 쥐며 말했다.
“늦었다고 좌절할 시간에, 나아가야겠지. 그게 내 검의 길이니까.”
멋진 대사였다. 만화였다면 주인공의 명대사로 꼽힐 만한 장면이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그런 카츠라 료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만화였다면 주인공의 멋진 모습에 여주인공이 반하는 대목일 것이다.
야마다 미츠하는 말했다
“저도 료 씨의 길을 따를게요. 내일,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습니다.”
“나는 널 믿는다, 미츠하.”
두 사람은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달빛이 그 각오를 응원하기라도 하듯 두 사람을 밝게 비췄다.
이번 비무대회를 계기로 카타나 길드가 일본의 유일무이한 검으로써 자리매김한다면, 저 둘도 다시 한번 달을 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질 것이다.
내일을 계기로, 두 사람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저 둘이 다시 한번 달빛 아래 오붓하게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었다.
두 사람의 새로운 각오가 ‘오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되었으면 했고. 덤으로 야마다 미츠하가 카츠라 료한테 고백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솔직히 좀 전에 할 줄 알았는데 안 해서 실망했다.
나는 두 사람을 좀 더 구경하다가, 슬슬 추워져서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이 비무대회였다.
***
그 시각, 창랑교 교주.
그는 스킬을 발동해 야마다 미츠하와 이유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얼마 전에 각성한 스킬, ‘위대한 존재의 시선’.
창랑신께 3000번의 기도를 올리면서 득도하듯 얻게 된 스킬이다.
이 스킬을 발동하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피조물’을 지켜볼 수 있었다.
마치, 신처럼.
‘그러므로 이 시선은 나의 것이 아니다.’
교주는 창랑신이 교주의 몸을 통해 세상을 지켜보기 위해 이 스킬이 발현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교주가 원하지 않아도 이 스킬은 멋대로 발동되어 이유영과 그의 주변인을 바라보곤 했다.
교주가 원하는 대로 발동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영와 야마다 미츠하는 실로 영악해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복화술을 하거나 암호화된 문자를 주고받아 대화를 나눴다.
이런 스킬이 있어도 그들이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알기 어려웠다.
신에 대적하는 자들이다.
이 정도는 해줘야 신도 즐거워할 것이다.
교주가 되었기 때문일까, 그는 가끔 자기도 모르게 신의 기분을 헤아릴 때가 있었다.
창랑신은 분명 이유영과 야마다 미츠하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교주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유영. 새로운 세계의 ‘왕’이 될 남자.
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어째서 신에게 대적하고, 창랑을 거부하는 것일까.
신이 만든 ‘운명’이 오직 그에게만 통하지 않는 듯했다.
‘신의 물결이 닿지 않기 때문에 신의 사랑을 받는 것인가….’
창랑신의 뜻은 반드시 옳지만, 교주에게 얼마 남지 않은 인간적인 성미가 이유영에게 거부감을 느꼈다.
창랑이 모든 것을 뒤엎을 거대한 해일이라면, 이유영은 그 거센 물결 속에서도 싹을 틔울 인간이다.
고작 새싹 하나가 파도를 이겨낼 수는 없으나, 아오노 길드장은 그에게서 미약한 공포를 느꼈다.
파도 속에서도 싹을 틔우는 생명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 역시 하나의 생명으로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그를 저지해야 했다.
이유영이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