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비무 (4)
비무 대회 당일.
카타나 길드가 대회장으로 개조한 야외 훈련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관객의 대다수는 카타나와 스사노오 길드의 팬이었고, 일본의 헌터들과 기자, 너튜버들도 참관했다.
방송사의 공식적인 촬영 요청은 거부했지만, 카타나 길드는 너튜버와 기자까지 막을 생각은 없었다.
소문 내줄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생중계할 한국 너튜버를 한 명 포섭해 놓았다.
대외적으로 이 비무대회는 카타나와 스사노오의 친목을 도모하고, 한국과 일본의 화합을 이끄는 장이었다.
이를 위해 특별 초청한 한국 대표 헌터 이유영은 가장 강한 헌터 한 명과 맞붙는다.
즉, 카타나와 스사노오 중 승리한 사람만이 이유영과 싸울 수 있다.
이런 토너먼트 형식이 밝혀지자마자, 일본 여론은 들끓었다.
왜 이긴 사람만 한국 헌터와 붙냐며 비난이 쏟아졌지만, 여론이 늘 그렇듯 한쪽 의견이 솟구치면 반대 의견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더 강한 사람과 붙어야 일본이 확실하게 한국을 이기지 않겠냐, 이렇게 해서 완벽히 이겨버리는 게 낫다는 의견이 생기면서, 여론은 알아서 상충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일본 길드의 헌터들이 바보는 아니었다. 이 토너먼트 형식이 이상하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관객석에서 나를 보는 따가운 눈초리들이 느껴졌다.
카츠라 료는 분위기를 띄운다고 날 위해 왕좌처럼 생긴 의자를 준비해 줬고. 졸지에 나는 용사를 기다리는 마왕처럼 앉아있는 상황이니, 꼴 보기 싫을 만도 했다.
나는 모두의 시선을 무시하며, 지금 대회장으로 줄지어 들어오는 무리에 주목하기로 했다.
스사노오 길드가 대회장에 입장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교주를 필두로, 열을 맞춰 걸어왔다. 여전한 수의 차림은 불쾌감을 자극해서 불길하게 보였다.
그러나 ‘공주의 물’을 마신 사람들은 그들에게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 그들을 반기며 환호성을 보냈다.
“교주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창랑교 파이팅!”
교주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줬고, 신자들은 더 큰 응원의 소리로 화답했다.
그때, 내가 귀에 꽂고 있던 무선 통신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저거 뭐예요? 이거 방송으로 내보내도 되는 거 맞죠?』
내가 포섭한 너튜버, 기민재의 목소리였다.
나는 스사노오 길드원 근처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회색 비둘기를 보며 답했다.
“제대로 잘 찍히고 있나 보네요.”
저 비둘기는 겉보기엔 평범한 비둘기처럼 보이지만, 천혜 길드에서 만들어 낸 고성능 카메라다. 기민재에게 연락했더니 촬영하고 싶다면서 보낸 물건이었다.
저 비둘기가 보는 것들이 영상으로 찍혀서, 실시간으로 기민재에게 전달되고 있는 듯했다.
저런 걸 만들어 내다니, 하여튼 천혜도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살짝 인터벌이 있긴 한데, 이 정도는 괜찮아요. 중요한 시점부터 제 채널에서 생중계로 전환할게요?』
“부탁드립니다.”
『별말씀을!』
기민재가 말한 ‘중요한 시점’은 당연히 카츠라 료와 교주의 비무다.
다만 두 사람이 비무를 치르기 전에 문제가 터지면, 기민쓰 방송이 켜질 것이다.
기민재는 나보다 상황 판단을 유연하게 하는 놈이니, 내가 걱정할 건 없었다.
판은 전부 깔렸다.
이제부턴 카츠라 료를 믿어야 했다.
이렇게 판을 깔아줬는데 져버린다면, 모든 계획이 망가지고 만다.
하지만, 이 많은 이들이 이렇게까지 무모하게 일을 벌일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카츠라 료의 강함에 대한 믿음.
그는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비무 대회가 시작되었다.
악단이 웅장한 곡을 연주했고 대회에 참가하는 헌터들이 나타나며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곧 두 길드원들이 서로 악수를 나눈 뒤, 경기장 위에 카츠라 료와 교주가 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섰다.
카츠라 료는 꽤 튼튼한 체구의 사내였지만, 덩치 큰 교주 앞에서는 상당히 작아 보였다.
그럼에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기개가 있었다.
카츠라 료는 먼저 교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교주는 그의 손을 맞잡았고, 심판의 말이 대회장 내에 울려 퍼졌다.
『카타나 길드와 스사노오 길드는, 길드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시합을 할 것을 약속합니다.』
“약속한다!”
“약속합니다.”
두 길드장이 약속을 선언하면서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터졌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와 악단이 연주하는 경쾌한 곡에 대회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과연 두 사람의 약속이 지켜질지, 아니면 약속과 신뢰가 전부 깨질지, 지금부터 증명될 것이다.
첫 대결은 양 길드의 가장 젊은 헌터 두 명의 싸움이다.
야마다 미츠하를 닮은 3기수의 젊은 여자 헌터.
이도류의 카타나 길드원과, 수의를 입고 있어서 특징을 파악하기 어려운 스사노오 길드원이 경기장 위에 올랐다.
카타나 길드원은 도발적으로 검을 들어 올리며, 스사노오 길드원에게 말했다.
“제 검으로 그 바보 같은 옷을 조각내 드리죠.”
도발하는 실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스사노오 길드원 역시 태연하게 기도하듯 손을 모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당신을 창랑의 길로 이끌겠습니다.”
두 사람은 벌써 심리전을 하며 악수했다.
이번 비무는 상대방을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들거나, 항복을 외치게 만들거나, 심판의 판단으로 유효타를 5번 이상 먹일 경우 승리한다.
이기고 싶다면 어떤 방식으로 승리를 가져갈지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해야 했다.
저런 심리전 역시, 그 머리싸움 중 하나일 것이다.
“카타나 이겨라!”
“창랑 이겨라!!”
두 길드를 응원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은 자리에 섰다.
곧 심판이 휘슬을 불며, 첫 번째 비무가 시작됐다.
삐익!
시작부터 공중으로 떠오른 카타나 길드원은 매가 사냥감을 채가듯이 날렵하게 스사노오 길드원을 향해 날아갔다.
스사노오 길드원은 몸에서 점액 같은 액체를 내보내며 방어했고, 언뜻 카타나가 역습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타나 길드원은 기민철만큼 빠른 이도류로 점액을 절단했다.
스사노오 길드원은 본인의 몸에 두꺼운 점액을 둘러 방어막을 형성했지만, 이 시점에서 녀석의 패배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카타나 길드원은 마녀처럼 낄낄대며 두 자루의 검을 토네이도처럼 휘둘러 점액을 모조리 도려냈다.
마지막으로 스사노오 길드원의 목가에 두 자루의 검날이 들이닥쳤고, 순식간에 승패가 결정됐다.
“…항복합니다.”
스사노오 길드원이 항복을 말하며, 빠르게 카타나가 1승을 차지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지며 카타나 길드원은 의기양양하게 손을 들어 보였다.
시작이 좋았다.
이 여세를 몰아 다음 3기수의 젊은 카타나 길드원이 경기장 위에 올랐다.
수의를 입은 스사노오 길드원이 반대편에 섰고, 순조롭게 다음 경기가 시작됐다.
… 라고 생각했다.
탕! 탕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대회장에 정적이 내려앉았고, 이어서 사람이 풀썩 엎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옅은 신음이 정적 속에서 선명하게 들렸다.
곧 누군가 비명을 질렀고, 그제야 사람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졌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꺄아악!”
간신히 급소는 피해 갔으나,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상을 입고 카타나 길드원이 쓰러졌다.
스사노오 길드원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을 거두며 말했다.
“칼이 총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구식을 고집하니 신세계에 다가갈 수 없는 겁니다.”
헌터들의 비무대회인 만큼, 무기 선택에는 제한이 없다.
카타나 길드원들이 검을 고집하고 있을 뿐, 총을 들어도 상관없었다.
비정해 보일 수 있지만, 기금은 탄환을 피하지 못한 카타나 길드원의 패배가 맞았다.
하지만….
나는 왕좌 같은 의자에서 내려와, 쓰러진 카타나 길드원에게 다가갔다.
[ 메인 스킬, 를 발동합니다. ] [ 대상자에게 살아가는 것의 힘이 스며듭니다. ] [ 생명의 의지가 다시 한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생명의 의지를 발동해 그를 치유하며, 총을 쏜 스사노오 길드원을 바라봤다.
녀석은 감정 없는 낯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서로의 안전이 보장된 싸움을 하기로 당신의 길드장이 약속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스사노오 길드장님?”
나는 화살을 교주에게로 돌렸다.
내 말에 관중들 역시 교주를 바라봤다.
교주는 그저 권태로운 시선으로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희 쪽에서 과했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유영 길드장님, 한 가지 여쭙고 싶네요.”
나는 녀석을 쳐다봤다.
그러자 교주는 노골적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칼이 총을 이길 수 있습니까?”
카타나 길드에게 분명한 치욕을 주는 말이었다.
결코 친목을 도모하기로 약속한 비무 대회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다만 교주의 말에는 어떤 힘이 있는 듯했다.
그 말에 객석에 있던 사람들이 웃긴 개그라도 들은 것처럼 웃어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하하!”
“교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기이함을 넘어 공포가 들 지경이었다.
믿음과 세뇌 앞에서 사람은 이렇게까지 사리 분별을 못 하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가 되는 걸까. 그렇다면, ‘창랑교’는 여태까지 만난 어떤 위험보다 더 끔찍할지도 모른다.
나는 내게 치유를 받으면서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짓씹고 있는 카타나 길드원을 바라봤다.
스사노오는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첫 경기에서 일부러 패배한 듯했다.
이 상태라면 카타나 길드원들의 기세가 있는 대로 꺾이고 말 것이다.
아무리 정신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이 속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때, 카츠라 료가 자리에서 당차게 일어났다.
그는 이 소란 속에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굳건한 표정으로, 시원스럽게 경기장을 향해 호통쳤다.
“긍지! 그것이 ‘카타나’다. 되새겨라!”
관중들은 카츠라 료를 비웃었지만, 그의 말은 관중들이 아니라 길드원들에게 한 말이다.
그 사실을 카타나 길드원들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긍지’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자신이 믿고 걸어온 길을 믿으면서 긍지는 태어난다.
카츠라 료는 그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그의 뜻은 다음 주자에게 강렬하게 전달되었다.
카츠라 료의 애제자, 강철 스킬의 헌터.
그는 칼이 총보다 강하다는 것을 ‘승리’로 보여줬다.
그의 승리 또한 강렬한 메시지여서, 그다음의 비무에서 패배했음에도 카타나 길드원들의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 주자가 경기장 위에 올랐다.
나의 일일 제자, 증폭 스킬을 가진 나카노 쿄스케였다.
녀석은 비장하게 경기장 위에 오르며,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 역시 녀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녀석은 짧게 숨을 고르며, 맞은 편에 선 상대를 바라봤다.
그리고 순수한 눈망울을 빛내며 내게 배운 첫 번째 싸움법, ‘정신 공격’을 시전했다.
“덤벼라, 해산물!”
아직은 순수함이 남아있는 정신 공격이었다.
하지만 해산물 발언에 스사노오 길드원은 당황한 듯 어버버했고, 그사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
비무 대회가 한창 달아오르던 그 시각.
야마다 미츠하는 교토에 찾아가 닌자처럼 스사노오 길드에 잠입하고 있었다.
이유영에게서 비무 대회장에 아오노 린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받았다.
그렇다면, 린은 분명 이 길드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길드의 담벼락을 넘어 내부로 진입하던 그녀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경비가 삼엄할 줄 알고 잔뜩 경계하고 왔는데, 정원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스사노오 길드원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사람이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길드 안은 고요했다.
마치 그녀와 이유영의 계획을 읽고, 오히려 함정을 판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마다 미츠하는 그 의심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