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비무 (5)
세상에는 뭘 해도 안 되는 녀석이 분명히 있다.
이유영의 일일 제자, 나카노 쿄스케는 자신이 그런 남자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강한 사람을 동경했지만, 소심하고 겁도 많은 그는 항상 약자였다.
강한 남자가 되려고 노력해 봐도 잘 안됐다.
오히려 노력하는 그를 비웃는 사람들이 늘어날 뿐이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노력으로도 안 되는 약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놈한테도 포기하기 싫은 일이 있다고.’
그는 고개를 쳐들고 눈앞의 상대를 바라봤다.
수의를 입고 있는 스사노오 길드원이 그의 눈앞에 서 있었다.
이 비무 대회에서 그는 이기고 싶었다. 비록 자신이 약한 남자여도 저 녀석에게는 이기고 싶었다.
“이번에도 날붙이 하나 들고 와서 ‘창랑’에 맞서려는 꼴이 우습군요.”
스사노오 길드원은 나카노 쿄스케를 비웃으며 아이템창에서 보란 듯이 총을 소환했다.
모욕적이었다.
카타나의 긍지에 일부러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열받아서 한소리하고 싶었지만, 나카노 쿄스케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말했다.
“사이비 해산물.”
정신 공격을 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이다.
그의 일일 스승 이유영의 가르침이었다.
대신 상대가 황당해할 만한 말을 망설임 없이 꺼내야 한다고 이유영은 말했다.
다행히 나카노 쿄스케의 정신 공격은 전부 상대에게 통하고 있었다.
사이비 해산물이라는 말에 상대는 또 당황한 듯 어버버했다.
삐익!
그 사이,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나카노 쿄스케는 스킬을 발동했다.
그의 스킬은 헌터의 스킬을 증폭시키거나, 주변에 있는 전기나 음파 따위를 끌어다가 증폭시킬 수 있는 스킬이다. 이런 비무 대회에서는 쓸모가 없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주위에 발전기 한 대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파지직!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그의 지근거리에서 흐르고 있었다.
마치 번개의 신이 그를 위해 전기의 힘을 흘려보내 주는 것만 같았다.
나카노 쿄스케는 그 ‘낙뢰’의 힘을 흡수하여 증폭시켰다. 금빛의 전기를 몸에 두른 그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봤자 5분 정도지만….’
어제 열심히 훈련받은 덕에, 이유영의 스킬을 체내에서 증폭시킬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5분 정도밖에 쓸 수 없지만, 그 안에 충분히 저 해산물을 전기구이로 만들 수 있었다.
조금 비열하지만, 비무 대회에 타인의 스킬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다.
나카노 쿄스케는 규칙의 허점을 이용해서라도 그를 이겨줄 생각이었다.
스사노오에게 있어서 승리만이 진실이라면, 승리를 통해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그때, 나카노 쿄스케의 변화에 위협을 감지한 스사노오 길드원이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탕!
나카노 쿄스케는 날아오는 탄환을 번개와 같은 속도로 피하며, 스사노오 길드원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검을 휘둘러 스사노오 길드원이 피하도록 유도했고.
신체를 개구리처럼 변형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스사노오 길드원은 뒷다리를 개구리처럼 변형해, 높이 뛰어올라 공격을 피했다.
그는 나카노 쿄스케를 향해 다시 한번 총을 쐈다.
탕! 탕!
번개와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나카노 쿄스케에게 총은 더 이상 두려운 무기가 아니었다.
그는 검으로 총알을 전부 튕겨낸 뒤, 증폭시킨 전류를 전방위로 퍼트렸다.
파지지지직!
착지할 때 바닥을 디딘다면, 기절할 만큼 따끔한 맛을 봐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착지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밖에 없다.
나카노 쿄스케의 머리 위.
나카노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착지할 수 없으니 곧장 공격을 해올 게 분명했다.
탕! 탕탕 탕!
스사노오 길드원은 마구잡이로 나카노 쿄스케를 향해 탄환을 발사하며, 나카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날아오는 탄환을 전부 검으로 튕겨버리자, 스사노오 길드원은 당황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의 온 신경은 나카노 쿄스케의 검에 집중되었다.
나카노 쿄스케는 그 사실을 눈치챘다.
스각!
그렇기에 일부러 과한 동작으로 검을 휘둘렀다.
나카노 쿄스케의 움직임을 읽어낸 스사노오 길드원은 개구리처럼 혀를 휘둘러 검을 붙잡아 막았다.
나카노 쿄스케는 그 순간 웃었다.
이유영은 그에게 검의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동기인 야마다 미츠하를 보면서 그는 항상 그 사실을 체감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이유영에게 고집을 부렸다.
검으로 이기고 싶었다. 길드장인 카츠라 료의 신념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헌터는 본인이 가진 스킬이 무의미해지는 때가 온다. 스킬에는 상성이 있고, 내 스킬을 짓누르는 능력을 지닌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터는 강해야만 한다. 그런 때조차 이겨야 했다.
이게 바로 카츠라 료의 신념이었다.
카타나 길드에게 ‘카타나’는 제2의 검이다.
진정으로 강해지기 위해선 반드시 갈고 닦아야 하는 무기였다.
나카노 쿄스케는 본인에게 검의 재능이 없다고 해도, 이 검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이 뜻을 밝히자, 이유영은 말했다.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솔직히 비웃음을 당할 각오로 말했는데, 이유영은 칭찬해 줬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차가웠다.
‘그래도 마음가짐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이유영은 그를 비난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이번 경기에서 검으로 승리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이유영이 가르쳐준 것은 바로, ‘제3의 검’을 만드는 것이다.
나카노 쿄스케는 상대에게 붙잡힌 검을 놓고, ‘제3의 검’을 꺼내 들었다.
스가각!
일본도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단검.
이유영에게 배운 단검술로 번개처럼 움직인 나카노 쿄스케는, 순식간에 스사노오 길드원의 급소 다섯 곳을 베어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면 단검술로 일본도를 쓸 때보다 더 확실하게 상대방을 몰아넣을 수 있다.
나카노 쿄스케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제3의 검이었다.
“크헉…!”
스사노오 길드원은 신음을 토해내며, 마지막으로 총을 쏘려고 했다.
그러나 탄환이 떨어져 방아쇠를 달칵거릴 뿐이었다.
나카노 쿄스케는 그의 총에 전류를 방출하며 말했다.
“총이 칼보다 강한 게 무슨 소용입니까? 총을 든 사람이 칼을 든 사람보다 약한데.”
그는 말하면서도 속으로 ‘찢었다’라고 생각했다.
살면서 이렇게 주인공 같은 대사를 날려보는 일이 또 생길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와아아!”
“멋지다, 쿄스케!!”
“1기수의 자랑이다!!”
카타나 길드원과 카타나 길드의 팬들에게서 큰 함성이 쏟아졌다.
전광판에 나카노 쿄스케의 유효타를 판독하는 영상이 재생되었고, 의심할 여지 없이 다섯 번의 유효타가 들어간 것을 모두가 확인했다.
결국 심판은 외쳤다.
『카타나, 승!』
나카노 쿄스케는 주먹을 단단히 쥐고 머리 위로 높게 치켜들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는 그 속에서 이유영을 바라봤다.
이유영 역시 그를 보고 있었다.
이유영은 어젯밤, 나카노 쿄스케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준 뒤 훈련을 마칠 때쯤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훈련은, 오늘 제가 가르쳐 드린 건 전부 잊는 겁니다.’
나카노 쿄스케는 바보 같은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반문했는데, 이유영은 담담한 낯으로 답했다.
‘카타나 길드원은 카타나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잊을 수 없는 가르침만을 기억해서 당신의 싸움에 적용하세요. 그게 승리하는 방법입니다.’
이유영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밤 이유영의 가르침을 잊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은 조금 비열하고 영악한 만큼 강렬해서, 잊을 수 없었다.
이유영은 승리에 대한 집념만큼은 카츠라 료만큼 활활 타오르는 사내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카츠라 료와 이유영은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래서 잊을 수 없었고, 잊고 싶지 않았다.
‘당신 역시 제 스승입니다.’
이 승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유영의 가르침 덕에 얻은 승리였다.
나카노 쿄스케는 경의를 담아 그를 향해 다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
.
.
이유영의 일일 제자의 비무가 끝나고.
스사노오 길드가 다시 1승을 가져가며, 3대 3 동점이 되었다.
두 길드의 승패를 가르는 마지막 비무만이 남았다.
***
한편, 자신의 동기가 영광스러운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을 모르는 야마다 미츠하.
그녀는 스사노오 길드에 신중하게 잠입하고 있었다.
만성의 스파이로 들어가며, 그녀는 어떤 헌터보다 더 ‘닌자’에 가까운 행동을 터득했다고 자부했다.
이전엔 무심코 방심했지만, 그런 실수를 두 번이나 하진 않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스사노오 길드의 지하로 향하던 그녀는 결의를 다졌다.
이유영과 스사노오 길드에 잠입한 이후.
야마다 미츠하와 이유영은 스사노오 길드에서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의 설계도를 만들었다. 그 도면을 통해 지하 강당의 수족관 뒤에 공간이 남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유영의 천리안 스킬로 확인할 수 없었던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미즈히메, 아오노 린은 거기에 있는 게 분명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기분 나쁜 수족관을 지나, 암막 커튼에 가려진 어두운 통로로 향했다.
‘…아니, 잠깐.’
향하기 전, 그녀는 기념품관에 있던 인어공주 인형을 하나 들고 와 통로 안으로 던졌다.
그러자 어두웠던 통로에서 섬뜩한 붉은빛이 켜졌다.
지잉!
붉은 광선이 솟아 나와 인어공주 인형을 뚫어버렸고, 이를 예측했던 야마다 미츠하는 경보음이 울리지 않도록 재빠르게 스킬을 발동했다.
손끝에서 만들어진 맹독을 붉은빛들을 향해 퍼트리며, 순식간에 모든 센서를 망가트렸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뒤에서 범상치 않은 굉음이 들려왔다.
쿠궁!
수족관의 단단한 유리가 전부 바닥으로 내려앉는 소리였다.
콰가가가가각!
유리가 떨어져 내리며 수족관을 채우고 있던 해수가 바닥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마다 미츠하는 해일처럼 밀려오는 물을 보며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다.
그녀는 서둘러 통로를 뛰어, 그 끝에 있는 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 안에 린이 있어야 한다. 제발.
속으로 간절하게 린을 외치며 문을 박차고 들어간 그녀는 급히 방 안을 살폈다.
“린…!”
그 안에는 다행히도 린이 있었다.
린은 얇은 흰 천으로 된 옷을 입고, 흰 이불 위에서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린에데 숨이 붙어있는 걸 확인한 야마다 미츠하는 서둘러 린을 등 뒤에 업었다.
수족관에서 터져 나온 물이 벌써 린의 방까지 밀려 들어와, 야마다 미츠하의 허리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에이씨!”
야마다 미츠하는 성질을 부리며, 린이 덮고 있던 이불을 이용해 린을 등 뒤에 묶어서 업었다.
린을 업고 이 홍수를 가르며 지하에서 탈출해야 한다.
인어공주를 두고 수영해야 한다는 사실이 열받았지만, 지금은 탈출이 우선이라 깊이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물살을 헤치고 한참 나아가던 야마다 미츠하는 어느새 턱 끝까지 물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잠수했다.
그러자 수족관에서 빠져나온 바다 생물들이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게 보였다.
그것들은 일제히 야마다 미츠하를 쳐다봤다.
마치, 먹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누구라도 공포에 질릴 법한 풍경이었지만, 야마다 미츠하는 독기를 품고 그 물고기들을 쳐다봤다.
고작 물고기한테 질 그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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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지하를 탈출해 나온 야마다 미츠하는 숨을 고르며, 여전히 잠들어 있는 린을 바라봤다.
누가 인어공주 아니랄까 봐 그 와중에 아가미가 생겨서 제대로 물속에서 호흡하고 있었다.
야마다 미츠하만 물을 잔뜩 먹고 배부른 상황이었다.
왠지 얄미웠지만,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이라는 마음이 앞섰다.
“린, 일어나 봐.”
야마다 미츠하는 린을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린은 깊은 잠에 빠진 사람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영의 예상대로였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이유영의 말대로 하기 위해, 아이템창을 열어 포션 하나를 소환했다.
“이게 진짜 통하려나….”
정체불명의 푸른빛 포션.
그의 길드에 있는 유능한 힐러가 창랑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낸 포션으로, 지금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굉장히 희귀한 것이라고 한다.
이유영은 흔쾌히 린을 구하는 데 이 포션을 내주었다.
이게 통할지 안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통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야마다 미츠하는 잠든 린의 입가에 포션을 흘려 넣었다.
제발 깨어나라고 간절하게 부탁하며, 억지로 삼키게 했다.
떨리는 시선으로 린을 바라보며, 야마다 미츠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눈을 감고 린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뒤.
“콜록…!”
린이 기침을 토하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온몸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괴로운 듯 심장을 움켜쥐었다.
거칠게 기침하며 신음을 토해내던 그녀는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눈을 떴다.
물과 식은땀에 젖은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린은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아….”
얕게 탄성을 내보내던 린은 이제 고개를 돌려서 야마다 미츠하를 바라봤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눈물을 흘렸다.
야마다 미츠하는 린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린은 비참해 보였고, 괴로워 보였다.
끔찍한 ‘숭배’에서 풀려난 것이다.
야마다 미츠하는 린을 안았다.
린은 그녀의 품에 기대어 한참을 울었다.
“미츠하, 아버지께… 가야 해…. ‘그분’이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