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비무 (6)
드디어 비무 대회의 본 싸움이 시작됐다.
카츠라 료와 교주의 싸움.
사람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것처럼 들떠 있었고, 나 역시 구경만 하려니 지루해서 얼른 둘이 싸워줬으면 했다.
나카노 쿄스케의 활약으로 카타나와 스사노오의 스코어는 3대 3 동점인 상황.
길드장들의 싸움이 두 길드의 승패를 결정짓는다.
카츠라 료가 승리한다면, 이 비무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귀에 꽂고 있던 무선 이어폰에서 기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영스 들려요? 아까 저쪽이 총 들 때부터 방송을 켰더니, 지금 조회수가 완전 폭발이에요.』
기민재는 방송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벌써 너튜브 생방송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뭐, 알아서 방송 윤리에 맞게 내보냈을 것이다.
교주의 악랄한 성격이 그대로 방송됐다면, 이번 비무는 시청자들한테도 꽤 볼만한 경기가 되겠지.
『이쪽은 휴식 끝! 그럼 사이비 아저씨가 거하게 사고 한 번 쳐주길 바라며, 다시 갑니다!』
생방송 도중 잠깐 내게 연락했던 모양이다.
기민재의 목소리가 끊기고, 나는 비무 대회의 경기장을 바라봤다.
교주와 카츠라 료가 경기장 위에 오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가서 비무 준비를 마쳤다.
카츠라 료는 그 많은 치욕을 겪고도 흔들리지 않는 두 눈으로 교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흔한 정신 공격용 말장난도 없이 굳건히 상대를 응시할 뿐이었다.
삐익!
곧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카츠라 료가 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교주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의가 잘라 나갔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발도술이었다.
“우, 우와아아아!!”
“역시 카타나 길드장!”
“길드장님 최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시작과 동시에 유효타가 한 번 들어간 것이다.
나 역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드러난 교주는 죽은 사람처럼 생기 없는 낯을 하고 있었다.
잿빛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파리가 꼬일 것 같은 시체의 눈동자였다.
그는 유효타를 빼앗겼음에도 동요하지 않고, 죽은 듯한 시선으로 카츠라 료를 바라보며 말했다.
“화가 나신 모양입니다. 카츠라 길드장님.”
하지만 카츠라 료는 묵묵히 자세를 잡았다. 대꾸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교주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교주는 그런 카츠라 료를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그를 향해 먹물을 뿜어냈다.
촤악!
나도 한 번 맞아봤던 먹물이다. 저 먹물에는 독이 들어있어서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카츠라 료는 날렵하게 그의 먹물 공격을 피해내더니, 검으로 먹물을 도려내듯이 가르며 교주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노련함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감탄이 나오는 검술이었다.
스각!
카츠라 료는 교주의 복부를 베어내려 했으나, 교주가 그의 검에 제대로 대응했다.
스킬을 발동한 교주에게서 거대한 문어 다리가 나왔고, 두껍고 질긴 문어 다리가 카츠라 료의 검을 붙잡았다.
카츠라 료의 검이 교주의 스킬에 막힌 상황이었다.
그때, 기민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에, 스사노오 길드장님의 스킬이 문어처럼 신체를 변형할 수 있는 스킬이라고 지금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 이거 카타나 길드장님 쪽이 너무 유리한 거 아닌가요?』
나한테도 교주의 스킬을 알려주기 위해 잠깐 통신을 켰던 모양이다.
기민재의 말대로, 교주의 스킬이 문어처럼 몸을 변형시킬 수 있는 스킬이라면 카츠라 료가 유리하다.
카츠라 료의 스킬 ‘염화’는 상상을 초월한 위력의 불꽃을 내보낼 수 있다.
그가 진심을 발휘하면, 교주는 카츠라 료 앞에서 타코야끼가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검을 붙잡힌 상황에서도 카츠라 료는 스킬을 쓰지 않았다.
순수한 무력으로 두꺼운 문어 다리의 힘을 압도했다.
힘겨루기에서 이기자마자, 카츠라 료는 빠르게 거대한 문어 다리를 도륙 내며 검을 빼냈다.
스가각!
그러나 교주의 문어 다리는 곧바로 재생되었다. 교주는 카츠라 료를 압살할 듯 바닥을 내려쳤고, 카츠라 료는 물 흐르듯이 공격을 피하며 문어 다리를 단칼에 베었다.
스킬 없이도 교주를 이길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었다.
교주 역시 압박을 눈치챈 듯 입을 열었다.
“제대로 덤비세요, 카츠라 길드장.”
“난 제대로 덤비고 있다. 스사노오 길드장.”
스사노오 길드장이라고 또박또박 발음하는 카츠라 료를 보며, 교주는 열받은 듯했다.
교주는 곧 아이템창에서 온갖 총기를 소환해 8개의 다리와 2개의 손으로 잡아 들었고, 카츠라 료를 향해 집중포화를 시작했다.
탕탕! 탕! 탕!
불규칙적으로 탄환을 발사하며 카츠라 료를 확실하게 몰아넣었다.
한 번이라도 발을 헛디뎠다간 날아오는 탄환이 박힐지도 노릴지도 모르는 집중포화였다.
상당히 노련한 헌터도 전부 피하기 어려울 만한 공격이다.
그러나 카츠라 료는 보란 듯이, 그의 탄환을 전부 검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납으로 된 탄환이 그의 날 선 검 끝에서 튕겨 나가거나 두 동강이 났다.
정말이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검술이었다.
게다가 카츠라 료는 아주 잠깐 총격이 주춤하던 순간을 노려, 정확하게 교주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스각! 스가각!
순식간에 교주의 두 어깨에 날카로운 참격이 들어갔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깔끔한 유효타였다.
“우와아아아아!!”
“역시 료한테는 아무도 상대가 안 되지!!”
“가라, 카타나!!”
관객석에서 열광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카츠라 료는 검을 털어내며, 교주를 향해 말했다.
“진심으로 덤벼라, 스사노오 길드장.”
그 말에 교주는 도발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얼굴을 구겼다.
“나는 창랑교의 교주입니다. 호칭을 바로 하라고 했을 텐데요.”
“이 자리는 우리가 길드장으로서, 헌터로서 싸움을 하는 자리다. 난 그에 걸맞은 호칭을 부르는 거야!”
카츠라 료의 올곧은 말에 교주는 웃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노골적으로 깔보던 그는 말했다.
“조금 놀아드렸더니 기고만장해지셨군요…. 뭐, 좋습니다. 슬슬 그놈의 헌터 놀이를 끝내주려던 참이었으니까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거지? 비무에 집중해라!”
“카츠라 군. 저는 오직 신의 사도이자 ‘교주’입니다. 우매한 당신이 그 사실을 깨닫게 해드리려는 겁니다.”
그 말과 함께 교주는 하늘 위로 8개의 탄환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난데없이 경기장의 문을 부수고 스사노오 길드원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상황 파악을 못 한 관객들이 웅성거리던 사이, 카타나 길드원들은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급히 나섰다.
그러나 스사노오 길드원들은 예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며, 그들을 당황하게 했다.
지잉!
단체로 실드를 만든 그들은 경기장을 돔 형태의 실드 안에 가뒀다.
교주는 이 모든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로 아이템창에서 웜홀을 소환하며 말했다.
“모두 신세계로 향할 시간입니다.”
교주가 소환한 웜홀에선 몬스터와 해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놈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단체로 익사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꺄아아악!”
“사, 사람 살려!”
사람들은 혼비백산이 되었다. 관객들은 두려움에 질려 달아나기 바빴는데, 그 와중에 창랑교를 응원하기 위해 온 신자들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정신 나간 풍경에 카타나 길드원들의 대처는 점점 늦어졌고 더 큰 사고로 번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카타나 길드원들을 향해 카츠라 료가 외쳤다.
“다들 정신 차려라! 1기수는 전부 몬스터를 상대해. 2기수는 시민을 향해 스킬을 사용한 스사노오 헌터들을 체포하여 실드 생성을 막아라. 3기수는 당장 관객들을 피난시키도록!”
카츠라 료의 적절한 명령에 길드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머리싸움은 카타나보다 스사노오가 한 수 위였던 건지, 교주는 카츠라 료가 명령을 내리자마자 다음 작전을 수행했다.
녀석이 또 한 번 하늘 위로 총을 발포했고, 그것을 신호탄으로 관객석에 있던 헌터들이 일어나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공격하는 대상은, 나였다.
***
『유영스, 유영스! 괜찮아요? 제기랄, 카메라 통신이 끊겨버렸어요…!』
기민재의 다급한 물음에도 나는 답할 틈이 없었다.
비무 대회라 구경 온 헌터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전부 창랑교와 한통속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를 향해 쏟아져 내리는 공격을 피하거나 쳐내면서 나는 빠르게 경기장으로 향했다.
여러 개의 웜홀에서 쏟아져나오는 물 때문에 경기장은 이미 사람의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익사하고 만다.
제정신이 아닌 것도 정도가 있는데, 교주는 정신머리를 황천길에 두고 온 새끼인 것 같았다.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유영, 괜찮은가!”
카츠라 료는 물속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며 내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스킬을 발동해 검에서 용처럼 솟아오르는 불꽃을 만들어 냈고, 몬스터는 그의 불꽃에 순식간에 타올랐다.
카츠라 료의 주변은 일시적으로 물이 증발하기까지 했지만, 그가 증발시키는 물보다 쏟아져 나오는 물의 양이 월등히 많았다.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고, 몬스터 처치를 우선으로 해주세요!”
나는 답하면서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두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화아악!
순식간에 내게서 터져 나온 붉은 아지랑이가 주위의 물을 빠르게 증발시켰다.
스킬을 융화한 만큼 그 위력은 여느 때보다 더 강했다.
교주가 소환한 몬스터들은 전부 물속에서 강해지는 놈들이다. 열기 앞에서는 위력을 낼 수 없었다.
나는 주먹에 열풍을 실어, 1기수 헌터들이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의 머리를 뚫어 빠르게 잿가루로 만들었다.
이것으로 1기수 헌터들도 관객들 대피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카츠라 길드장님께 맡기겠습니다.”
“알겠다!”
그 말과 함께 나는 곧장 교주에게로 향했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르는 상황이라 움직이기 어려웠으나, 열풍을 사용하고 있는 내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주위의 물을 전부 말려버리고 있었으니까.
교주는 다가오는 나를 보며 도망갈 생각도 없는 듯, 태연하게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이유영 길드장.”
나는 떨어진 샛별을 소환해 녀석에게 겨누며 말했다.
“한가하게 인사 나눌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딴 짓을 벌인 겁니까? 제게 당신을 기절시키는 건 일도 아닙니다. 상황도 금방 정리될 거고요.”
“그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교주는 손을 꿈틀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미즈히메 님께 사과드릴 마음이 생겼습니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 상황에서도 미즈히메를 찾고 있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전혀요.”
“유감이군요. 하지만 핏빛 계곡에 투신한다면, 당신도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개소리라고 넘기기엔, 녀석이 말한 ‘핏빛 계곡’은 내가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내가 일본에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의문을 품던 그 순간, 교주가 몸을 축 늘어트리며 귀신에 씐 사람처럼 관절을 꺾고 뒤틀었다.
곧 눈을 뜬 녀석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거의 다 왔어.』
교주가 말하고 있었지만, 이건 분명 교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지막 3재해의 목소리다.
“너 이 새끼…!”
내가 곧장 녀석을 붙잡자마자, 교주의 등 뒤에서 커다란 게이트가 발생했다.
웜홀과는 비교되지 않는 크기의 던전 게이트가 생겨나며 블랙홀처럼 공간을 찢기 시작했다.
생성된 게이트는 신이 어리석은 인간들을 정리하기 위해 대홍수를 일으키는 것처럼 대량의 물을 쏟아부었다.
『분명 네 마음에 들 거야.』
녀석은 그 말과 함께 나를 게이트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는 녀석의 옆구리에 떨어진 샛별을 찔러 넣었지만, 교주는 피를 흘리면서도 조금도 힘을 풀지 않았다.
나 역시 마지막 3재해를 놓칠 생각이 없었기에 녀석의 머리채를 꽉 쥐며 게이트 안에 자진해서 입수했다.
그렇게 게이트를 넘으려던 순간.
나는 저 멀리서 부드럽게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오는 인어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