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7
27화. 반짝이는 것 (2)
나는 박종훈과 헤어진 후, 곧바로 수호 길드에 전화를 걸었다.
대형 길드는 검색하면 회사 번호가 바로 뜨기 때문에 전화를 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네, 언제나 당신을 지키는 수호 길드입니다.』
“예, 수호 길드의 안수연 헌터를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수연 헌터님에겐 어떤 용건이실까요?』
“헌터 협회 박종훈이 보낸 사람이라고 전달하면 아실 겁니다.”
『…협회 말씀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헌터 협회의 이름이 나오자 전화를 받은 상담원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역시 공권력.
『전화 거신 분 성함이랑 소속이 어떻게 되실까요?』
“이름은 이유영이고요, 소속은….”
여기서 이유영 길드라고 하면 왠지 장난 전화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건 곤란하다.
“…협회 협력 길드라고만 전달 부탁드립니다.”
안수연이 이유영 길드를 알 리 없지만, 중요한 건 박종훈이 누군가를 보냈다는 부분이다.
만약 이 정도 정보에도 내게 연락을 취해온다면, 나한테 도움이 될 정보가 많다는 뜻이겠지.
나는 상담원에게서 안수연 헌터한테 전달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난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렇게 1시간 뒤.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안수연입니다. 수호 길드 앞 달콤 카페에서 3시 30분에 만났으면 합니다.』
역시. 다짜고짜 만나자는 걸 보면 이쪽도 난해한 실종 사건으로 꽤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침 남는 시간 동안 집에 와서 씻고 나갈 준비를 끝낸 참이다.
안수연이 메시지로 보낸 카페의 위치를 보니, 여기서 지하철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대형 길드의 그 유명한 힐러 ‘안수연’이니까 상호 간에 별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미리 가서 염탐이라도 해둘까.
***
달콤 카페. 수호 길드 근처에 있는 개인 카페다.
나는 정확히 오후 3시에 들어가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안을 둘러보니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뿐, 평범한 개인 카페로 보였다. 수호 길드 측에서 헌터 협회를 들먹인 나를 감시하려는 것 같진 않다.
사실 오기 전까진 안수연은 이미 몬스터에게 당했고, 몬스터가 날 유인해 내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테이블에 올려둔 채 유리창으로 밖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안수연이 오면 바로 포착할 수 있도록.
‘안수연…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인데.’
사실 난 안수연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다.
나를 빼고 우리나라에 둘밖에 없는 힐러 중 하나인데도 잘 모른다.
안수연은 회귀 전에 허무하게 죽었기 때문이다.
안수연은 사람에게 의수를 달아주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만 들으면 힐러보단 기술자에 가까워 보이지만, 안수연에게 새 신체를 받아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녀는 ‘힐러’라고 얘기했다.
신체 결손이 많이 일어나는 헌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헌터들이 안수연을 찾곤 했다.
그런 안수연의 죽음은 헌터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더는 잃어버린 신체를 복구해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심지어 안수연의 죽음은 견고하게 길드 서열 2위를 지켜왔던 수호 길드가 잠시나마 흔들리게 했다.
물론, 수호 길드장은 수호 길드가 추락하게 만들진 않았지만, 잠깐이라도 흔들렸다는 것은 안수연이 수호 길드 내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하게 했다.
‘길드장도 꽤 힘들어 보였지.’
수호 길드장인 정하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방어계 헌터로, 구지상만큼이나 오류를 죽이는 데 필요한 인물이다.
만약 이번 생에서 안수연이 죽지 않게 한다면, 수호 길드장이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고 좀 더 잘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안수연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둬서 나쁠 건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힐러’니까.
때마침, 유리창 너머로 안수연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유명한 헌터들은 구지상처럼 적극적으로 화보나 광고를 찍는데, 안수연은 그런 타입이 아닌 것 같았다.
검색해서 기사를 통해 최근 모습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범한 야상 코트에 머리를 위로 질끈 묶은 깔끔한 인상의 여자가 노트북과 파일을 든 채로 카페에 들어왔다.
시간은 3시 25분.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오는 성격인 듯하다.
안수연은 앉아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 나를 보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유영 씨죠? 안수연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수연 씨.”
“저도 마실 것 좀 주문하고 올게요.”
안수연은 음료를 주문하러 가면서 카페 사장과 친근하게 인사했다.
하는 얘길 들어보니 손님이 없는 이유는 안수연이 부탁해서인 것 같았다.
“고마워요, 사장님. 다음에 우리 길드 사람들 데리고 와서 매출 잔뜩 올려드릴게.”
“그래야지. 내가 테이크아웃만 받는다고 매정하게 내쫓은 손님이 열은 된다?”
“알았어요, 내가 단골 열 명은 넘게 만들어드리면 되지? 아무튼,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케이크도 아무거나 두 조각 주고.”
“알았어. 가서 앉아있어. 손님분이 너보다 30분이나 일찍 오셨어.”
그 말에 뒤에서 안수연이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안수연은 노트북과 서류 파일을 테이블에 내려놓곤,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일찍 오실 줄 몰랐네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 이유영 씨는 어느 길드 사람이에요?”
“헌터 협회랑 협력하는 길드라고만 말해두겠습니다.”
“신비주의가 컨셉이면 그렇게 해요. 박종훈 협회원님한테 연락해봤는데, 이유영 헌터님한테 믿고 맡기라고 확인받고 왔거든요. 이 사건 담당하신다면서요?”
“그랬습니까. 근데 이 사건이면 어떤 사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 사람, 꽤 자연스럽게 나한테서 정보를 캐내는 화법을 쓰고 있다.
이건 나도 자주 써먹는 수법이라, 쉽게 당하진 않는다.
안수연은 간 보는 걸 포기했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실종 사건이죠. 그것 때문에 저 찾아오셨잖아요.”
“우선은 그런 거로 해두죠.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실종자들이 어디에서 실종됐는지, 공통점이나 특징이 있는지 알고 싶은데.”
“좋아요, 저도 서론 긴 건 싫어하거든요. 우선 이 서류부터 읽어보실래요? 실종자들에 대해 조사한 자료예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안수연이 들고 온 ‘실종자 프로필’ 서류를 펼쳤다.
안에는 총 8명의 사람에 대한 인적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름, 거처, 소속 길드, 능력, 종합 능력치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었으며, 밑에 칸에는 실종자들이 공략했던 던전 목록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공략한 던전에 빨간 동그라미가 처져 있었다.
“제가 동그라미 쳐둔 부분 확인하셨죠? 저는 그 마지막 던전들이 신경 쓰여요.”
“이유라도 있습니까?”
“네. 이걸 봐주세요.”
안수연은 가져온 노트북을 켜서 8장의 서울 지도를 보여줬다.
각각의 지도에는 실종자들이 마지막 던전을 공략한 후의 이동 루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루트가 어딘가 눈에 익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지도의 투명도를 낮춰 하나로 합치니, 화신이 보여줬던 지도처럼 서울 북쪽이 거의 다 붉게 물들었다.
그렇다는 건, 이 야생의 몬스터는 실종자들이 마지막 던전을 공략한 직후 그들과 똑같이 움직였다는 게 된다.
안수연은 내가 하는 짓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도는 왜 합쳐보는 거예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거예요. 그 사람들은 전부 던전을 공략한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라졌어요. 그것도 감쪽같이.”
나는 안수연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실종자들이 마지막으로 다녀온 던전을 다시 확인했다.
그들은 2명, 3명, 3명씩 같은 던전을 다녀왔었다.
그런데 그 던전의 이름이 익숙했다.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세 개의 던전이지만, 내 눈에는 던전들의 공통점이 보였다.
안수연은 내가 보던 파일을 가져가더니 종이 두 장을 빼내, 내 앞에 나란히 펼쳐두었다.
“이 두 사람, 나랑 같이 던전 공략했어요. 그리고 실종됐고. 아무도 수사를 안 해줘서 나 혼자서 애 좀 먹었는데, 비슷한 사례가 또 있더라고요? 심지어 세 명씩, 두 팀이나.”
“그 말은 한 던전에서 세 명씩은 실종되어야 했다는 말로 들리네요. 원래는 안수연 씨도 실종돼야 했습니까?”
내가 직설적으로 물어보자 안수연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 점을 알아야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어서, 대답을 종용하고자 몇 마디 더 던졌다.
“보니까 한 던전에 10명은 들어갔는데 세 명만 실종됐습니다. 거기다 실종자들은 전부 C급 이상의 헌터들이고. 보아하니 공략 공헌도가 높은 사람이 실종된 것 같은데. 안수연 씨도 실종됐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수호 길드 소속에, 종합 능력치도 B급이면 안수연 씨도 공략 공헌도가 꽤 높았을 것 같은데요.”
“이유영 씨, 안 그렇게 생겨서 엄청 예리하네요?”
“네. 그런 소리 자주 듣습니다.”
“그래요? 아무튼, 공략 공헌도가 높은 사람이 실종된 건 맞는데, 정확히는 어떤 ‘보상템’을 얻은 사람들이 실종됐어요.”
안수연은 아이템창을 열어 아이템 하나를 소환했다.
불길한 빛이 일렁거리는 푸른 보석이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걸로 감싸져 있었다.
“이 아이템 이름이 ‘저주받은 사파이어’예요. 그리고 저와 함께 던전에 들어갔던 실종자들은 각각 ‘저주받은 토파즈’와 ‘저주받은 루비’를 얻었고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확신할 수 있었다.
실종자들이 어째서 실종되었는지. 그리고 이 사태의 원흉이 어떤 몬스터인지.
지금은 우선 안수연의 설명을 기다렸다.
“저도 실종돼야 했냐고 물으셨죠? 전 맞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처럼 저주받은 보상템을 얻었으니까요. 느낌이 이상해서 아이템 효과를 무효화시키는 아이템을 써놨는데, 그래서 무사한 거 아닌가 싶네요.”
“이 투명한 구체 말이죠. 꽤 희귀한 아이템으로 아는데.”
“맞아요. 던전에서 드물게 나오는 아이템이다 보니 우리 길드에도 몇 개 없어요. 웬만한 대형 길드가 아니고서야 구하기 어려운 편이죠.”
“그러니까 안수연 헌터의 말은, 이 아이템을 보호해둔 게 당신뿐이어서 당신만 납치되지 않았다는 겁니까?”
“네. 같이 공략한 헌터 중 저주받은 보석을 얻은 사람들만 그날 이후로 사라졌어요. 그분들은 저처럼 무효화 아이템 쓰지 못했을 거예요.”
저주받은 사파이어. 이 아이템은 이름 그대로 정말 저주받은 아이템이다.
수집을 좋아하는 ‘탐욕’스러운 몬스터를 불러내는 데 쓰이는 아이템이니까.
그러니 이 녀석을 불러내려면 안수연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지만 안수연이 나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안수연의 표정을 확인하며 일부러 싸가지 없게 물었다.
“나머지 실종자까지 다 찾는 건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조사한 동기가 뭡니까? 나만 아이템 써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이 사람 말 참 안 예쁘게 하네. 사람이 사라졌는데 당연히 누군가는 나서서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당연한 겁니까? 그럼 협회랑 경찰은 왜 당연한 일도 안 한답니까?”
“이봐요.”
안수연이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나랑 실종자 찾으려고 온 거 아니었어요?”
“그저 안수연 씨가 가족도 뭣도 아닌 실종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궁금한 겁니다. 왜 이렇게까지 했어요?”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싸가지 없는 질문이었다.
안수연은 씩씩대면서 소리쳤다.
“이유영 헌터, 그게 당신한테 그렇게 중요해요? 난 힐러고, 그 전에 헌터고, 그 전에 사람이라서,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하는 거예요! 사람이 사람을 걱정하고 구하는데 왜 자꾸 이유를 찾아요?”
이 대답을 듣고 나니, 왜 수호 길드장이 안수연 없어지고 힘들어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안수연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안수연에게 아이템과 서류를 돌려주며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안수연 헌터가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물어본 거니까 화 푸세요. 경찰도, 협회도 안 해주는 일을 같이 도맡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신이 필요해서요.”
“그거 지금 날 떠봤다는 건가요?”
“……안수연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은 얻었습니다.”
안수연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침묵이 길어지기 전에 안수연이 제일 궁금해할 화제를 꺼냈다.
“그래서 안수연 씨는 이 사건의 원흉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말 돌리는 것 좀 봐. 글쎄요. 사실 범인이 어떻게 헌터를 여덟 명이나 납치했는지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아요. 확인해본 CCTV 모두 멀쩡히 걷던 사람이 돌연 마법처럼 사라졌거든요.”
나는 안수연의 표정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안수연 본인의 말속에 정답이 있었다.
“이 사태의 원흉이 사람일 것 같습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건 또 무슨 의도로 묻는 거예요?”
“안수연 씨가 말했잖습니까,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고.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려고 하니까 안 떠오르는 겁니다.”
안수연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뭔 개소리를 하는 거지, 라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럼 이유영 씨는 범인이 뭐라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범인’이 아닙니다. 이 사태의 원흉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왜 경찰도, 협회원도 아닌, 몬스터를 잡는 ‘헌터’가 실종 사건을 돕겠다며 왔는지, 안수연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실종 사건의 원흉은 몬스터입니다.”
7대죄 중, 내가 ‘탐욕’으로 분류한 몬스터. 이름은 수집가 크로우.
그 녀석이 이 실종 사건의 원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