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잊혀진 왕국 (3)
린은 야마타노오로치를 조종해 왕국을 부수러 갔고, 나는 화신과 함께 성의 지하로 향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성의 지하에는 고서적을 보관해 둔 서고가 있다.
왕국의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데 그곳만큼 적합한 곳은 없을 것이다.
지하의 복도 끝까지 걸어가자, 서고의 입구로 보이는 커다란 문짝이 보였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법 스타 리리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모습을 한 왕국의 서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서고의 목적에 충실한 공간이었다.
적당히 건조했고, 인공적인 빛이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으며, 바람이 선선하게 통했다. 책을 보관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만화 속에서 ‘리리’가 구경하던 책장 사이를 걷다 보니, 티비에서나 보던 게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게 실감 났다.
내겐 아름다운 성이나 평화로운 마을보다 이곳이 더 환상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줬다.
잠깐 서고를 구경하던 사이, 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화신이 고개만 빼꼼 내밀며 말했다.
『이유영, 즐거워 보이네요.』
“착각이야.”
나는 대충 대꾸하면서 책 하나를 집어서 펼쳐봤다.
책 안에는 마법 스타 리리의 왕국 ‘아틀란티스’ 설정과, 마지막 3재해 ‘해일’이 만들어 낸 바다의 왕국의 설정이 혼합되어 적혀 있었다.
이 서고에 있는 책들을 전부 읽으면 바다의 왕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책 한 권을 또 꺼내 들자, 화신이 말했다.
『이유영, 이곳에서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게 흘러요. 서두르는 게 좋아요.』
“이건 서둘러봤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너도 알잖아.”
조급해봤자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해일은 나를 여기에 가두고서 내 정신을 야금야금 좀먹으려 하고 있다.
그러니 왕국이 부서지든 말든, 린이 상태이상 ‘숭배’에서 풀렸든 말든, 내게 화신을 던져주고 홀연히 사라졌겠지.
해일은 내 스킬을 똑같이 따라서 쓸 수 있는 녀석이다. 내가 녀석을 이기는 방법은 녀석보다 더 스킬을 잘 쓰는 것밖에 없다.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각성자의 힘의 원천인 ‘정신에너지’를 확장하는 것이고, 마음을 조급하게 가질수록 성장이 더뎌지고 만다.
지금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
모순되게도 여유를 가져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화신에게 물었다.
“분화가 나한테 시스템의 진실을 알려줬을 때, 시스템은 ‘정신에너지는 창작을 통해 극화된다’라고 말했거든. 이거 사실이야?”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유영은 예술에 재능이 없으니까, 시스템은 일기를 쓸 수 있도록 일기장을 만들어줬죠. 시스템은 일기를 기록하는 것도 창작의 일종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이 녀석의 말대로 나는 예술에 재능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창작이라고는 일기를 쓰는 것 정도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정신에너지를 확장하는 빠른 방법 역시 일기를 쓰는 것이다.
다만 일기보다는 ‘기록’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법 스타 리리의 설정상, 이 서고에 아틀란티스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서고가 결국 이 세계를 이루는 근본이라는 말이다.
시스템은 이야기의 힘을 이용해 던전을 만들어 낸다. 그만큼 이야기는 새로운 세상이며,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의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나는 화신을 구할 방법이 여기에 있다고 믿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서고에 있는 책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난 내 서브 스킬을 좋아한 적이 없었어. 그런데 이제야 그 쓸모를 알 것 같네.”
모든 각성자는 메인 스킬과 서브 스킬을 하나씩 얻는다.
고주연은 메인 스킬 신념의 화살과 서브 스킬 충격파를 갖고 있고.
김신욱은 빛의 창과 합주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겐 메인 스킬 ‘생명의 의지’와 서브 스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있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는 헌터로서는 쓸모가 없는 스킬이었다.
내 생각을 자동으로 언어화하여 글자로 옮겨 적는 자동필기 스킬로,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종이에 생각을 적을 수 있었다.
솔직히 너무 쓸모없는 스킬이라 이런 스킬을 준 시스템을 원망한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선 이 스킬을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화신은 나를 쳐다보다가, 주머니에서 나와 스스로 날기 시작했다.
녀석은 둥둥 떠올라 서고의 책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화신도 도와줄게요! 시스템을 써먹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구요?』
“그럼 책 읽고 시기별로 분류 좀 해줘.”
『알겠어요!』
나는 이제부터 써 내려갈 ‘멸망한 왕국에 대한 기록’으로 이 세계를 파쇄시킬 것이다.
이 녀석이 해일이 만들어 낸 세상 속 리리가 아닌, 내 친구 화신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
한편, 비무 대회장.
린의 ‘경외’ 스킬에 당해 바다의 왕국에서 내쫓긴 교주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비무 대회장에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카츠라 료였다.
교주가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카츠라 료는 말했다.
“스사노오 길드장. 왜 혼자서 게이트를 빠져나왔지? 이유영과 아오노 린은 어떻게 한 거냐!”
교주는 눈을 끔뻑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카타나 길드원들이 늘어서 교주를 포위하고 있었고, 그들이 손에 쥔 검 끝은 교주를 향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쇠붙이의 끝이 태양 빛을 반사해 번쩍거렸다.
교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웜홀로 탈출하려 한다면 그 전에 저들에게 사지가 잘릴 것이다.
차라리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창랑교 교주로서 기꺼운 일이지만, 이들은 사지를 자른 채로 교주를 끌고 갈 게 분명했다.
감옥에 가두고 평생 창랑교의 참뜻을 실천할 수 없도록, 죽지 못하게 할 것 같았다.
교주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실패’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현실을 부정했다.
창랑신이 그를 이렇게 버릴 리가 없었다.
카츠라 료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은 아직 이유영과 미즈히메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교주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이용해야 했다.
짧은 시간에 판단을 마친 교주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창랑신의 뜻대로 제자리를 찾아갔을 뿐입니다.”
교주의 말에 카츠라 료는 열받은 듯했다. 한결같이 표정 관리를 못 하는 사람이었고, 교주는 카츠라 료를 이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잘 구워삶으면 이 상황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주가 한시름 놓으려던 때, 카츠라 료의 뒤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와 교주의 앞에 섰다.
미즈히메가 ‘아오노 린’이던 시절의 친구이자, 일본의 아이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능한 헌터 ‘야마다 미츠하’.
린의 친구로 어울릴 만한 여자라고 생각해서 친구 놀이를 하도록 내버려 뒀던 녀석이다.
하지만 속에 독을 품고 있는 영악한 여자라는 사실을, 교주는 알고 있었다.
교주는 경계하며 그녀를 쳐다봤고, 야마다 미츠하는 말했다.
“교주님, 제 스킬이 ‘독’이라는 걸 알고 계시나요?”
“하하… 독이라고 먹이겠다고 협박하는 겁니까?”
“어머, 그렇게 들렸나요?”
야마다 미츠하는 살풋 웃더니, 스킬을 발동해 손톱의 날을 날카롭게 세웠다.
역시 협박을 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저 손톱에 스치기만 해도 야마다 미츠하의 독에 당하고 말 것이다. 교주가 뒷걸음질을 치려던 때, 야마다 미츠하가 교주가 입고 있던 수의의 끝자락을 발로 콱 밟으며 말했다.
“저는 오래전부터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요. 이건 협박이 아니에요, 사실이거든요.”
야마다 미츠하의 살벌한 말에 교주는 당황했으나, 그보다 카츠라 료를 비롯한 카타나 길드원들이 더 당황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교주는 야마다 미츠하가 교주를 속이기 위해 연극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린이랑 비슷한 또래의 어린 여자애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게, 교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교주는 엄연히 카츠라 료의 혈연이었고, 족보상으로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다.
쉽게 죽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교주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야마다 양은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는 게 좋겠습니다. 린과 친구를 하기엔 격이 떨어지는군요.”
“어머, 제가 화내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진짜 화를 내는 게 뭔지 보여드릴까요?”
야마다 미츠하는 누군가 말릴 틈도 없이 교주에게 다가가, 교주의 목을 붙잡고 졸랐다.
카츠라 료가 야마다 미츠하를 말리려고 했지만, 그 전에 야마다 미츠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 등신 같은 새끼야, 네가 그러고도 린의 아버지야?! XX, 너는 진짜 이유영한테 감사해야 해, 걔 아니었으면 내가 진작에 죽여버렸을걸?!”
야마다 미츠하의 폭언에 주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일본의 아이돌이자 모두의 첫사랑인 야마다 미츠하가, 폭언을 쏟아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풍경에 모두가 당황해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야마다 미츠하는 교주의 목을 더 강하게 조르며 목가에 손톱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교주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속닥거렸다.
“격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교주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밑바닥일걸요?”
놀란 교주는 당장 야마다 미츠하를 발로 차서 떨어트렸다.
야마다 미츠하는 얕게 비명을 지르며 엎어졌고, 카타나 길드원들은 놀라서 그녀에게 달려갔다.
교주는 빠르게 목가를 쥐었다. 야마다 미츠하가 주입한 액체가 혈관 사이로 퍼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벌레가 꿈틀거리듯이 혈관을 기어 다니는 느낌. 독극물을 주입한 게 틀림없었다.
이 미친 여자가 진짜로 교주에게 독을 찔러 넣은 것이다.
교주는 이를 악물며 야마다 미츠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전에 날카로운 검날이 교주를 막아 세웠고, 교주는 야마다 미츠하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감히 그를 막아 세운 검의 주인은 카츠라 료였다.
카츠라 료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와중에 미츠하에게 복수를 하려 하다니,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군. 더는 미룰 것도 없겠어. 카타나 길드장의 권한으로 스사노오 길드장, 당신을 체포하겠다!”
“나를 교주라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요, 카타나 길드장!”
“난 너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아! 내가 널 교주라고 불러줄 일 따윈 절대 없을 거다!”
카츠라 료가 교주를 막아 세운 사이, 카타나 길드원들은 교주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포박했다.
교주는 그 와중에도 야마다 미츠하를 노려봤다.
야마다 미츠하는 살풋 웃으며 카타나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교주님이 이제 전부 말해주실 거예요. 만약을 대비해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게 좋겠어요. 창랑교의 교리 때문에 교주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실지도 몰라요.”
저 말은 교주에게 자백제를 투여했다는 말이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으나, 교주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졌고 그는 카타나 길드원에게 끌려가야만 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입에 천을 물고 있어서 해석하기 어려운 웅얼거림을 지껄이는 와중에도, 야마다 미츠하를 노려봤다.
야마다 미츠하는 그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