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이유영의 행방불명 (2)
이유영이 실종된 지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세상에서 이유영이 사라진 사건은 반년의 세월 동안 서서히 묻혀 갔으나, 대한민국 내에서는 아니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기민쓰의 너튜브 생방송에 찍혔던, 던전 게이트에 억지로 끌려 들어가던 모습이다.
한국을 대표하던 헌터가 사라졌으니, 반년 내내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이유 길드에 끊임없이 입장을 요구하며, 이유영의 생사를 단정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유 길드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고, 답답해하는 사람들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기자와 방송사는 허락 없이 이유 길드를 찾아갔다.
그러나 딱 정문 앞까지만 찾아갈 수 있었다.
“크르릉….”
정문 철창 너머에는 철창보다 더 큰 백호 한 마리가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2U♡’라는 글자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누구든 몬스터라고 생각해 신고했을 만큼 무서운 존재였다.
족히 3m는 넘는 거대한 흰 호랑이.
이유 길드의 마스코트이자 귀여운 아기 백호 마수인 ‘호두’.
호두는 이유 길드의 경비원으로서 충실히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항상 호두의 모습만을 찍거나, 호두의 심기에 거슬리는 짓을 해서 쫓겨나곤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헌터 협회의 김상엽 팀장과 박종훈 협회원은 살짝 감탄했다.
“이거 뭐, 협회에서 도와줄 필요도 없다니까요.”
“도와준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 우리가 두둔해서 이유 길드를 보호하는 건, 이유영 길드장님도 바라시지 않을 거다.”
“그것도 그래요. 아, 유영이 형 언제 돌아오나. 보고 싶네.”
“얼른 들어가기나 해.”
방금까지 사람을 내쫓던 호두는 김상엽과 박종훈이 다가오자, 순한 얼굴로 갸르릉거렸다.
그저 쓰다듬어달라며 거대한 몸집으로 애교를 피울 뿐이었다.
박종훈은 복슬복슬한 흰털로 덮인 호두의 다리라도 마구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구 우리 호두 형아 보고 싶었어요?”
“박종훈 협회원, 협회원으로서 품위를 지키도록 해.”
“이렇게 귀여운 호랑이를 쓰다듬을 기회를 외면하라고요? 하지만, 알겠습니다!”
원칙대로 움직이는 김상엽에게 MZ 사원 박종훈은 참 어려운 존재였다.
다만 적당히 잔소리하면 곧잘 따라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김상엽은 박종훈 한정 잔소리 기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박종훈은 지금도 이유 길드의 문을 곧장 열어젖히는 패기를 보이는 중이었다.
길드 안으로 들어가자, 미래에서 온 것 같은 최첨단 로봇이 두 사람을 반겨줬다.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신식 기계였다.
로봇은 김상엽과 박종훈을 검사하듯 위아래로 훑은 뒤 말했다.
『환영합니다. 현재 이유 길드에 계신 소속 헌터는 신윤현 헌터님뿐입니다. 지하 공방으로 향하시겠습니까?』
“그래, 부탁하지.”
참 똑똑한 로봇이었다.
처음 김상엽이 이유 길드에 왔을 때는 길드에 온 목적과 이유영과의 친분을 낱낱이 캐물었는데, 한 번 정보를 등록한 이후에는 친절하게 대해줬다.
일을 잘해서 협회에도 여러 대 가져다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였다.
이 최첨단 로봇이 본래 청소용 로봇이라는 것을 김상엽이 알 방법은 없었다.
로봇은 두 사람을 지하 공방으로 안내해 줬다.
지하 공방에는 이유 길드의 힐러 신윤현과 사무장 윤지석이 있었다.
윤지석은 두 사람을 보고 먼저 아는 체 해왔다.
“협회 분들 또 오셨네요! 오늘도 후원금 전해주러 오셨나?”
넉살 좋게 말을 붙여 오는 게 이유영이랑은 다른 타입의 친절한 사람이었다.
전에 왔을 때는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원래 쾌활한 사람인 것처럼 밝았다.
김상엽은 두 사람에게 간단히 인사하며 말했다.
“고생 많으십니다. 오늘은 협회장님 부탁과 부협회장님 부탁을 구두로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협회장님과 부협회장님, 말입니까…?”
김상엽의 말에 답한 사람은 신윤현이었다.
신윤현은 공방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에게 연구 결과로 보이는 서류를 전달하던 중이었다.
다행히 막 바쁜 일이 끝난 듯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이곳 공방은, 더 이상 공방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을 만큼 거대한 공장처럼 커져 있었다.
일하는 사람도 제법 많았고, 체계적으로 굴러가는 현장이었다.
확고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서 신윤현도 ‘숭배’에 대항하는 포션을 세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때 강남 길드의 노예처럼 일하던 안타까운 힐러는 이만큼이나 영향력 있는 헌터로 성장해 있었다.
김상엽은 신윤현에게 서류 봉투를 하나 건네주며 말했다.
“부협회장님께서 전달하라고 하신 서류입니다. 신윤현 헌터님께서 협회에 판매의 형태로 제공해 주셨으면 하는 포션들이 적혀 있습니다.”
신윤현은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찬찬히 읽었다.
그리고 눈이 동그래지며 놀란 듯 물었다.
“회복 포션의 수량이… 1,000단위네요…. 어디에 쓰려는 겁니까…?”
“어디에 쓰일지에 관해, 협회장님께서 전달을 부탁한 사안과 연관 지어 설명하겠습니다.”
김상엽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 뒤에서 그의 말을 들으며 대기하고 있던 박종훈도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만큼 무거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김상엽은 말했다.
“현재 에덴에선 유력 길드과 합동 훈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헌터 협회에서는 에덴의 초청을 반대하고, 국내에서 헌터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유력 길드들은 협회장님 주도하에 합동 훈련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이유 길드 분들 역시 참여 대상입니다.”
“합동… 훈련, 말입니까….”
신윤현은 이게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 금방 눈치챈 것 같았다.
그는 들고 있던 서류를 움켜쥐며 얘기했다.
“S급 던전이 등장했던 때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치려는 모양입니다….”
김상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 한국의 3대 길드를 포함한 대부분의 길드에 소집 안내 문자가 갔을 것이다.
다만 이유 길드에는 길드장도 부길드장도 없어서, 이렇게 구두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다.
이유 길드 헌터들은 한 명 한 명이 중소형 길드 몇 개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전력이다.
이번 훈련 때 반드시 참여해 줘야 하는 인재들이었다.
이유영이 없으니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전하고, 부담을 잔뜩 심어주라는 게 협회장이 김상엽에게 내린 명령이었다.
김상엽은 그 명령을 잠시 머리에서 지우며 말했다.
“이유 길드원분들이 현재 다른 길드에서 지내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가능하시다면 소집에 참여해 달라는 얘기를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길드원분들께는 제가 전해 두지요….”
신윤현은 심란해 보였다.
몇천 개의 포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보다 합동 훈련의 원인을 걱정하는 듯했다.
재앙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길드장은 실종 상태고, 길드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으니. 길드를 지키던 헌터로서 심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상엽은 그를 위로하듯 한마디 덧붙였다.
“재앙이 확실한 건 아닙니다. 일본의 카타나 길드에서 제공한 정보라서요. 다만 이 기회에 헌터들의 합동 훈련을 해보고 싶다는 게, 협회장님의 판단입니다.”
“그렇군요…. 협회장님도 고생이 많으십니다….”
김상엽은 협회장을 걱정해 주는 사람을 처음 봐서 신윤현의 마음씨에 감탄했다.
다행히 신윤현은 아까보다는 근심이 조금 풀어진 듯했다.
서류를 봉투 안에 넣어두며, 그는 한마디 더 했다.
“이 포션들은 재앙에 대한 전쟁에 사용될 물자인 것 같네요…. 물론 만들어야겠습니다만, 이런 일은… 준성 군에게 허락을 맡아야 해서요…. 허락을 맡고 다시 답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상태이상 해제 포션을 제조하는 것만으로도 바쁘시다는 거 압니다. 다만, 그런데도 부탁을 드려야 할 만큼 힐러의 수가 적다는 게 부협회장님의 생각입니다.”
신윤현은 힘없이 웃어 보였다.
대한민국의 대표 힐러인 이유영 길드장이 사라진 지금, 한국의 힐러는 또다시 신윤현과 안수연밖에 없게 되었다.
안수연은 외상 치료 전문가였고, 신윤현은 내상 치료 전문가다.
협회는 두 사람의 도움이 모두 필요했다.
그 사실을 그도 알고 있는 듯했다.
김상엽은 구두 전달 임무를 마치고, 두 사람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서 이유 길드를 빠져나왔다.
김상엽을 따라오던 박종훈은 아까보다 힘없이 정문을 걸어 나오며 말했다.
“원래 이유 길드에 헌터가 없긴 했지만, 신윤현 헌터님 말고는 다 다른 길드에 가버려서 휑하네요. 유영이 형이 없다고 이렇게 흩어지나.”
“말조심해. 그분들도 다 이유가 있어서 길드를 비우신 거다.”
김상엽은 이유 길드원들이 흩어진 이유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은 이유영이 일본으로 떠난 이후, 처절할 정도로 고된 싸움을 반복했다.
그 결과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해 지금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최강의 헌터가 되어 있었다.
이유영의 실종 소식에 가장 힘들어했을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싸웠다.
이유영이 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면서.
***
한편 천혜 길드.
기민재는 너튜브 채널에 빗발치는 문의를 모두 씹으면서, 한가롭게 스마트폰으로 서칭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핸드폰 화면에 문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 [한국 헌터 협회] 길드의 책임자분들께 알립니다.
해당 길드는 협회에서 주최하는 헌터 합동 훈련의 참여 대상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헌터 협회에서 발송한 문자였다.
길드장이나 부길드장에게만 오는 문자인지, 기민재의 옆에 있던 녀석의 핸드폰은 알림이 울리지 않고 조용했다.
다짜고짜 헌터 합동 훈련이라니.
다들 뜬금없다고 투덜대고 있겠지만, 기민재는 슬슬 이런 문자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에덴에서는 전세계의 유력 길드들을 찌르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얼마 전 카타나 길드에서 우리나라에 찾아왔다는 소식도 접했다.
카타나랑 협회랑 꽤 긴밀한 대화를 나눈 듯한데, 보아하니 꽤 큰 문제가 들이닥칠 예정인 것 같았다.
기민재는 이걸 희소식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옆에 있던 차가운 얼굴을 한 녀석에게 말했다.
“준성스도 이거 볼래? 내가 부길드장이라서 받은 문자 같거든.”
진준성은 말없이 기민재를 쳐다보다가,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기민재는 성격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진준성을 쳐다봤다.
진준성은 던전에서 구한 안경 아이템을 쓰고 있어서 인상도 조금 변했고, 키도 훌쩍 커서 어른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실제로 어른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게다가 이유영이 실종된 이후로 성격도 조금 변했다.
이유영이 알게 된다면, 기민재를 탓할지도 모를 만큼 차가워졌다.
기민재는 말했다.
“재앙의 중심에는 항상 유영스가 있었지. 곧 유영스가 돌아온다는 소식 아니려나?”
“제 길드장님을 재앙을 일으키는 사람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모욕적입니다.”
“에이, 유영스를 ‘폭풍의 사나이’ 같은 간지 나는 남자로 만들어주려던 건데? 안 멋있었어?”
“그런 거 길드장님은 안 바라십니다.”
진준성은 한결같이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천혜 길드와 함께 창랑교를 근절하기 위해 상당한 힘을 썼던 진준성은, 그 노력에도 이유영만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꽤 힘들어했다.
기민철과 기민재는 그런 진준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왔다.
그 덕에 진준성은 무사히 성인이 되어서 대학도 가고, 본격적으로 던전 공략도 나서는 헌터가 되었지만. 성격이 조금 괴팍해졌다.
천혜와 함께 이런저런 병기를 개발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천혜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서 진준성이 폭주하게 내버려 뒀지만. 이 사실을 이유영이 알게 되면, 기민재는 분명 그의 미움을 사게 될 것이다.
미움을 사도 좋으니 돌아오기만 해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다고, 기민재는 생각했다.
“준성스도 슬슬 길드로 돌아가야겠네.”
“그래야죠. 할 말 있으면 전화하시든가요.”
그래도 이런 말을 해주는 걸 보면 아직 다정한 진준성의 성격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진준성의 곁을 기민재의 다정한 동생이 열심히 채워준 덕이다.
다행이었다.
기민재는 햇살이 비춰 들어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여름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봄날.
어쩐지 이번만큼은 정말로 이유영이 돌아올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