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이유영의 행방불명 (3)
「 [한국 헌터 협회] 길드의 책임자분들께 알립니다.
해당 길드는 협회에서 주최하는 헌터 합동 훈련의 참여 대상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수호 길드의 부길드장, 안수연은 협회에서 보내온 문자를 읽고 있었다.
내용은 전부 안수연이 알고 있던 정보였다.
협회에 친화적인 수호 길드는 ‘헌터 합동 훈련’에 대해 미리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협회장이 수호 길드에게 정보를 넘긴 이유는 간단했다.
수호 길드는 이번 합동 훈련에서 헌터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대형 길드가 훈련에 적극적으로 따라야, 중소형 길드도 따라 하는 시늉이라도 낼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1위 길드에 가까운 수호 길드는 가장 성실하게 훈련에 임할 필요가 있었다.
안수연은 이번 훈련이 수호의 성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난 반년 동안 수호 길드는 해외 던전 브레이크에 대응하거나 재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방어계 넘버원 길드를 노리는 정하나의 목표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협회를 어떻게 설득한 건지, 던전과 몬스터 연구에 제한이 풀리며 ‘천혜 길드’가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이뤄낸 탓이다.
물론, 천혜 길드가 성장하는 건 전부 이유 길드 덕분이었다.
이유 길드와 동맹을 맺고 폭풍 성장을 했고, 이유 길드원인 진준성이 협력해 준 덕에 다양한 성과를 이뤄낸 거니까.
순수하게 천혜 길드의 힘만으로 이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솔직히 길드장이 던전도 안 가는 길드가 제일 관심을 받는 건 조금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안수연은 헌터라면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혜 길드장은 그보단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천혜 길드에서 만들어 낸 것들은 강력한 병장기들이다. 그 무기를 사용하면 몬스터와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강력한 무기를 탐내는 수많은 이들의 비틀린 욕망 역시, 안수연은 알고 있었다.
천혜 길드장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연구를 멈추지 않는 것이 괘씸했다.
‘역시 대한민국의 1위 길드는 이유 길드가 아니면 안 돼.’
수호를 1위로 만들고 싶었지만, 안수연은 이유 길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제치고 수호가 1위에 오르는 건 꺼려질 정도였다.
이유 길드 사람들은 그간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길드장이 사라진 이후로 그 기세는 더욱 심해졌다.
세계적인 힐러이자 위인이 된 신윤현은 말할 것도 없었고.
던전 공략 성공률 100%의 전략가 진준성을 모르는 헌터는 없었다.
구지상이야, 말하기도 입 아픈 사람이고.
고주연과 김신욱은 최강으로 꼽히는 이들이 되었다. 원거리, 근거리 공격계 헌터들을 상대로 매긴 세계 랭킹에서 10위권에 들 만큼 성장했다.
그 수치는 두 사람이 혼자만의 힘으로 S급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수연은 고주연이 성장해 오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질투하거나 부러워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고주연은 노력했다.
노력은 때때로 그녀를 배신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때, 안수연의 뒤에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수호 길드원이 소리쳤다.
“게이트 열립니다!”
그 소리에 안수연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현재 힐러로서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던전 공략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번 던전 공략대는 안수연이 들어가지 않아도 반드시 공략에 성공할 구성이다.
방금까지 안수연이 생각하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까.
곧 게이트가 열리며 공략대가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전 구원, 현 본(本) 길드의 길드장 박이원을 선두로 공략대원들이 하나둘씩 게이트를 넘어 나타났다.
안수연은 공략대원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하나 같이 표정이 밝은 걸 보면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듯했고, 눈에 띄는 중상자도 보이지 않았다.
안수연은 가장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헌터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했다.
부상 하나 없는 말끔한 낯이 안수연을 바라봤다.
같은 여자여도 무심코 빠져들게 되는 고아한 얼굴이었다.
반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고주연의 미모는 여전했다. 험한 진흙탕 속을 굴러다녔음에도 빛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주연은 곧장 안수연이 있는 의료 구역으로 다가왔다.
안수연은 고주연에게 생수병을 건네며 말했다.
“고생했어요.”
짧게 고개를 끄덕이던 고주연은 생수병의 라벨을 습관처럼 확인하고 뚜껑을 돌려 땄다.
A급 던전을 다녀왔는데도 별로 지치지 않은 건지, 예의상 한 모금 마시고선 말했다.
“저한테 전할 만한 소식 있어요? 그래 보이는데.”
고주연의 물음에 안수연은 조금 당황했다.
어디 가서 표정 관리 못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고, 딱히 뭔가를 유추할 만한 대화를 하지도 않았는데. 소식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아낸 걸까.
“신기하네, 정답이에요. 아마 주연 씨도 연락을 받았을걸요?”
안수연의 예상대로라면 이유 길드에 남아있을 신윤현이 길드장 대신 소집 명령을 전달받았을 것이다.
신윤현의 성격이라면 바로 길드원들한테 그 소식을 전했을 거고.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을 꺼내든 고주연은 어울리지 않게 한참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곧 핸드폰을 도로 집어넣던 고주연이 말했다.
“가봐야겠어요.”
“지금요?”
“네. 하나한테 얘기 전해주세요.”
그래도 반년 동안 같이 지낸 정이 있는데, 즐거웠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안수연이 진부한 말이라도 꺼내려던 순간, 고주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간 고마웠어요. 당신들 덕분에 이유영 없이도 제가 중심을 잃지 않았어요.”
“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럼… 훈련 때 봐요.”
고주연이 처음 보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탓에 안수연은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다.
고주연은 살짝 웃어 보이고선 의료 구역을 벗어났다.
그 길로 박이원에게 향한 그녀는 몇 마디 짧은 인사를 남기고서 이곳을 떠났다.
박이원의 표정이 안수연과 비슷한 걸 보면, 비슷한 감사 인사를 전한 듯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녀가 왜 이유영 동료인지 알 것만 같았다.
정하나는 서운해하겠지만, 안수연은 이런 작별이 싫지 않았다.
다시 만날 거라는 확신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나오는 작별 인사였기 때문이다.
안수연은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고주연이 문자를 본 즉시 가버린 이유를 곱씹었다.
감이 좋은 고주연은 안수연보다 더 선명하게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합동 훈련의 목적인, 카타나 길드에서 예견한 ‘재앙’에 대해.
정말로 재앙이 들이닥친다면, 그는 돌아올 것이다.
반년이 넘도록 잘 지내고 있다는 말 한마디 해주지 않는 괘씸한 사람.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도저히 죽었을 것 같지 않은 헌터.
이유영.
그는 돌아올 것이다. 안수연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과 함께, 그 재앙을 쓰러트리러 나타날 것이다.
동맹 길드의 부길드장으로서, 그리고 그의 친구로서, 안수연은 이유영을 믿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
한편 부산 길드.
김신욱은 길드장 노진수에게 이끌려 부산 길드에 찾아온 손님과 대면하고 있었다.
그가 마주한 손님은 에덴에서 만났던 재수 없는 일본 여자.
이름은 제대로 기억 안 나고, ‘무슨 야마’였던 것만 떠올랐다.
김신욱은 무슨 야마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중이었다.
응접실에 들어오며 김신욱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녀석은, 지금 필사적으로 김신욱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눈꼴시게 카타나 길드장에게 꼭 붙은 채로 말이다.
이 여자는 분명 이유영을 죽이려고 한 만성 길드의 스파이다.
왜 부산 길드에 찾아왔는지는 몰라도 당장 내쫓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김신욱이 무슨 야마를 계속 노려보던 때, 카타나 길드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카타나 길드는 그대들에게 한국의 바다를 지켜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다짜고짜 터져 나온 본론에, 김신욱은 무슨 야마를 노려보는 것을 관두고 그를 쳐다봤다.
노진수 앞에서 이따위로 앞뒤 다 자르고 말하는 인간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외국 사람이라 해도, 이따위로 말하면 꼰대 같은 노진수의 심기를 더럽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진수는 꼰대 할아범처럼 앉아서 카타나 길드장을 고깝게 쳐다봤다.
한참 도깨비처럼 카타나 길드장을 노려보던 그는 말했다.
“어른 공경은 비행기에 두고 내렸나, 카타나 길드장? 내 앞에서 예의를 밥 말아 먹은 놈처럼 구는 건 아들자식 빼고는 또 처음이군.”
“어,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예의도 갖췄다…!”
“허, 이딴 게 일본의 대표 길드가 생각하는 예의라면 실망스럽구먼. 썩 꺼져라, 꼴도 보기 싫으니.”
왕꼰대도 이런 왕꼰대가 없었다.
김신욱은 진짜 큰 한숨을 쉬었다. 그냥, 이 인간이 외국 길드와 교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우병삼 아저씨가 와서 아바타처럼 말을 대신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김신욱은 노진수를 대신해 한마디 했다.
“야, 무슨 야마. 네가 말해봐. 너희 길드장이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왜 일본 사람이 한국 사람한테 한국 바다를 지키라고 해. 이게 뭔 밥버러지 같은 소리냐고. 이런 씨, 갑자기 화가 나네. 왜 왔어 니네?”
김신욱의 그라데이션 분노에 카타나 길드의 두 사람은 더욱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무슨 야마는 인생에서 제일 큰 고난에 봉착한 사람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자, 잠깐. 오해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제발 다시 설명할 기회를 주세요.”
“빨리 설명해.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인 거 몰라?”
김신욱은 좀처럼 화가 가라앉질 않았다.
이 자식들이 제때 못 막은 탓에 한국 사람들이 공주의 물을 마셨고, 그 결과 이유영이 사라지기까지 했다.
이놈들은 현장에 있었으면서 이유영을 구하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도저히 곱게 봐줄 수가 없었다.
무슨 야마는 다행히 눈치 하나는 빠른 듯, 곧장 대답을 이어갔다.
“이유영! 이건 이유영 씨가 제게 했던 말입니다. 반드시 ‘부산 길드’에게, 한국의 바다를 지켜 달라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이유영 씨께서.”
무슨 야마는 이유영이라는 말을 크게 강조하며 말했다.
그 이름을 꺼내면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답이었다.
김신욱은 물론이고, 노진수 역시 경청하는 태도로 바뀌고 있었다.
김신욱과 노진수는 동시에 똑같이 말했다.
“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자세히 설명해.”
꼰대 같은 두 사내의 마음이 이유영이라는 이름 하나에 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