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이유영의 행방불명 (4)
에덴 길드의 사빈은 눈앞에 있는 연어 스테이크를 보고 있었다.
새까맣게 탄 연어 스테이크는 알 수 없는 양념이 덕지덕지 발린 채, 사빈이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데즈다 카플란, 나쟈가 만들어 준 음식이었다.
훈련하는 사빈과 구지상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준다더니, 이런 걸 주고 갔다.
강도 높은 훈련이 끝난 직후라 배고팠음에도 이걸 먹어야 한다는 게 한숨이 나왔다.
사빈은 맞은 편에 앉은 구지상을 흘끔 보며 말했다.
“왜 음식을 앞에 두고 딴청이지?”
구지상은 아까부터 핸드폰만 만지고 있었다.
저 녀석도 이 음식을 먹기 싫어서 외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구지상은 사빈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서둘러 핸드폰을 집어넣으면서 답했다.
“아, 죄송해요! 협회랑 길드원한테 문자가 와서요.”
이 끔찍한 요리를 먹고 싶지 않아서 딴청을 피우는 줄 알았더니. 진짜로 중요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구지상은 파스타로 추정되는 토마토 탕을 보며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덜어갔다.
사빈은 타버린 연어 스테이크를 반 토막 잘라 자신의 접시 위에 덜며 말했다.
“협회면, 합동 훈련 관련된 건가?”
“네, 저를 이유 길드 부길드장이라 생각해서 문자를 보낸 것 같아요.”
구지상은 파스타를 스푼으로 뜨면서 심란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사빈은 연어 스테이크를 입에 밀어 넣으며 구지상을 쳐다봤다.
연어 스테이크에 대체 무슨 양념을 바른 건지, 라임즙과 사워크림, 시나몬 가루가 섞인 기묘한 맛이 났다.
사빈은 물로 입을 헹군 뒤 말했다.
“돌아가, 길드장님이 말리기 전에.”
사빈의 말에 구지상은 억지로 입에 넣으려던 스푼을 다시 내려놨다.
단순히 먹기 싫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말을 들어서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사빈은 포크로 연어 스테이크를 잘게 쪼개면서 말했다.
“에덴에 들어온 건 네 마음대로였지만 나가는 건 아니야. 그런 곳이야, 에덴은. 이유영이 돌아와야 널 돌려보내 주실 거다.”
“그렇죠, 돌아가겠다고 하면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매도하시겠죠, 분명….”
구지상이 말한 대로, 지금 돌아가는 건 배은망덕한 일이었다.
그간 미카엘이 심혈을 기울여 구지상을 키웠기 때문이다.
구지상을 훈련시키는 데 마르코와 나쟈, 요한과 사빈, 미카엘이 모두 참여했다.
구지상은 마르코를 상대로 대인 훈련을 했고, 나쟈를 상대로는 정신력 훈련을 했다. 요한과는 스킬 훈련을 했으며, 사빈과는 민첩을 끌어올리는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미카엘과는 전투 훈련을 했다.
고작 헌터 한 명을 키우는 데 에덴의 최고 전력들이 모두 달라붙었다.
이랬는데 한국으로 홀랑 가버리겠다고 하면, 미카엘은 분명 구지상을 매도할 것이다.
미카엘은 이유영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구지상을 이유영만큼 강한 헌터로 만들었다.
그 결과, 구지상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자연재해와 다름없는 인간이 되었다.
더는 사빈도 구지상을 이길 수 없었다.
오늘 훈련에서도 구지상에게 세 번이나 유효타를 먹었다.
순간이동 능력자인 사빈은, 유효타를 한 번이라도 먹으면 그 순간 본인의 패배라고 생각했다.
이제 사빈은 그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빈은 말했다.
“이거 네가 다 먹어. 그럼 이유 길드까지 데려다줄게.”
“우와, 제가 그런 특혜를 받아도 되는 건가요?”
구지상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음식을 하나둘씩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배은망덕이니 매도니 걱정했던 것 치고는 사양 한 번 하지 않고 있었다.
사빈은 눈앞에 있던 반 토막 남은 연어 스테이크도 그 앞으로 밀며 말했다.
“오늘 네가 날 이겼고. 어디까지나 이유영이 카린에게 해준 게 있어서 잘해주는 거니까, 착각하지 마. 난 너 안 예뻐해.”
“그럼 길드장님께 감사해야겠네요.”
구지상은 웃으면서 맛없는 요리들을 먹기 시작했다.
어째 이전보다 더 여우 같아졌다.
변하지 않은 건 저 K-POP 아이돌 같은 외모뿐이었다.
이유영이 사라진 직후, 구지상은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유영을 구하러 가야 한다면서 에덴을 나가려 했고, 그를 말리는 에덴 사람들과 맞서 싸우기까지 했다.
미카엘은 그런 구지상에게 서브 스킬을 썼다.
에덴의 간부들은 미카엘의 그 서브 스킬을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고 부른다.
미카엘과 단둘이 취조실 같은 방 안에 갇히게 되는 스킬.
미카엘은 장장 하루 동안 구지상에게 스킬을 사용해 그 안에 가둬놨다. 실제로는 1분밖에 흐르지 않지만, 그 안에서는 최대 3주의 시간이 흐를 수 있는 스킬을, 하루 동안 사용한 것이다.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날 이후 구지상은 얌전해졌다.
더는 이유영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미카엘에게 순응했고 군말 없이 미카엘의 지시에 따랐다.
전과 다르게 강해져야 한다는 갈망이 커져 있었다.
사빈은 그게 조금 안타까웠지만, 그 덕에 구지상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사빈 씨도 이유영 씨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시죠? 그래서 절 보내주시는 거고요.”
구지상의 물음에 사빈은 답하지 않았다.
이유영이 게이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창랑교주 테러 사건’이 찍힌 생방송을 봤지만, 에덴에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유영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카린마저도 이유영은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반년이나 돌아오지 않는 건 예상 밖이었지만, 이유영은 시간을 허투루 쓰는 놈이 아니다.
이번에 들이닥칠 ‘재앙’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도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빈은 이유영을 믿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구지상보다 본인이 더 이유영을 믿는 듯했다.
그저 신뢰하고 있을 뿐이다.
사빈은 확실하지 않은 것은 굳이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 않았다. 길드장님께 허락도 구하지 않고 구지상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으로도, 그 대답은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빈은 더는 말 시키지 말라는 의미로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서 씹기 시작했다.
구지상은 사빈을 보며 조금 웃는가 싶더니, 말없이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모든 그릇이 깔끔하게 비워졌을 때.
두 사람은 훈련장을 떠났다.
훈련장에 남아있는 것은 구지상이 미카엘에게 남긴 쪽지 한 장뿐이었다.
쪽지에는 배은망덕한 한마디만이 적혀 있었다.
「See you later! (나중에 봐요!)」
***
에덴, 이방인, 카타나, 한국 헌터 협회를 포함한 전 세계의 헌터들이, 다가오는 ‘재앙’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정보는 재앙이 바다에서 시작된다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헌터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던전브레이크’를 겪으면서 재앙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원치 않은 형태로 터진다는 것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
.
.
그 시각.
멸망한 바다의 왕국, 아틀란티스.
린은 이유영이 쓴 수많은 기록을 읽고 있었다.
「202x. xx. xx.
바다의 왕국, 아틀란티스.
이 왕국은 몬스터의 왕, ‘오류’의 최측근인 3재해 중 하나인 ‘해일’이 만들어 낸 곳이다.
해일은 내 메인 스킬 ‘가능성’을 사용할 수 있다. 가능성 스킬은 내가 회귀하며 생긴 스킬로, SSS급 아이템에 10만 장의 일기를 적으며 탄생한 스킬이다.
가능성 스킬에는 ‘0. 정신세계’라는 특수 스킬이 포함되어 있다. 해일은 이것을 사용해 바다의 왕국을 만들어 냈다.
이 왕국을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일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은…」
린은 이유영이 쓴 기록을 열심히 읽었지만, 대체로 이해하지 못했다.
모르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린은 포기하지 않고 이유영이 쓴 기록을 전부 읽었다.
이유영이라는 사람을 좀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벌써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석 달은 되어가고 있었다.
아마 현실 세계에서는 더 긴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린에게는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는 가족이나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것이 오히려 안락했다.
하지만 이유영은 아니었다.
그의 기록을 보면 이유영에게는 친구가 많았다.
정말 소중해 보이는 추억을 쌓은 동료들이었다.
기록을 읽다 보면 무심코 그 사람들이 부러워질 정도로 이유영은 그들을 자주 언급했다.
이유 길드원 중 한 명인 ‘진준성’. 이 아이는 이유영에게 동생 같은 존재였다.
진준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영은 항상 걱정스러운 말을 덧붙이곤 했다.
또, ‘고주연’이라는 길드원. 이 사람은 기록에 정말 자주 등장했다.
이유영은 그녀를 신뢰했고,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가끔 그녀가 했던 말을 되새기며 정신을 다잡는 이유영을 볼 수 있었다.
‘김신욱’이라는 헌터는 이유영에게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
이유영은 그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거리낌 없이 솔직한 단어를 사용했다.
이유영이 생각하는 그에 대해 읽을 때면 그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구지상’이라는 헌터도 등장했는데, 이유영은 이 사람을 조금 어려워했다.
구지상은 이유영에게 복잡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은연중에 그를 치켜세우는 듯한 문장도 볼 수 있었고, 그를 안타까워하는 듯한 이야기도 했다.
‘신윤현’이라는 헌터도 있었다. 이 사람은 이유영과 같은 힐러였다.
이유영이 생각하는 신윤현은 편안한 사람이었다.
그가 만들어 준 식사와 차 한 잔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꽤 자주 등장했다.
이유 길드에는 ‘호두’라는 마수도 있었다.
이유영이 묘사한 호두를 보면 상상만 해도 귀여운 아기 호랑이인 것 같아서, 린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모든 기록에서 제일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윤지석’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유 길드의 사무장이었는데, ‘숭배’에 당한 창랑교 신자이기도 했다.
이유영은 윤지석에게 많은 것을 떠맡겨 놓고, 정작 윤지석이 힘들 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가 숭배에 당한 것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유영은 항상 윤지석을 떠올리면서 각오를 다시 했다.
창랑교를 만든 ‘해일’을 쓰러트리고 말겠다는 다짐을 새로 했다.
이유영의 기록을 읽을 때마다 린은 이유영에게 한 발짝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영은 말수가 적은 무뚝뚝한 사람이어서 그의 솔직한 생각은 기록에서나 엿볼 수 있었다.
글 속에서는 다채로운 감정이 느껴졌지만, 정작 글을 적는 이유영은 한결같이 침착했다.
아무 생각 없는 린보다 더 평온을 유지해서 가끔은 스님처럼 느껴지곤 했다.
스님 같은 이유영은 글을 적지 않을 때는 린에게 전투를 가르쳐줬다.
야마타노오로치가 린에게 검 하나를 선물해 줬는데, 이유영은 린에게 그 검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줬다.
린은 틈틈이 야마타노오로치와 함께 검술 훈련을 했다.
미약하게나마 이유영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지금.
린은 이유영이 마지막으로 쓴 기록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창밖에는 화신과 함께 멸망한 왕국을 내려다보는 이유영이 있었다.
더는 이 왕국을 찾은 사람은 없었다.
한 달째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정말로 멸망한 왕국, ‘잊혀진 왕국’이 되고 말았다.
화신과 이유영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 왕궁으로 되돌아왔다.
이유영은 말했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영이 말하는 ‘때’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유영은 왕궁의 중앙에 트인 가장 넓은 길을 바르게 걸어서 왕좌로 향했다.
비어있는 왕좌는 이유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이유영이 왕좌에 앉았다.
그와 함께 멸망한 왕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