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대홍수 (1)
명상 중이던 카츠라 료는 눈을 떴다.
그가 있는 곳은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의 왓카나이시.
카타나 길드는 이곳에 주둔지를 지어서 일본의 헌터들과 함께 합동 훈련을 해왔다.
훈련의 목적은 바다로부터 시작되는 ‘재앙’을 저지하는 것.
하늘은 달빛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은 검은 하늘을 보며 괜스레 긴장했다.
요란 맞게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그들의 귀를 때리고 들어오는 마당에 비까지 쏟아진다면, 순식간에 물살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앞을 지키고 있던 카츠라 료는 긴장감조차 없는지 조용히 넓은 바다를 응시할 뿐이었다.
잠시 뒤, 카츠라 료는 정렬을 갖춘 채 대기하고 있던 일본의 헌터들을 바라봤다.
헌터들은 카츠라 료를, 정확히는 그의 뒤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긴장했다.
그들의 시선을 강제로 빼앗는 ‘재앙’이 수평선 너머에서 일렁거리고 있었다.
카츠라 료는 그들의 두려움조차 태워버릴 것처럼 정열적인 시선으로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마침내 모든 헌터들이 바다가 아닌, 카츠라 료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는 화염처럼 뜨겁게 외쳤다.
“모두, 출전을 준비해라!”
.
.
.
한편 독도.
부산 길드는 독도에 주둔지를 지어 바다를 감시하고 있었다.
부산 길드장 노진수는 짠 내 나는 바람 냄새를 맡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앞에서 들썩거리는 파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그때, 등대를 개조해 만든 감시탑에서 노진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빛을 켠 채로 바다를 감시하고 있던 부산의 부길드장, 우병삼의 목소리였다.
“길드장님! 방금 카타나 길드에서 수평선에서부터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의 움직임을 확인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또한 협회에서 준 게이트 센서의 반응이 다수 감지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상당수의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수호 길드장한테 연락 넣어라!”
“확인!”
재앙, ‘해일’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저 바다가 휘몰아치는 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몬스터들까지 들이닥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헌터들은 합동 훈련을 해왔다.
노진수는 곧장 군함으로 향했다.
우병삼은 그의 옆을 지키고 있던 통신병에게 수호 길드에 연락을 넣도록 지시했다.
수호 길드는 현재 동해 한복판에서 해일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통신병은 급히 수호와 연결해 우병삼에게 수화기를 넘겨줬고, 우병삼은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독도에서 연락드립니다! 카타나 길드에서 거대한 파도와 다량의 던전 브레이크를 감지했습니다. 수호 길드의 엄호 바랍니다!”
『오케이, 간다.』
수호 길드장의 시원스러운 답을 들은 우병삼은 곧바로 통신을 종료하고, 감시탑을 내려왔다.
감시탑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터에게 서둘러 헌터들을 소집해 오라고 일러둔 그는, 곧장 출전에 사용할 군함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사용할 군함은 천혜 길드가 조상의 지혜를 빌려 만든 현대 버전의 거북선이었다.
미래 기술을 훔쳐 온 수준의 최신식 군함으로, 자동 항해 시스템을 탑재하여 조타수가 따로 필요 없었다.
또한 몬스터의 위치를 감지하는 센서와 해류의 움직임을 계산해 최적의 항로를 제안하는 시스템까지 있었다.
항해사 우병삼의 수고를 덜어주는 최고의 군함이었다.
노진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군함을 개발한 천혜 길드를 못마땅해했지만, 우병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천혜가 아니었다면 이번 해전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을 것이다.
해전에서 승리하는 데 함선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
.
.
한편 우병삼이 연락을 받은 수호 길드장, 정하나.
갑판에 앉아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던 정하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조금 전 일본 최북단 해역에서 발견된 바다의 습격이 벌써 이곳에서도 보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느린 속도였으나, 한없이 거대해서 무심코 느리다는 착각이 일어날 뿐 결코 느리지 않았다.
모든 인간을 가라앉히려는 천벌처럼 거대한 파도는, 한낱 인간이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자연’에 맞서 싸울 수 없다. 인간 또한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이니, 당연한 얘기다.
허나 생명은 생존하기 위해 발악한다.
여기 갑판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정하나 역시 마찬가지다.
정하나는 메인 스킬, ‘암흑’을 발동하며 중얼거렸다.
“어디 덤빌 테면 덤벼봐.”
우물 안 개구리들은 바다만큼 넓은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하나는 개구리가 아니었고,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을 알았다.
그것은 우주다. 정하나는 자신의 ‘암흑’이 우주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최전선에서 모두를 지켜야 하는 책무를 지니는 방어계 헌터는, 재앙 앞에서도 두려워해선 안 되었다.
그런 방어계 헌터들의 리더인 정하나는, 두려워하는 법을 잊은 것처럼 스킬을 펼쳤다.
정하나의 암흑이 블랙홀처럼 해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제주도 남쪽의 해안 7광구 부근.
김신욱과 고주연은 천혜에서 지원해 준 군함 위에서 남쪽의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섬처럼 거대한 해룡 군단이 해저에서 떠오르더니, 군함보다 더 빠른 속도로 헤엄쳐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오
몬스터들의 포효가 울렸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군함이 작게 흔들릴 만큼의 큰 파동이 일어났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여유롭게 몸을 일으킨 김신욱은 고주연에게 말했다.
“누님, 여긴 맡깁니다.”
“응. 죽지 마.”
김신욱은 입꼬리를 올려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고, 건너편에 있던 군함을 향해 뛰어올랐다.
배와 배 사이에는 충돌을 방지할 정도의 거리가 있었고, 김신욱이 향한 배는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어떤 장비도 없이 뛰어넘어 가는 것은 위험함을 넘어 불가능했다.
하지만 김신욱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김신욱은 스킬 ‘빛의 창’을 발동해 빛의 발판을 만들어, 그 위에 가뿐히 올라섰다. 그가 내딛는 걸음마다 빛의 발판이 생겨서, 겉보기에 공중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김신욱의 스킬 활용력은 가히 최대치까지 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전 구원 길드이자 현 본(本) 길드의 부길드장인 이용건은 말했다.
“이야, 성스럽네요. 예수님인 줄 알겠어요.”
하지만 이용건의 생각은 딱 3초간 유지됐다.
군함을 넘어가자마자, 김신욱이 기강이 빠져 있던 헌터들에게 욕설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그들에게 무어라 얘기하더니, 거대한 ‘빛의 투창’을 뽑아내며 뱃머리 위에 올라섰다.
궁니르를 연상케 하는 투창은 던질 수나 있을지 의심될 만큼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김신욱은 가뿐하게 그 창을 쥐고선 저 멀리, 바다를 가르고 돌진하는 해룡 군단의 우두머리를 향해 던졌다.
달빛 한 점 없는 밤하늘 아래로 김신욱이 던진 빛의 창이 쏜살같이 나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해룡의 머리에 처박혔다.
쿠어어어어어!!
괴성이 울려 퍼지며 해룡 군단의 우두머리가 단숨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우어어어어어!!”
해룡의 괴성을 묻어버릴 듯한 헌터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제야 김신욱은 출전의 각오를 끝낸 근거리 공격계 헌터들을 향해 서브 스킬, ‘합주’를 발동했다.
그들은 지금부터 김신욱의 신들린 지휘 아래 최고의 전투를 보여줄 것이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고주연은, 뱃머리 위에서 조용히 활을 들어 올렸다.
칠성활은 초승달이 현현한 것처럼 크기를 키우며 시리게 빛나기 시작했다.
고주연은 활 시위를 당기면서 스킬, ‘신념의 화살’을 발동했다.
공예품처럼 아름다운 화살 여러 개가 활시위에 걸렸다.
서브 스킬 ‘퍼펙트 골드’를 발동한 고주연의 시야가 크게 트이면서, 먼 곳에 있는 몬스터들의 약점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탕!
활시위를 튕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성처럼 떨어지는 화살이 향한 곳은 해룡 군단의 최후방이었다.
해룡들은 화살을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벌렸으나, 고주연은 그 순간을 노렸던 것처럼 또 한 번 서브 스킬을 발동했다.
쾅, 콰과광!!!
서브 스킬, 충격파.
보는 사람이 넋을 잃을 정도의 대규모 폭발이 연속적으로 퍼졌다.
후방에 있던 해룡들은 처참하게 잿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순식간에 해룡 군단의 대열 하나가 전멸했다.
고주연은 자신을 지켜보고만 있는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군말 없이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우, 우어어어어어어!!!”
조금 전의 함성보다 더 크고 우렁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고주연은 어서 사격을 개시하라는 의미로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었으나, 본의 아니게 헌터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한 게 되었다.
그녀의 폭격에 감명받은 이용건은 곧바로 헌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사기가 충만해진 원거리 공격계 헌터들은 해룡 군단을 쓸어버릴 폭격을 시작했다.
고주연과 김신욱. 두 사람의 공격을 시작으로, 해전의 서막이 올랐다.
과거 경상도를 처참하게 부수고 부산 길드장 노진수가 목숨을 잃었던 해전.
그때와 달리 만반의 준비를 한 헌터들은 바다 몬스터들과 호각으로 싸우며, 육지의 사람들을 무사히 지켜내고 있었다.
***
한국 해전에서 가장 빠르게 몬스터 군단을 해치우고 있는 것은 단연 7광구 쪽.
고주연과 김신욱의 활약으로 가장 빠르게 몬스터를 학살했다.
잠시 몬스터들의 공격이 잠잠해진 사이.
김신욱은 최전선에서 후퇴하여 부상자 몇몇을 짐짝처럼 둘러메고 군함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군함에서 대기하고 있던 통신병이 다급하게 김신욱을 찾아왔다.
“김신욱 헌터님, 방금 진준성 지휘관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뭔데?”
“서해에서 머리가 여덟 개인 용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최소 SS급 몬스터로 보이며, 남해는 박이원 길드장님께서 지원을 오실 예정이니 고주연 헌터님과 김신욱 헌터님은 서해로 합류해 달라고 하십니다!”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곳의 전황이 우세한 이유는 당연히 김신욱과 고주연이 있기 때문이다.
박이원 혼자서 두 사람의 빈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머리도 좋은 놈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 이게 무슨 판단 미스인지, 김신욱은 황당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때.
김신욱의 머리 위로 갑자기 그림자가 지더니, 검은 드레이크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레이크의 뒤로 꽤 많은 수의 비행형 마수들이 떼를 지어 날아왔고, 마수들의 주인은 드레이크 위에서 우아하게도 앉아 김신욱을 내려다봤다.
그는 김신욱을 향해 말했다.
“가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이 기다리던 그이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이건 또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마수의 주인, 천혜 길드장은 수상쩍게 웃으며 백호 마수 ‘호두’를 김신욱의 곁으로 보냈다.
왜 이유 길드의 마스코트를 천헤 길드장이 데리고 있는 건지 알 길이 없던 김신욱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보아하니 천혜에서 이곳에 지원을 나온 것 같았고. 몰려오는 마수 위에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놈들이 타고 있는 걸 보면, 협회에서도 지원을 나온 듯했다.
그럼 박이원과 합세했을 때 잠깐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천혜 길드장이 말하는 ‘그이’라는 놈이 정말로 나타난다면.
서해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