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반짝이는 것 (3)
회귀 전, 이맘때쯤 서울 북부 지역에 3개의 던전이 동시에 나타났었다.
이 던전들은 몬스터의 유형도, 던전의 지형도, 기믹도 전부 달랐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던전 보상템으로 ‘저주받은’이라는 이름이 붙은 보석이 나왔다는 점이다.
보석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아이템의 설명은 전부 동일했다.
– 등급: –
「불길한 기운이 서린 보석이다.」
아이템에 아무런 효과도 없었으며, 설명도 불길하다는 문장이 전부였다.
그 당시엔 동일한 수식언이 붙은 아이템이 각기 다른 던전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아이템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게 알려진 뒤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 보석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는 동일하게 ‘저주받은’이란 이름이 붙었단 점에 주목하고 보석을 전부 모아보기로 결심한 후,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9개의 저주받은 보석을 모두 모으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모은 보석을 한자리에 모으자 보석의 불길한 기운이 빠져나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이게 바로 ‘저주받은’이라는 수식언이 붙은 이유였다. 그 불길한 기운이 만들어낸 건 바로 던전 게이트였으니까.
9개의 저주받은 보석은 숨겨져 있는 던전을 찾아내는 열쇠였고, 그 ‘저주’는 몬스터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내가 탐욕으로 분류한 몬스터, ‘수집가 크로우’다.
보석을 9개나 써야만 나타나는 번거로운 녀석이라서 일기장에 을 탐욕이라고 분류했던 것 같다.
‘이번 사태도 그 녀석이 틀림없어.’
안수연에게 얻은 정보는 전부 그놈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떤 몬스터인지 알고 나니, 왜 금돼지와 꿈달팽이와 달리 거점 없이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었다.
수집가 크로우는 9개의 보석을 모으면 힘이 더 강해지는 녀석이다.
녀석은 먼저 보석을 찾으러 다닐 테니, 거점을 만들기 전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남은 하나가 아직 안수연한테 있으니까.
“이유영 씨?”
“네, 말씀하세요.”
“왜 멍 때리고 있어요. 나한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놓고?”
“어떤 부분 말입니까?”
“범인이 몬스터라는 말이요. 혹시 장난인데 제가 유머 있게 못 넘어간 건가요?”
안수연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여기서 사파이어를 가진 안수연을 이해시키지 못하면 일이 틀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려면 이 사람이 야생의 몬스터 사태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까?”
“이유영 씨. 서울에서는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 이후로 단 한 번도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적 없어요. 그런데 몬스터가 왜 서울에, 그것도 던전 바깥에 있겠어요? 거기다 사람을 납치하는데 아무도 모를까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범인 찾는 거나 도와주세요.”
안수연은 몬스터는 범인일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뭐, 그게 원래라면 정상이니 당연한 얘기다. 안수연의 말에는 틀린 점도 딱히 없었다.
대신 나는 안수연이 잊고 있던 사실을 하나 상기시켜 줬다.
“안수연 씨. 한 3년 전쯤에 안수연 씨는 몬스터와 던전, 헌터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왜 갑자기 딴소리예요? 당연히 못 했죠.”
“그런데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아직 몬스터와 던전에는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 생기는 게 오히려 당연한 거예요. 절 믿으셔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실종된 사람들 찾고 싶은 거 아닙니까?”
안수연의 목적은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목적 역시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이다.
안수연은 내 도움을 받으려면 내 말을 수용해야만 했다.
“좋아요, 예외적인 상황이 생겼다고 치자고요. 그럼 몬스터가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어떻게 사람을 납치할 수 있는 거죠? 이것부터 설명해보세요.”
안수연의 질문은 타당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덩치가 크고,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사람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그러니 서울 한복판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람을 납치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탐욕의 상징인 ‘수집가 크로우’ 라는 녀석은 다르다.
“몬스터가 까마귀 정도의 크기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까마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집가 크로우는 몸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작게 변하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 정도로 작아질 수 있었다.
이 녀석에게도 지능이 생겼을 테니, 사람들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평범한 까마귀처럼 지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헌터들이 실종된 위치의 CCTV에서 이상하게 까마귀가 자주 보이긴 했는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제가 딱 까마귀를 얘기했는데, 신기하게 안수연 씨도 까마귀를 봤네요. 이 정도면 제가 꽤 믿음직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안수연도 슬슬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모양이다.
카페 주인이 가져다준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안수연은 결정을 내린 듯 말했다.
“그래요. 알겠어요. 일단은 넘어가 줄게요. 근데 난 내 눈으로 보는 거 아니면 완전히는 못 믿어요.”
“그럼 눈으로 직접 보시면 되겠네요.”
“그런 말 할 것 같더라. 이유영 씨도 나한테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거죠? 그러니까 여태 이런 허무맹랑한 얘기나 하고 있는 거고.”
역시, 눈치가 비상한 사람이다.
“네, 눈치가 빠르시네요. 오늘 추가 일정 더 있습니까?”
“아뇨, 일은 더 없어요. 그건 왜요?”
“지금부터 이 사태의 주범을 잡아보려 하는데, 안수연 씨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내 말에 안수연은 사파이어를 흘끗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것 때문인가요?”
“네, 무효화 아이템을 해제하면 분명 몬스터는 이 아이템을 노리고 직접 찾아올 겁니다.”
“그거 제가 미끼가 되라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그런 셈이죠.”
나는 안수연의 말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안수연은 사파이어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좋아요, 내가 먼저 나서서 조사한 사건이니, 내 손으로 마무리 짓겠어요. 그리고 이유영 씨 말대로 범인이 진짜 몬스터가 맞는지도 궁금하고요.”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전에, 몬스터와 전투를 치르게 될 텐데 괜찮습니까? 전투를 하다 보면 제가 안수연 씨를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수집가 크로우의 원래 등급은 C급. 하지만 금돼지나 꿈달팽이처럼 이 녀석도 분명 원래 등급보다 월등히 강해졌을 것이다.
그 까마귀가 두 몬스터보다 등급이 높은 걸 감안하면, A급까지 올랐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내 힘으론 전투 능력이 없는 안수연 같은 힐러까지 보호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 안수연이 내 말에 코웃음을 쳤다.
“이건 조금 자존심 상하는데. 보호? 이유영 씨는 내가 힐러라고만 알고 왔나 봐요?”
“그 말은 꼭 뭔가 더 있다는 말로 들리네요.”
“생각해 봐요. 아무리 내 종합 능력치가 B급이라고 해도, 어떻게 딜러를 제치고 공략 공헌도 탑3 안에 들었겠어요?”
안수연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난 힐러라고 불리기 전에, 공격계 헌터였어요. 그리고 공격계 헌터로서 수호 길드에 들어갔고요.”
즉, 회귀 전의 나처럼 전투 힐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수연의 능력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하겠지만, 이번 싸움, 내 생각보다 수월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
이번 야생의 몬스터, ‘수집가 크로우’는 비행형 몬스터다.
비행형 몬스터는 늘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 중 하나였다.
그 녀석들과 쉽게 싸우려면 고주연처럼 명중률 좋은 원거리 딜러나, 비행 관련 스킬이 있는 헌터가 있어야 한다. 정 아니면 몬스터를 포박할 수 있는 스킬이라도 있던가.
이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야생의 몬스터들의 새로운 능력인 ‘사람을 몬스터화하는 능력’이라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금돼지 때와 꿈달팽이 때 피해자들은 각각 돼지와 민달팽이처럼 모습이 변했으니, 이번에도 실종자들이 몬스터로 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문제들로 이번 전투는 꽤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안수연의 스킬을 자세히 듣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 스킬은 실을 다루는 거예요. 원래는 몬스터를 포박하거나, 실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와이어처럼 썼어요. 지금은 실로 의체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요.’
이 스킬에 더해 지형 조건만 잘 갖춰지면, 까다로운 비행형 몬스터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안수연과 나는 그런 장소를 찾아 인터넷 지도를 뒤졌다.
그리고 마침, 카페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서 괜찮은 창소를 찾을 수 있었다.
“확실히 여기 안에서 싸우면 몬스터가 날아다니긴 힘들겠네요.”
“문제는 싸우다가 안 무너지면 다행일 거라는 점이죠.”
“뭐 어때요? 어차피 철거 예정이라는데.”
우리가 찾은 곳은 철거 예정인 아파트였다.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금이 가 있는 아파트는 어쩐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우선은 안을 확인해보기 위해 간이 펜스 안으로 들어가려던 중, 누군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어어, 거기 둘! 동작 그만!”
우리를 부른 남자는 삼선 슬리퍼를 찍찍 끌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색이 바래고 늘어난 파란색 츄리닝에 떡 진 머리를 한 남자가 우리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이것들이…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를 해야지, 왜 엄한 데 기어들어 가? 니들 담배 피우냐?”
우릴 양아치 학생으로 착각한 것 같은데, 안수연이 그렇게 어려 보이는 얼굴인가.
황당하게 남자를 보던 안수연이 말했다.
“와, 이유영 씨 옆에 있으니까 이 나이에 학생 취급도 받아 보네요.”
“그게 왜 제 탓입니까?”
“그럼 내 탓이겠어요? 전 내년이면 서른이에요. 그러고 보니 이유영 씨는 몇 살이에요?”
안수연이 지금의 나보다 연상인 줄은 몰랐다.
하지만 최후의 인류로 살아남은 내가 더 나이가 많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았다.
문득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뭐야, 요 앞 고등학교 애들 아니에요?”
“저희는 여기에 볼일이 있어서 온 헌터입니다. 둘 다 성인이고요. 그러는 그쪽은 누구십니까?”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난 또, 저번에 애들이 무슨 담력 훈련을 한다고 시끄럽게 굴어서 또 그 짓거리 하는 줄 알고 내쫓으려 했지. 근데 헌터? 뭔 일 났어요?”
“아, 이 아파트 근처에서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제보를 받아서요.”
안수연은 능청맞게 대답했지만, 거짓말을 잘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았다.
안수연의 거짓말을 덥석 물은 남자가 건물 안쪽을 기웃거렸다.
안수연은 자신의 헌터증을 보여주면서 남자를 막았다.
“게이트가 완전히 닫히기 전까진 위험할 수 있으니까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어요.”
“이야, 진짜네. 반갑습니다. 사실 제가 헌터를 처음 봐서요. 뭐, 게이트 열린 거야 헌터들이 알아서들 하시겠지.”
“네, 발 뻗고 편히 주무시게 해드릴게요. 어서 가서 일 보셔요.”
안수연이 넉살 좋게 받아준 덕에 남자는 슬리퍼를 직직 끌며 돌아갔다.
어쩐지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기분 탓이겠지.
안수연과 나는 그렇게 아파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