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대홍수 (7)
푸욱!
떨어진 샛별의 검 끝이 마지막 3재해의 가슴을 뚫었다. 전진하는 톱날은 단번에 심장에 도달하여 흉포하게 내부를 난도질했다.
찢긴 살더미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붉은 피가 아니다.
녀석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토막 난 뼈와 다져진 살점은 재가 되어 사라졌고 피를 대신해 빛 조각이 터져 나왔다.
빛 조각의 정체는 SSS급 보상템, 최후 인류의 기록. 내 일기장이었다.
풍덩
심장을 뚫는 것과 동시에 놈과 나는 요란 맞게 바닷속으로 입수했다.
차가운 바닷물이 안면을 강타하며 호흡기에 들이닥쳤다. 폐에 물이 차며 기침이 튀어나왔다.
한기가 피부를 적시고 내장을 압박했다. 바다의 수압이 나를 짓누르며 해저로 침몰시켰다.
입 밖으로 물거품을 토해내던 때, 해일이 내 목을 움켜쥐었다.
콰득
심장을 뚫리고도 녀석은 공격적이었다.
목뼈를 으스러트리는 악력이 근육을 파열시키며 호흡을 억제했다.
억지로 벌어진 코와 입으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고, 체내에선 이미 잔뜩 삼킨 물이 역류하며 토해내려 했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 [ 서브 스킬, 이 발동됩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나는 고통을 느낄 수 없었고, 생명의 의지는 익사하는 나를 되살렸다.
생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공포를 밀어낸다. 뇌에서 명령하는 행동을 즉각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목이 졸리는 와중에도 해일의 머리통을 향해 손을 뻗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암석도 으스러트릴 듯한 괴력으로 놈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이대로 부숴야 한다. 이 녀석을 완전히 죽이는 방법은 심장과 머리를 동시에 파괴하는 것이다.
떨어진 샛별이 녀석의 심장을 꿰뚫어 낸 지금, 녀석의 머리통도 부숴버려야 했다.
콰직
그러나 그 순간 해일이 내 목뼈를 부러트렸다.
녀석은 엇나간 내 목뼈를 으스러트리며 말했다.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너는, 더 이상 저 인간들과 같은 족속이 아니야.』
놈의 말대로 무감각 스킬은 내게 어떤 고통도 안겨주지 않았다.
생명의 의지는 부러진 목뼈와 뒤틀린 기도를 복구하려 애썼고, 나는 그저 눈앞의 몬스터를 죽여야 한다는 일념을 불태웠다. 녀석의 심장을 후벼팠고, 두개골을 부쉈다.
나는 더 큰 힘을 내기 위해 손끝에서 쥐어짜듯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 중입니다. ] [ 스킬, 을 사용 중입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 [ 세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투콰아앙!!!
해저화산이라도 폭발한 듯한 굉음이 울렸다.
동시에 청력을 잃은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고, 시야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조각난 해일의 머리였다.
폐에 들어차는 물은 계속해서 내 호흡을 억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입과 코를 괴롭히듯 밀려 들어오던 바닷물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살과 피와 뼈가 분리되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싸늘한 공포가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폭발의 여파로 나 역시 온몸이 조각나며, 끝내 정신을 잃었다.
***
.
.
.
나는 눈을 떴다.
이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아니면 심해 어딘가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면, 나는 분명 살아있었다.
“….”
방금까지 있었던 일이 모두 꿈이었던 것처럼, 나는 멸망한 왕국의 왕좌에서 눈을 떴다.
몇 초간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졌다.
어디서부터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이지?
그런데 그때였다.
『이유영, 네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놈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직, 녀석이 살아있었다.
『네가 이 세계의 왕이 된다면, 나는 해일을 일으키지 않겠다. 너 하나의 희생으로 현실의 모든 사람이 살 수 있어.』
이건 제안이 아니다.
질 것 같아서 내미는 부탁에 가까웠다.
이 녀석은 왜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이 세계에 묶어두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 네 동료들보다 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나만큼 너를 잘 아는 존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지. 못 믿을 이유가 있나?』
“착각하지 마. 너는 날 몰라. 너와 난 너무 많은 게 달라.”
나는 중얼거렸다.
이 녀석과 나는 다르다. 마지막 3재해는 나에 대해 모른다.
해일은 계속해서 우리가 닮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이 녀석이 다른 3재해보다 더 남처럼 느껴졌다.
내 일기장으로 만들어진 존재였음에도 녀석에겐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아마 오류의 파편일 것이다.
“나는… 너와 달라.”
무심코 튀어나온 말은 해일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아마도 오류를 향해 그 말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제대로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런데 그 말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녀석의 목소리가 울렸다.
『뭐가 다르다는 거지?』
문득 희미한 태양 빛이 나를 비췄다.
녀석이 평정심을 잃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검을 뽑았다.
떨어진 샛별은 여전히 검은 불꽃을 태웠다.
방금까지의 전투가 모두 거짓이 아니었음을 생생하게 증명했다.
나는 검을 치켜들며 해일을 좀 더 자극할 말을 꺼냈다.
“오류에게 전해, ‘답’을 찾았다고.”
오류는 내가 어떤 답을 찾아내길 원했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 ‘답’에 대해 생각했다. 질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생각했다.
왜 오류는 나를 살려둔 것일까. 인간이 그렇게 밉다면 모든 인간을 죽였어야 한다. 그런데 녀석은 고의로 최후의 인류인 나만큼은 죽이지 않았다.
회귀한 나를 따라온 녀석은 일기장을 전부 훔쳐선 내게 시련을 안겼다.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정답’을 찾도록 유도했다.
녀석은 내가 어떠한 사실을 깨닫길 원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답’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흔들리는 태양 빛 속에서 마지막 3재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얼굴이 반쯤 날아간 상태였고,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회복할 힘조차 없는지 녀석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내 앞에 섰다.
『이유영, 넌…. 너는 이곳이 더 나은 세계라는 걸 알아야지.』
해일에겐 더 이상 나를 설득할 논리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다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명의 의지는 내 몸을 전부 복구시켰으나, 그뿐이었다.
제대로 된 전투가 불가능할 만큼 몸이 무거웠고, 눈꺼풀이 스스로 감기려 했다.
나는 호흡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할 만큼 지쳐 있었다.
“여긴… 내 세계가 아니야.”
나는 가라앉은 시선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긴 간극 끝에 녀석은 숨을 내쉬었다. 한숨처럼 흩어지던 숨이 호흡으로 이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검을 들어 올렸다.
『너는 저 어리석은 인간들과 달라야 했어, 최후의 인류.』
뻔하디뻔한 말을 내뱉은 해일은 고개를 들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녀석은 이 왕국을 뒤덮을 거대한 해일을 일으켰다.
쿠구구구구구
저 공격은 마지막 3재해의 최후의 일격이다.
나 역시 이번 공격이 마지막 공격이 될 것 같았다.
나는 내게 남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 [ 스킬, 를 사용합니다. ] [ 세 가지 스킬이 융화됩니다. ]검은 불꽃이 떨어진 샛별 위에서 소용돌이쳤다.
먹구름이 밀려오며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 낙뢰가 내려쳤고, 강렬한 열풍이 밀려왔다.
콰광!
번쩍이는 낙뢰 속에서 바람이 검은 불꽃을 휘감으며 토네이도를 형성했다.
거센 바람에 옷자락이 시끄럽게 펄럭였고, 멸망한 왕국의 잔해들이 검은 불꽃에 휘감겼다.
검은 불꽃을 두른 태풍은, 밀려오는 해일을 향해 나아갔다.
재해를 밀어내기 위한 또 다른 재해가 사납게 창랑을 물어뜯었다.
나는 모든 정신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녀석과 나의 정신세계가 부딪치며 숨 막히는 광란이 일어났다.
팽창하는 공기 속에서 분노가 격정적으로 부딪쳤다. 위태롭게 이글대는 감정이 세계를 부수고 존재까지 삼키려 들었다.
과도한 에너지의 결합은 폭발을 생성했고,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별처럼 빛을 터트렸다.
다시 한번 시야가 빛에 먹혀들어 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양보다 더욱 완벽한 하양의 세상이 들이닥친다.
화아악!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눈앞에 백지가 펼쳐졌다.
어디에 적이 있는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무(無)의 세계 속에서도 떨어진 샛별은 마의 기운을 감지했다.
적을 물어뜯으려는 검의 욕구가 선명했다.
나는 검이 노리는 곳을 향해 내달렸다.
마침내 떨어진 샛별이 먹이를 발견해 낸 맹수처럼 이빨을 갈던 순간, 나는 검을 휘둘렀다.
스각
검날이 망설임 없이 베어낸 것은 해일의 목이었다.
녀석의 머리가 볼품없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천천히 시야가 복구되었다.
해일을 죽이면서 녀석의 정신세계가 완전히 사라진 탓이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해일은 머리가 절단나면서 빛 조각을 쉴 새 없이 흘려댔고, 동시에 형체를 잃어갔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떨어진 녀석의 머리를 바라봤다.
지친 다리를 이끌어 놈의 머리 앞에 섰다.
나는 녀석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오류는 어디에 있지?”
누구보다 오류와 닮은 녀석.
3재해 중에서도 유난히 치밀하고 비정하며, 시스템에 분노했던 녀석.
생명의 의지는 제대로 쓰지 못하는 주제에 가능성 스킬만큼은 나보다 더 뛰어나게 활용했던, ‘해일’.
이 녀석은 오류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이다.
이 녀석은, 오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잘려 나간 해일의 머리는 아직 살아있었기에, 내 질문에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꺼져가는 눈동자를 내리깔아 나를 바라봤고 안면근육이 미세하게 떨리며 입술이 조금씩 벌어졌다.
무어라 뻐끔거리던 녀석의 입 모양에 집중하던, 그때였다.
콰직
녀석의 머리가 무른 과일처럼 터져나갔다.
목숨을 잃어가는 시간조차 느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해일을 살해한 것은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해일의 머리를 개미처럼 밟아 죽인 녀석이 서 있었다.
무감하고, 평범한 얼굴의 녀석은 해일을 대신해서 내게 답했다.
『답은 찾았나?』
오류, 몬스터들의 왕.
녀석이 내 앞에 있었다.
하필이면 떨어진 샛별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금 이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