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반짝이는 것 (4)
이 철거 예정 아파트는 원래 붙어있던 명패가 떨어져서 이름도 알 수 없었다.
집마다 확인해보니, 가구 하나 없이 텅텅 비어있거나 버려진 가구들이 쓰레기처럼 널려있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야생의 몬스터는 비행형 몬스터라서 뻥 뚫린 외부 공간보다 실내에서 싸워야 유리하다.
안수연과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가구가 많고 어지럽혀져 있는, 옥상 바로 아래층의 601호를 선택했다.
나는 아직도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안수연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안수연 씨,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요.”
“좋은 게 더 이상한 상황 아니에요? 전… 솔직히 아직도 이 모든 게 믿기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유영 씨가 장난치는 것 같지도 않고.”
안수연에게 야생의 몬스터와 인간의 몬스터화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줬다.
작전을 실행하려면 안수연이 몬스터화 된 인간을 직접 봐야 했기 때문이다.
나랑 그다지 신뢰 관계가 생긴 것도 아닌데 터무니없는 말만 들었으니, 안수연의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것이다. 솔직히 믿고 따라와 주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있잖아요, 이유영 씨.”
“네, 말씀하세요.”
“이런 사태가 두 번 더 있었고, 그걸 당신이 해결했다고 했죠? 밖으로 안 새어 나가게 비밀리에 해결했고.”
“그랬죠.”
“이유영 씨 생각은 어때요? 이렇게 던전이 사라지고 몬스터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일이 비일비재 할까요? 그건 너무….”
안수연은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뒷말을 예측해 보자면 그야말로 ‘대책이 안 서네요’ 정도겠지.
헌터들이 손쓸 틈도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고, 세상은 혼란에 빠져서 더 위태로워질 테니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눈앞에 닥친 사건부터 해결하는 것이다.
나는 안수연이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기다렸다.
만약 그러다가, 마음 잡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나 혼자 해결할 생각이었다.
안수연이 다시 입을 열기까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몬스터를 없애면 몬스터화 된 사람들도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그랬죠.”
“네, 그렇습니다.”
“알겠어요. 쓸데없는 걱정은 관두고 몬스터나 때려잡죠.”
안수연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로 시원시원한 성격일 줄이야.
판단력만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결단력까지 좋을 줄은 몰랐다.
이런 인재가 죽었으니, 수호 길드장이 그렇게 힘들어했던 거겠지.
나는 그런 안수연에게 보험이 될 말을 하나 던져줬다.
“안수연 씨, 몬스터화 된 인간은 막상 마주하면 생각한 것보다 끔찍할 겁니다. 너무 힘들면 그냥 그 자리에서 도망치세요.”
“그거, 날 완전히 못 믿는다는 말로만 들리거든요?”
“융통성 있게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솔직히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안수연은 코웃음을 치면서 내 말을 비웃었다. 뭐, 안수연한텐 무명 헌터의 허세처럼 보이겠지.
여기서 진짜라고 우기는 것도 이상해 보여서 그냥 내버려 뒀다.
“나도 헌터예요. 겨우 그런 걸로 겁먹고 내빼진 않아요.”
그렇게 말한 안수연은 내 어깨를 툭 치고 작전을 수행할 자리로 이동했다.
어쨌든 유사시에 내가 한 말이 보험으로 작용할 것이다.
각자 지정한 위치에 선 후, 안수연이 저주받은 사파이어에 걸어둔 무효화 아이템을 해제했다. 그 순간 사파이어에서 순간 푸른 빛이 번쩍였다.
보석을 감지한 몬스터는 저것을 강탈하기 위해 반드시 이곳에 올 것이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푸드덕
거실에서 외부로 난 베란다 난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
안수연은 까마귀를 발견하고서 나를 좀 다시 봤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 녀석의 외관이 내가 설명해준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빛에 따라 어두운 초록으로도 보이는 검은 까마귀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누군가가 돈으로 키워낸 반려조처럼 말이다.
그 녀석의 목에는 보석들이 치렁치렁하게 걸려 있었다. 안수연이 들고 있는 푸른 사파이어처럼, 다양한 종류의 ‘저주받은’ 보석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부자가 키우는 점잖은 까마귀처럼 보이지만, 저 녀석을 몬스터라고 확신하게 하는 건 탐욕스럽게 빛나고 있는 붉은색 눈이다.
도무지 평범한 까마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인위적인 색깔의 붉은 눈. 저 탐욕스러운 눈이 안수연의 보석을 탐지했을 것이다.
그때, 몬스터가 말했다.
『숨어봤자 소용없다. 어서 내게 보석을 바쳐라.』
까마귀가 까악까악거리는 목소리로 사람 말을 해서 어딘가 불쾌했다.
몬스터의 목소리는 왜 하나같이 괴상해서 불쾌감을 자극하는 걸까.
나는 몬스터의 말을 무시하라는 신호로 안수연을 향해 고개를 저었고, 안수연은 고갤 끄덕였다.
아마 저 까마귀 녀석이 한 말은 거짓말일 것이다.
우리가 있는 곳은 베란다에서는 볼 수 없는 위치다.
우리도 어지럽혀진 가구들 사이에 숨겨놓은 거울을 통해서야 녀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런 말을 지껄인 건 다섯 개의 방 중 어디에 우리가 있는지는 모르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어리석은 인간 놈들. 영리하게 죽는 방법을 모르는군.』
헛소리를 하던 새대가리는 날개를 펼쳐서 목에 걸린 보석 세 개를 툭툭 건드렸다.
날개가 닿은 보석의 표면에서 검은빛이 일렁이더니, 조각조각 깨진 빛에서부터 무언가 뿜어져 나왔다.
샤아악!
뿜어져 나온 것은 먹색 연기였다. 그 연기는 꿈틀거리며 점차 형태를 갖춰갔다.
그것은 사람의 형태를 취했으나, 돌연 어깨에서부터 흉측한 날개뼈가 튀어나오면서 날개가 돋아났다.
부리처럼 입이 돌출되었고, ‘수집가 까마귀’처럼 붉은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저건 몬스터가 된 인간들, 반인반조다.
급하게 안수연을 확인해보니 심하게 동요하는 것 같았다.
역시 당장 실전으로 끌어들이는 건 무리였나.
내가 안수연을 부르려던 순간, 안수연이 손을 들어 나를 저지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
안수연은 다시 비장한 눈으로 반인반조들을 직면했다.
‘강단 있네.’
나는 고개를 돌려 온전히 모습을 갖춘 반인반조 세 마리를 지켜봤다.
녀석은 세 마리만 꺼냈지만, 8명이 실종됐으니 반인반조는 총 8마리 있다고 봐야 한다.
몬스터를 수월하게 상대하기 위해선 그 8마리부터 포박해야 했다.
반인반조를 포박하려면 먼저 유인할 필요가 있었다.
안수연이 숨어 있기만 하면 저 녀석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저 녀석들의 목적은 사파이어니까.
반인반조들은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안수연의 사파이어를 찾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안방으로, 마침 녀석들 중 하나가 안으로 걸어 들어와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작전대로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하늘을 누비는 최상위 포식자의 기운이 심장이 뛰는 속도에 맞춰 퍼져나갔다.
내 시선을 느낀 것들을 굳어버리게 만드는 스킬, ‘위압감’
잡몹이나 D급 이하의 몬스터에게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반은 몬스터가 되어가는 저 녀석들에게 잘 통할 것이다.
번뜩이는 삼두매의 금색 눈동자가 내 눈에 깃들자마자, 나는 쓰러진 옷장 뒤에서 고개를 들어 반인반조와 눈을 마주쳤다.
삼두매의 서늘한 금안에 반인반조의 모습이 들어오자, 녀석은 자리에서 그대로 굳기 시작했다.
“끼익? 끽… 끼익.”
그 순간, 안수연이 다음 작전을 시행했다.
휘리릭!
매끄럽게 날아간 투명한 실이 몬스터의 다리를 옭아맸다.
다리에 감긴 실은 고치를 만들며 녀석을 포박해갔다.
이것이 안수연과 내가 세운 작전이었다.
먼저 내가 위압감을 사용해 몬스터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들고.
다음으로 안수연이 자신의 메인 스킬 을 이용해 재빨리 몬스터를 포박하는 것이다.
털썩!
포박된 몬스터가 쓰러지자마자, 안수연은 이어진 실을 당겨 자신이 숨어 있는 침대 뒤로 숨겼다.
그리고 반항하지 못하도록 안수연의 서브 스킬, 를 써서 잠재웠다.
반인반조가 확실히 잠든 걸 확인한 안수연은 나를 향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좋아, 순조롭게 한 명 잡는 데 성공했고.
마침 다른 녀석 둘 중 한 놈이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건지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좀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마지막 녀석도 같은 방법으로 포박해두는 데 성공했다.
이쯤 되면 저 새대가리 몬스터도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목소리를 냈다.
『꾀를 부리는군,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건가?』
녀석은 다시 한번 반인반조 세 마리를 소환했다.
슬슬 저 녀석이 직접 행차하셨으면 좋겠는데.
저놈이 안방으로 들어와 주길 바라던 그때, 안수연이 갖고 있던 사파이어를 거실을 향해 던졌다.
짤그랑!
거실 중앙에 놓인 사파이어에는 투명한 실이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안수연을 바라보자, 안수연은 긴장한 상태로 자기에게 믿고 맡기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이런 뻔한 도발에 과연 몬스터가 걸려들까?
『이 하찮은 인간이! 감히 내 보석을 던져?!』
그러나 이 뻔한 도발에 녀석은 넘어왔다.
내가 잠시 녀석이 ‘탐욕’스러운 놈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까마귀는 반인반조를 진격시키며, 쏜살같이 날아와 보석을 채가려고 했다.
반인반조 세 마리는 안방으로 진격하며 주변에 있는 가구를 들어 안방을 향해 던졌다.
쾅!
그사이 재빠르게 날아온 까마귀가 보석을 부리로 집었지만, 안수연은 그 찰나의 순간에 보석을 당겼다.
보석을 놓지 않고, 말 그대로 ‘낚인’ 까마귀는 안수연이 당기는 대로 딸려오며 반인반조가 던진 가구에 꼴사납게 부딪혔다.
퍽!
의자에 직격으로 맞은 새대가리가 보석을 놓치고 바닥으로 튕겨져 나갔다.
나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자리에서 뛰쳐나가, 반인반조들에게 위압감을 사용했다.
“키익…!”
녀석들의 포박은 안수연에게 맡기며, 곧장 단검을 소환해 수집가 크로우에게 직진했다.
[ [C] ‘해치의 비늘검’을 소환합니다. ]이렇게 공격할 기회가 빨리 올 줄이야.
나는 소환된 비늘검을 크로우의 날개에 처박아 넣어서 바닥에 고정시켰다.
콱!
『크악! 이… 이 하찮은 인간 놈들이, 감히!』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던 크로우의 대가리를 발로 밟아 눌렀다.
당장 괴력을 써서 대가리 채로 날려 버리려던 순간.
『감히!!』
드드득.
녀석이 몸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순식간에 커지던 녀석은 내 키를 훌쩍 넘어갔다.
조금만 빨랐어도 죽일 수 있었는데, 이 녀석이 몸을 키우기 전에 끝내지 못했으니 이 작전은 실패다.
나는 서둘러 안수연을 바라봤다.
안수연은 그사이 두 마리의 반인반조를 포박했고, 마지막 한 마리와 싸우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서 안수연과 싸우고 있는 녀석의 목을 내려쳤다.
퍽!
급소를 맞은 녀석은 그대로 쓰러졌다.
이 정도로 죽진 않을 것이다.
안수연이 꽤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다.
“안수연 씨, 지금부터 다음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네?”
나는 안수연이 갖고 있던 사파이어를 잡아채 왔다.
안수연에게 미안하지만, 지금은 내가 갖고 있어야 한다.
“사파이어는 잠시 제가 맡겠습니다. 이 사람한테 당장 마취 거시고, 여섯 명 데리고서 탈출하세요.”
“아니, 잠시만요!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신 혼자 두고 가라고요?”
“네. 얼른 가세요. 제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자, 잠깐만!”
안수연과 대화한 그 잠깐 사이, 수집가 크로우는 천장을 부술 만큼 거대해져 있었다.
녀석이 서 있는 바닥은 위태롭게 휘어져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그러나 녀석은 개의치 않고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콰앙!
그 날개에 천장과 벽, 가구들이 격렬한 파괴음을 내며 부서졌다.
나는 날아오는 돌들을 쳐내며, 여전히 거대해져 가는 그 녀석에게 외쳤다.
“사파이어는 나한테 있다!”
순간, 녀석의 거대화가 일순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사파이어를 엄지와 검지로 힘껏 쥔 채, 녀석에게 보여줬다.
사파이어는 오우거의 괴력에 의해 위태롭게 쪼개지는 소리를 냈다.
쩌적
나는 다시 한번 녀석에게 외쳤다.
“이 아파트를 무너트릴 생각인 것 같은데, 그랬다간 네 보물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이 자식이 감히…! 당장 그만두지 못해?!』
안수연이라면 알아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에 맞게, 그녀는 외부와 맞닿은 안방 벽을 부수고 아래에 그물을 펼쳐 안전하게 반인반조들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마지막 녀석까지 떨어트린 안수연이 내게 말했다.
“뒤는 나한테 맡겨요! 그… 뭐냐, 죽지 말고!!”
그 말과 동시에 안수연은 아래로 탈출했다.
뒤를 맡아준다고 했으니, 나도 내 할 일을 제대로 해야겠지.
“안 무너트린다고 보석이 무사할 거란 소리는 아니었는데. 미안한데 이거 부순다?”
그리고 몬스터가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나는 사파이어를 다시 쥐어 잡고 으깨듯이 부숴버렸다.
빠지직!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서진 보석의 잔재가 손안에서 느껴졌다.
나는 그것들을 바닥으로 흘려보내며 웃었다.
오랜만에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를 만나서 그런가, 그냥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