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3
3화. SSS급 보상템 (2)
나는 이 사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녀석을 찾았다.
주머니를 뒤적이자 내 주머니에 숨어서 꿈틀대고 있던 요정이 만져졌다.
요정을 햄스터를 쥐듯 꺼냈더니, 녀석은 순진해 보이는 두 눈망울로 나를 보며 말했다.
『절 찾으셨나요?』
이 녀석은 내게 오우거 부족장의 공략법이 적힌 일기를 전해주면서, 내게 이 페이지밖에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나머지 페이지는 지키지 못했다는 소리다.
보상템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최후 인류의 기록, 일기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요정의 말.
불안한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내 손에서 빠져나와 머리 위를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녀석에게 물었다.
“너, 네가 시스템의 화신이라고 했지. 확실해?”
『그럼요! 이유영이 알기로, 이런 게 가능한 존재가 있나요?』
던전이 열리고, 몬스터가 나타나고, 헌터가 생기며 상식 밖의 일이 수없이 생겼다.
그러나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이 세 가지와 관련된 힘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겪은 나로서는 이 힘에도 어느 정도 규칙성과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 요정이 던전의 기믹이나 몬스터의 힘, 혹은 헌터의 스킬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 이런 요정을 다룰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규격 외의 힘을 보여주던 오류이거나, 기존의 상식을 벗어난 체계를 만든 장본인인 시스템이거나.
그러나 이 녀석 역시 오류를 적대하던 걸 떠올리면, 소거법으로 남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
『있나요?』
“…어쨌든,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던전 보상템 목록에 적혀 있는 SSS급 아이템, 최후 인류의 기록을 가리켰다.
알림창을 확인한 화신은 작은 손을 맞부딪히며 기뻐했다.
『다행이다! 무사히 보상템 형식으로 지급되었군요! 정말이지, 힘든 작업이었어요. 끝나자마자 화신체가 힘이 빠져 쓰러질 정도였다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왜 내 일기장을 보상템 형식으로 받고 있는 건데?”
『그건….』
녀석은 내 일기장에 벌어진 일을 천천히 얘기했다.
요약하자면 이 말이었다.
“……잃어버렸다고, 내 일기를.”
『이유영의 회귀를 무사히 진행하는 데 집중하느라… 오류가 일기장에 수 쓰는 줄 몰랐지 뭐예요. 하하하.』
“하하하? 웃음이 나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십만 장이나 되는 일기를 잃어버리는 건데?”
『에이, 너무 화내지 마요. 완전히 소멸할 뻔한 걸 막은 거라고요? 게다가 찾아낼 방법도 마련해뒀어요!』
화신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신의 말로는 오류가 시스템 내부에 침입해 회귀 프로세스를 공격하며 일기장까지 소멸시키려 했다고 한다.
날 회귀시키는 데에 집중하던 시스템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고, 간신히 일기장의 소멸은 막았다. 그러나 일기장이 시스템 내부에서 공중분해 되었다고 한다.
나로서는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그걸 이 녀석한테 따져봤자 해결되는 것도 없었다.
일단은 ‘찾아낼 방법’이 있다고 하니 거기에 주목하기로 했다.
“찾아낼 방법은 뭔데. 지금 얻은 보상템이랑 관련 있는 건가.”
『맞아요! 역시 눈치가 빠르네요!』
나는 해치를 처리하고 보상템으로 얻은 내 일기장을 소환했다.
종이에는 내가 적어놓은 해치 공략법이 적혀 있었다.
페이지의 내용을 전부 읽고 나니, 일기장이 빛나기 시작했다.
[ 메인 스킬, 에 목록이 추가됩니다. ]– 분류: 메인 스킬
「시전자의 염원을 이룰 가능성이 발견되면 발동합니다.」
– 목록
(new!)
[ 메인 스킬, 은 현재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오우거의 괴력에 이어 해치의 물대포 능력이 목록에 추가됐다.
공략법이 적힌 일기장만 얻어내면 공략법 속 몬스터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인 것 같았다.
내가 적었던 일기장의 페이지는 십만 장. 그중에서 내 일상을 적은 페이지를 제외하더라도 몇만 장이다.
만약 온전한 상태의 일기장을 들고 회귀했다면 적혀 있던 몬스터의 능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류도 헌터의 스킬을 빼앗아서 자기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지. 어떻게 보면 이 능력도 크게 다르진 않아.’
어쩌면 오류 놈도 자신의 스킬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 일기장을 소멸하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놈이야말로 이 스킬의 위력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일기장으로부터 얻은 사기적인 힘, 스킬.
이 힘만 있다면 회귀 전과는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속 시간이 지나치게 짧았다. 게다가 재활성화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좋은 스킬이라 한들 이래선 무용지물이다.
‘숙련도를 쌓는 게 우선인가….’
메인 스킬은 서브 스킬과 달리 ‘숙련도’를 쌓을 수 있었다.
숙련도가 오르면 스킬의 범위나 지속력이 늘어난다. 운이 좋다면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숙련도를 올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빠른 방법은 던전을 많이 공략하는 것이다. 원초적이지만, 던전을 공략하다 보면 자연히 이 쓰레기 같은 몸의 스탯도 오를 것이다.
무엇보다 던전을 공략해야 일기장도 얻을 수 있을 테고.
나는 자세한 이야기를 묻기 위해 화신을 불렀다.
“이봐.”
『에이, 정 없게 ‘이봐’가 뭐에요! 시스템이라고 불러요! 아니다, 정확히 저는 시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의 화신이니까 화신이라 부른 편이 나으려나요?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제 모습에 맞춰 리리라고 하는 건….』
30대 중반 남성에게 그 이름으로 부르라니, 제정신인 건가? 나는 녀석이 그 이름을 내뱉기 전에 빠르게 선수쳤다.
“화신.”
『그 호칭으로 부르는 건가요? 리리라고 불리는 게 더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이봐’보다는 낫네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다음 일기장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일기장을 얻을 수 있는 특정 던전이 있는 건가?”
『그건 아니에요. 이유영이 던전에 입장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일기장이 보상템으로 뜨도록 해 뒀어요.』
“어느 던전에 가도 일기장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군. 그런데 그런 건 가능하면서 일기장은 왜 잃어버린 건데.”
『그건 말이죠!』
화신은 시스템의 기능 원리와 보상템 체계, 열역학 법칙과 인간 고유의 에너지로 만들어진 시스템의 탄생 비화를 설명했으나, 뼈문과인 내가 이해할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요약하자면 일기장을 잃어버린 건 힘이 달려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적당히 흘려 넘기며 던전의 출구를 바라봤다.
『제 말 듣고 있나요?』
“…어. 아무튼 8년 전으로 돌아온 건 확실하지?”
『네! 아직 사람들은 EX급 몬스터인 ‘오류’에 관한 것도 제대로 모르고 있을 시기에요. 언급에 주의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
나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내가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적은 순간에서 정확히 8년 전인 202X년 3월 7일. 시간은 이제 막 사람들이 퇴근하기 시작할 오후 6시경.
‘사람을 보는 것도 5년만인가.’
5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겐 지독하게도 긴 시간이었다.
사람이 없는 지구는 지겨울 만큼 적막한 곳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만큼은, 인류가 멸망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기대를 품고 출구로 발을 내디뎠다.
***
“누가 나왔다!”
“몇 명입니까??”
“잠깐, 한 명밖에 없는데요?”
“한 명이라고? 최소 C급 던전이었을 텐데?”
밖으로 나가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몇 년 만에 들어보는 사람 목소리던가.
그러나 내 눈앞에 펼쳐진 건 그리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
빽빽하게 뒤로 넘긴 머리, 앞은 제대로 보이나 싶은 검은 선글라스, 각 맞춰서 입은 검은 양복.
그 단정한 차림새에 걸맞지 않게, 요란하게 생긴 디자인의 직원증.
던전 앞에 이런 차림으로 몰려 있을 만한 사람들은 딱 하나다.
‘헌터 협회가 왜 여기에?’
그들은 내가 나온 던전 게이트를 중심으로 진을 친 채 주변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중 직급이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그는 닫힌 게이트와 엉망이 된 내 옷가지를 보고는 상황을 얼추 파악했는지, 꽤나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
“헌터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만 헌터증 좀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왜 던전을 공략했을 뿐인데 신분을 증명해야 하느냐고 따지려 들다가, 지금이 8년 전임을 자각했다.
8년 전이면 헌터증을 가진 사람만이 던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헌터 협회에서 던전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을 시기였다.
나는 핸드폰을 찾으며 발견했던 헌터증을 꺼내 순순히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내 헌터증을 확인한 협회원은 방금 전의 공손한 태도는 사라지고 얼굴에 아리송한 표정이 떠올랐다.
“F급이 혼자서 C급 던전을…?”
“다 들립니다만.”
“크흠, 실례했습니다.”
협회원은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내 헌터증을 돌려주었다.
뭐, 반응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헌터들의 실력은 스탯이 아닌 메인 스킬이 좌우한다곤 하지만, 스탯이 받쳐줘야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으니까.
F급은 고작해야 운동신경이 조금 뛰어난 일반인 수준이니, C급 던전을 혼자 공략하고 나온 게 이상할 만도 하다.
협회원은 여전히 믿기지 않았는지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방금 발생한 던전은 헌터님께서 혼자 공략하고 나온 게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으음…. 이유영 헌터님이 이 던전을 공략하게 된 경위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기존 던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협회 측에서 유사시를 대비해 파견된 상황이었습니다.”
협회원은 이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갑자기 던전 안으로 회귀해서 몰랐는데, 바깥 상황은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이트는 사람이 들어가지 않으면 닫히지 않는다. 헌터가 들어간 후에도 대략 1시간쯤은 열려있다.
그러나 방금 내가 나온 해치 던전은 게이트가 발생하자마자, 누군가 들어갈 새도 없이 거의 곧바로 닫혔다고 한다.
기존에는 없던 이상 현상이었으나, 게이트가 곧바로 닫혔으니 해결할 방법도 없었다. 협회 측에서는 혹여나 던전 브레이크라도 터질까 싶어 닫힌 게이트 주변만 통제만 하던 중에 내가 던전 출구를 열고 나온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수상하다며 나를 잡아가려 들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상황 설명을 마친 협회원은 내게 정중하게 요청했다.
“그래서 이유영 헌터님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었으면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협회까지 동행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내가 고민하느라 대답을 안 하고 있자, 협회원은 무언가 오해를 했는지 내게 추가 조건을 덧붙여왔다.
“협조해주신다면 등급보다 두 단계를 초과한 던전에 들어가신 것은 불문에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한 건가.
헌터 관련 법 중, 헌터의 등급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의 등급을 규정해 둔 조항이 있었다. 헌터가 들어갈 수 있는 최대 던전 등급은 자신의 스탯보다 두 단계 높은 등급까지. 그 이상의 던전에 들어가는 건 위법이다.
따지고 보면 F급이었던 내가 C급 던전을 공략한 건 위법이긴 했다.
그러나 크게 문제 될 사항은 아니었다.
“그 부분은 괜찮습니다.”
어차피 헌터증은 곧 갱신할 예정이었다.
나는 해치 던전을 공략한 후 확인했던 내 상태창을 떠올렸다.
[상태창]이름: 이유영
종합 능력치: E (1등급 상승)
– 공격력: E- (2등급 상승)
– 방어력: E+ (1등급 상승)
– 민첩: E- (1등급 상승)
보유 스킬 목록
– 메인 스킬: ,
– 서브 스킬:
종합 능력치 E 등급. 진정한 헌터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등급이다. C급인 해치 던전 역시 공략 가능한 등급이었다.
해치를 공략하고 나서 오른 등급이긴 했으나, 협회에서는 판단할 방법이 없으니 의심하더라도 우기면 그만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고 협회원에게 물었다.
“협회는 차로 갑니까?”
“그렇습니다. 인원이 비는 차량이 있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협회원은 내가 선뜻 가겠다고 답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은 것 같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문제야 당연히 있다. 개인적인 문제지만.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협회를 따라가는 게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협회까지 차로 간다면 8년 전 내 집까지 드는 차비를 아낄 수 있다. 집이 헌터 협회 근처에 있었으니까.
나는 마침내 결정한 것처럼 답했다.
“제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그래도 성심성의껏 답해보겠습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협회원은 밝은 모습으로 나를 차량으로 안내했다.
나는 좌석에 기대며 내게 닥친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나는, 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