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30
30화. 반짝이는 것 (5)
『네놈이 감히!!!』
눈앞에서 사파이어가 깨지는 것을 본 까마귀 놈이 날뛰기 시작했다.
거대해진 몸으로 날뛰는 탓에 가구들이 박살 났고, 벽이 무너져 내렸다.
쾅! 콰광!
나는 개의치 않고 바닥에 떨어진 사파이어 조각을 잘근잘근 밟아 가루를 내줬다.
웃는 얼굴도 잊지 않았다.
파사삭
바닥에 남은 푸른 가루를 본 새대가리는 이성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듯했다.
『내, 내 보석을! 감히!!!』
비명처럼 내지른 소리와 함께 녀석의 깃털이 날카롭게 돋기 시작했다.
저건 녀석의 주특기 공격이 시작될 거란 신호였다.
솨아악!
양 날개를 퍼덕여 일으킨 거센 바람은 날카롭게 변한 놈의 깃털이 빗발치게 했다.
이건 크로우가 가진 기본 공격 패턴 중 하나다.
이런 뻔한 공격에 대응하기 좋은 아이템이 내게 있었다.
[ [A] ‘강철이의 비늘 방패’를 소환합니다. ]팅! 팅! 팅!
쏟아져 내리던 날선 깃털들은 방패를 맞고 튕겨져 나갔다.
방패를 뚫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은 A급인 강철이보다 약한 모양이다.
나는 녀석을 자극하기 위해 적당한 감상평을 내뱉으며 천천히 녀석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야, 내가 네 보물을 부쉈는데 이것밖에 안 돼? 나머지 보석들도 다 부숴버려야 힘 좀 쓰려나?”
『이유영… 네놈!!!』
녀석은 화가 있는 대로 난 건지 흉측하게 핏줄이 솟아나며 더 거대해졌다.
나는 녀석이 거대화하는 틈을 타, 다리에 힘을 줘서 도약해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탓!
안수연이 탈출한 이상, 이 녀석이 날아가지만 않는다면 더 거대해지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러려면 날아갈 틈을 주지 말고 패야 한다.
나는 들고 있는 방패에 괴력을 담아서 놈의 다리를 후려쳤다.
쾅!
『카악!』
방패로 다리를 맞은 녀석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새의 가장 연약한 부위인 다리를 내려쳤다.
쿵! 쿵! 쿵!
나무를 꺾듯이 괴력으로 다리를 내리치자, 이 녀석의 비명이 듣기 좋게 울려 퍼졌다.
『카아악!! 당장 그만두지 못해!』
녀석은 본능적으로 푸드덕대며, 하늘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방패를 아이템창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반복해서 내려친 다리를 붙잡고서 녀석이 하늘로 못 올라가게 막았다.
『카아아아악!』
사람으로 따지면 팔을 분질러놓고, 절벽에서 떨어질 때 그 팔을 붙잡는 고통일 것이다.
녀석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나를 떨어트리기 위해 미친 듯이 푸드덕거렸다.
나는 녀석과 함께 딸려 올라가지 않기 위해, 괴력을 이용해 바닥을 부숴서 두 발을 박아넣었다.
녀석이 푸드덕거리며 일으킨 강풍이 온 집안을 휘저었고, 그 속에서 날카로운 깃털들이 빗발쳤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깃털 하나하나가 비수에 베인 것처럼 깊은 상처를 내고 들어왔다. 몇 개가 등짝에 박혔으나, 나는 이를 악물고서 녀석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다리를 꺾어버릴 심산으로 어깨에 힘을 주어 비틀었다.
꽈드득!
통쾌한 소리가 나며 다리가 고리처럼 휘었다.
아예 뜯어버릴 심산으로 잡아당기자, 몬스터가 미친 것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칵! 카아아아악! 이, 이 하찮은 인간!!!』
녀석은 결국 포기했는지, 날갯짓을 멈추고 의도적으로 추락했다.
그 탓에 밑에 있던 내가 깔릴 뻔했다.
쿠웅!
간발의 차로 빠져나온 나는 꼴사납게 바닥을 굴러야 했다.
이래서 사람이 욕심은 적당히 부려야 하나 보다. 몬스터의 다리를 뜯어야겠다는 놀부 같은 욕심을 멈췄으면, 바닥을 구르면서 여기저기 박혀 있는 깃털들에 베이지 않았을 것이다.
“큭!”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몬스터는 내가 꼴사납게 구르는 틈을 타, 보석에서 두 마리의 반인반조들을 소환했다.
연기를 가르고 사람의 형태를 갖춰가던 그들은 가장 최근에 실종됐던 헌터들이었다. 그걸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얼굴에 여전히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시간을 벌어라!』
까마귀 놈의 명령과 함께 반인반조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까악!”
“까아악!”
나는 바닥에 있는 날카로운 깃털 하나를 뽑아 적당히 녀석들에게 휘두르며 베란다 쪽으로 유인했다.
이 녀석들은 구출 대상이다. 여기에 있다간 나랑 몬스터의 싸움에 휘말려 크게 다칠 것이다.
나는 베란다 난간까지 도착했을 때 위압감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위압감에 걸린 반인반조들은 까마귀의 명령을 지키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었다.
나는 신속하게 반인반조의 급소를 쳐서 기절시킨 뒤, 심판의 물을 발동해 이 녀석들을 아래로 내려주려 했다.
그런데 밑을 내려다보니, 사람이 뛰어내려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거미줄 같은 그물이 여러 개 쳐져 있었다.
그리고 안수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동료가 있어서 그런가, 웃음이 나왔다.
“안수연 씨 이 둘도 부탁드립니다!”
나는 뒷일을 맡아준다던 안수연을 믿고, 그들을 그물 위로 던졌다.
그런데 그 순간, 수집가 크로우에게서 검은 연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화아악!
검은 연기는 강한 회오리를 일으키곤 몬스터를 감싸며, 밀도를 높여 견고한 막을 형성시켰다.
이 징조는 좋지 않았다.
『이유영, 네놈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주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연기는 순식간에 굳어서 거대한 알이 되었다.
거대한 알은 불길하게 태동하며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조금 전 거대화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크게 자라나고 있었다.
쿠구구구궁
이미 반쯤 부서졌던 천장과 벽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부서지는 파편을 피하며 괴력으로 그 알을 내려쳤다.
쾅! 쾅!
그러나 알은 부서질 낌새도 보이지 않고 빠르게 크기를 키워나갔다.
오우거 부족장의 괴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이 알은 강철이의 방패만큼 단단하다는 뜻이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지던 알은 천장을 뚫고서 옥상 위로 윗면을 드러냈다.
“이런 XX.”
이건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은 무조건 볼 수밖에 없는 크기다.
나는 분노를 담아 그 알을 발로 쿵쿵 찼다.
그런데 그 순간, 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이건 내 힘에 의해 생긴 균열이 아니다.
몬스터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생긴 균열이었다.
이거 뭐, 안 깨져도 문제고 깨져도 문제고.
쩍!
알이 반으로 쪼개지며 아까와 같은 불길한 검은 폭풍이 일어났다.
그 폭풍의 한가운데에는 진화한 몬스터가 있었다.
『네놈은 반드시 내가 죽일 것이다….』
이제는 저 말이 허세는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천장을 부수고 옥상 하늘까지 솟은 크기.
날개와 다리에 입혔던 상처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고급스러운 깃털은 철물로 만든 조각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녀석은 온몸의 검정이란 검정은 다 벗고서 찬란한 구릿빛의 색으로 바뀌었다.
번쩍거리며 태양 빛을 반사하는 그 모습은 거대한 동상처럼 어딘가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녀석의 목에 화려하게 걸려 있던 보석들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이 진화가 모두 보석의 힘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보석을 한 개라도 부숴두면 이 꼴은 안 볼 줄 알았는데.’
회귀 전의 녀석도 궁지에 몰리면 9개의 보석을 사용해 각성했다.
각성한 녀석은 이전까지 입었던 상처를 모두 회복하며, 이전보다 강해진 형태로 재탄생했다.
9개 보석을 전부 사용해야만 각성할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일부만 사용해도 각성은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완전한 각성은 아니었는지, 녀석의 깃털 색에 차이가 있었다.
당시엔 지금처럼 구리색이 아니고 황금색이었다.
그럼 보석 하나가 없어서 황금이 되지 못하고 고작 구리가 된 건가.
이걸 깨닫고 나니 갑자기 한심해 보였다.
“별 지랄을 다 떨길래 얼마나 대단하게 바뀌나 했더니, 똥색으로 염색하려고 염병을 떨었냐? 뭐 하는 새끼야, 이거.”
『닥쳐라! 애초에 네놈만 아니었어도…!』
“아니었으면, 뭐. 그 새대가리를 좀 굴려봐라, 남의 보석 못 훔쳐서 똥이 된 게 네 탓이야, 내 탓이야.”
『이놈!!!』
녀석은 할 말이 없어졌는지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전과 같은 움직임이지만, 이번에는 그 위력이 달랐다.
마치 고대의 병기가 움직이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구리로 된 단단하고 날카로운 깃털이 총알처럼 발사됐다.
이건 맞으면 장난 아니게 아플 것 같아서 나는 급히 방패를 소환했다.
[ [A] ‘강철이의 비늘 방패’를 소환합니다. ]타다다다다당!
강철이의 비늘 방패는 기본적으로 충격을 알아서 흡수한다.
그러나 이 공격은 흡수되지 못할 만큼 강한 충격이었는지, 방패를 들고 있는 팔에서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저 녀석의 깃털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저걸 어떻게 죽이지? 진화한 걸 보면 아까 같은 타격은 안 들어갈 것 같은데, 그럼 괴력은 안 돼. 심판의 물도 공격 맞춤형 스킬은 아니고.’
그렇다면 결국 답은 하나다.
당분간 봉인해 두겠다고 오늘 아침에 다짐했던 스킬. 그것만큼 강한 공격 스킬이 아직 내게 없었다.
나는 결정한 순간 곧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 메인 스킬, 을 발동합니다. ] [ 스킬, 을 사용합니다. ]스킬을 발동하자, 온몸에 피가 끓는 것처럼 몸속에 열기가 들어찼다.
이대로 열기를 대책 없이 바깥에 발산시키고 싶은 기이한 욕망이 솟아올랐다.
이 욕망은 내 것이 아니라서, 여기에 먹히면 강철이한테 먹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저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스킬을 써야 했다.
꿈달팽이 때처럼 단순히 열기를 풀어 놓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이번에는 그때와 상황이 달라서, 저 녀석은 열기를 피해 하늘로 도망갈 것이다.
고주연의 화살처럼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나는 처음 심판의 물을 다룰 때를 떠올렸다.
‘감정’을 매개체로 흩어져 있던 물을 내 수족처럼 다루던 순간을.
그때 다뤘던 물은 온순했지만, 이 열기는 미친 듯이 날뛰는 녀석이다.
그러니 심판의 물을 다뤘을 때보다 더욱 강한 통제력이 필요하다.
통제를 떠올리자, 몸속에서 날뛰던 열기가 오른손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 몰려온 열기를 응축해서 터트려야 한다. 녀석의 방어도 소용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나는 눈을 감고 눈앞의 몬스터를 향한 가장 강렬한 감정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그 감정을 쏟아붓듯이 쌓았다.
이 폭발적인 열기는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는 구체의 그릇에 담겨야 한다.
그 그릇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방출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집중력이 필요했다.
마침내 눈을 뜨자, 오른손 위에 붉은색으로 일렁거리는 구체가 놓여져 있었다.
저 녀석도 이 열에너지 덩어리의 위력을 직감한 건지, 쏟아붓는 공격의 위력이 아까보다 거세졌다.
타다다다다당! 탕타당!
마치 샷건을 든 부대가 미친 듯이 총탄을 퍼붓는 느낌이었다.
나는 방패를 들고 진격하며, 손에 있는 붉은 열풍에 더, 더 감정을 응축시켰다.
이 끝도 없이 생겨나는 강렬한 감정은 열풍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줬다.
이 감정을 정의하라면 아마도 ‘증오’일 것이다.
『왜 네녀석은 반드시 죽이라 했는지 이해가 가는군.』
“그러냐? 근데 이제 네가 죽을 거야.”
그때, 한계에 달한 방패가 크로우의 깃털을 내게 튕겨내기 시작했다.
나는 방패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녀석한테 걸어갔다.
이제 방패는 필요 없었다.
크로우의 깃털은 내게 도달하지도 못하고 붉은 아지랑이에 닿자마자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치이이이익
『…!』
그 모습을 본 녀석은 공격을 멈추고, 자신의 날개로 몸을 감쌌다.
나는 개의치 않고 녀석의 코앞에 섰다. 그리고 이번엔 다리가 아니라, 안면을 공격하기 위해 위로 뛰어올랐다.
“이젠 좀 죽음이 실감 나냐?”
나는 크로우의 안면에 이 에너지 덩어리를 주먹 꽂듯이 처박았다.
꽈아아아아아아앙!!!!!!!
붉은 구체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크로우의 온몸을 열풍으로 휘감았다.
그러나 나 역시 그 폭풍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밀려 날아갔다.
콰과광!
폭발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날아가서 벽을 뚫고 콘크리트에 처박혔다.
그런 내 눈 앞에 펼쳐진 건 시뻘건 열폭풍이 터져나가는 장면이었다.
콰앙!
나는 수집가 크로우가 산 채로 불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 메인 스킬, 가 발동됩니다. ]열기에 화상을 입은 내 피부는 복구되었지만, 구릿빛으로 변했던 까마귀의 깃털은 다시 새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녀석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보석만 다 있었으면 나도, 그자에게, 그 용에게 버금가는 힘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자? 용?
이건 녀석들의 통솔자를 의미하는 건가?
‘용이라면….’
나는 녀석이 재가 되어 완전히 사라지는 것까지 제대로 눈에 담고 이 미친 열풍이 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어떻게든 끌어모았다. 안 그러면 소방차가 오고 난리가 날 것 같았다.
열풍을 수습하자,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때, 종이 한 장이 바람을 타고 내 앞으로 날아왔다.
반사적으로 붙잡자, 어느덧 익숙해진 종이의 감촉이 손안에서 느껴졌다.
“이유영 씨!! 여덟 분 모두 사람으로 돌아왔어요!! 이유영 씨!! 괜찮은 거예요?!”
저 멀리서 안수연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
뒤를 맡아준다고 했으니, 지금은 눈을 감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하지만 나는 이때 알았어야 했다.
이 장면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