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자업자득 (2)
다음 날, 나는 의사에게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은 후 퇴원했다.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김상엽 팀장은 퇴원에 맞춰 나를 만나러 왔다.
“무사히 퇴원하셔서 다행입니다, 5일 동안 깨어날 기미가 없어서 걱정했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그나저나 협회에서 고생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어지간히도 고생하고 있는지, 김상엽 팀장의 얼굴에는 피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안 그래도 협회장님께서 이유영 헌터님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협회장이요?”
“협회장님이 이유영 헌터님의 말을 듣고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고집을 부리셨습니다. 그래서 협회에선 이유영 헌터님이 눈뜨기만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도나리가 미친 사람처럼 보여도 괜히 협회장이 아니다.
뉴스로 확인해 보니, 현재 안전에 민감한 시민들이 협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협회에서 무언가 대책을 내놔야 할 텐데, 그러려면 내가 협회에 협력해줘야 한다.
아마 도나리는 이 맥락을 읽어낸 거겠지.
“도나리 협회장과 독대하고 싶진 않고, 팀장님이 지금 듣고 전해주세요.”
“지금요?”
“제가 알고 있는 야생의 몬스터는 총 일곱 마리입니다. 그중 세 마리는 이미 처리해 뒀습니다.”
“잠시만요. 세 마리라면… 신라 고등학교 건이랑 까마귀 몬스터 건 말고 또 있었던 겁니까?”
남은 놈들을 수월하게 해결하려면, 협회도 야생의 몬스터에 관한 정보를 알 필요가 있으니 말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 더는 숨길 것도 없었다.
“미리내 병원이라는 곳에 몬스터 한 마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이미 해결됐으니 그쪽보단 남은 네 마리에 집중했으면 합니다.”
김상엽 팀장은 질문거리가 많아 보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고 수첩을 꺼내서 대화 내용을 필기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어떻게 몬스터가 있는지 알았냐든가, 혼자서 어떻게 해치웠냐는 질문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팀장은 다른 질문을 했다.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까마귀 몬스터가 사람을 몬스터로 바꿨다는 말을 안수연 헌터한테 들었습니다. 다른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습니까?”
“제가 만난 야생의 몬스터 모두에게 그 능력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타날 몬스터도 같은 능력을 갖고 있을 것 같고요.”
“사람을 몬스터로 바꾼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해결책이 따로 있습니까?”
“몬스터를 처리하기만 하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잡몹인 줄 알고 죽이지만 않으면 되돌릴 기회가 있는 거죠. 더 좋은 건, 몬스터가 사람을 납치하지 못하게 막는 거겠고요.”
지금처럼 일이 공공연해진 상태에서 사람이 납치된다면 어떤 혼란이 생길지 나도 예상 가지 않았다.
그러니 협회에서 야생의 몬스터가 활개 치지 못하도록 신경 써줘야 한다.
“협회에 게이트 생성을 포착하는 기술력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는 게이트처럼 생성된 몬스터 역시 협회에서 포착해줬으면 합니다.”
“그건… 솔직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단기적인 사태에 인력과 자원이 너무 많이 들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화신이 손을 써뒀다고 했지만, 내가 7대죄처럼 카테고리로 분류해놓은 몬스터는 셀 수 없이 많다. 오류가 벌인 일인 만큼, 어떤 돌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협회에서도 미리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도나리가 원하는 ‘협회만이 할 수 있는 대책’이기도 하니 말이다.
“막대한 돈과 인력이 필요하기야 하겠지만, 사람이 죽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이게 단기적인 사태로 끝나지 않는다면 그땐 늦습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협회장님께 말씀은 드려 보겠습니다.”
김상엽 팀장은 한참 고심하며 수첩에 뭔가를 적어 내려갔다. 힐긋 보니까 협회장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정리하는 것 같았다.
도나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가긴 했다. 그래서 독대하기 싫었던 거고.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 녀석은 어떻게든 해낼 것이다.
이제 슬슬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던 때, 팀장이 중요한 걸 발견한 사람처럼 물었다.
“혹시 남은 네 마리 몬스터에 대해 더 아시는 점 있습니까? 몬스터의 생김새라든가, 포착하기 쉬운 특징 같은 걸 미리 알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 질문이야말로 내가 협회에게 제일 전달하고 싶은 정보이기도 했다.
화신이 몬스터를 던전 안에 다시 가둘 대책을 세웠다고는 했지만, 잘 안되면 협회가 나서서 몬스터를 수배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 말입니다. 이제 팀장님의 신설팀이 힘써줄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번엔 안수연의 도움이 있었지만, 다음에도 이렇게 운 좋게 몬스터를 잡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나는 김상엽 팀장에게 남은 7대죄 몬스터에 대해 추가로 설명한 뒤, 그 녀석들을 찾아서 반드시 내게 가장 먼저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된 이상, 기껏 만든 야생의 몬스터 팀은 이제부터 나 대신 몬스터를 찾아내는 데 써먹을 것이다.
***
김상엽 팀장과 헤어진 후, 나는 집으로 돌아와 5일간 쌓인 연락을 해치웠다.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가 가득 쌓여 있었던 탓에 읽고 답장하는 것도 일이었다. 이게 다 그놈의 영상 때문이다.
먼저 고주연.
전화 없이 메시지 한 통만 보낸 게 참 고주연다웠다.
「이유영 너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나는 간단하게 ‘지나가다 몬스터를 발견해서 잡았습니다.’라고 보냈고, 답장하자마자 곧바로 메시지 하나가 되돌아왔다.
「네가 무슨 지나가던 선비야?」
「열흘 뒤에 서울 갈 예정이니까 그때 자세히 얘기해.」
생각해보니, 고주연이 서울에 오기 전에 길드 사무실을 세워놓기로 했는데 아직 윤지석한테 말만 하고 계약서에 사인도 안 했다.
사무실 건부터 해치우지 않으면 고주연이 길드를 나가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 사람은 솔직히 연락이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이유영 헌터님. 연락처를 받고 처음 인사드립니다. 지난번 강원도에서 뵈었던 신윤현입니다. 최근에 이유영 헌터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도는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에 연락 남깁니다. 무사히 지내고 계시는지요?」
신윤현도 고주연처럼 메시지 하나만 보냈지만, 그 길이가 남달랐다.
나는 적당히 ‘안녕하세요, 이유영입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영상이 돌아서 당황했지만, 별문제 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신윤현 헌터님은 최근 어떻게 지내십니까?’라고 답을 보냈다.
나중에 강남 길드에서 빼 오려면 지금은 호감적인 인상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었다.
신윤현은 바쁜지 답장이 없어서 바로 다음으로 넘겼다.
진준성에게도 연락이 왔다.
메신저에 여러 개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영상)」
「이거 정말 이유영 헌터님이에요?」
「저희 학교에 나타난 것처럼 몬스터가 또 나타난 건가요?」
「그런데 헌터님 힐러 아니셨어요? 이 스킬은 어떻게 된 거예요?」
「답장이 없으시네요…ㅠㅠ」
「혹시 무슨 일 생기신 건 아니죠…?」
진준성은 처음에 연달아 메시지를 보내놓고 다음 날에 걱정이 된 건지 몇 개 더 메시지를 보냈다. 부재중 전화도 세 통이나 와있었다.
나는 진준성에게 ‘바빠서 연락이 늦었다, 영상 주인공은 내가 맞고 까마귀는 잘 처리했으며, 내가 힐러라는 건 비밀로 하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진준성에게서도 곧바로 답장이 왔다.
「많이 바쁘셨구나…!」
「힐러인 건 비밀로 할게요! 앞으로 길드원 될 텐데 길드장님 비밀은 지켜 드려야죠!」
「근데 별일 없으신 건 맞죠…?」
그 밑으로 고양이가 걱정하는 이모티콘이 도착했다. 이런 걸 보면 이 녀석이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게 새삼스럽게 실감 났다.
나는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답한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솔직히 이 녀석한테까지 올 줄은 몰랐다.
「(사진)」
「유명인 되기 싫다더니」
「완전 유명인 됐네!!」
「근데 이유영 씨 정말로 힐러 아니에요??」
「그래도 방어계 헌터가 아닌 건 확실한 듯! ㅎㅎ」
「이유영 씨 아직도 우리 길드 올 생각 없어요??」
「답장이 없네 ㅠㅠ!!」
「안읽씹 하는 거 아니죠ㅠㅠ?」
구지상은 어떻게 된 게 문자에서부터 시끄러움이 느껴졌다. 부재중 전화도 두 통이나 와있었다.
나는 ‘생각 없습니다. 구지상 씨가 이유영 길드로 올 생각 있으면 연락하세요.’라고 답장했다.
생각 없으면 연락하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이 녀석도 곧바로 답장이 왔다.
「이유영 길드? 길드 이름 아직인가 보네요!」
「그냥 우리 길드 오지ㅎㅎ」
「몸은 좀 괜찮아요? 어디서 입원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어디서 그런 정확한 소문을 들은 건지, 나는 ‘네.’라고 답장하고 끝냈다.
절대 답장하기 귀찮았던 게 아니다. 대한민국 최강 헌터가 열심히 일에 집중하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마지막 연락을 확인했다.
「(링크)」
「영상에 나온 거 정말 이유영 씨 맞아요?」
「이것 참, 제가 대단한 헌터를 몰라보고…」
「그나저나 제가 임대 계약 준비해뒀는데, 언제쯤 시간 되세요?」
윤지석이었다.
윤지석에게는 답장을 보내는 대신 전화를 걸었다.
고주연 연락을 받고 보니, 길드 설립에 위기감이 생겨서 1초라도 서둘러야 했다.
『이유영 씨!』
“오랜만입니다, 관장님.”
『연락 없어서 걱정했는데. 잘 지내고 계셨어요?』
“사정이 있었습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지난번에 얘기한 임대 계약을 했으면 해서요.”
『좋죠! 지금 한가합니다.』
윤지석은 자기가 어느 정도 준비해뒀으니 도장만 챙겨 오라며, 태권도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잠이 든 화신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곧바로 석호 태권도로 향했다.
***
방과 후라 원생이 많아야 할 시간이지만, 석호 태권도장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윤지석은 한쪽에서 노트북으로 전단지를 만들다가 나를 발견하고 급히 마중 나왔다.
“이유영 씨! 벌써 오셨어요?”
“뭐 하고 계셨습니까?”
“태권도장 홍보 전단 좀 새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이유영 씨, 못 본 사이에 완전 유명인 되셨던데요?”
윤지석은 실없이 웃으면서 나를 안으로 데려갔다.
늘어놓은 전단지를 옆으로 치우고, 준비해둔 계약서를 꺼냈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처리한 걸 보면 사는 게 궁하긴 한 모양이다.
“이유영 헌터님이 바쁜 것 같아서 제가 미리 공인중개사 끼고 준비해뒀습니다. 자, 이쪽은 우리 건물 관련 서류.”
윤지석은 등기부등본 등이 정리된 서류를 내게 내밀었다.
서류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더 건물 상태가 깔끔했다. 가격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고. 발품 팔아서 돌아다녔어도 이 정도 매물은 못 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쪽이 계약서.”
윤지석이 내민 두 장의 계약서에는 이미 윤지석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나는 서류를 모두 확인한 뒤 더 따질 것 없이 가져온 도장을 찍었다.
윤지석은 내가 도장 찍은 서류를 확인하고서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준비는 해뒀지만, 계약 안 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전단지 만들고 계셨어요?”
“그렇죠, 뭐. 헌터님처럼 강한 분이 왜 이런 낡은 건물에 들어오겠냐 싶었거든요.”
나는 잠깐 윤지석을 보며 고민했다.
이제부터 위층 리모델링도 해야 하고, 인테리어나 명함 제작 같은 귀찮은 일을 해줄 사람이 한 명쯤 있어야 한다.
고주연 성격을 생각하면 자기 몫도 나한테 떠넘길 것 같고, 진준성은 아직 정식 길드원도 아닌데다가 심지어 미성년자다.
그리고 마침 눈앞에 인품이 괜찮고 한가한 사람이 있었다.
“이 서류들 꽤 깔끔하게 분류되어 있던데, 관장님께선 서류 업무도 직접 하십니까?”
“전문적인 거면 몰라도 적당히는 볼 줄 알죠. 어릴 적엔 아르바이트로 이런저런 걸 많이 했습니다.”
“태권도장도 직접 차리신 것 같은데,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공사 경험도 있으실 테고요.”
“여기가 원래 공부방이었습니다. 제가 다 직접 업자 구해서 리모델링했죠. 이 도장은 솔직히 제 작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단지 디자인도 직접 하신 겁니까?”
“좀 전에 보셨듯이, 뭐 그렇습니다. 디자이너 구할 여력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이건 뭐,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따로 없다.
이유영 길드의 사무장이 되어도 전혀 손색없는 인물이었다.
“관장님, 혹시 저희 길드에서 사무장 하실 생각 없습니까?”
나는 제법 좋은 제안이라 생각하고 물었다. 페이도 제대로 챙겨줄 생각이었고, 태권도장도 계속 운영할 수 있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제안을 들은 윤지석의 표정이 굉장히 떨떠름하게 변했다.
“이유영 헌터가 길드 세우는 과정 옆에서 직접 봤는데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스타트업 기업 직원이 되느니, 돈 조금 못 버는 태권도 관장으로 남으렵니다.”
“조금 못 버는 게 아니라 아예 수익이 없으시잖아요.”
“이유영 씨, 우리 이러지 맙시다. 난 소박하고 평화롭게 사는 게 꿈이었단 말입니다.”
“그 꿈 충분히 이뤄드릴 수 있습니다.”
“이유영 헌터 옆에서 소박이랑 평화가 말이나 된답니까?”
최후의 인류인 내가 옆에 있는데 당연히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나?
그러나 윤지석은 나를 보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꿈 펼치려면 이유영 헌터와의 연은 이 정도까지가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비장의 수를 꺼냈다.
우리 길드 사무장으로 일해주면 주려고 했던 월급을 계산기에 찍어서 윤지석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월급은 이 정도면 어떨까 하는데….”
“……지, 진짜요?”
윤지석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보며, 나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지 단호하게 선을 긋던 윤지석은 계산기를 받아들고서 슬쩍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 뭘 하면 되겠습니까, 길드장님?”
역시 돈이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이제 우리 사무장님이 고주연이 오기 전까지 제대로 된 이유영 길드를 만들어줄 것이다.